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인된 어둠, 흔들리는 감각 , 2. 핏빛 거래, 배후의 지휘자
새벽 어둠을 찢는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붉고 푸른 비상등이 밤의 장막이 채 걷히지 않은 평택항의 자욱한 안개를 불길하게 물들이며, 거대한 컨테이너 야드를 번개처럼 휘저었다. 굉음과 함께 순찰차들이 잇달아 미끄러지듯 도착하고, 중무장한 경찰 병력들이 일사불란하게 차에서 쏟아져 나와 현장을 장악했다. 긴장감 넘쳤던 부두는 순식간에 차가운 공권력의 그림자 아래 놓였다. 싸늘한 새벽 공기가 현장을 감싸며 팽팽한 긴장감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
익숙한 얼굴의 강력반 팀장, 김동현 반장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민성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은 이곳저곳 널브러진 동남아 무리의 조직원들, 그리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바닥에 꼼짝 않고 늘어져 있는 두 사내를 향해 있었다. 김 반장의 얼굴에는 경악과 함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불길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주변 경찰들에게 날카롭게 손짓했다.
"저기 널브러진 놈들 전부 체포해서 끌고 가! 그리고 저 두 검은 정장 사내도… 조심해서 들것에 실어 옮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신중하게 다뤄!"
지시가 떨어지자 경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김 반장의 시선은 곧이어 영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김영준 원장, 그리고 그 옆에 차분히 서 있는 미나와 호연에게로 향했다. 민성은 김 반장이 묻기도 전에 재빨리, 하지만 정확하게 여태껏 벌어진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김 반장님, 원장 놈을 쫓다가 저 동남아 무리랑 부딪쳤습니다. 이놈, 아무래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 나라를 떠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행선지는 아직 모르지만 한국을 뜨려 했던 건 확실하고요."
민성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턱짓으로 묶여 들것으로 옮겨지고 있는 두 검은 정장 사내들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저 두 놈 말입니다… 이상하게도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분명 제가 급소를 정확히 가격했는데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다시 달려들더군요. 이건 단순한 마약쟁이가 아닙니다."
민성의 설명을 듣는 김 반장의 표정은 단순히 곤란함을 넘어섰다. 오히려 그 두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에 김 반장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의 오랜 형사 직감은 저들이 일반적인 범죄자가 아님을 경고하고 있었다. 두 사내는 의식을 잃은 채 기절한 상태였기에, 경찰들은 어쩔 수 없이 들것을 이용해 한 명씩 조심스럽게 옮겨야만 했다.
바로 그때였다. 들것에 실려 가는 사내의 목덜미 아래쪽, 양복 깃에 가려져 있던 희미한 문신이 민성과 김 반장의 시야에 동시에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도 기묘하게 빛나는 듯한 그 문신은, 뒤이어 옮겨지는 다른 사내의 목 뒤에도 똑같이 새겨져 있었다. 민성과 김 반장은 거의 동시에 의아한 표정으로 들것으로 달려가 문신을 자세히 살펴보려 했다.
바로 그 순간, 미나와 호연도 그들의 뒤를 바싹 따라와 함께 문신을 바라보았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드러난 기괴한 문양. 미나의 깊고 투명한 눈동자가 그 문신을 보자마자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심연의 밑바닥을 응시하는 듯, 그녀의 눈빛은 불안과 함께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듯한 강렬한 집중으로 가득 찼다.
옆에서 그 변화를 고스란히 느낀 호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누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반말로 물었다.
"누나, 왜 그래? 또 어디 안 좋아?"
그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미나의 시선은 여전히 문신에 고정된 채였다. 그녀의 입술이 가늘게 떨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문신에서… 그 구치소에서 느꼈던 희미한 기운이 느껴져. 아주 오래되고 더러운 기운… 그런데 내 눈에는 그저 검은색만 보이는 게 아니야… 마치… 빨간 숯불처럼 이글거리는 빛도 보여… 영혼이 뒤틀린 듯한…”
미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깊고, 서늘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그 속에 담긴 비극적인 감정은 어린 소녀의 것이 아니었다.
