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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인쇄하는 복사기

우연히 사무실 복사기가 내일 신문 1면을 출력했다. 1% 오류를 포함해서

by SeaWolf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내일자 신문 1면에는, 이민혁의 초라한 현재에 묘하게 어울리듯 ‘고물 대리, 회사를 구원하다’라는 해괴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형광등 아래 바랜 회색 몸체, 닳아빠진 버튼들은 그의 삶처럼 쓸쓸했지만, 동시에 오래된 연인처럼 익숙하고 편안했다.

복사기는 숨을 헐떡이며 마지막 장을 토해냈다. 잉크 냄새와 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텁텁하게 목을 간질였다. 그는 그 신문을 집어 들었다. 주식 시장 폭락, 인기 아이돌의 스캔들, 그리고 로또 당첨 번호까지… 모든 것이 내일 벌어질 일들이었다. 마치 먼지 쌓인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처럼, 미래는 희미했지만 분명했다.


이민혁은 마케팅팀의 만년 대리였다. 그의 이름은 회의 시간에 잠시 떠올랐다가 금세 잊히는 배경음악 같았다. 매일 상사에게 깨지고 야근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주말에도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서를 만들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밋밋하다’는 무심한 평가뿐이었다. 그의 야망은 습관처럼 피어났다가 시들었다. 마치 콘크리트 틈새에서 피어난 민들레처럼, 화려하기보다는 애처로운 존재였다. 오늘은 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신제품 출시 기념 광고 카피가 또 다시 팀장에게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장의 ‘밋밋하다’는 평가는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존재감을 지우려는 권력의 은유였고, 완벽하게 조각된 조각상에 숨겨진 작은 흠집을 발견한 듯한 냉소였다. 그의 머릿속은 텅 빈 복사 용지처럼 하얗게 비어 있었다.


탕비실은 회사의 심장 박동수를 가장 느리게 뛰게 하는 공간이었다. 커피 자판기에서 흘러나오는 싸구려 커피 향과 형광등의 미묘한 깜빡거림은 고독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원래는 보고서를 복사하러 온 것이었지만, 그는 신문을 접어 품에 넣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마치 오래된 지갑 속에서 발견한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하지만 강렬한 의미를 풍겼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는 혼잣말을 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일까, 아니면 거대한 원처럼 돌고 도는 순환일까? 시간은 직선적인 흐름일까, 아니면 무수한 갈래로 나뉘어 서로 얽혀있는 망일까?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재의 선택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보고서보다 복사기가 뽑아낸 신문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의 삶은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같았다. 선명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깊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깊이는 어딘가 모르게 외로웠다. 요즘 들어 그는 자신의 삶이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마치 거대한 시계 바늘처럼 정해진 궤도를 반복하며 움직이는 존재 같았다。


신문 속 로또 번호를 슬쩍 보니, 평소 즐겨하던 번호들과 묘하게 일치했다. 반신반의하며 그는 다음 날 아침, 편의점에서 로또를 구입했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느껴졌다。복사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그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 촉매제였다。그 균열은 마치 잘게 갈라진 얼음판처럼 아슬아슬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했다。 복사기는 매일 밤 11시 11분에 신문을 뽑아냈다. 그 시간은 과거 그가 아버지의 작은 인쇄소에서 밤늦도록 신문을 접으며 보냈던 시간과 정확히 일치했다 – 마치 아버지의 영혼이 복사기를 통해 그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했다。


다음 날 저녁, 당첨 결과를 확인하는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3등에 당첨된 것이다! 번호 하나가 미세하게 달랐다 – '1%의 오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그 ‘1%’는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에도 인간에게 주어진 작은 공간 – 자유 의지가 존재한다는 증거였다。마치 완벽하게 조각된 조각상에 숨겨진 작은 흠집처럼,미래는 완벽하지 않고 유동적이라는 것을 상징했다。그것은 곧 자유의지이자 변화의 가능성이었다。


그날 이후로 이민혁의 일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퇴근길마다 그는 낡은 복사기를 찾아갔다。복사기는 매일 밤 11시 11분, 단 한 장의 '1% 오류가 섞인' 내일자 신문을 뱉어냈다。복사기의 숨소리는 때로는 낮고 거친 울림으로,때로는 부드럽고 섬세한 속삭임으로 다가왔다。그는 그 어설픈 예언을 이용해 주식 투자로 소소한 이익을 보고,사내 익명게시판에 ‘익명의 예언가’로 활동하며 위기를 예고해 직원들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회사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와 관료주의적인 시스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졌고,점차 많은 동료들의 공감을 얻었다。그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조금 더 선명해졌지만,여전히 완벽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다。마치 그림자처럼 그의 존재는 회사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그는 완벽한 주인공이 아닌,회사의 배경 속에 녹아든 조연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의 작은 균열들은 회사의 견고한 구조에 미묘하지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내일자 신문 1면에는, 이민혁의 초라한 현재를 비웃듯 ‘고물 대리, 회사를 구원하다’라는 해괴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 제목 아래에는 덜컹거리는 지하철 2호선의 연착 소식, 그리고 뜻밖에도 로또 645 당첨 번호가 찍혀 있었다. 민혁은 반신반의하며 편의점에서 로또를 샀다.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그는 매주 같은 번호를 찍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음 날 아침, 손가락 끝에 스며든 불안감을 애써 감추며 당첨 번호를 확인했다. 6개의 번호 중 5개가 일치했다. 3등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였다. 복사기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단 하나의 숫자가 달랐다 – 39 대신 40. 그 작은 차이가 민혁의 삶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켰다. 마치 완벽하게 다듬어진 조각상에 새겨진 작은 금처럼, 빛을 받아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균열이었다.


