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작가가 지은 『조선의 글쟁이들』(왕의서재)에 보면 비운의 아웃사이더 매월당 김시습이 나옵니다. 김시습은 천재였습니다.
대체로 천재들에게는 양면성이 있다. 두뇌를 사용하는 학습 분야에서는 놀라운 재능을 보이지만 사람을 사귀거나, 다른 분야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조선의 글쟁이들, 199쪽)
김시습은 세 살 때 시를 지어 주위 사람을 놀라게 했고, 세종의 부름을 받아 궁궐에서 시험을 보고 천재라는 칭호를 얻고 비단 50필을 하사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정사는 평탄하지 못해 1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가 살이 3년 후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병들어 있었습니다. 혼인 후 중흥사로 들어가 공부에만 전념했으나 계유정난을 통해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단종을 보필해야 한다는 세종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전국을 방랑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는 유교로 입신양명을 꿈꿨지만 스스로 좌절했고, 불교는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주었으며, 도인으로서 광활한 정신세계를 노닐었습니다.
마음과 세상일이 서로 어긋나니 시를 짓지 않고서는 즐길 일이 없다네. 술에 취한 즐거움도 눈 깜짝할 새의 일 잠자는 즐거움도 다만 잠깐 사이라 인연 없어 나라님께 몸 바칠 수도 없으니 눈을 닦으며 탄식이나 하리라.
-김시습, ‘번민을 서술하다’ 첫째 수
한평생 세상을 등지고 살면서도 세상과 가까워지려고 했던 아웃사이더 김시습. 그는 천재라서 글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절개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뜨거운 가슴으로 글을 썼기에 후세에도 빛이 나고 있습니다.
산사에서 쓰는 편지
- 김시습 金時習
권태주
지금 산사의 가을은 낙엽 세상입니다.
계절의 끝에서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몸부림은
억울하게 죽어 간 이들의 절규로 보입니다.
방에 앉아 책을 펴 보아도
같이 아파할 벗이 없어 더욱 쓸쓸합니다.
하늘 아래 한 분뿐이던 어린 임금마저 안 계시니
궐 안에서 지조 없는 무리들만
구더기 모여들 듯 권력을 탐할 텐데
혈기는 왕성해도 어찌할 수 없는 현실
어디에 대고 외쳐야 할까요.
하늘 잃어 막막한 세상
이젠 등질까 합니다.
이 한목숨 아직 살아 얻는 것 하나 없어
바람 소리 찬 이슬 벗 삼아
저 산 넘고 들을 지나 어디든 떠돌며
한양의 무뢰배들 저주나 하면 한세상 살아야지요.
어느 세월 어디쯤에서 또 다른 인연으로
다시 만나 뵐 수 있겠지요
그때까지 이 김시습 잊기를 바랍니다.
요즘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시기에 우리 문인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창작의 열기는 작가를 더욱 발전시키고 문학의 폭을 더욱 넓혀갈 것입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현상으로 인해 전 세계의 경제가 멈췄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스’와 ‘메르스’라는 전염병을 거치면서 진단키트와 방호 장비를 미리 준비할 수 있었기에 이 위기를 잘 넘길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인 선진국임을 우리 자신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다른 나라에 대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중요함도 일깨워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