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웅 Oct 20. 2023

겨울 스키와 '혼탕 목욕(사우나)' 문화

오스트리아의 겨울 '스키' 

'목욕 문화' (사우나)

- '때를 미는' 목욕 문화

- 낯선 혼탕 사우나와 욕탕 에티켓


오스트리아의 산과 겨울 '스키' 

음악에 문외한인 필자가 음악의 수도 빈(비엔나)에 서 3년간 살게 된 것은 대사관 국방무관 부임하기 오래 전에 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Sound of Music: 1965년작, 줄리 앤드류스, 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을 좋아해서 몇 번을 보고 또 본 것이 계기였다. 영화 속 뮤지컬도 좋았지만 잘츠부르크와 잘차흐 강, 잘츠캄머굿, 알프스 등 영화의 배경 풍경에 매료되었다. "야! 정말, 아름답구나...." 그렇게 해서 독일어와 인연을 맺었다. 


오스트리아의 4계절 자연은 아름답지만, 차가운 겨울에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기에는 스키만 한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스트리아는 ‘스키’를 겨울철 스포츠의 국기(國技)로 여긴다. '스키'는 엄청난 폭설이라는 자연환경 속에 생존을 위한 고산 지역 주민들의 필요가 빚어낸 산물이다. 눈이 많은 알프스의 끝자락에 위치한 남서 오스트리아의 '동 티롤' 지방은 2-3000m 이상의 고지 군에 형성된 약 30여 개의 스키장이 상호 근접해 있어, 인근 '인스브루크' 못지않게 스키장의 슬로프와 설질, 스파 및 아름다운 경치, 다양한 코스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게다가, 여유로운 리프트까지... 과히 스키 천국이다. 


원래, '티롤'은 오스트리아 영토였으나, 지도를 보면, 오스트리아 서쪽 하단부가 마치 뜯겨 나간 듯하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이태리에게 '남 티롤' 지역을 할양하고 '동 티롤'만 남았다.  '남 티롤' 지방은 북 이태리의 알프스로서 '신의 조각'이라 불릴 정도로 장대하고 환상적인 풍광으로 유명한 '돌로마티' (영어 Dolomites) 산악지가 있다. 절벽 높이만 1,000m에 달하는 거대한 암석 봉인 '트레치메'도 '동 티롤'에서 멀지 않다. 


동 티롤 스키장의 Dream Team (좌에서 두 번째 필자)

오스트리아 국방부는, 이런 스토리가 있고, 자연풍광이 뛰어난 '동 티롤'에 있는 군 호텔에 매년 무관단 가족을 1주간 초청하여 알파인, 노르딕, 스노 보드의 스키 강습을 받는 '스키주간' 행사를 가졌다. 


필자는 당시 '알파인' 스키경력이 몇 년 정도 되어 함께 편성된 조원 7명과 함께 세계 정상급 조교의 지도를 1주 내내 받는 행운(?)을 누렸다. 이곳의 '알파인' 스키장은 대부분 2,000m 정도까지는 리프트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정상 부근에서는 난도 높은 자연설 코스를 만난다. 눈을 다지지 않은 자연설 코스는, 주의가 요망되지만, 앞서가는 조교를 따라 수 Km에 달하는 사람 없는 슬로프를 마음껏 달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교와 무관단을 위한 가면무도회나, '루돌프' 사슴이 산타를 태우고 달리는 썰매처럼 생긴 '노들런'이라는 전통 썰매를 체험하거나, 스키장 주변의 온천탕에 몸을 담그기도 하였다. 


스스로 "Dream 팀"이라 부르는 우리는,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껏 교류를 계속한다. 현지 언어로 말이 통하면 의외로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고, 현지인들과의 만남도 참 재미있어진다. 그곳 재임 3년 간에 보낸 3번의 ‘겨울 스키주간’ 덕분에, 필자와 가족들은 알파인 스키와 보드, 노르딕을 즐길만한 수준이 되었다.  


