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by 눈빛이슬

언젠가부터 시댁에만 신경 쓰는 남편이 야속했다.

나의 속상함은 시댁이나 친정을 다녀온 다음 날 항상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남편에게 시댁에 하는 것의 절반만이라도 친정에 해 달라고 요구했다.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남편은 친정에서 자신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며, 억지와 궤변을 길게 늘어놓고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내 탓을 반복했다.


“네가 싫어하는 거 알지만 우리 집에만 잘하는 거야. 앞으로도 그럴 거고.”


아무리 싸움 중 나온 치기 어린 말이라지만, 나의 기분과 요청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또한, 시댁에 잘하려는 나의 노력을 오해하며 나를 나쁜 며느리로 몰아갔고, 그렇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남편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지 의문이 들었고, 그동안 시댁을 향했던 내 인내와 노력은 무색해졌다.




“너한테 대출받으라고 해서 힘든 거야?!”

살림살이가 너무 힘들어 그에게 내 마음이라도 털어놓는 날에는 또 싸움이 시작됐다.

그는 끝까지 내가 왜 힘들어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남편을 위해 대출을 받는 걸 싫어하는 이기적인 아내로 만들었다.

어차피 자기가 갚을 돈을 내 명의로 빌리는 것뿐이고, 몇 달 안에 갚을 건데 무엇이 힘드냐며 타박을 했다.

남편과 대화를 시작할 땐 항상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면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았다.

대화는 분명히 잘 마무리됐던 것 같은데, 한 달 후에 우리는 다시 제자리였다.

같은 이유로 똑같은 싸움을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난 우리 부부가 나누었던 대화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궁금했다.


싸움 도중에 남편이 갑자기 멋쩍게 웃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의 웃음이 나에게 화해의 시그널처럼 비쳤기 때문에, 싸움이 흐지부지되곤 했다.

가끔, 내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갈 때는, 또다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남편은 싸움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능숙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웃음과 말재간에 휘말려 논점이 흐려지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게 남편이 ‘네가 그때 그렇게 말했잖아’라고 말하면 난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 그때의 내 대화를 곱씹어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렇게 논점이 흐려지는 거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난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의 대화방식에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부부의 대화를 녹음한다는 건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난 아마 그때쯤부터 그의 근본적인 문제를 캐치했던 것 같다.


영혼과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을 던지며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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