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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을 쓴 소녀 Nov 24. 2024

지구 한 바퀴 5

그냥 달리는 거야!

밤러닝을 좋아한다. 낮은 산책하기 좋다면, 밤은 조금 더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 일 것이다. 러닝을 시작한 지는 66일 차가 되었다. 아직 시작의 단계지만, 꾸준히 하면서 블로그를 통해 기록하고 있다. 기록의 행위는 성취감을 올려주기에 좋은 도구이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행적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순간순간의 감정으로 자신을 대한다. 그렇기에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존재할 수가 없다. 기록의 행위와 행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개개인마다의 노력과 삶 속에 깃든 개성들이 눈에 띈다. 그것이 아름답다.

러닝을 하는 날에는 가볍게 폰으로 촬영!



가끔 러닝을 하다 큰 원을 그리며 한 바퀴 산책을 하듯, 걸어오는데, 오늘은 수지맞았다. 겨울의 쌀쌀함과 가냘픈 나뭇가지는 가끔 나를 슬프게 하는데, 오늘은 그러한 감정 없이, 누군가의 손으로 정성 들여 장식한 불빛 나무를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재미들도 일상의 즐거움이 된다. 나무를 장식할 때 얼마나 즐거웠을까? 많이 웃었겠지? 생각하면,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런저런 마음의 생각들이 떠오르면 곧 잘 웃기도 하는데, 이런 습관 덕분에 과거 어떤 이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 과정에서 심한 욕을 얻어먹은 적도 있다. 아마 자신을 비웃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몇 년간은 외부에서 이유 없이 웃는 것을 자제해야만 했지만, 이러한 호기심 가득한 나의 영혼은 “이제야 너 자신을 찾은 거야!”라며 환호성을 지르는 중이다. 실상은 이러하다. 필자는 비웃는 법을 모른다. (배울 생각을 한 적도 없으니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걸었고 또 재미가 올라오면 뛰었다.


우울증에 특효약이 있다면, 감히 달리기를 하라 추천하고 싶다. 도파민이 나오는 건 물론, 세상이 조금은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특정 이야기나 상황이 발생하면, 불안 수치가 올라가고, 후에 무기력과 우울증이 따라온다.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는 몸을 잘 쉬어야 하고, 쉬는 것에 어떠한 사심도 없이, 그저 자신을 보살피고, 무기력에 대한 감정을 이해해 주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극도의 무기력 상태에서는 러닝을 하더라도 평소 컨디션처럼 달려지지 않을뿐더러 울며 불며 콧물 범벅이 된 채 주저앉을 일도 꽤 발생한다. 남의 시선에 자유로운 이라면, 러닝을 통해 묵은 감정들을 쏟아버리는 행위가 큰 도움이 되겠지만, 필자처럼 남들 앞에서 우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마음이 답답해 지곤 할 것이다. 이럴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는 행위를 추천한다. 잘 쉬어야 함에 자책이란 단어는 불필요함을 이해하기까지 당신과 나는 너무 오래 걸렸다. 이러한 감정과 쉼의 중요성을 타인에게 곧 잘 권하는 당신이 자신에게는 너무 엄격해 보인다. 그러함이 당신을 성장시킨다면, 그것은 당신만의 가치이겠지만, 그러한 엄격함이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삶을 방해한다면, 회복의 시간은 모든 생명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생의 정류장 같은 것이다.


러닝 보상


최근 소설에 대한 즐거움이 떠올랐다. 과거에 읽었던 책들이지만, 목표로 한 러닝 후 보상을 해주기로 한다. 작고 귀여운 핸드북이 마음에 든다. 며칠 전 책방과 화방에 들러 구경을 할까 했는데, 화방에 가려다 우연히, 함께 일하던 동료를 만났고, 잠시 수다를 떨고 나니 오싹해져서 화방대신 책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고 싶었던 책들을 만지작 거리며,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있잖아, 다음에 사자!”라며 다독이고, 책방을 나왔다. 그 보상을 오늘 해준다. 오늘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다. 삶의 바람이 있다면, 최대한 명랑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빨강 머리 앤이 눈에 띄었다. 두 권을 손에 쥐고,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어린아이처럼 책에 뽀뽀도 해준다. 사랑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좋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책이라는 존재가 오늘은 나에게 특별함이 된다. 시를 쓰고 싶다. 이렇게 아이의 마음이 되면, 시를 쓰고 싶고, 춤을 추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메아리가 “우린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픔을 지울 수 없고, 이미 삶을 지나친 사건들이 기억 어딘가 남아있겠지만, 어느 날에 흔들릴 날도 찾아오겠지만, 그럼에도 추억 하나를 만들고, 그렇게 나라는 존재를 소중히 대해주는 실천을 해보는 행위이다. 내면의 아이는 성장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조각되어 가고 있는 중일뿐

-우산을 쓴 소녀-


그대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고,

삶의 무게에 쓰러지고 버려졌더라도

당신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존귀한 행위.


그 위대한 행위.


다시금 삶이 당신과 나를 부르고, 껴안고,

사랑하고 싶다는 작지만 조용한 속삭임임을

느껴본다.


그대는 너무 모르지 않고, 알지도 않으며,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때가 되면,

흩어져 버릴 것들에 의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존귀한 행위여! 그대만의 모습으로

노래 부르자!


너와 나의 멜로디로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니,

우린 이미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울려 퍼지는 새로운 시이자, 노랫말 같은 가사들이 떠오른다. 표현의 서투름이 배어있을지라도 적어보고 행위해 보는 것에 불편함은 없다. 이 것이 나이며, 개성이고 나를 존중하는 방법이다. 술에 취한 듯 보이더라도 나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청아하다. 이러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대단히 보지도 않으며, 그저 표현하고 적어가는 이 시간을 겸허하고 감동적이게 감사히 받아들인다. 사랑한다, 세상아. 그런 당신을 사랑하고, 위로하고 기대어 보고, 울어도 본다.

순간, 다양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고, 나라는 존재가 머무를 곳에 잠시 쉬어본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에 경의를 표하며, 당연하지 않은 당신과 나의 유일무이한 나날들을 찬송하며, 지나쳐 갔을 모든 정신들이 한 곳에 모여 하나가 되어가듯 그렇게 걷고 뛰고를 반복하며 우린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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