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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아내의 49재, 분명 아내가 다녀갔다.

나는 그냥 그렇게 믿고 싶다. 아내가 인사하러 왔다 간 것이라고.

 아내의 49재 날이 다가왔다. 제사상 준비는 어머니께서 도와주셨고, 떠난 우리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제사상을 받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내의 사진을 끌어안고서는 잠깐 눈물을 흘리셨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어머니의 술 상대는 아내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머니가 준비해 온 음식을 준비하며, 제사상에 아내의 사진도 가져와 준비를 했다.  

    

 그런데 우리 집 첫째 고양이가 폴짝 상 위로 올라가더니 아내 사진에 자신의 볼을 비비기 시작하는 것이다. 고양이들 습성상 자신의 영역을 표시함과 더불어, 

“내 거야!”

라는 표현인데, 아내 사진에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걸 보자니,

‘자기 엄마인 건 아나 보다.‘

이런 억지스러운 생각을 하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49재를 간단하게 지내고 아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 물론 나는 밥을 먹는다고 하고 술을 먹고 있었지만. 밥을 먹는데 딸이 물었다. 

“아빠, 그럼 엄마는 다시 태어나는 거야? 그러면 앞으로 제사는 계속 지내야 해? 다시 태어났을 텐데?”

그 말을 들으니 그럴 것이 49재의 의미가 바로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기원하는 것이다. 어떤 대답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아들 녀석도 한마디 했다. 

“언제 태어났는지 어떻게 알아?” 

흠.... 저 말도 일리가 있다. 어떤 대답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그리곤 대답을 했다. 

“엄마가 다시 태어나기 전에 우리한테 꿈속에서 인사해 주겠지.”

그건 대답보다는 나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자다가 갑자기 뺨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져서 눈을 떴는데 그대로 가위에 눌려버렸다. 억지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이상한 힘에 의해 다시 강제로 눕혀지는 듯한? 그런데 잠시 눕혀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벌떡 일어나 앉아있었다. 헉헉 거리며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데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주방에서 우리 집 첫째, 샴 고양이가 점프 뛰고 혼자 꼬리를 부르르 떨며 놀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고양이 낚싯대로 놀아줄 때 나오는 그런 행동이었다. 식탁에 올라가 뒹굴거리며 애교를 부리고 허공에 점프를 하고, 다시 바닥에 누워서 배를 보이며 뒹굴 거리는 모습이 분명 아내가 놀아주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볼에 그 감촉은 아내가 분명 쓰다듬어서 생긴 현상일 것이고, 그렇게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불러 봐야 하나? 아내를 부르면 혹여 볼 수 있을까? 아니야, 다시 잠들어 버리자 꿈속에서 만나야지.' 

생각을 하면서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런다고 잠이 올턱이 없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한참을 눈을 감고 있는데 주방에서 놀던 첫째 고양이가 내 옆에 와서는 발라당 누웠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는 그렇게 아침이 올 때까지 잠을 들지 못했다.        

   


 분명 이 얘기를 들으면 다들 우연일 것이다. 아니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착각한 것이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냥 그렇게 믿고 싶다. 아내가 인사하러 왔다 간 것이라고, 분명 아내가 다녀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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