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여행에서 새롭게 알게 된
소소한 10가지 사실
평양냉면 같은 슴슴한 매력의 도시
첫 번째, 대만은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지원금을 지원한다.
입국 하루 전까지 지원금을 신청하면 입국 시 공항에서 지원금 당첨 룰렛을 돌릴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지원금 당첨의 행운이 있을 수 있다! (약 20만원 정도)
타이베이의 타오위안 공항과 가오슝 공항 모두 가능하고, 새벽시간에 입국해도 룰렛을 돌릴 수 있다.
다른 여행자들의 후기를 보니 당첨확률이 꽤 높은 것 같던데, 물론 나는 당첨되지 않았다.
두 번째, 대만의 지하철은 매우 깨끗하고 편리하다.
대만에서 지하철을 타보면 '아, 이래서 대만이 해외여행 난이도 최하의 나라로 꼽히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국의 지하철만큼이나 깨끗하고, 이용하기에 굉장히 편리하다.
다른 말로는 한국의 지하철과 매우 똑같다. 이지카드(한국의 티머니카드, 편의점이나 까르푸에서도 쓸 수 있음)에 돈을 충전하고 지하철 노선도에서 도착역만 확인하면 못 갈 곳이 없다. 지하철 내부의 모습 - 노선도의 위치, 광고 배너 자리, 안내방송까지 한국의 지하철과 매우 비슷하다. 심지어 열차가 들어올 때 전통 음악이 나오는 것도 한국과 똑같아서 재밌다. (서울에서도 열차가 들어올 때 가야금 연주 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다만, 다른 점이 2가지 있다. 우선, 대만에서는 지하철 타는 줄을 대각선으로 선다. (물론 모든 역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 문 앞으로 일자(ㅣ)로 선다면 대만에서는 내리는 사람의 동선을 막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옆으로 비껴서게끔 바닥에 대각선(/)으로 라인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더 질서 정연하고 안전하게 타고 내린다.
그리고, 도착역 안내방송을 4가지 버전의 중국어로 한다. 중국어를 모르는 중알못의 시선으로 설명을 하자면.. 예를 들어 '홍대입구'역이라고 하자. 그럼 '홍대입구', '홍!대~입구!', '홍때입!꾸!', 호웅!다이입!구오' 이런 식이다. 아마 지역마다 사용하는 중국어가 다르기 때문이겠지..
참! 대만에서는 무료환승시간이 15분이라고 한다.
세 번째, 버스를 타고 싶다면 손을 흔들어서 세워야 한다.
거짓말 같다고? 진짜다..!
네 번째, 대만은 바나나가 맛있다.
10월 초 방문한 가오슝의 야시장에서 싼 가격에 사 먹었던 '석가'는 과연 내가 알고 있던, 기대했던 '석가'가 영 아니었다. (과즙이 입에서 확 터지는 그 맛을 기대했는데.. 쩝)
알고 보니, '석가'는 12-3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만은 바나나가 맛있다. 어느 편의점에서도 바나나를 살 수가 있었는데, 엄청나게 새로운 맛있는 맛!은 아니지만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먹던 바나나의 평균치보다는 더 맛있었다.
대만 음식 특유의 향신료 맛과 냄새가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에게 편의점 바나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될 것! (내가 그랬다)
다섯 번째, 대만에서도 젊은이들은 주로 아이폰을 사용하고, 케이스티파이 케이스를 끼우고 다닌다. 그리고 휴대폰과 가방에 키링도 달고 다닌다.
대만여행을 하면서 정말 한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았는데, 아마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국인들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일 거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젊은 사람들의 아이폰과 케이스, 패션이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 확실히 대만사람들은 한국사람들과 외모도, 옷차림도 비슷하다.
여섯 번째,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굉장히 많이 즐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과 케이푸드가 유행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한국에서 만큼이나 한국 가수들의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주로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서도 한국노래가 나오고, 5일간 길거리에서 블랙핑크의 음악을 10번도 더 들었다. 길거리에서도, 서점의 잡지 코너에서도 이효리, 이성경, 안보현, 백현 등등 한국 연예인들이 많이 보였다. 정말 대단하다 한국.. 짝짝짝
일곱 번째, 아침 전문식당이 많다.
대만사람들은 삼시 세끼를 모두 외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디에선가 읽은 바로는 집에 부엌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그래서인지 심심치 않게 아침식사 전문 식당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직접 가보지는 못했다. 여행 내내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또 한 가지 의외 었던 사실은 딤섬을 파는 식당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찾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었지만 생각처럼 흔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연히 대만은 중국, 홍콩(도 이젠 중국이다)과는 다른 나라이지만,, 왠지 모르게 대만에서도 딤섬은 아주 흔하고 대만인들이 매일같이 먹는 대중적인 음식일 줄 알았다. 주로 현지인들은 국수나 우육면 같은 국물이 있는 면요리를 많이 먹는 듯했다.
