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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Nov 01. 2023

내 손을 잡아주는 작은 두 손.

아들과 둘이 잠들던 밤.

 나와 아들은 잠을 거실에서 둘이 함께 잠을 청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는 이제는 진짜 여자가 되었기에 혼자 방에서 자려고 한다. 그런데 3학년 아들 녀석은 자기 방에서 아직 혼자 잠드는 것이 무섭다면서 꼭 나의 옆에서 자려고 한다.      


 사실 안방이 있지만, 아내가 떠난 후 한 번도 안방에서 잠을 자본적이 없다. 안방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침대도 부셔서 가져다 버리고 화장대도 치우고 새로운 서재처럼 사용하기 위해 새로운 책상을 들여놨는데도, 왜 인지 아내 없는 안방은 아직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거실에서 아들과 함께 잠을 자고 있다. 바닥에는 얇은 메모리폼이 들어간 요를 바닥에 깔고 침대 없이 바닥에서 잠을 청한다. 의외로 침대에서 잘 때 보다, 아침에 부지런해질 수가 있다. 일어나서 이불과 요를 정리하면서 시작하는 하루.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하는 것이지만, 새벽 5시 기상을 하는 나의 첫 번째 성취감이다.      


 새벽에 일어나 이불과 요를 정리하면서 자고 있는 아들 녀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제저녁 잠들기 전 아들의 인사 말과 함께 했던 행동이 나의 아침에 큰 힘이 되었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나도 자야지~ 이러고 있으면 좋아.”   

  

하면서 내손을 두 손으로 꼭 잡는 것이었다.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 작지만 엄마를 닮은 큰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 모습이 나에게는 어찌나 귀여워 보였다. 그리고 따뜻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멋진 남자로 자란 것이 대견하기도 느껴졌다. 하지만, 솔직히 수면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자꾸 뒤척여야 하기 때문에 불편했지만, 잠시 아들이 잠들 때까지 가만히 있기로 했다. 저 행복한 듯 미소 짓고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들 얼굴을 바라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잠들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사실 나이가 30 후반의 남자가 되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기 나이 때의 사람들과 비교를 하며 자존감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곤 한다. 예를 들면 금전적인 부분에서 성공한 사람, 혹은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 결혼생활이 행복한 사람 등등.. 지금 나의 삶에 만족하기보다는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 혹은 못난 점만을 찾아보게 된다. 여태 이렇게 살아온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자책감, 그리고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은 공허함, 더 나아가 무엇을 다시 시작하기 힘든 무기력함까지.      


 그런데 어젯밤에는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모두 내려놓게 해주는 밤이었다. 아들의 따뜻한 저녁인사와 함께 나의 손을 잡아주던 작은 두 손. 누군가는 이런 행복한 밤을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을 내어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 말자.라고 마음속에 수없이 새기면서도 바보 같았다. 그걸 우리 아들이 다시 알려 주었다. 나로 인해서 누나와 자신이 편안한 밤을 맞이할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만약 집안에 들어와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다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존재함으로 인해 가족이 함께 편안한 밤을 맞이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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