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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갑작스러운 아내와의 이별..(2)

그렇게 나는 엄빠가 되어버렸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잠시 집정리를 하고 있었다. 도착한 지 30분도 안된 시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급하게 와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달려갔던 것 같다. 새까만 어두운 도로를 홀로 다리는 순간 불안감은 더욱더 다가오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달려간 중환자실 앞에서 의사 선생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어떤 방법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주저앉아 버렸다.      


 그렇게.. 나는 주저앉아, 거의 기어가듯이 아내의 침대로 다가가 마지막 인사를 했다. 사실 마지막에 이름을 부르고 울면서 얼굴을 만지고 한 것만 기억한다. 머라고 말했는지 기억나는 단어는 

“미안, 가지 마, 제발..”

이 세 단어만 생각날 뿐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렇게 내가 울면서 아내를 붙잡고 주저앉았다가 일어났다가 할 때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만 분명히 봤다. 눈에는 초점 없이 깜빡이지도 못하고 호흡기를 달고 있었는데, 분명 아내도 떠나는 것이 슬펐는지 그 순간 눈물이 흘러내리던 모습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나의 의형제 동생과 함께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그렇게 보고, 아내를 장례식장으로 옮겼다. 이것저것 준비는 처남이 와서 챙겼고, 나는 상복을 입고는 그냥 주저앉아서 아내의 영정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에 제수씨가 우리 아이들을 깨워서 아침에 데리고 왔을 때, 아이들도 이미 눈치를 챘는지, 나의 상복 입고 있는 모습과 울어서 부어있던 얼굴 모습을 보고는 거의 쓰러질 듯 울기 시작했다. 두 아이는 11살, 8살의 남매. 어린 나이에 엄마를 떠나보내고 우는 모습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 못한다.. 엄마와 너무 빨리 이별을 하게 된 우리 딸, 아들은 숨이 넘어가듯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두 아이의 우는 모습에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그렇게.. 어떻게..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납골당까지 다녀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내 없이, 이제는 넷이 아닌 셋이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아내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정말 캄캄해진다는 표현을 그때 알게 되었다.      


 온통 집안의 모든 곳에 아내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었고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이 집. 특히나 이 집은 아내가 나에게 조르고 졸라서 구입하고 인테리어까지 모두 아내의 취향에 맞춘 집이었다. 그런데 딱 9개월뿐이 못살고 떠나다니.. 참으로 불쌍한 나의 아내.      


 집에 살던 반려묘도 3마리나 된다. 그중 첫째 샴 고양이는 엄마가 보이지 않자, 한참을 울면서 아내가 제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주방에서 망부석처럼 지냈고, 새벽에는 화장실, 안방을 돌아다니며 엄마를 부르며 울어댔다. 그럴 때면 두 아이와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고 큰딸은 고양이를 안고는 또 펑펑 울었다. 하루하루가 아내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우리 가족 모두는 슬픔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3,4일쯤 정신을 못 차리고 지내다가 이렇게 있다가는 제정신으로 못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딸과 아이들의 식사를 이제부터 내가 챙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업 주부로 지내던 아내는 내가 주방에 들어가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내가 손대면 냉장고가 창고가 되어버린다고 했고, 음식은 맛이 없다고 핀잔을 줬었다. 

‘하.... 이제는 내가 아이들 요리사인데...’ 

아이들에게 며칠간 배달음식만 먹이고 있었던 나는 이제부터는 엄마, 아빠 역할을 모두 해야 하는 엄빠가 되었으니,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마음을 잡았다.      


 그렇기에 제일 먼저 할 것은 아내 생각이 많이 나는 물건들과 옷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꾸 눈앞에 보이면 슬프고, 그러다 보면 울게 되고, 지치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 법. 그래서 나는 침대부터 시작해서 아내의 옷들까지 전부 쓸어다가 버리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역할을 모두 해야 하는 엄빠가 되어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기에 슬픔을 멀리하기 위해 나는 아내의 흔적을 버리기 시작했다. 아내를 잊으려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엄빠로서의 역할이 있기에 슬픔은 잠시 가슴속에 묻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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