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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비 Apr 22. 2024

3.어글리코리안은 다 대마도로 모여드나

대마도에서 운전 연수를 하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에보시타케 전망대다.

밸류마트 오우라점에서 출발해 1시간을 달리면 도착한다. 이 계절에는 가는 길에 차를 세워 관광을 할 만한 곳이 없었다. 그야말로 끝없는 주행! 본격적인 도로 연수가 시작됐다.

대마도의 도로는 차선이 좁고, 갓길이 거의 없어서 한 눈을 팔면 도랑에 빠지기 쉽다. 어떤 구간은 중앙선도 없을 만큼 좁아서 시속 20km 정도로 속도를 낮춰 천천히 빠져나가야 한다. 공사용 큰 차도 꽤 많다. 그들은 속도를 그다지 줄이지 않고 쌩쌩 다닌다. 거대한 덤프트럭이 맞은편에서 속도를 내고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차를 반대쪽으로 옮기게 되는데, 방지대도 없이 곧바로 물길이 보이니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무엇보다 터널이 엄청나게 많다. 터널 내부는 아주 좁고, 상당히 어두워서 반드시 전조등을 켜야 한다. 문제는 이놈의 전조등을 켜는 건 문제없는데, 수동으로 전조등을 조작하는 차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끄는 걸 자꾸 잊어버린다. 이런 차는 전조등을 켠 채로 시동을 끄고 오래 놔두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생긴다.

"전조등 껐어?"

오스씨가 몇 번을 확인해 줘서 살았다.

그런 몇 번의 아앗! 하는 순간들을 제외하곤 생각보다 빨리 적응해서 에보시다케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때쯤엔 이미 일본 운전자가 다 되어 있었다. 역시 뭐든지 직접 해보는 게 최고다.


에보시다케 전망대 가는 길에 와타즈미 신사를 거치는데, 이곳은 올해 1월부터 한국인은 출입금지다. 이유는 매너 없는 한국인들이 신을 모신 신사에서 다양한 추태를 부렸기 때문이란다. 지난 십 년 동안 여러 방법으로 계도도 하고 읍소도 해봤지만 고쳐지지 않아서 그냥 출입금지를 하게 되었단다.

에보시다케 전망대 입구라는 지리적 이점, 바다로 뻗어나가는 형태의 도리이가 인증샷 명소가 되면서 오히려 해가 된 케이스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글리 코리안은 모두 대마도로 모여드는 듯했다. 남의 나라 신을 모신 사당에서 부러 더 크게 떠들고, 소란을 피우고, 심지어 똥까지 싸놓고 도망가버리는 일을 뭐라고 표현할지 모르겠다. 반일감정(무슨 불상반환 이슈가 있음)으로건, 기독교적 감수성에 의해서건, 대도시 사람 많은 곳의 신사라면 그렇게 까진 못했을 것이다. 사람이 거의 없는 시골 신사라 당하는 수모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짓거리에 뿌듯함'을 느끼는 인간들, 참 비열하다.

신사 쪽은 이제 한국인만 보면 거친 목소리로 빨리 나가라고 소리친다고 한다.

오지 말라면 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이 기회에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겨났는지, 앞으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함께 토론해 보면서 해답을 찾는다면 오히려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일본인인 척하고 들어갔다는 인간들, 마침 관리자가 없는 틈을 타고 살짝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하면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는 '젊고 바지런한' 어글리 코리안들의 인증샷이 SNS에 넘쳐나는 한.


멀리서 찍은 붉은 도리이.


에보시다케 전망대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경치라는 점에서 한번 구경할만하다. 우리나라도 다도해라 불리는 곳이 꽤 있지만, 이곳 섬들은 훨씬 더 촘촘하게 누워있다. 통영 앞바다를 축소해 놓은 느낌이랄까? 축소지향의 일본이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땅부터가 다르다.

전망대를 배경으로 커플 사진을 찍고 내려오니 주차장에 자리하고 있던 푸드트럭의 여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이미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입구를 물어봤었기 때문에 신세 진 사이. 붕어빵과 커피를 주문해 받아 들고는 옆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맛있게 먹었다.

화산활동이 아주 이쁘게 됐다.

차를 계속 달려서 목적지인 토요코인 호텔에 도착했다. 이미 운전에 익숙해져서 여유 있게 주차까지 해냈으니 여행의 목표는 달성한 셈.

"아니지. 아직 야간 주행을 안 해봤잖아."

오스씨가 가볍게 지적질해주었다.

좋은 지적이다. 그래서 저녁은 차를 몰고 가야 하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이사하라의 밤거리는 차가 거의 없어서 낮보다 운전하기 더 편했다. 아무튼 야간 주행까지 클리어!

회전초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서점에서 남성 패션지인 뽀빠이 한 권을 샀다. 나이 든 할머니에게 "자시 뽀빠이, 아리마스까?" 물었는데, 할머니는 그런 잡지가 있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결국 우리가 매대를 뒤져서 찾아냈다. 일본 최신 남성 패션을 보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실내 인테리어 특집이다. 평소라면 안 사고 나올 텐데, 원하는 물건을 찾아주지 못해 많이 미안해하던 할머니가 눈에 밟혀서 결국 계산을 했다. 호텔에 돌아와 후루룩 펼쳐봤지만 역시나 온통 가구랑 낡은 소품 사진들. 휙 던져두고 두 번 보지 않았다.


이시하라에서는 대체로 8시면 가게들이 문을 닫고 편의점과 술집 몇 군데만 불을 밝힌다. 저녁에 먹은 초밥은 부산에서 먹던 것에 비해 더 뛰어난 점을 못 찾아서 아쉬웠다. 더구나 운전하느라 술도 못 마신 게 억울했다.

"한 잔 할까?"

술집거리를 헤매다 입구가 멋진 가게를 찾아들어갔다. 모둠회를 시켰는데 너무 싸서 닭회(맛있음!)를 또 시켰다. 대마도에서 만든 사케(요건 별로)랑 마셨더니 배가 터질 듯 빵빵해졌다. 다음엔 저녁을 아예 먹지 말고, 처음부터 술집에서 요기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이즈하라 어디서나 보이는 토요코인 호텔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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