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자 핑거 그림책, <가끔씩 나는> 그리고 '회복탄력성'에 대한 신뢰
2026.02.21. 에세이
<나는 가끔 이렇게 다시 살아간다>
조미자 작가님의 그림책 <가끔씩 나는>을 보면서, 나는 어떤 리듬으로 살아왔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가끔씩 나는 이렇게 지내고 싶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이 언제였는지 사진을 보며 또 책을 보며 회상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누구는 가장 믿지 못할 것이 사람이라고 한다. ‘오히려 돈을 믿으면 믿었지’라고 말한다. 난 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돈이 아주 많아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원 없이 써 본 적도 없다. 오히려 돈이 없어서 궁핍하게 살아간 적이 있어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냥 식사를 제때 못하거나 지하철을 무임승차 하거나 저렴한 편의점 식사로 끼니를 때울 정도일 뿐, 그런 것이 내 삶의 흐름을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일들로 내가 초라해질 때는 눈물이 났다. 그것도 잠시 한두 푼 벌려고 시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당당하게 웃고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나에 대한 자부심이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힘들지만, 나중에는 뭔가 잘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현실에 부딪혀서 힘들 때도 많았다. 대부분 몸과 마음이 지쳐서이다. 그럴 땐 누군가 옆에서 응원해 주며 위로해 주는 따뜻한 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버틴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조금 느려도 괜찮아. 내가 원하는 만큼 세상이 기다려주지 않고 또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아도 지금도 충분해.”라며 웃어줄 수 있는 그 한 사람만 있어도 괜찮다. 오늘은 내게 단 한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누가 내 옆에서 끝까지 날 지켜줄까? 인생의 동반자, 인생 친구, 남편이나 아이들, 아니면 언니들….
요즘 2월은 아직 쌀쌀한 날씨에 외출이 지독히도 싫은데 명절증후군, 개학 울렁증 같은 것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할 시기이다. 뭔가 하기 싫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이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와서 심장을 짓누르거나 머리가 아파져 오거나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신체적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 매번 정기적으로 있는 일인데도 그 두려움을 매번 겪어야 한다면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개학은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방학을 알차게 보내면 생각보다 개학 울렁증은 미미하다. 방학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편하게 쉬다 보면, 일찍 일어나기가 싫고 사람들 만나기가 싫다. 그런데 뭔가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생활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반가운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다들 처음 묻는 말이 “방학 어떻게 보냈어?”라고 한다. 방학 동안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도 하고, 좋은 연수도 들으며 알차게 보내면 다소 짧은 방학이 아쉽기는 하지만 개학이 두렵지는 않다. 개학해서도 할 일이 많고 사람들과 재미있게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내 어릴 적 일을 떠올리면, 개학이 두려운 건 방학 숙제 때문이었다. 나는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숙제도 게을리했기 때문에, 막바지에 닥쳐서 너무 바빴다. 지금도 그 습성은 못 고치고 여전히 나머지 숙제하듯 해야 할 과제들을 급하게 한다. 처음엔 열심히 계획도 세우고 잘해보려는 다짐도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늘 마감 날이 임박해서 헐레벌떡 대충 때우려고 한다. 학생일 때는 숙제도 시험도 늘 그래왔다. 시험 기간에만 도서관에서 사는 아이, 대충 족보나 들고 외워서 시험 보는 아이, 준비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잘 나온 점수에 안도하는 아이, 그런 정신없는 아이였다. 물론 다 이유가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늘 아르바이트하고, 여러 개의 동아리도 운영해야 하고,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했다. 교사인 지금도 여전하다. 방학 때는 무조건 여행 가야 하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과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틈틈이 듣고 싶은 연수도 들어야 했다. 하루에 몇 가지씩 해야 하는 루틴도 있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것도 다 젊어서 가능했다. 나이 50이 넘어서 여기저기 아프고 특별히 무엇인가 해야 할 의욕과 동기도 사라진다. 한두 가지 일만 해도 에너지가 소진되고 매일 끼니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뒷정리를 하는 데 반나절을 소비하고도 뭔가 한 가지 일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려서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내도 되나?’ 걱정이 스친다. 딱히 친구들을 만나도 즐겁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만큼 인내심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고 불안하다.
그러다 사소하지만 내게는 특별한 동기와 의욕을 갖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다. 난 그것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부른다. 꼭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오래전부터 갈망했던 그 무엇인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것,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이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은 글쓰기이다. 평범한 일상과 자유로움,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언어의 정리, 머릿속으로 맴도는 다양한 욕구들을 한없이 읊어보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책상 위 메모지에 적어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 사이의 틈새를 줄이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고 해야 할 일과 연결해서 우선순위를 매긴다. 목록을 적어가다 보면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하면 좋은지 날짜를 적고 기록한다. 그렇게 일정을 기록하면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왜냐하면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하지 못하면 해야 할 일만 하고, 정작 하고 싶은 일을 미루게 되면 결국 영 못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면 그것을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난 오늘 <회복탄력성>이란 제목의 책을 읽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회복탄력성이란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말한다. 대게 시련이나 고난을 극복하는 힘을 생각하는데, 그렇게 큰 의미에서보다 작게는 ‘일상을 회복하려는 의지’로 회복탄력성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에너지이다.
가끔 침체기에 빠지거나 아무런 의욕이 없을 때,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본다. 너무 나태함과 게으름을 오래 누리다 보면 나 자신에게 한심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동안 잘 쉬었다. 이제 시작해 볼까?’하면서 훌훌 털고 일어난다.
‘지금 다시 시작해도 늦을 때란 없다. 속도와 방향은 내가 정하는 거니까.’
<그림책 출처: 조미자 핑거 그림책, 가끔씩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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