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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킁개 Feb 12. 2023

어? 두부도 같이 왔네?

응. 두부는 없지만 아무튼 같이 왔어. :)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하는 농담. "00이도 같이 왔네?"

옷에 한올이라도 반려동물의 털이 붙어있으면 우리끼리 한 번씩 하는 농담이다. 친구들도 나에게 "두부가 함께 왔네."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어두운 색상 계열의 옷들을 좋아한다. 어두운 색상 계열의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중 하나가 옷에 무엇인가 붙는 것이다. 먼지하나가 붙어도 더욱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부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사실 매일이 털과의 전쟁이. 외출을 위해 테이프나 돌돌이로 일일이 털들을 떼어 내지만 집요하게  속에 ‘박혀’ 있던 두부의 털들은 마치 덕다운에서 오리털이 빠지듯 충전재가 두부의 털인 것 마냥 하나  다시 고개를 들고 삐져나오곤 . 그땐 하얀 털들이 먼지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게 지저분해 보여서 외출 전엔  돌돌이로  제거하고 나갔고 혹시나 미처 떼 못한 날은 괜히 신경 쓰이기 일쑤였다.

그러다 하루는 약속에 늦어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정리 못한 두부의 털들을 버스에서 손으로 떼 있었다. 그날따라 지퍼 부분에서 자꾸 털들이 삐져나와서 집중을 하고 있는데 문득  옷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두부의 털들이 너무 웃기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그것들이 여기저기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나와 두부가 그만큼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고 살을 비비고 살고 있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두부의 털을 떼어내는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같다. 사랑스러운 우리 두부의 흔적이니까 말이다. 함께 있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나의 모든 옷들의 혼용률은 '둡털혼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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