그날부터 민혁은 밤마다 복사기를 찾아갔다. 복사기는 매일 밤 11시 11분, 정확히 그 시간에 단 한 장의 ‘1% 오류가 섞인’ 내일자 신문을 뱉어냈다. 복사기의 작동 소리는 고요함 속에서 울리는 듯 미묘하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마치 오래된 심장 박동 같았지만, 그 박동은 때로는 다급하게, 때로는 느릿하게 불규칙적으로 울렸다. 그는 신문을 펼쳐 주식 시장의 변동을 예측하고, 사내 익명게시판에 ‘익명의 예언가’로 활동하며 위기를 예고했다. 그의 예언은 놀랍도록 적중률이 높았다. 마케팅팀의 새로운 광고 카피가 대중의 반응이 시큰둥할 것이라는 그의 예언은 실제로 현실이 되었고, 경쟁사의 공격적인 가격 전략에 대한 그의 예측 역시 맞아떨어졌다. 직원들은 그를 ‘회사의 점술가’라고 불렀다. 그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하지만 민혁은 그들의 호칭이 단순한 궁금증인지, 아니면 약간의 경외감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주식 투자로 얻은 작은 수익은 민혁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그 돈으로 평소 눈여겨보던 이탈리아 수제화 구두를 사고, 퇴근 후 혼자 즐겨 마시던 저렴한 맥주 대신 조금 더 고급스러운 수제 맥주를 마셨다. 맥주의 거품은 마치 그의 불안감을 감싸는 듯 부드럽게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삶은 여전히 반복적이었지만, 그 반복 속에 작은 변화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사진에 색깔이 조금씩 입혀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복사기의 ‘1% 오류’를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소한 차이가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오류는 곧 자유의지이자 변화의 가능성을 의미했다. 마치 완벽하게 짜여진 악보 속에서 즉흥 연주가 흘러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악보의 기틀 안에서 피어나는 즉흥 연주는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불안정했지만, 항상 살아있었다.


탕비실의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거렸고, 커피 냄새와 먼지가 뒤섞여 고독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제 그 공간은 민혁에게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미래를 향한 비밀스러운 관문이었다. 복사기는 마치 그의 어깨너머로 세상을 지켜보는 듯했다.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다정하게 말이다. 그는 복사기의 숨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어설픈 예언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들을 음미했다. 그의 불안감은 여전했지만, 이제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그는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별처럼, 자신의 존재 이유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었다。그 별빛은 희미했지만,확실히 존재했고,다른 별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복사기의 예언 덕분에 회사는 큰 위기를 넘겼다。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냉혈한 CEO 강태준이 그날 밤 11시 10분, 복사기 앞에서 민혁을 기다리고 있었다。강태준의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민혁을 꿰뚫어보는 듯했다。그는 늘 완벽한 슈트를 입고 다니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남자였다。그의 미소는 항상 계산적이었고,그의 목소리는 항상 낮고 부드러웠다。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최첨단 IT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자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고 있었다。강태준에게 시간은 돈이었고,불확실성은 위험이었다。그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예측하고 싶어 했다。


“이민혁 대리.” 강태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덕분에 회사는 큰 위기를 넘겼군요.” 그의 말에는 감사함과 함께 미묘한 의심이 담겨 있었다。“그 비결이 바로 이 고물 복사기라고 하던데.”


민혁은 긴장하며 고개를 숙였다。“네,대표님。”


강태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어갔다。“당신의 능력을 비밀에 부치는 대신,나만의 ‘비밀 미래 컨설턴트’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그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매일 밤 이 시간에 이곳에서 만납시다。당신이 뽑아낸 미래를 분석하고,회사의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할 겁니다。”


민혁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제가요?”


“당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강태준은 미소를 지었다。“당신의 어설픈 예언에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그는 철저히 사업적인 관계를 원했지만,민혁은 그의 냉철함 속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기 시작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마치 서로를 탐색하는 두 마리의 야생 동물처럼 말이다。강태준에게는 늘 완벽하게 계산된 전략만 있었지만,민혁과의 만남은 그의 계산 바깥에 있는 무언가를 느끼게 했다。


강태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사실… 우리 아버지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지.” 그는 드물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아버지는 늘 직감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셨고,그 직감은 대부분 옳았지。사람들은 아버지의 직감을 '운'이라고 불렀지만,나는 그것이 미래를 읽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했어。” 강태준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집념이 담겨 있었다。“당신도 우리 아버지처럼 미래를 읽는 능력을 가진 거야。그리고 나는 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 그는 손으로 복사기를 가볍게 두드렸다.“이 고물 복사기는 당신과 아버지 사이에 연결된 고리일지도 모르지.”


민혁은 강태준의 말에 놀랐다。그의 냉철함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했다。“대표님께서는… 아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시는군요?”


강태준은 짧게 웃었다。“아버지께서 남겨주신 회사를 더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해。그리고 혁신을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해야 하지。” 그의 눈빛은 다시 날카로워졌다。“당신의 어설픈 예언이 바로 그 혁신의 열쇠가 될 거야。” 강태준에게 복사기는 단순한 미래 예측 기계 이상의 의미였다。그것은 아버지와의 연결 고리이자,회사의 성공을 위한 발판이었다。그리고 민혁은 그 발판 위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야 했다。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내일자 신문 1면에는, 이민혁의 초라한 현재를 비웃듯 ‘고물 대리, 회사를 구원하다’라는 해괴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 신문이 그의 인생을 조금씩 바꿔놓을 줄은, 그는 꿈에도 몰랐다. 잉크 냄새는 희미하게 시간의 무게처럼 코끝을 짓눌렀고, 종이가 뱉어질 때마다 운명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강태준은 민혁보다 먼저 탕비실에 도착해 있었다.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거리고, 싸구려 커피는 어제의 피로를 희석시키려는 듯 입 안에서 희미하게 퍼져나갔다. 마치 시간마저 잊혀진 공간이었다. 태준은 복사기 앞에 서서, 마치 오래된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검은 정장은 어둠을 삼킨 흑요석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고독을 견뎌낸 검은 갑옷을 입은 전사 같았다.


