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건네 온 다정한 시간에 대하여

그저 아무 일 없던 무사히 지나간 시간들

by 로즈마리

인생이 건네 온 다정한 시간을 돌아보며

인생을 돌아보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특별한 순간들이 아니었다.

성공이나 성취, 누군가의 박수나 인정 같은 것들은 생각보다 오래 남지 않았다. 오히려 기억의 가장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일도 없던 날들, 무사히 지나간 시간들이었다.


그날들은 늘 조용했다.

별다른 사건도, 극적인 감정도 없었다. 아침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하루는 묻지 않고 흘러갔으며, 밤은 큰 문제없이 나를 잠들게 했다. 그때는 그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 못했다. 그저 ‘아무 일 없는 하루’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안다.

그 조용한 시간이 나를 살렸다는 것을.


인생은 늘 우리를 시험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주 우리를 그냥 지나가게 해 준다. 무너지지 않도록, 넘어지지 않도록, 아무 말 없이 옆에 서 있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들은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혼자 버텼다고 착각한다.


“그때는 내가 강해서 견딘 거야.”

“어쩔 수 없어서 버틴 거지.”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혹시 인생이 우리를 급하게 재촉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혹시 다정함이 아주 조용한 얼굴로 곁에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늘 인생이 냉정했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생은 꽤 오랫동안 우리에게 말을 아껴주었다.


다정함은 대개 늦게 도착한다.

그 순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나고 나서야,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 말이 왜 잊히지 않았는지, 그 침묵이 왜 오래 남았는지. 다정함은 늘 과거형으로 이해된다.


소란한 날들 사이로 스며들어 왔던 조용한 순간들, 크게 위로하지는 않았지만 끝내 포기하게 두지 않았던 시간들.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았지만, 다시 하루를 살게 해 주었던 다정함에 대하여.


나는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다.

눈에 띄는 성과도, 뚜렷한 성공담도 없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지나온 하루들이 있었고, 그 하루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다정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지나온 삶에 그런 시간이 있었기를 바란다. 기억나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지나가 버린 날들이어도 괜찮다. 다정함은 늘 조용히 작동하고, 그 역할을 굳이 증명하지 않으니까.


다만, 나의 삶에 조용히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나에게 다정하게 건네 온 시간이 있었음을,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음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 일 없던 날들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 있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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