'목욕 문화' (사우나) 

- '때를 미는' 목욕 문화

필자가 어릴 적 도덕’ 교과서 어디엔가에, ‘1주 일에 한 번은 목욕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사실목욕탕의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근 뒤목욕 후에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기분도 좋아져 나름 위생적이라고 자부하였다


어린 시절, 중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영어를 가르치던 미국 '평화 봉사단 (Peace Corps)' 요원이 ‘몸을 깨끗이 씻는 목욕’ 이야기를 하기에 우리 중 누군가가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목욕탕 (Hot Spa)에 몇 번 가세요?”라고. “전혀 안 간다”는” 답변에 “아니, 몸을 안 씻어요?”라고?” 되물으니 “샤워를 한다”라고 하였다. 이해가 되지 않은 우리는 “어떻게, 탕에 몸을 푹 담근 후에 불은 때를 목욕수건으로 빡빡 벗겨내지 않아요?”며, 선생님을 놀렸다. (양자 간의 대화가 그리 순탄하지 않았지만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수십 년 전까지 한국 군대에는 목욕탕이 귀했다. 개인위생이 불결했고, 치질 등 쓸데없는 병들이 많아서 당시, 전방 지휘관들은 수백 명의 병사들 복지대책으로 어떻게 하면 자주 씻길까?”가 주요 관심 사항이었다. 지금이야, 부대마다 샤워장이 충분하여 매일 샤워를 하니 온천탕 갈 일도 별로 없고, 어쩌다 외출해도 주변에 찜질방이나 사우나가 흔하다. 그럼에도 별로 붐비지 않는다. 우리 목욕문화가 진작부터 서구식 샤워로 바뀌었다.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궁금해하는 건, 목욕탕에서 "목욕관리사 혹은 세신사(때 밀어주는 분)라는 직업이 왜 필요한지?"이다. 때를 밀지 않아도 샤워할 때, '바디 스크럽'제를 사용하면 충분히 자연 각질이 제거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기도 하다. 자신의 몸에 타인이 접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서구인들은 우리가 남에게 몸을 태연하게 맡기는 걸, 그리고 피부를 목욕수건으로 빡빡 미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다음은 세면장 바닥에 배수구가 있네...?”라는 것이다. 사실, 배수구는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위생적인 조치지만, 서구의 세면장 바닥에는 배수구가 없다. 대신, 저들은 욕조마다 샤워 물이 튀거나 넘치지 않도록 커튼을 치는데, 우리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저들 나라에 여행 가서 우리 식으로 샤워하면, 욕조 밖으로 물이 튀어 바닥에 물이 흥건한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저들 선조가 건축기술이나 자재 절약으로 만든 방편을 별생각 없이 따르는 탓이기도 하고, 게르만족이 즐겼던 노천탕의 유산일 수도 있다. 이처럼, 때를 밀거나, 배수구를 고려하지 않는 등 전통을 답습하는 현상은 문화별로 꽤나 일반적이다. 


- 낯선 혼탕 사우나와 욕탕 에티켓

필자가 살았던 '비엔나' 빌라에는, 지하에 사우나, 야외에 수영장이 있었다. 사우나는 각 가구별로 키를 갖고 있어서 미리 예약 서명을 해놓으면 몇 시간 동안 가족끼리만 사우나를 할 수 있다. 원래, 오스트리아인은 사우나를 가족단위로 하고, '걸치는 옷 없이' (Textile Free)로 3대가 함께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공용 사우나’로 이웃과 함께 사우나하는 경우 남녀가 수영복 차림으로 같이 하기도 한다. 그런데, 독일 남부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공중탕으로, 남녀 혼탕 사우나도 많이 있는데, 여러 방마다 온도도, 크기도, 모습도 다르다. 다만,  비엔나의 '남녀 혼탕용 공중탕'의 경우는 아무 때나 오픈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대(오후 5시 정도)에 맞춰 가면 통상, 15분 전에 미리 안내 방송으로, “혼욕을 할 사람들은 별도로 준비하고, 나머지는 시간에 맞추어 떠나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그런데골프장에 딸려 있는 남녀 공용 사우나는 이런 공용 시설보다 더 자유롭다어느 날골프를 마치고 사우나에 갔더니여성 ‘FKK(Frei Kleidung Klub, 혹은 Freikoerperkultur 나체주의자)’들이 에어로빅 체조를 마치고떼를 지어 들어오는 바람에 무척 당황(?) 한 적이 있었다이들 젊은이들은 주로 함께 몰려다닌다그런데당황한 우리 일행이 고개를 숙이며 그런 상황을 다소 어색해하자이들은 오히려 우리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듯하였다. 대부분 서구 여성들은 성적 결정권에 대해서 자아가 강하다. 그들로서는 마음에 두지 않는 남자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우리로서는 느낌이 좀 낯설겠지만, 현지인들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원래는 남을 보지 않고 자신만 즐기는 게 그들의 문화이니까... 


