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오 Jul 26. 2017

브랜드 인문? 브랜드 입문!

브랜드 | brand

늘 그렇듯 삶은 필요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사람은 필요를 충족시킬 것들을 발견하거나 발명하며 삶을 이어왔습니다. 사람들이 동물의 힘을 빌거나 도구의 편의를 취하는 것은 삶을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이었을 겁니다. 

인류가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을 사육하기 시작한 건 지금부터 만천 년 전에서 만 년 전 사이라고 합니다. 기원전 9천 년경 농경사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유목 생활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동물을 사육한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키우는 동물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서로 자기의 동물이라고 우기는 분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가축에 자신의 사유재산이라 표시할 필요가 생겼죠. 그래서 그들은 지워지지 않고 바꾸기도 힘든 방법을 만들어 냅니다. 가축의 살이 많은 부분의 피부를 불에 달군 금속으로 태워 표시하기 시작합니다. 가족 같은 동물의 생살을 지지며 그들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요? 그런데도 이 방법은 소유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널리 쓰였고 브랜드의 어원이 되었다 합니다. 고대 노르드어의 ‘태운다’ 혹은 ‘낙인’이라는 뜻의 단어 brandr가 브랜드의 어원이 되었다는 것은 브랜드 탄생설 중 가장 지배적입니다. 이때 낙인 된 브랜드는 가축에 주인의 이름 또는 가족을 상징하는 것을 표시하여 구별했을 겁니다.


키우는 가축의 구별을 위한 낙인찍기


그러고 보니 브랜드가 탄생한 것은 구별을 위한 셈입니다.

소유를 위해 생겨났던 구별은 후에 다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여 물건을 고르는 징표가 된 거죠. 이왕이면 좋은 것을 갖고 싶은 사람들은 좋은 물건의 상징을 기억하고 찾았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더 좋은 기억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을 겁니다. 사용하는 사람과 하는 하나의 약속처럼 말이죠. 그래서 더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책임감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물건이 브랜드를 탄생시켰지만, 
브랜드는 물건을 재탄생시키는 결과를 갖고 온 겁니다.

낙인의 음각에서 양각과 인쇄로 바뀌어간 브랜드 로고


새로운 기능과 가치가 차곡차곡 쌓인 물건은 삶의 필요를 채운 지혜로 전승되며 브랜드의 DNA가 됩니다. 인류가 생존을 위한 삶의 지혜를 전달하듯 브랜드에 담긴 지혜도 같습니다.  

인류의 지혜는 언어가 생기기 이전에는 행동을 통해 전달되었고, 언어가 생긴 후 입에서 입으로, 글이 생긴 후에는 글로 전해져 오게 됩니다. 이렇게 전달되는 매체가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야기에는 사람들이 살면서 알아야 하는 괴로움 혹은 갈등, 적 등이 있고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들이 나옵니다. 해결 과정과 결론에 따라 사람들은 희로애락을 느끼게 되죠.

브랜드의 지혜도 그들의 삶을 그대로 닮았기에 이야기로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병이 걸린 어떤 사람이(문제) 마셨던 물이 그를 치료했다(문제의 해결 : 에비앙)든가,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희소성) 러시아 황실 조향사가 만든 향수를 구해서 귀한 당신에게만 판매한다(귀한 선물 : 샤넬 No.5)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죠.


브랜드는 이야기를 타고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다시 이야기는 브랜드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며 풀어야 할 문제와 필요에 대한 지혜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안착합니다. 브랜드의 이름을 듣거나 떠오르면 이야기가 꽉 차게 다가오는 거죠. 

삶 속에서, 이야기 속에서 브랜드와 함께 희로애락을 경험한 사람들은 브랜드에 하나의 상을 갖습니다. 마치 브랜드에 영혼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성격과 성향을 느끼듯이 브랜드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잔과 애플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있으면 디지털 시대의 크리에이티브 노마드라고 느끼고 현대카드를 사용하면 돈을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문화를 즐기기 위한 가치를 지급하는 문화 향유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그 브랜드의 물건이나 서비스의 사용이 곧 자신을 표현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이제 브랜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됩니다. 


크리에이티브 노마드의 상징 스타벅스 커피와 애플 노트북

브랜드 이름만으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들이 소통되고,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되어 완벽하게 이해되는 제3의 언어가 됩니다. 사람들은 이 언어로 시간을 절약합니다. 브랜드의 언어만 믿고 구매하고 그 이야기 속에 있는 그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항상 이깁니다. 더 좋아하는 쪽이 약자니까요. 

새로 만들어지는 브랜드들은 브랜드 언어가 가지는 강력한 힘을 알기에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로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알리고 사람들에게 빠르게 기억시키려 합니다. 그래야 브랜드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기억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브랜드의 슬로건, 캐치프레이즈가 아무리 좋다 한들 정말로 그런 가치를 갖는 것과 그런 척하는 것을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봅니다. 왜냐면 브랜드가 사람의 삶과 함께하며 사람을 닮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브랜드를 잘 만들고 키워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할 때 인문(人文), 즉 삶이 그리는 무늬란 것은 
인간의 동선이란 말을 고상하게 표현한 것이다. 
동선이란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삶에서 어떤 것에 의미 부여를 하는지 같은 것들이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최진석 교수님의 말입니다. 이 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인문이란 ‘인간과 인간의 삶이 그려내는 무늬’라는 것입니다. 인문학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면서 그려내는 삶의 그림들 혹은 삶의 정보들… 삶의 지혜들… 그리고 그 동선들… 


결국, 사람을 닮은 브랜드가 엮어나가는 세상도 브랜드 인문학 아닐까요? 

사실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브랜드의 중심이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을 아는 것이 브랜드를 제대로 아는 첫걸음이란 의미가 아닐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