“늦었군.” 태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날카로운 칼날 같은 힘이 느껴졌다.


민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부장님도 꽤 일찍 오셨네요.”


“나는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듯 하십니다.” 태준은 짧게 답하며 신문을 가리켰다. “오늘도 예상대로였나?”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거의 다 맞았어요. 주식 시장은 조금 흔들렸지만, 큰 손실은 아니었습니다.”


태준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1%의 오류는 항상 존재하지.” 그는 마치 오래된 와인처럼 곱씹듯 말했다. “완벽한 예언이란 존재하지 않아.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끊임없이 미래를 재구성하니까.” 그 말은 마치 숙명처럼 민혁의 귀에 박혔다. 그는 복사기가 찍어낸 미래가 정말 정해진 운명인지, 아니면 그저 가능성 중 하나인지 혼란스러웠다. 미래는 이미 정해진 필연인가, 아니면 인간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변화인가.


태준은 의자를 끌어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자네 덕분에 회사는 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나는 자네를 그냥 행운아로 생각하지 않아.” 그의 시선은 매처럼 날카로웠다. “자네는 뭔가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지. 그 감각으로 회사의 미래를 더 확실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어떻게요?” 민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비밀 미래 컨설턴트가 되어줘.” 태준은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매일 밤 탕비실에서 신문을 분석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거지.”


민혁은 잠시 망설였다. 갑자기 CEO의 ‘비밀 컨설턴트’라니. 그는 자신의 초라한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속에는 작은 흥분이 일었다. 만년 대리 이민혁에게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이다. 그는 아버지 선대회장의 그림자 아래 가려져 있던 강태준과는 달리, 작은 성공에도 만족하며 살아왔다. 이제 그의 삶에 작은 파동이라도 일으킬 기회가 온 것이다.


“좋습니다.” 그는 결연하게 대답했다. “부장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태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앞으로 우리 둘만의 비밀 게임을 시작해보자.” 그의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날카로웠다. "하지만 명심해라." 태준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다.“나는 자네에게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복사기가 찍어낸 미래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가고자 했다. 그것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부터 민혁과 태준의 기상천외한 ‘미래 컨설팅’이 시작되었다. 매일 밤 11시 11분, 낡은 복사기는 다음 날의 신문 한 장을 뱉어냈다. 그들은 신문을 놓고 밤늦도록 토론하고 분석하며, 회사의 미래를 위한 전략을 세웠다. 태준은 철저히 사업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해석했고, 민혁은 좀 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방식으로 미래를 읽어냈다。 태준에게는 숫자가 보였고, 민혁에게는 그림자가 보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시각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민혁은 점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태준은 너무 냉철하고 계산적이었다。 그의 눈빛 속에는 인간적인 따뜻함보다는 이윤 추구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는 마치 복사기가 찍어낸 신문을 숫자로만 분석하는 듯했다。 민혁은 복사기가 보여주는 미래가 단순히 예측 가능한 결과인지, 아니면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만들어낸 불확실성의 산물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복사기는 단순한 예측 기계일까? 아니면 인간의 불안과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일까? 낡은 복사기는 마치 그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듯 고요함 속에서 미묘하게 울렸다。 마치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그것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심장의 울림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오지혜가 등장했다。 그녀는 민혁과 경쟁하는 마케팅팀의 엘리트 사원이다。 그녀는 민혁을 탐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대리님, 요즘 CEO 님 옆에만 붙어 다니시던데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그녀의 눈빛에는 약간의 질투심과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민혁 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 했다。“그냥 회사 일 때문에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오지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흐음… 그렇게 말씀하시려면 어쩔 수 없죠。” 그녀는 민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 마치 무언가를 캐묻듯이 물었다。“그나저나 대리님 , 요즘 복사기 자주 이용하시던데 ,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세요?” 민혁 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과연 오지혜는 복사기의 비밀 을 알아차린 걸까 ? 그녀의 질문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녀 또한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오지혜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민혁과 태준 사이의 미묘한 관계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복사기는... 그냥 신문이 잘 나와서요." 민혁의 대답은 어딘가 모르게 허술했다。 오지혜는 그의 얼굴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며 속마음을 읽으려는 듯 했다。“정말 그럴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의심이 숨겨져 있었다。“혹시 CEO님께서 특별히 지시하신 건 아니고요?" 그녀는 마치 사냥감을 포착한 표범처럼 천천히 민혁에게 다가왔다。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내일자 신문 1면, ‘고물 대리, 회사를 구원하다’라는 해괴한 제목은 이제 민혁의 초라한 현재를 조롱하는 듯 익숙했다. 강태준 CEO는 그를 ‘미래 컨설턴트’라 칭하며, 잘 길들여진 애완견처럼 부렸다. 탕비실의 형광등은 끊임없이 깜빡거렸고, 커피 찌꺼기 맛이 감도는 공기는 턱을 조였다. 오래된 레코드판처럼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민혁은 완벽한 예측의 안락함에 기대어 있었다.


“이번엔 대한중공업 M&A 건입니다. 내일 아침 이사회에서 결정됩니다.” 태준은 신문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신문 1면에는 박성진 회장의 얼굴이 실려 있었다. “주력 사업 부문 매각 후 IT 쪽으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하지만 1%의 오류는… 박 회장의 숨겨진 야심이죠.”


태준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민혁은 신문에 적힌 작은 글씨들을 꼼꼼히 읽었다. ‘대한중공업, 자회사 분할 매각 준비 완료’. 박 회장은 인수 후 회사를 쪼개 팔아버릴 생각이었다.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였다. 아니, 완벽하다고 믿었던 미래였다. 복사기는 늘 그랬다. 정해진 수순을 보여주는 거울일 뿐, 선택의 여지를 주는 존재는 아니었다.


