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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경의 모든 공부 Jul 11. 2024

옛날에는 무식한 팀장도 많았다

폴리매스 리더십 이야기

리더십 강의의 어려움은 내가 말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이 강연을 의뢰하는 조직에서 원하는 리더의 모습과 대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더십을 논의할 정도의 시간적, 재무적 여유가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웅장한 느낌의 비전 설정이나 워라벨 찾기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만 하다가는 (특히 사장님이 참석하는) 강의 분위기가 경직되기 쉽다. 조직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원들을 ‘선동’할 수 있는 무기를 가져와 줬으면 하는 눈치다.      


유명한 리더십 교과서를 여러 권 살펴봐도 잘파(Z+Alpha) 세대와의 소통에 진짜 써먹을 만한 내용을 찾기는 어렵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AI 시대에 뭐 하면서 먹고 살지만 걱정하다가 리더십 따위에는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새다.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많은 회사가 '리더가 필요 없는 조직', '리더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조직'이 되어 가는데 리더들은 정작 눈치채지 못하고 몇 년이 휙 지나갔다.  

   

조직의 목표가 개인의 목표와 일치하는 정도가 클 때 폭발적인 성과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리더들은 조직원의 개인적 관심사와 목표를 이해하고 최대한 조직의 목표와 같은 방향으로 이를 조율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개인의 관심과 목표라는 것이 이제 일개 리더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많아지고 어려워지고 전문화되었다. 팀원의 눈에는 팀장님이 조금 '무식'하다. 팀원들이 나쁜 마음을 먹기라도 하면 팀장이 알아듣지 못하는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의 도구로 그들만의 관심사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제 리더는 여러 분야, 여러 세대를 아우르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엄청난 배경지식을 가져야 한다. 카리스마는 지식의 양만큼 만들어진다. 쓴소리나 강압으로 아니면 솔선수범으로 조직을 꾸역꾸역 끌고 가는 리더는 더 이상 사람들을 리딩하지 못한다. 그렇고 그런 많은 리더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고, 조직원들은 리더가 누가 되건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직원들의 관심사를 이해하고 개개인의 목표를 조직의 목표와 연결하기 위해 리더들은 조직원의 수만큼 공부의 분야를 넓힐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가장 정제된 정보는 작가, 편집자, 출판사 직원들이 총동원된 책 속에 여전히 있다. 단순한 독서 권장, 글쓰기 권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상하지 못하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의 키워드를 포착해 내용과 형식의 검증을 거쳐 싼값에 공급해 주는 것은 책뿐이다. 리더가 되려면 '게걸스러운 독서광'(Voracious Reader)이 되어야 한다. 대화의 기술로 대충 때우는 소통의 귀재가 아니라, 만물박사를 목표로 최대한 많은 지식을 쌓고 그것을 도구로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폴리매스 리더십(Polymath Leadership)'이다.

     

이제는 폐기되어야 하는 리더의 자질로 하루하루 버티는 팀장들, '노비 관리'를 리더십으로 착각하는 중간 노비 수준의 팀장들은 우선 서점에 들러 팀원의 관심사일 것 같은 분야의 책을 한 권 사서 읽어 보자. 팀장이 뭘 좀 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동안 따르는 척만 했을지도 모르는 팀원들이 진짜 마음을 연다.

    


#폴리매스리더십 #닥터테컴 #리더의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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