호연은 누나의 알 수 없는 말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미나의 얼굴에 떠오른 경악과 고통만큼은 분명히 느꼈다. 그는 더 이상 그 기이한 문양을 머릿속에 기억하려 애쓰는 대신, 본능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어 문신을 빠르게 찍었다. 셔터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짧게 깨뜨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미나는 이내 민성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작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빠, 저 문양에서 그 구치소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악한 기운이 나요. 그리고 저 사람들… 저들도 마치 그때 그 인형처럼 변해버린 사람들하고… 똑같은 느낌이 들어요."
미나의 진지하고 확신에 찬 표정은 민성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잊혀 있던 불길한 조각들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민성 또한 형사로서의 오랜 직감이 맹렬히 경고를 보내고 있음을 느꼈다. 이들은 평범한 범죄 조직의 브로커나 경호원이 아닌, 초월적인 무언가에 의해 조작된, 이질적인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이들이 얽힌 이 사건이 단순한 장기 밀매 이상의, 훨씬 더 거대하고 음습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그는 분명히 직감했다. 그는 곧장 김 반장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부탁했다.
"김 반장님, 혹시 저 두 놈 몸에 다른 특이한 문양이나 외상, 혹은 어떤 기이한 흔적 같은 게 있는지… 구석구석 아주 상세하게 확인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 직감이 뭔가 심상치 않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김 반장은 민성의 진지한 눈빛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혼란의 실마리가 마침내 잡히기 시작한 찰나였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인위적으로 각인된 어둠의 시작이었고, 그들 앞에 놓인 실타래는 점차 흔들리는 감각 속으로 이들을 이끌고 있었다.
경찰서 조사실. 민성은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불안에 떨고 있는 김영준 원장을 응시했다. 차가운 형광등 불빛이 그의 초췌한 얼굴을 더욱 창백하게 비추고 있었다. 민성의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원장 놈을 어떻게 구워 삶아야, 숨겨진 진실을 최대한 많이 캐낼 수 있을까?' 그 두 '불사신' 같은 검은 정장의 사내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는 배후에 대한 정보가 절실했다. 과연 김영준 원장은 그 사내들에게 끌려다니는 말단 조직원일까, 아니면 그 사내들을 이용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자일까? 동남아 무리들은 이동을 위한 단순 브로커일 것이 분명했기에, 그들의 조사는 다른 수사팀에 전적으로 일임한 후였다.
민성은 차가운 조사실 문을 열고 김영준 앞에 털썩 앉았다. 김영준의 눈은 여전히 극도의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그 속에 체념과 함께 미약한 해방감이 뒤섞인 빛이 엿보였다. 민성은 서류철을 책상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날카로움이 묻어 있었다.
"원장, 김영준 씨. 당신은 장기 적출과 인신매매, 그리고 불법 금융 사기 등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김영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참을 망설였다. 그의 입술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에 젖은 침묵이 조사실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윽고 그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네… 그렇습니다… 사실… 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모든 죄를 시인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죄책감보다는 생존 본능에 가까운 애절함을 담고 있었다.
민성은 펜을 쥔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설명해야겠군요. 보통 이런 끔찍한 범죄자들은 자신을 변호하려고 필사적입니다만, 당신은 모든 걸 너무나 순순히 인정하는군요. 마치… 구원이라도 바라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민성의 눈은 김영준의 미세한 심리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김영준은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이며,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애원했다.
"저를… 빨리 처벌해서… 교도소에 넣어 주십시오… 그곳이라면… 그곳이라면… 제발… 제가 안전할지도 모릅니다… 제발… 제발요…"
그의 목소리는 거의 울음에 가까웠고, 그 절규 속에는 형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의 도피처를 갈망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민성은 김영준의 애원을 듣자마자 직감했다. '이놈은 끝까지 이용당하다가 버려질 운명이었군. 혹은 이미 처리될 순간이 임박했음을 깨달았거나.' 김영준의 이 순순한 태도는 곧 자신이 처형될 것이라는 암묵적인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 검은 정장의 '불사신' 같은 존재들,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는 더 거대한 그림자에게서 말이다. 이 사내가 지금 갈망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보호'였다.
민성은 김영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연민이 아닌, 냉철한 형사의 것이었다. "좋습니다, 원장. 그렇다면 거래를 하죠."
김영준의 움츠렸던 어깨가 순간 움찔하며 경직되었다. 그의 공포에 질린 눈이 의아함과 함께 작은 희망을 담아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거… 거래요?"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었다.