“1%의 오류는 늘 그렇듯 미묘합니다. 박 회장이 자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목적이 단순한 현금 확보가 아닙니다. 그는 미래 기술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민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노리는 건 우리 회사, ‘미래를 인쇄하는’ 기술입니다.” 복사기의 심장이 뛰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는 것처럼.


태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빛은 매처럼 날카로웠지만, 그 안에는 희미한 불안이 스쳐 지나갔다. “흥미롭군요. 그럼 박 회장은 우리 회사를 삼킨 후, 기술을 빼돌려 자신의 IT 기업을 만들려고 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전통적인 제조업 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IT 혁신을 통해 대한중공업을 재건하고 싶어 합니다.” 복사기는 끊임없이 종이를 뱉어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뒤섞인 채로.


탕비실 안의 정적은 무거웠다. 시간조차 느릿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태준은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의 입술은 차갑게 떨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 회장의 야심을 막으면서 동시에 M&A를 성사시켜야 합니다.”


민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복사기의 예언대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미래를 ‘아는 것’을 넘어 ‘만들어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박 회장은 자회사를 매각하여 얻는 수익으로 미래 기술 투자를 할 겁니다. 우리가 그의 투자 계획에 발맞춰 움직이면 됩니다.” 마치 복사기가 찍어낸 신문처럼, 모든 미래는 ‘1%의 오류’를 품고 있었다. 그 오류 속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가 움트는 것이었다..


“말은 쉽지.” 태준은 비웃듯 말했다. “박 회장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사업 경험을 쌓아온 노련한 사업가입니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예측 가능합니다.” 민혁은 자신감을 불태웠다.“그는 완벽한 미래를 원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미래란 존재하지 않죠.” 완벽함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었다.. 복사기의 깜빡거리는 형광등처럼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것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오지혜가 등장했다。 그녀는 마케팅팀의 엘리트 사원이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민혁을 꿰뚫었다.“대리님, 요즘 CEO 님 옆에만 붙어 다니시던데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그녀의 눈빛에는 약간의 질투심과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회사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는 야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민혁 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 했다。“그냥 회사 일 때문에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오지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흐음… 그렇게 말씀하시려면 어쩔 수 없죠。” 그녀는 민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 마치 무언가를 캐묻듯이 물었다。“그나저나 대리님 , 요즘 복사기 자주 이용하시던데 ,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세요?” 그녀의 질문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녀 또한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오지혜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민혁과 태준 사이의 미묘한 관계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혁 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과연 오지혜는 복사기의 비밀 을 알아차린 걸까 ? "복사기는... 그냥 신문이 잘 나와서요." 민혁의 대답은 어딘가 모르게 허술했다。 오지혜는 그의 얼굴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며 속마음을 읽으려는 듯 했다。“정말 그럴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의심이 숨겨져 있었다。“혹시 CEO님께서 특별히 지시하신 건 아니고요?" 그녀는 마치 사냥감을 포착한 표범처럼 천천히 민혁에게 다가왔다.. 그녀 역시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지혜의 등장으로 탕비실 안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태준은 오지혜를 가볍게 응시하며 말했다。“오 대리, 무슨 볼일인가?”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냉담했지만, 은근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별건 아니고, 다음 주 마케팅 전략 회의 자료 좀 가져오려고요.” 오지혜는 능숙하게 답변하며 민혁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대리님께서는 밤늦게까지 복사본과 씨름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혹시 특별한 프로젝트라도 맡으신 건가요?” 그녀의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었다.. 복사기가 찍어낸 미래를 믿는 민혁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민혁은 조금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네, 다음 주 발표할 새로운 마케팅 전략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답은 거짓말이었다。 그는 지금 복사기가 보여준 미래를 분석하며 밤새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단순히 예언을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1%의 오류’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었다..


오지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군요。 기대하겠습니다。” 그녀는 자료를 들고 탕비실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에는 알 수 없는 야망이 서려 있었다.. 그녀 역시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의 장난에 맞서 싸우고 싶어했다..


태준은 오지혜가 나가자 민혁에게 물었다。“오 대리는 영리하고 추진력이 강합니다。 조심해야 할 겁니다。” 그는 오지혜 역시 복사기의 힘을 알아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단순한 ‘예언자’가 아닌, 냉철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 했다。 복사기는 그에게 미래를 보여주었지만, 결국 선택은 그의 몫이었다。 그의 심장은 마치 고장난 시계처럼 불안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1%의 오류’가 만들어낸 작은 기회를 잡았으니까.. 그리고 그 기회는 그를 더 큰 미래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복사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불안, 그리고 희망을 담고 있는 거울이었다…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내일자 신문 1면에는, 이민혁의 초라한 현재를 비웃듯 ‘고물 대리, 회사를 구원하다’라는 해괴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 제목 아래 박힌 ‘1%의 오류’는 이제 그의 인생을 좌우하는 숙명처럼 느껴졌다. 오늘, 그 오류가 만들어낸 절망의 그림자가 회사 전체를 덮쳐왔다.


경쟁사 대한중공업과의 M&A, 태준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던 프로젝트였다. 복사기는 완벽하게 성공을 예견했다. 주가는 연일 상승하고,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막판에 드러난 대한중공업 회장 강태수의 숨겨진 야심은 예상치 못한 암초였다. 인수 후 자회사들을 낱낱이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하려는 계획. 태준은 철저히 분석하고 검증했다고 자부했지만, ‘1%의 오류’는 그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게 만들었다. 강태수는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I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였다. 그의 야심은 단순히 자회사 매각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 기존 사업 모델을 재편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 속에 잠식되어 갔다. 태준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민혁은 그의 미세한 떨림을 감지했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대로 무너져 내려가는 세상 같았다. 모든 시선이 민혁에게 꽂혔다. ‘고물 대리’라는 비웃음이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마치 유리관 속에 갇힌 나비처럼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전에도 비슷한 '1%'의 오류를 반복했던 태준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민혁은 깨달았다.