여덟 번째, 학교 종소리가 나는 쓰레기차가 돌아다닌다.
야시장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잘못 들어 잠깐 헤맨 적이 있다. 그때 어디선가 학교종소리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렸다. 전자음으로. 갑자기 너무 소름이 끼치고, 오징어게임이 생각나는 그 순간.. 마치 소방차같이 불빛을 내는 노란 버스? 트럭? 이 보였고, 그 주변으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거리에 아무도 없었는데, 뭐지..? 싶어서 카메라 렌즈로 확대해서 보니.. 전부 손에 뚱뚱한 봉투를 들고 있었다.
아~ 대만은 쓰레기차가 소리를 내면서 도착하면 집에 있던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다! 그래서 동네마다 쓰레기를 버리는 시간이 다른 듯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멜로디는 '엘리제를 위하여'였나..?
아홉 번째, 대만에도 공자묘가 있다.
타이난 여행 중, 근처 가볼 만한 곳으로 '공자묘'가 있길래 들렀다. 그런데 왜 대만에 공자묘가 있지..?
공자는 중국사람 아닌가? 하는 의문에 찾아보니, 타이난에 있는 공자묘는 공자가 묻힌 묘가 아니라, 사원개념으로, 대만에 가장 최초에 생긴 공자사원이자 학교라고 한다. (중국과 대만의 여러 지역에는 공자사원이 있다) 타이난에 위치한 이 공자묘는 현재 대만의 1급 유적지이고, 공자를 중심으로 72인의 제자와 중국의 역대 현인들은 모시는 곳이라고..
진짜(?) 공자묘는 중국의 곡부라는 지역이 있다고 한다.
열 번째, 많은 여자들이 스쿠터를 씽씽 타고 다닌다.
대만의 차도에는 스쿠터가 아주 많다. 길에서도 주차되어 있는 스쿠터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주 편한 복장으로 자연스럽게 스쿠터를 모는 여자들이 많다. 남자가 모는 스쿠터의 뒷자리가 아니라 혼자서도, 또는 여자 둘이서도 스쿠터를 몬다. 물론, 요즘세상에 여자들이 스쿠터를 타는 게 뭐가 이상해? 왜 특별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그 광경은 생소하면서도 편안했다. 아무래도 자동차보다는 위험해 보이고 스쿠터를 남자들과 똑같이, 편한 복장으로, 일상에서의 표정으로 자신의 스쿠터를 직접 모는 여자들.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나도 이곳에 살았다면 아무 걱정 없이, 거리낌 없이 내 스쿠터를 장만하고 도로에서 씽씽 몰았겠지? 헬멧가게에서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헬멧을 골랐겠지?
열한 번째, 동성연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내가 즉흥 여행지로 대만을 선택한 이유는 1. 부담 없는 비행시간 2. 달콤한 과즙이 흐르는 과일 석가 3. 허광한(배우)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대만 드라마 <상견니>와 넷플릭스 시리즈 <메리 마이 데드 바디>를 봤다. 동성연애자 캐릭터의 등장이 겹치는 건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뭐, 요즘 전 세계적으로 pc 주의(Political Correctness)는 이미 트렌드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여행에서 느낀 바로는 현재 대만은 동성연애에 대해서 비교적 더 열려있는 분위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단 며칠간 머문 여행자가 그들이 겪을 차별의 실상에 대해서 결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자연스럽다고 느껴졌다.) 지하철 광고판에서는 동성연애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 광고가 온에어 되고 있고, 길에서도 서로 손을 잡고 산책하는 젊은 남자 커플을 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연인 간 애정표현을 하는 여성 커플도 봤다.
물론 이상할 것도, 특별히 눈이 갈 것도 없는 평범한 연인이지만,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커플들과 실제로 아무도 뒤를 돌아 바라보거나 쳐다보지 않는 광경이 나에게는 오히려 좀.. 뭐랄까 낯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이 유난히 대만이라는 나라가 편안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던 이유였을까.
5일간 관찰한 가오슝은 슴슴한 매력이 있는 도시다.
음식으로 비교하자면 평양냉면?
가오슝에 도착해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땐, 특색도 재미도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은 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아니라 특유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사람들도 유난히 여유롭고 친절하던 도시. (가오슝을 대만의 부산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많이 봤는데, 사실 가오슝은 부산에 비해 훨씬 잔잔하고 조용한 느낌이 든다.) 뭔가를 꼭 하지 않아도 아쉽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하달까?
여유로운 시간이 주는 자유로움을 알게 된 여행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