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국립대, 그게 어디 있는 학교야?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꿔오던 연세대학교를,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자퇴했다.
호주국립대학교(ANU)에 입학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선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연세대를 그만두고 왜 미국도, 영국도 아닌 호주로 가냐고.
하지만 내게 그 질문의 답은 단순했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사실 나는 예전부터 영미권으로의 유학을 마음 한켠에 품고 있었다.
다만, 중학교 시절엔 이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국제고 진학을 포기했고,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도 그 미련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다.
결국 문과로 전향한 뒤, 유학이라는 가능성을 다시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됐다.
그중에서도 호주국립대학교(ANU)는 눈에 띄는 학교였다.
세계 10위권 이내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치학 커리큘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위치,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상황과 맞물렸을 때 지금 당장 도전 가능한 길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매력을 지닌 선택지였다.
누군가는 ‘수능으로 갈 수 있어서’라고 단순하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더 중요한 가치를 보았다.
기회를 가능한 한 빠르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학교,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진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환경.
수능이 끝나고 다들 놀 때,
나는 곧바로 어학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ANU 입학을 위해선 IELTS Academic Overall 6.5, Each 6.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 공부는 꾸준히 해왔고,
2025학년도 수능에서도 영어 1등급을 받아 기본적인 실력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았다.
다만, 스피킹과 라이팅 부분이 조금 걱정되었다.
우선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시험 환경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가능한 한 빠른 날짜의 시험을 찾아 바로 접수했다.
교재는 Cambridge IELTS Academic 시리즈를 인터넷에서 PDF로 구해 최신판부터 5권 정도를 풀었다.
구글에 Cambridge IELTS Academic (번호) pdf라고 치면 쉽게 구할 수 있고
유튜브에서도 듣기 파일을 검색하면 대부분 업로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권부터 19권까지 있는데, 매년 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내용의 형식은 똑같으나 문제만 다른 거라 1권부터 순서대로 푸는 책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IELTS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이 시리즈를 추천한다.
다른 교재는 지나치게 어렵거나, 질 낮은 문제가 많은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공식 주관사에서 발행한다.)
리딩은 수능 국어와 영어의 논리와 유사해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연습 문제에서도 항상 Band 8.0 이상이 나왔었다.
리스닝도 초반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금방 익숙해지면서 꾸준히 8.0 이상이 나왔었다.
다만 문제는, 모든 한국인들이 그렇듯이 스피킹과 라이팅이었다.
나는 이 두 파트는 내 진짜 실력을 점검해보자는 마음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시험장에 들어갔다.
이번 시험은 IELTS를 알아가기 위한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시험 당일,
리딩과 리스닝은 무난하게 풀고 나와 8.0 이상의 패스를 확신했다.
하지만 스피킹에서는 Part 2를 2분은 커녕 1분도 말하지 못했고, 중간중간 긴 공백들이 있었다.
시험관의 표정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고,
Part 3에선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바람에 기껏해야 Band 4 정도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팅도 확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Task 1에서 초보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를 그대로 저지르기도 했었다.
예를 들어, 그래프 변화의 원인을 자료에 없는 외부 요인으로 추정하며 덧붙이는 식의 문장들 말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마도 ~한 정책 변화 때문일 것이다” 등)
그런 부분은 IELTS에서는 감점 요인이라는 걸, 시험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11월 중순, PBT 시험을 치렀고
결과 발표일인 12월 초까지 나는
수능이 끝났음에도 놀지 못하고 내내 자습실에 남아 공부를 이어갔다.
텅 빈 고3 자습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혼자 앉아 책장을 넘기던 그 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성적 발표일.
나는 열차 안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했다.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한 번에 통과하는 건 어렵겠지, 싶으면서도
어쩌면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금은 있었다.
결과는,
Reading 8.5 / Listening 8.0 / Speaking 7.0 / Writing 6.0
Overall 7.5 (CEFR C1).
합격이었다.
너무 기뻐서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고,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던 나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이후엔 바로 입학 절차를 밟았다.
여러 유학원들을 알아보다가, IELTS 공식 주관사인 IDP에서 유학을 도와준다는 정보를 얻게 되어
IDP를 통해 유학 절차를 진행했다.
1지망인 호주국립대학교와 2지망인 멜버른 대학교에 원서를 모두 넣었다.
참고로, 유학원은 대학교에서 커미션을 받아 수익을 얻는 형태이기 때문에 대부분 무료이다.
유료인 유학원보다는 무료 유학원을 찾는 게 좋다.
나는 IDP를 강력히 추천한다.
그렇게 입학 절차부터 오퍼 수락, CoE(입학확인서) 발행, 비자 승인까지 빠르게 진행되어
마침내 2025년 6월 12일, 호주 유학을 향한 긴 여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