“대리님, 분석 좀 더 꼼꼼히 하지 그랬습니까?” 팀장 박철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민혁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미래를 ‘알고’ 싶어했지만, 결국 그 ‘안다’는 오만함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 미래에만 의존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미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능성의 영역이었다.


탕비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거리고, 커피 냄새와 먼지가 뒤섞인 공기는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복사기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조용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복사기 앞에 앉아 신문을 다시 한번 펼쳐보았다. 사진 속 태준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마치 조롱처럼 느껴졌다.


“1%의 오류… 결국은 인간의 욕심이지.” 민혁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완벽한 예측을 갈망하는 욕심, 실패를 두려워하는 욕심, 그리고 성공을 독차지하려는 욕심… 모든 것이 그 작은 오류 안에 녹아 있었다. 그 오류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 완벽주의에 대한 인간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시간의 흐름과 예측 불가능성은 복사기에서 희미하게 번지는 잉크 자국으로 표현되었다.


그때, 태준이 탕비실로 들어왔다. 그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차가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어려 있었다. “대리님.” 그는 짧게 인사를 건네고 커피 한 잔을 따랐다. “이번 M&A 건, 당신 책임이라고 할 건 아니에요.”


“하지만…” 민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책임감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니까.” 태준은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그의 말은 마치 밤하늘에 떠오르는 별처럼 민혁의 마음에 작은 희망을 던져주었다.


태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회사의 건물들을 넘어 도시 전체를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래를 ‘아는’ 것에 만족할 필요가 없어.” 그는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존재야.” 강태수의 야심 또한 미래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


그 순간, 민혁은 깨달았다. 복사기는 단순히 미래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촉매제였다는 것을. ‘1%의 오류’는 완벽한 예측을 넘어선 자유 의지의 증거였다는 것을 말이다 . 그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예언에 매달리지 않고, 현재의 선택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 회사는 위기를 넘겼지만 , 자회사 매각이라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 직원들의 희생 없이는 완벽한 도약은 없을 것이다 .


그때, 복사기가 다시 한번 작동하기 시작했다 . 빛바랜 회색 몸체에서 미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 용지 한 장이 천천히 뱉어 나왔다 . 내일자 신문 1면에는 뜻밖에도 두 사람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 제목은 간결했다 . ‘위기를 넘긴 숙제!’ 민혁과 태준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 그들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했지만 , 그래서 더 기대되는 나날들로 채워질 것이었다 .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내일자 신문 1면에는, 이민혁의 초라한 현재를 비웃듯 ‘고물 대리, 회사를 구원하다’라는 해괴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탕비실 형광등은 여전히 불안하게 깜빡거렸지만, 이제는 오래된 심장의 박동이라기보다는 시간의 압축판이 진동하는 듯한 미묘한 떨림이었다. 민혁은 신문 사진 속 환하게 웃는 자신의 모습에 묘한 소름을 느꼈다. 위기를 넘긴 숙제라니. 숙제는 누가 내준 걸까? 그는 복사기 옆에 놓인 먼지 쌓인 서류 더미를 뒤적였다. 과거에 인쇄된 신문들을 겹쳐놓으니, 단순한 예측을 넘어 희미하지만 뚜렷한 패턴이 드러났다. 복사기는 단순히 ‘내일’을 찍어낸 것이 아니라, 누군가 간절히 ‘바랐던 미래’를 잉크로 찍어낸 것이었다.


그 깨달음은 오래된 흑백 사진 속 색깔을 찾는 것과 같았다. 민혁의 시야는 확장되었고, 복사기는 시간의 창이라기보다는 욕망을 응축시킨 거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의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빛바랜 회색 몸체를 쓸어 올렸다. 복사기의 표면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소원을 빨아들인 스펀지처럼 미묘하게 따뜻했다. 그는 아버지의 오래된 앨범을 떠올렸다. 아버지 역시 늘 첨단 기술을 갈망했고, 대한중공업을 혁신하고 싶어했지만 보수적인 경영진에 밀려 좌절하곤 했다. 그 시절 아버지의 눈빛은 늘 완벽을 향하는 열망과 함께, 작은 망설임으로 희미하게 흔들렸다.


“저희 아버지…” 민혁은 중얼거렸다. “아버지께서 꿈꾸던 IT 기업… 혹시…”


태준은 말없이 민혁의 어깨너머로 신문을 들여다봤다. 그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차가웠지만, 희미하게 흔들리는 것을 민혁은 감지했다. 태준은 아버지 선대회장의 혁신 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선대회장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대한중공업을 최첨단 IT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지만, 90년대 IT 버블의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시대보다 앞서간 탓에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했다. 마치 완벽하게 복사된 사진이지만 1% 부족한 그림처럼, 그의 꿈은 반쯤만 현실화되었다. 경쟁사들의 끊임없는 견제와 당시 정부의 보수적인 정책 방향도 선대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께서 바라던 미래는… 이 복사기에 담겨 있었던 건가.” 태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마치 오래 잠자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듯했다. 복사기는 단순한 미래 예측 도구를 넘어, 아버지 선대회장의 염원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로 변모했다. 그 염원은 1%의 오류 속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오류는 실패였지만 동시에 가능성이었고, 아버지의 꿈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이었다.


민혁은 복사기에서 풍겨 나오는 희미한 커피 향과 오래된 오존 냄새를 맡았다. 그 향기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 같았다. 그는 복사기의 작동 버튼을 다시 눌렀다. 이번에는 내일자 신문이 아닌, 좀 더 오래된 신문들이 연달아 쏟아져 나왔다. 1990년대 신문, 2000년대 초반 신문… 선대회장이 살아있던 시절의 신문까지 나왔다. 그 신문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민혁은 신문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집중했다.