"네. 당신의 안전을 우리가 완벽하게 보장하는 대신, 당신이 저지른 모든 범죄 사실, 그리고 특히 그 검은 사내들에 대한 정체를 빠짐없이 말하십시오. 우리가 당신을 보호할 겁니다. 그것만이 당신이 그들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민성의 목소리에는 단호한 설득력이 담겨 있었다.
김영준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한참을 망설였다. 땀방울이 그의 창백한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윽고 그는 마침내 마음을 굳힌 듯, 침묵의 장벽을 부수고 입을 열었다. 그의 이야기는 민성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잔인하고 추악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저는… 저는 원래 저희 정신 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 친인척도 없고, 아무도 찾지 않는 노숙자 같은 사람들을 선별해서… 그곳에 공급했습니다."
김영준의 고백에 민성의 얼굴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그의 손은 책상 아래에서 이미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조금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노숙자들뿐만 아니라… 멀쩡해 보이는 젊은 사람들, 그리고 간혹… 유치원의 아이들에게까지… 제 더러운 손을 뻗었죠." 그의 목소리가 절망적으로 떨렸다.
"물론… 그 과정 중에는 단순한 회유를 넘어… 납치와 고문, 그리고 가족에 대한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불법적으로 대출을 받게 해서 거액의 금융 이익을 챙겼고… 더 나아가… 생명에 지장 없는 장기까지 은밀히 적출해서 팔아넘겼습니다. 저는… 그저…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을 뿐입니다…." 김영준의 고백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에서 시작된 괴물의 탄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민성은 이성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당장이라도 원장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그의 얼굴에 처박아버리고 싶었지만, 더욱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야 했기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조사실에 울렸다. "그렇게 사람들을 어디다 공급했습니까? 누가 그들을 데려갔습니까? 그 조직의 정체를 말하십시오."
김영준은 연거푸 마른침을 삼키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들은… 그저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개조된 컨테이너 트럭에 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할 일은 거기까지라고… 그들이 분명히 말했습니다."
"누가 그렇게 시켰습니까? 누가 당신의 병원에서 이 모든 끔찍한 짓을 지시하고 벌이게 했습니까? 이름!" 민성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분노가 그의 목소리를 사납게 만들었다.
원장은 마침내 가장 중요한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 이름은 김영준을 둘러싼 거대한 악의 고리, 그 깊은 심연의 배후를 향하는 첫 번째 실마리였다. "저희… 저희 병원의 이사장입니다. 손정길 이사장입니다."
민성은 책상을 내리치며 외쳤다. "손정길 이사장! 당장 그 사람 신원 조회하고 소환 영장 준비해!"
수사팀은 즉시 손정길 이사장의 신원을 조회하고 소환 영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성은 김영준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검은 정장 사내들은 뭡니까? 그 '불사신' 같은 놈들은 대체 정체가 무엇입니까? 당신은 그들이 단순한 경호원이라고 했지만… 결코 단순한 경호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김영준은 몸을 더욱 움츠리며, 그 두 사내에 대한 공포를 숨기지 못했다.
"그들은… 제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손정길 이사장이 '경호원'이라고 한 명씩 늘리던 존재들입니다. 처음엔 몇 명 안 됐는데… 어느새 병원 전체가 그들의 경호팀 수준으로 장악되었습니다. 저는 병원장이었지만, 사실 저 자신도 그들의 감시 대상이었습니다."
김영준은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들이 행사했던 압도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오늘도… 저는 사실 도망치려 했습니다. 이제 곧 제 차례가 될 것 같아서… 그 검은 사내 둘에게 붙잡혀서… 결국 처리될 운명이었습니다. 제 뒷목에는 이미 칼이 들어와 있었죠."
김영준은 자신의 목덜미에 남아 있는 칼자국을 손으로 문질렀다.
민성은 김영준의 목덜미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끔찍한 칼자국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평택항으로 도망가려 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태국으로 끌려가거나 처리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가능성을 감지했다. 이 사건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수많은 인신매매와 장기 적출의 핏빛 거래. 그리고 그 뒤에는 돈과 권력을 움켜쥔,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있었다. 하지만 민성은 그의 입에서 나온 '손정길 이사장'이라는 이름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손정길 이사장.' 마침내 진실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의 거대한 '고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실마리가 잡히는 순간이었다. 김영준은 그저 꼬리였을 뿐, 진정한 배후는 손정길, 그 너머에 있는 지휘자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