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된다는 것과 인정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변화라는 것은 그때까지의 모든 상황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문제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지만, 그 변화라는 것은 우리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단순히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의 시초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의 나’ 라고 여겨지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내게 변화가 더욱 절망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지금까지의 나를 봐온 사람들은 과거의 나의 모습만을 '진짜 나'라고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주변의 시선과 반응으로 인해 변화를 위해 결정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현재의 나의 모습을 비정상적인 상태로 정의하게 된다.
가시밭길로 다가오는 변화의 과정에 버티다 못해 결국 주저앉은 순간. 6개월, 약 반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방 밖을 나가지 못했다. 약해진 몸과 마음은 우울증으로 이어졌고 섭식장애, 불안장애, 대인기피증으로 까지 마음의 병은 순식간에 번져갔다. 하루종일 울고 자고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일 뿐. 시간이 지나니 눈물도 나지 않는 순간이 왔다.
무감각.
감정은 사라지고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