그때, 그의 눈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들어왔다. 선대회장의 인터뷰 기사들이 유독 많았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용들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마지막 문장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대한중공업은 반드시 IT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다!”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언젠가 대한민국 최고의 IT 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인터위에서는… “대한중공듬… 조금만 더 노력하면… 최고의 IT 기업이 될 수 있을 거다…” 약간 망설이는 듯한 어조였다。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민혁은 느꼈다。 선대회장은 완벽하게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민혁은 깨달았다。 ‘1%의 오류’는 단순한 숫자 오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버지 선대회장의 염원이 현실화되지 못했던 아쉬움과 함께, 완벽주의에 대한 인간 욕망과 그 속에 숨겨진 불안감을 나타낸 것이었다! 완벽하게 확신하지 못했던 그의 망설임이 복사기의 ‘1% 오류’로 표현된 것이다! 그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완벽주의에 대한 인간 욕망…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불안감…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미래의 연료이다…"


태준은 말없이 민혁의 옆에 섰다。 그는 신문을 가볍게 접어들고 조용히 말했다。 “이제 알겠어。 우리는 미래를 '아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야。”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제 그는 복사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CEO와의 M&A 협상에서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새로운 IT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탕비실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거렸지만, 이제는 불안함보다는 희망찬 빛을 발하는 듯했다。 그 빛은 두 사람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조용히 미소지었다。 거짓된 미래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새로운 선택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웠고, 조금씩 떨리는 시간의 압축판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두 마리의 나비 같았다。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신문 1면의 그림자는, 더 이상 이민혁에게 흥미로운 퍼즐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무거운 닻처럼 그의 발목을 잡아끌었고, 뼈 속까지 스며든 냉기였다.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린 것도, 그의 어깨에 모든 책임이 쏠린 것도, 모두 그 ‘1%의 오류’ 때문이었다. 완벽하게 찍힌 사진에 떨어진 한 방울의 먹물처럼, 그림자는 번져 전체를 오염시켰다. 그는 탕비실 형광등 아래 서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빛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빛바랜 회색빛 그림자는 마치 오래된 가족사진 속 아버지의 얼굴처럼, 시간의 먼지에 뒤덮인 채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강태준은 침묵 속에서 그를 관찰했다. 그의 눈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민혁의 불안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듯했다. 태준은 늘 그랬다.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했고,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잘 다듬어진 흑요석 조각상처럼 완벽했고, 그 완벽함은 때로는 차가운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대한중공업 회장의 야심까지 간파하지 못했군.” 태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얼음장 같은 숨결이 폐를 짓눌렀다.


민혁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는 미래’에만 의존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복사기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누군가의 ‘바램’이었던 것이다. 아버지 선대회장의 염원, IT 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던 그의 꿈… 민혁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작 핵심인 ‘대한중공업’의 숨겨진 야심을 놓쳤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바이올린 한 대가 어긋나는 것처럼, 전체적인 조화가 깨져버렸다. 그 바이올린 소리는 너무나 미묘했고, 다른 악기들의 울림에 가려져 쉽게 들리지 않았다.


“1%의 오류는 완벽주의자들의 저주와 같아.” 태준이 무심하게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려 할수록,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지.” 그의 말은 오래된 와인처럼 깊고 풍부한 향을 지니고 있었다. 민혁은 그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 애썼다. 태준은 늘 그랬다. 단순한 사실 이상의 의미를 담아 말했고, 그의 말은 종종 민혁의 생각을 뒤흔들었다. “우리는 미래를 거울에 비추려고 했지만, 거울은 우리의 욕망을 투영했을 뿐이야.”


“그럼… 우리는 운명에 순응해야 하는 걸까요?” 민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걸까요?”


태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는 겨울 햇살처럼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쓸쓸했다. “운명이라고? 흥미로운 생각이야. 하지만 나는 미래를 ‘만드는’ 쪽을 선호하지.” 그는 탕비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풍경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들의 선택들이 모여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야.” 태준의 눈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완벽해 보이는 그의 가면 뒤에는 늘 약간의 불안과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그 순간, 민혁은 깨달았다. ‘1%의 오류’는 단순히 예측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자유 의지의 증거였고, 변화의 가능성이었다.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고, 사소한 차이가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했다 மட்டுமல்ல았다 . 그것은 인간이 필연적으로 가진 불완전성이었고, 그 불완전성이야말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었다。


그는 다시 한번 복사기를 바라보았다。 빛바랜 회색 몸체와 닳아빠진 버튼들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을 흡수해 온 듯했다。 복사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이었고, 시간의 흐름을 압축한 작은 우주였다。 그리고 지금, 그 거울 속에는 새로운 모습의 민혁이 비치고 있었다。 더 이상 소심하고 나약한 대리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선택을 믿는 자신감 넘치는 컨설턴트로서。 그는 이제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했다。 그는 대한중공업 회장의 야심을 파헤치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탕비실 형광등이 잠시 깜빡거렸다가 다시 밝아졌다。 그 빛 속에서 민혁과 태준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 속에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희망이 피어나고 있었다。 ‘1%의 오류’가 만들어낼 또 다른 변화들을 기대하며… 하지만 그 희망 뒤에는 대한중공업 회장의 냉혹한 야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회장은 단순한 기업 확장을 넘어선 정치적 야심을 품고 있었고, 그의 손아귀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지도 몰랐다。 민혁은 복사기가 보여준 미래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태준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회장님께서는 단순히 조선업을 넘어 에너지 시장 전체를 장악하려 하십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은 제물로 바쳐질 겁니다.” 태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덧붙였다.“회장님의 숨겨진 야망은 바로 ‘한국형 석유왕’입니다。”


민혁은 깊게 숨을 쉬었다。 ‘1%의 오류’는 단순한 예측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는 대한중공업 회장의 야심이라는 거대한 산이 놓여 있었다。 그는 이제 미래를 '만드는' 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복사기의 희미한 빛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약속했다。 그들은 함께 이 거대한 산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낡은 형광등 아래 탕비실은 언제나처럼 습했지만, 오늘 그 습기는 단순한 여름의 흔적이 아니었다. 희미하게 쇠 맛이 감도는 커피 냄새는 위로라기보다는 오래된 계약서처럼 눅눅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듯했다. 강태준은 컵을 내려놓으며 민혁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고물 복사기처럼 빛바랜 회색 속에 날카로운 광선을 숨기고 있었다. 오랜 시간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 서 있던 자신의 모습을 복사기가 고스란히 담아낸 것 같았다.


