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끝내주는 인생 - 이슬아 산문집
책제목: 끝내주는 인생
작가: 이슬아 산문집
출판사: 디플롯
한 줄평: 자의식 지옥이냐 천국이냐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별: ****** (저는 이슬아 작가님의 팬 )
얼마 전, 교회 집사님과 함께 차 한 잔을 나누며 마음속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움받을 용기에 대한 이야기, 남의 시선에서의 해방감에 대한 나눔, 그리고 서로의 감사함을 전하는 순간순간이 참 따뜻하고 의미 있었습니다. 그날, 집사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특히 제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여름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어느 날, 집사님은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한 한국 교수님의 독서 모임에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첫 모임에서 화면 속으로 만난 분들은 모두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멋진 직업을 가진 분들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솔직히 좀 위축되더라고요."라며 웃으시는데, 그 순간의 심정이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요.
하지만 몇 번의 모임이 지나면서, 집사님께서는 조금씩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대요. "나는 지금 직업은 없지만,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1학년인 두 아들을 키우며 느끼고 배운 나만의 소중한 스토리가 있지요.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스토리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 나다운 이야기 그리고 그 스토리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참 소중합니다. 집사님의 깨달음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용기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 모임은 단순히 책을 읽고 나누는 자리를 넘어서, 서로의 삶을 마주하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각자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다르고, 그 다름 속에서 발견하는 공통의 감정과 깨달음이 또 다른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내 마음과 닮은 책 한 구절
자의식 지옥은 촘촘한 눈들로 둘러싸인 방이다. 세상 모두가 나를 재단하는데 그중 가장 엄격한 시선을 지닌 자는 나다. 거기서 나는 나인 게 너무 불편하고, 내가 죄다 망치고 있다는 확신만이 초단위로 선명해진다.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한 나다움,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건지 모르겠는 그 자기다움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도달하기 힘든 경지인지 다들 안다.
자의식에 대한 이슬아 작가님의 구절은 정말 날카롭고 공감이 갑니다. 우리 모두 한 번쯤 느껴봤을 그 감정이죠. 마치 방 안에 촘촘하게 박힌 눈들 사이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리고 그 눈들 중 가장 날카롭고 엄격한 시선이 바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눈이라는 깨달음. 그게 얼마나 불편하고 무거운지, 또 내가 모든 걸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끈질기게 따라붙는지, 그걸 작가님은 정말 잘 표현하셨어요. 이슬아 작가님의 문장 하나하나 모두 감탄할 뿐입니다.
이 구절을 읽고 저도 생각이 많아졌어요. 살아가다 보면 문득 이런 걸 깨닫게 될 때가 있습니다. “사실 남들은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구나.” 그런데도 우린 계속 남들이 날 어떻게 볼까,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있을까 신경 쓰게 돼요. 그런데 그게 꼭 남들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는 건 아닐지도 몰라요. 어쩌면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너무 엄격하다 보니, 그걸 남들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요?
생각해 보면, 내가 스스로를 멋지고 아름답게 바라볼 때는 남들의 시선도 괜찮아 보여요. 예를 들어,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입고 거울을 봤을 때, “오늘 좀 괜찮은데?” 싶으면 그날 하루가 더 자신감 넘치고 즐겁잖아요. 마치 세상이 나를 그렇게 바라볼 거라고 믿는 것처럼요. 근데 반대로, 내가 나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 눈도 왠지 날 비판하는 것 같고, 그게 너무 불편해서 위축되기만 하는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나를 불편하게 바라보고 계속 재단하다 보면, 남들도 나를 그렇게 볼 거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러니 그 엄격한 시선을 조금은 풀어주고,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나를 스스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남들의 시선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결국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내 눈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걸요.
내 마음과 꼭 닮은 책 한 구절 2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의식 천국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운이 좋은 날 누가 날 거기에 데려다주면 내가 나인 것이 그저 편안하기만 했다. 누가 이 천국을 지었는가? 멋진 타인들과 내가 지었다. 알게 모르게 땅을 다지고 초석을 깔고 기둥을 세운 것이다. 영원히 멋진 타인 같은 건 없을 테지만 어느 시절 우리가 좋은 이야기 속에 있었다는 사실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최고의 순간을 같이 겪어준 누군가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나는 좋다. 그와 주고받은 시선과 언어가 자의식 천국의 건축 자재다.
이제는 내 삶이 타인들의 시선에 대롱대롱 매달린다는 것을 어떤 유감도 없이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의 시선에 매달릴지 결정할 권한이 내게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처음에는 자의식이 지옥처럼 느껴졌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의식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고 이를 자의식 천국이라고 부르게 된 과정이 참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때, 그 순간들은 마치 천국 같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다음에 나오는 부분은 자의식 천국이 단순히 이상적인 관계와 행복한 순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타인의 시선과도 연결된다는 걸 깨닫게 해요. "내 삶이 타인의 시선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건 다소 무거운 진실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깨달음이에요. 왜냐하면, 우리의 자의식은 타인의 피드백과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누구의 시선에 매달릴지 결정할 권한은 나에게 있다"는 겁니다.
이 말은 단순히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 시선 중 어떤 것을 내 삶에 중요하게 받아들일지 선택하는 주체성이 우리에게 있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시선, 스스로 동의한 타인의 평가나 인정은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반대로, 나를 불편하고 위축되게 만드는 시선을 의식적으로 떨쳐낼 수도 있는 거죠.
그날 집사님과 나눈 대화는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저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가 가진 스토리를 잊고, 남들과 비교하며 초라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니, 우리는 나 스스로를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요. 결국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만의 이야기가 이니까요.
집사님께서 깨달음을 통해 얻은 그 해방감,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과정은 듣는 저에게도 커다란 감동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도 제 스토리를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책입니다. 각 페이지마다 기쁨과 슬픔, 깨달음과 성장이 담긴 소중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중이니까요. 이제 지옥을 거쳐 천국으로 향하는 나만의 이야기를 써볼까요?
나에게 던지는 질문 3가지
1.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2.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요?
3. 나는 자의식 지옥에 살고 있는가? 자의식 천국에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