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가을부터 총학생회에서는 가을 축제 준비가 시작되었다. 나는 국어과 학회장으로서 시화전과 연극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다. 명랑0 친구가 연출자가 되어 작품을 선정하고 배우들까지 선정하는 일정을 잡았다. 결국 김소월의 일대기를 쓴 극본을 선정하여 '못잊어'를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배우들을 선정해 역할을 맡기고 대본 연습에 들어갔다. 매일 저녁 7시부터 모여서 밤 10시까지 빈 강의실에서 연극연습을 하였다. 주인공인 김소월은 내가 많이 닮았다고? 해서 억지 춘향으로 배역을 맡게 되었다.
김소월의 일대기를 도서관에 가서 찾아 읽고 시집을 구해 한 편 한 편 머릿속에 외웠다. 한 달 정도가 지나니 내 삶이 김소월의 불우한 삶과 오버랩되어 심취해 있었다. 사제상 뒤의 은행나무 잎도 노랗게 물들었다가 지기 시작하는 11월, 늦게까지 연습하다 대전막차로 집에 가야 하는 4학년 여학생 부대표를 자전거 뒤에 태워 터미널로 가기 위해 제민천 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터미널 근처 약국 부근까지 왔는데 갑자기 오토바이 한 대가 코너를 돌아 내 자전거와 추돌하고 말았다. 여선배는 자전거에서 떨어져 뒹굴었고 내 자전거는 충돌로 찌그러지면서 오토바이 바퀴가 내 허벅지를 부딪치고 말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예비군 복을 입고 있던 아저씨였다. 나에게 와서 보상을 하겠다고 하는데 얼굴이 붉고 술냄새가 났다. 내가 잠깐 약국에 들르는 사이에 그 예비군은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아마 그 예비군은 지금까지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겠지?
부서진 자전거를 끌고 자취방에 왔더니 친구들이 놀라 아픈 허벅지를 온찜질해 주었다. 나중에 냉찜질이 맞는 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다음 날부터 대학축제가 시작되었고 아픈 다리였지만 과대표로 5km 마라톤까지 달렸다. 그리고 연극 공연 날 우리의 연습한 결과를 보여주려고 무대에 올렸는데 아뿔싸! 체육관에 DJ 이종환이 와서 밤의 디스크쇼를 하는 것이 아닌가!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곳으로 몰려갔고 우리는 국어과 일부 학생들 앞에서만 김소월의 연극을 멋지게 마칠 수 있었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가라시구려. 사노라면 잊을 날 있으리라. 못잋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우리의 축제는 그렇게 쓸쓸하게 지나갔다. 연극 뒤풀이로 나그네 식당에서 젓가락 장단을 치며 밤새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청춘의 날을 보냈다.
ㅡ계속
시인 김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