“대한중공업 회장, 김도진. 표면적으로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회사 곳곳에 손을 뻗고 있습니다. M&A 계약 직전, 그는 갑자기 자회사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는 아니었죠.” 태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탕비실의 고요함을 깨뜨릴 만큼 명확했다. “복사기는 그저 ‘대한중공업’이라고만 찍어냈습니다. 김도진의 야심까지 읽어낼 줄이야.”


민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1%의 오류’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완벽한 예언이라면 김도진의 숨겨진 야심까지 드러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이제 회사를 부도 위기로 몰아넣을지도 모르는 거대한 파도를 만들었다. 김도진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만족하지 않고, IT 분야로 확장하려는 욕심이 강했다. 그는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대한중공업을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회장은 인수 후 자회사들을 팔아넘겨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이었군요.” 민혁은 데이터를 떠올렸다. “자회사를 팔아 IT 기업 인수에 투자하려는 걸까요?”


태준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습니다. 그는 대한중공업을 단순한 제조업체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의 시선은 복사기에 머물렀다.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묻듯, “복사기,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아버지께서 꿈꾸던 IT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김 회장의 욕망을? 아버지께서 늘 혁신을 꿈꾸셨지만, 보수적인 경영진 때문에 좌절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면… 저 또한 그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복사기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고요히 빛바랜 회색 몸체를 드러낼 뿐이었다. 민혁은 문득 복사기가 단순히 미래를 ‘찍어내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도진의 야심, 선대회장의 염원, 그리고 자신의 불안까지… 모두 복사기의 희미한 빛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반짝였다.


“1%의 오류는 완벽주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민혁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현재의 선택에 따라 재구성된다. “우리가 아는 미래는 이미 조금씩 틀어진 미래입니다.” 김도진 회장은 완벽하게 예측된 미래만을 믿었기에 ‘1% 오류’를 간과했다. 그 덕분에 민혁과 태준은 예상치 못한 협상 카드를 얻게 되었고, 결국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태준은 민혁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당신은 점점 더 흥미로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이민혁 씨.” 태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김 회장의 야심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어봅시다.”


태준의 제안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복사기에 의존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능력, 즉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는 이제 '아는 미래'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탕비실의 형광등이 깜빡거렸다。 그 빛은 마치 불안정한 미래처럼 흔들렸지만, 민혁과 태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들의 웃음 속에는 긴장감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이 담겨 있었다。 '1%의 오류'는 더 이상 실패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었다。


그때, 태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민혁 씨에게만 말하는 건데… 사실 저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에 대한 약간의 회의감이 있었습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늘 혁신을 꿈꾸셨지만, 보수적인 경영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죠。 제가 CEO가 된 후에도 그 그림자는 여전히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회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묻어났다。


민혁은 그의 진심 어린 모습에 감동받았다。 냉철해 보이던 태준의 눈빛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함께 회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이 숨겨져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워졌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기다려온 듯이。


그때 복사기에서 마지막 신문이 나왔다。 신문에는 두 사람이 함께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배경에는 첨단 IT 기술로 무장한 대한중공업의 새로운 공장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신문 한 귀퉁이에 적힌 문구는 “대한중공업, 새로운 시대의 개막! – 첨단 IT 기업으로 도약하다!”였다。 복사기는 이제 더 이상 미래를 인쇄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에게 충분한 선물을 주었다。 바로 현재와 함께하는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 행복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었다 -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대한중공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말이다.。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내일자 신문 1면에는, 이민혁의 초라한 현재를 비웃듯 ‘고물 대리, 회사를 구원하다’라는 해괴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복사기는 이제 숨을 고르듯 마지막 선물을 내놓았다. 두 사람이 함께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 첨단 IT 기술로 무장한 대한중공업의 새로운 공장. 신문 한 귀퉁이에 적힌 문구는 “대한중공업, 새로운 시대의 개막! – 첨단 IT 기업으로 도약하다!”였다. 복사기는 더 이상 미래를 인쇄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에게 충분한 선물을 주었다. 바로 현재와 함께하는 행복이었다.


퇴근길, 탕비실은 평소보다 더 을씨년스러웠다.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거렸지만, 이전처럼 불안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커피 냄새와 먼지가 뒤섞인 공기는 과거의 희망과 현재의 고독이 뒤섞인 씁쓸한 향처럼 느껴졌다. 민혁은 손에 들린 신문을 꼼꼼히 접었다. 어색하지만 행복한 두 사람의 미소가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태준은 회의에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었고, 민혁은 그의 연설 자료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있었다.


“대표님, 혹시 오늘 연설 때 ‘1%의 오류’에 대한 언급도 넣을까요?”


태준은 살짝 미소지었다. “굳이? 이제 완벽한 예측에 집착할 필요가 없잖아. 중요한 건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는 거지.”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부드러워졌고,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태준은 과거 완벽주의자였지만, 복사기를 통해 ‘1%의 오류’라는 변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치 삶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그릴 때, 예상치 못한 색감 하나가 작품 전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완벽한 미래는 없는 거니까요.” 그는 과거 복사기의 예언에만 매달렸던 자신을 떠올렸다. 마치 정해진 레일을 따라 달리는 기차처럼, 그는 ‘아는 미래’에 안주하려 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레일 위를 달리는 동안 풍경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기차를 몰아가는 용기였다.


