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기분이 안 좋지?
교육청 직원 세 분과 30여 분간 통화를 마친 직후의 내 느낌이다.
'이건 뭐지? 나도 본청과 교육지원청에서 20여 년간 근무했는데,
당시에 나와 통화했던 학교 직원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학교 현안에 도움을 구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결론적으로 확실치는 않지만, 해결 방안은 모색되었다.
그러나 이 찜찜함은 뭐지?
지난주 금요일 오후 체육관 공기질에 대해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교감과 배드민턴을 치면서부터다.
체육관에서 1시간 정도 운동하면서
"왜 이리 땀이 많지? 이 정도는 아닌데요"라면서 교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환기 시설에 대한 관심과 의문이 들었다.
'왜 환기 장치가 없지?'
교감이 먼저 말씀하셨다.
"이 체육관은 환기 장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학생 수업에 계속 이용되는데,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네요."
이야기 말미에
"그럴 리가 있나요? 먼지가 이렇게 많은데, 환기 장치가 설계에서 누락된다는 것은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는 것 같아요. 제가 한 번 BTL 사무실 소장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주말을 보내면서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 교감이 법인카드를 가지러 행정실에 왔다가, BTL 소장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소장님 말씀에, 체육관에는 환기 장치가 처음부터 설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 그래요?
제 생각에는 그럴 리가 없을 것 같은데, 교육청 BTL 팀에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래서 전화를 시작했다.
먼저, 교육청 BTL 팀 주무관을 찾았다.
인사 끝에 물어본 직렬이 기계직이라 해서,
'아! 내가 찾던 전문가이구나'라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실내 환기를 위해서 환풍기를 별도로 설치할 수 있고,
요새는 스탠드형으로 간단하게 설치하는 것도 그 성능이 우수합니다"라는 설명은 도움이 크게 되었다.
그러나 나머지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체육관 환기는 개교 당시에 기준이 없었고, 사회적으로 관심도, 문제도 없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체육관 공기질 문제가 대두되었고, 교육청에서 전수 조사와 함께 학교별로 예산을 지원했다.
영종고에서는 그때 신청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학교 자체적으로 예산을 세우거나 예산팀과 협의해라'라는 것이다.
'BTL 팀에서 관리하는 장기수선충 담금을 활용할 수 없느냐'라는 내 물음에 단칼로 거절한다.
"협약 내용에 없는 사항이라, 절대 안 됩니다"
절대'라는 단어가 귀에 꽂히면서 '이렇게까지 강조할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화를 더 하면 안 되겠다. 기분이 상할 것 같다.'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어서 남부교육지원청 예산 담당자와 통화했다.
행정관리과 근무 시절 함께 근무한 직원이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현안사업비 지원 여부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주었다.
'고등학교 현안에 대한 예산 지원은 본청 예산팀에서 주관한다'라는 결론이다.
세 번째로 본청 예산팀 주무관에게 전화했다.
내 물음의 요지는 이렇다.
'학생들 수업에 활용하는 체육관에 환기 시설이 필요하다,
공기가 순환되지도 빠지지도 않아 건강에 문제가 클 것 같으니, 현안 사업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가?'
첫 일성이 "BTL 학교이니 BTL 팀과 협의하고, BTL 시행사에서 설치해야 관리가 제대로 될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뭐냐. 내 기분이 왜 이렇게 언짢아지지? 담당자로서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담당자는 이야기를 계속해 나간다.
"학생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시급성은 없으니, 관계 부서와 협의하여 본예산이나 추경에 반영해서 처리할 사안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요.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종결 인사를 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돌이켜 보니,
예산팀 담당자의 어투에서 '약간 귀찮다'라는 느낌이 섞여 있었고, 그로 인해 내 기분이 야리꾸리해졌음을 알았다.
'본청에서 오랜 기간 일하면서, 나 또한 상담 중에 이런 느낌을 준 것은 아닐까?
이 학교에서도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통화를 마무리고,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노트에 적어 보았다.
우선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나 들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체 견적이 필요하다.
계장님께 협조 요청했다.
그다음 단계는 BTL 운영사와 교육청 BTL 팀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BTL 운영사 입장은 불 보듯 뻔하다.
'협약 사항에 없으니, 학교나 교육청에서 판단하고 관리 영역도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교육청의 BTL 팀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협약 사항에 없다. 학교 자체적으로 조치하라'
그럼에도 절차가 필요하다.
향후 본청 예산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할 때, 관련 부서 협의 여부를 먼저 따질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오늘 예산 담당자와 통화에서도 가장 먼저 거론한 부분이다.
BTL 운영사와 본청 BTL 팀에 협의를 마친 후,
그 자료를 첨부하여 예산팀과 체육팀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면 사업비 확보 절차가 끝난다.
이런 내용을 정리하고, 교장에게 보고했다.
경과에서 향후 계획에 이르기까지.
교장은 '그렇게 하자'라며, 덧붙인다.
'체육 교과 활동이므로, 소요 예산이 나오면, 교육청 체육팀에 이야기를 해보겠다'라고.
생각해 보니 옳은 말씀이다.
체육팀은 직접적인 관련 부서이다.
이후 교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드렸다.
그럼에도 말끔하지 않고 꿀꿀한 기분이 계속된다.
이유가 뭘까?
과거 오랜 기간 머물며 여러 업무를 했던 본청, 그 담당자들의 이야기가 머리에 떠돌면서
'너도 별반 차이 없었다'라고 속싹이는 듯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