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정의 서막
결혼을 할 때 누구나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꿈꾼다. 사랑받는 아내, 건강한 자녀들, 화목한 가족관계 등.. 나 또한 그렇게 보통 사람들이 꾸는 꿈을 꾸며 2009년 12월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 바람직한 가정에 근접했다. 예쁜 아이, 충분히 사랑을 줄 수 있는 남편과 나. 아이는 그렇게 잘도 커갔다. 우리는 둘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둘째가 초 4가 되면 신혼 때 다녀온 스위스로 여행을 가자고 남편과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하며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라는 생각까지 들곤 했다.
2014년, 둘째를 임신했다. 임신 중에는 큰 스트레스도 없었고, 매 주차마다 초음파 검사에서 아이가 건강하다는 확신을 받을 때마다 기쁨을 느꼈다. 2015년 7월, 마침내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 우리 부부가 꿈꿨던 모습 그대로였다. 신생아실에서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에게 청력검사를 진행했는데, 아이가 청력 반응이 나오지 않았어요. 큰 병원에 가셔서 청력 검사를 다시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결과가 틀린 것이었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듣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며 펑펑 울었지만, 솔직히 그때만 해도 '설마 못 듣긴 하겠어?!.' 하며 안일한 생각을 했다. 급하게 대학병원 예약을 잡고,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 뇌파 검사까지 하니 그제야 '이게 간단한 일로 끝나지는 않겠구나.' 감이 왔다. 서울에 대학병원마다 이비인후과를 가서 몇 차례 검사를 해보았지만, 내 아이는 빼박 '청각장애'였다.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는커녕 공사장에서 울리는 거대한 드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라고 의사 선생님은 이야기하셨다.
'그래, 어쩐지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했어.'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 비범한 사건들이 시작되었다. 과거의 나는 비범한 일이란 늘 나의 결단과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한 일들이 비범함을 이끌어내는 줄 알았다. 이번에는 타의에 의해 (하나님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제껏 보편적인 우리 가정을 이끌어 온 사람들은 지극히 일반적인 나와 남편이었다. 서로 사랑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그저 평범한 부모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 평범함의 경계를 넘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 앞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정말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 같은 특별한 재주도 없는 사람들이 이 거대한 일들을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 모든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믿었던 평범함이, 사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를 통해, 보통의 우리가 어떻게 우리 아이들과 함께 비범한 일들을 마주했는지, 그 과정을 진솔하게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비범해질 수 있는지를 함께 탐구해보고 싶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이야기가 아니다. 때로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 그저 버티고 견디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이 글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비범해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비범함은 어쩌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우리가 가장 평범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찾아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