사실, 인류의 조상이라는 아담과 이브처럼 맨 몸 그대로 자연을 즐기는 것만큼 이상적인 삶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절차를 알면 전라의 여성들이 뛰어들어 온다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사우나 사용법을 잘 알면 더욱 당황할 필요가 없다. 통상, 사우나실의 사용법은 먼저, 어느 정도 온도가 올라가면, 누군가가 나와서 화덕 옆에 놓인 향수 물을 국자에 떠서 달구은 화덕에 부어준다. 증기가 솟아오르면, 또 다른 누군가(주로 남녀 교대로) 나와서 모두를 향해, 향내가 피어오르는 더운 바람을 자신의 커다란 수건으로 ‘팍팍’ 훌쳐주는 게 일반적인 절차이다. 그리고, 이 더운 바람이 ‘훅훅’ 불어오면 계단식 침상에 앉아있는 사람의 땀이 ‘쭉쭉’ 빠진다. 


필자는 먼저 나와서 화덕에 물을 붓는 일을 선호하였다. '팍팍' 훌쳐대는 부담도 있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으니까... 어쨌든, 남녀가 교대로 맨 몸으로 수건을 '팍팍' 훌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남녀가 유별한 우리에게는 너무 민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 직면하면 애써 그 모습을 안 보려고 시선을 어디에 둘지 고민한다. 그러나, 앞에 나서서 향수물을 붓는 사람이 남, 녀 누구든, 또, 수건을 훌쳐주는 사람이 누구든, 그가 맨몸이라 해서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라… 모두의 목적은 ''사우나를 하는 것'이니까.

 

여기에서 명심할 것은, 우리 한국인은 사우나에 가면 대부분 수건으로 허벅지 상단 부위를 먼저 가리지만, 현지에서는 반드시 수건을 깔고 앉아, 내 몸에서 흘러내린 땀이나 물기가 내가 앉은 부분에 떨어지지 않도록 깨끗하게 배려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그 때문에, 만약에 드러누우려면 큰 타월을 꼭 챙겨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중사우나 실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예컨대, 대한민국 최대의 수영장이라는 올림픽 수영장의 남성 사우나 실은 모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다. 몸에서 흘러내리는 땀과 물기가 고스란히 사우나 내 의자나 바닥에 깔린 목재에 스며든다. 이게, 오랜 시간 쌓이면... 과연, 위생적일까? 심지어, 타월을 갖고 들어오기는커녕 수영복이라도 입은 사람에게 텃세랄까? 누군가가 "사우나실에서 수영복 입지 말라!"라고 경고한다. 오랜 시간 자신은 입은 적이 없으니, 남들에게도 그저, 맨몸으로 동참해 달라는 뜻인데... 


하지만 혼욕 사우나처럼, 혼욕탕에서도 모두가 격식을 버리자는 것이 격식이다. 그러니, 혼탕에서 보는 오스트리아인의 행동은 자유로웠다. 그게,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이니까. 이들이 '자기 과시'를 버리고 '아담과 이브'가 되는 일은, 모든 겉치레를 훌훌 벗어던지고, 사우나의 증기와 욕탕의 따뜻함과, 맑은 하늘아래 침상에서 상쾌한 바람을 즐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혼탕 문화에 익숙지 않은 우리는 여자들 앞에서 눈 둘 곳을 못 찾을 정도로 어색하고 불편하였다. 우리에게 옷이라는 방어체계가 없는 시간과 공간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었다. 그걸, 전혀 모르는 타인과 공유하다니...?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가 혼탕이라는 환경이 어색하여 수영복이라도 걸치고 있으면 주위 분이 웃으며 '벗으라'라고 권한다. 옷을 입었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만족'을 찾으라는 충고일 것이다. 욕탕의 용도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비엔나'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도나우'강

그런데, 혼욕탕이나 사우나 외에도 곳곳에서 벌거벗은 사람들을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비엔나의 중심을 관통하는 다뉴브 강 양쪽 중앙에는 긴 섬이 있다. 가끔씩 작은 유람선도 다니는데 그 섬 해변에는 야외 '선 베드' (Sun Bed)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도 구역에 따라 태양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가족 단위 나체주의자들도 있고... 모든 간섭을 거부하는 자유주의자도 있다. 배를 타고 가다 손을 흔들어 주면, 그들도 손을 흔들며 답례한다. 


최근, 일부 서구 국가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의 입탕을 막는 곳도 있다고 한다. 갑작스레, 너무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서구로 들어오는데, 일부는 혼욕탕을 찾아 현지 여성들을 너무 빤히(?) 쳐다보는 무례(?)때문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몰카' 촬영이라는 저열한 심성을 가진 자들로 뉴스가 되곤 하는데, 그런 정도의 의식으로는 저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살아온 방식과 수준이 다르니까...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차이와 다름'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전 12화 오스트리아 음악, 그리고 '왈츠'와 무도회(Ball)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