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부부 성장기
먼 옛날, 하나님이 아담에게 물었다.
“내가 먹지 말라던 에덴동산의 중앙에 있는 나무열매를 먹었느냐?”
“하나님이 내게 주신 여자가 중앙에 있는 나무열매를 내게 주므로 먹었나이다.”
하나님이 이브에게 묻자 이브가 말했다.
“뱀이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에덴동산에서도 부부인 아담과 이브는 서로 책임을 전가했다.
‘내가 실수로 먹었나이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은 전혀 없었다.
우리는 그들의 후손이고, 서로에게 잘못을 전가한다. 잘못은 상대에게만 있고 나는 무죄라고 생각할 때, 싸움이 발단된다. 부부가 싸우는 것이 정상이다. 왜냐면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상대보다 나를 보호하고 변명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가고 철이 들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자각의 시간이 온다. 상대의 실수보다 나의 실수가 더 많이 생각난다. 젊었을 때와는 반대현상이다. 상대를 이해해 주고 용서하게 되면 사랑이 무르익는 시간이 온다. 그의 고난과 단점과 기쁨에 함께하는 것이다. 그의 슬픔을 껴안지 못했던 일에 자책도 한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조건 없이 참사랑이 시작되는 점이다. 동심초 노래에도 나왔듯이 우리는 꽃은 되지 못하고 풀잎만 되었던 것이다. 솔베이지의 노래에도 젊었을 때 집을 떠났다가, 그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또 겨울이 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심경이 나타나있다. 가족은 고향이다. 상대가 초라해 보이고 불쌍해 보인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시작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끝을 향하여 달려간다.
사랑은 책임감과 헌신이다. 희생 없는 사랑은 뿌리가 없어 금방 시든다.
사랑의 기술이라는 에리히 프롬의 책이 있듯이 사랑도 기술이며 배워야 한다. 사랑이 식어갈 무렵에 내가 꼭 읽는 글이 있다.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온유하다는 말에 나의 말초신경까지 부드러워진다. 온유하면 손해 볼 것 같지만, 사실 이익이 되어 미소를 준다. 온유는 남을 녹이는 신비한 단어이다. 온유는 몸과 마음에 건강을 주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도 준다. 나에게 온유는 문제해결의 마법이며 완전한 사랑의 뿌리가 된다. 또 온유는 겸손과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