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by 눈빛이슬

운전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거라면 그냥 없어져 버리고 싶었다.


부족한 생활비는 어떻게 메꿔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

남편은 나에게 모든 걸 맡겼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다.

남편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지, 정말 걱정되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

대출이라면 손을 벌벌 떠는 나에게 경제관념이 없는 남편은 아주 쉽게 대출받으라고 얘기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인생이라지만, 도저히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일이 잘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일 때를 생각해 봐도 남편과 평생 함께 손잡고 늙어갈 '우리'의 모습이 그려지질 않았다.


“어차피 내가 돈 많이 벌어오면 안 힘들어질 거야. 몇 달만 기다려.”


그 앵무새 같은 말을 또 해댔다.

맞는 말이다. 경제적으로는 덜 힘들겠지.

하지만 그런다 한들, 내 하루의 끝에 나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지 못하는 남편과 평생을 함께해야 한다는 건 결국 외로움과 평생을 함께하는 일이었다.


지금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그 말은 메아리도 없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그에게 그건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난 조금씩 벼랑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결심이 섰다.


'이혼하자!'


내가 이혼을 말하는 순간에도 남편은 말했다.


“3개월만 버티면 되는데, 지금 이혼하면 너 후회하지 않겠어?”


남편은 저 말로 나를 회유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이제는 하도 들어서 나에게 아무런 감흥이 없는 그 말로.


나에게 무관심한 남편의 인생과 함께 이대로 내 인생도 그냥 침몰하게 놔둔다면 그건 굉장히 억울한 일이었다.

언제까지 남편을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하며, 밑 빠진 장독대에 물을 붓듯 그렇게 허무하게 살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를 믿고, 좋은 날이 오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정말 그만하고 싶었다.

나라도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내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방법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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