호주머니에 단 한 장의 지폐도 없이
무작정 거리를 걷다가
어깨 부딪치고 스쳐 간 사내 얼굴에서
형을 보았다.
숱 많은 머리털, 넉넉한 웃음 하나로
서른하고 일곱의 세상을 살다 간
농사꾼.
철부지 아들들은
논두렁 풋내 맡으며 커 가고
살구꽃 피어 그리움 날린다.
낯익은 그 얼굴 다시 볼 수 없는
주인 잃은 들판에서
수런거리며 익어 가는 풋보리
땀 흘렸던 대지에 영그는 봄마늘
애비 없는 자식에게 서럽게 파고드는
궁핍한 사랑 또는 정.
기억보다는 문득 생각나는 사람으로
거리에서나 꿈속에서나 어디든지
그리운 그 모습 있다.
평생을 넉넉한 웃음 하나로 살다 간
순박했던 사내 얼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