탕비실 창밖에는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불빛들이 마치 별처럼 반짝였다. 민혁은 문득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을 느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서로에게 진심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 그는 마치 거대한 데이터 흐름 속에서 길을 잃은 먼지처럼 느껴졌다. 손 안의 작은 사각형 속에서 세상은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진실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태준이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냥… 요즘 세상이 좀 복잡하다고 생각했어요.” 민혁은 솔직하게 답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정작 진정한 관계를 맺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태준은 창밖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알고리즘의 정원에 갇힌 나비처럼 말이지。” 그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다。“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해, 민혁아。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편리함 속에 안주할 것인가,아니면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것인가。” 그의 목소리는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밤하늘처럼 울려 퍼졌다。


그때 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대한중공업 회장의 아들이 보낸 메시지였다。 'M&A 계약 축하드립니다! 아버지께서도 매우 기뻐하십니다.' 민혁은 태준의 얼굴에서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다。 그의 표정에는 기쁨과 함께 약간의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지만,동시에 아버지 시대의 경영 방식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도 느껴졌다。


“아버지께서는 늘 혁신을 갈망하셨지만,보수적인 경영진 때문에 뜻대로 이루지 못하셨어요。” 태준은 조용히 말했다。“이제 아버지께서 꿈꾸던 IT 기업으로 대한중공업이 도약할 수 있게 되었네요。” 복사기는 단순한 미래 예측 도구를 넘어,아버지 선대회장의 염원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로 민혁에게 다가왔다。 아버지의 열정이 복사기를 통해 압축되어 미래를 향해 발사된 것이었다。


민혁은 태준의 손을 잡았다。 “대표님과 함께라면 어떤 미래든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더 이상 ‘아는 미래’에 의존하지 않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용기와 서로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충분했다。 그들의 사랑은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깊고 푸르렀다。 그리고 그 사랑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끊임없이 피어났다。 두 손을 잡는 순간,그들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모든 변화와 도전에 함께 맞설 준비가 되어 있음을 느꼈다.


탕비실 형광등이 다시 한번 깜빡거렸다。 하지만 이제 그 깜빡거림은 불안함이 아닌 설렘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미래는 완벽하게 예측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작은 ‘1%의 오류’들이 만들어내는 나비효과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있을 것이다。 민혁은 태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1% 의 오류’는 삶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지만,그것 덕분에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며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신문 속 두 사람의 웃는 얼굴은 단순한 성공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그것은 ‘알려진 미래’에서 벗어나 ‘만들어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보여주는 증표였다.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그 여정에서 가장 빛나는 등불이었다.


낡은 복사기에서 뱉어 나온 내일자 신문 1면, ‘고물 대리, 회사를 구원하다’라는 해괴한 제목은 이제 희화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1%의 오류’들은 삶을 예상치 못한 궤도로 밀어 넣었고, 불안의 씨앗은 미묘한 떨림으로 변모했다. 완벽한 예측은 환상이었고, 삶은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콜라주였다.


탕비실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거렸지만 고독은 희석되었다. 강태준의 손을 잡고 선 지금, 커피 찌꺼기와 먼지 섞인 공기는 미묘하게 따스했다. 신문 속 웃는 얼굴은 어색함과 안도감의 기묘한 혼합이었다. ‘알려진 미래’에서 벗어나 ‘만들어진 미래’로 향하는 기차 창밖 풍경 같았다.


“오늘 야근?” 태준의 목소리는 냉철 속에 부드러움을 감췄다.


“IF 함수로 결정이죠.” 민혁이 답하며 웃었다. 그들의 대화는 회사 안에서만 통용되는 은밀한 암호 같았다. 복사기가 만들어낸 세상은 일상 속 일부가 되었다.


태준은 창밖을 응시했다. “대한중공업 인수 후 IT 솔루션 도입이 순조롭네. 아버지께서 꿈꾸던 미래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그의 눈빛은 은은하게 빛났다. 선대회장의 염원은 회사의 변신을 넘어 태준 자신을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대표님 덕분이죠.” 민혁은 그의 손을 살짝 쥐었다. “처음엔 복사기의 예언에 의존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대표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현재라는 걸 깨달았어요.”


복사기는 더 이상 미래를 인쇄하지 않았다. 마지막 신문에는 간결하게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작별 인사일까, 새로운 시작일까? 디지털 시대의 소외된 자들에게 던져진 위로 같았다. 무한대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는 메시지였다.


민혁은 궁금해졌다. 복사기가 찍어낸 미래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예측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이었을까? 선대회장의 염원이었을까, 아니면 좀 더 깊고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이었을까? 디지털 시대의 불안과 고독 속에서 우리는 모두 미래에 대한 답을 갈구하고 있는 것일까?


태준은 빙긋 웃었다. “복사기는 도구일 뿐이야. 중요한 건 우리가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지.” 단순했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


탕비실 벽의 시계가 똑딱거렸다. 디지털 숫자는 현재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미래였다. ‘1%의 오류’는 앞으로도 작은 변화들을 가져올 것이다. 사랑도, 성공도, 실패도 모두 ‘1%의 오류’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잔상처럼 스며드는 오류는 완벽한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민혁은 커피 한 잔을 더 내렸다. 향긋한 커피 향이 낡은 탕비실 안 가득 퍼져 나갔다.커피 향은 자본주의적 삶의 부조리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꽃 같았다.관계의 표면성과 진정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갈망 같았다.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향한 여정을 상징하는 듯했다.향기는 오래된 약속처럼 공간을 채우고, 희미한 위안을 선사했다.


태준이 민혁에게 기대어 속삭였다."오늘 밤, 집에서 영화 볼래?"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겨울밤에 피어나는 작은 불꽃처럼,그들의 사랑은 차갑고 건조한 디지털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었다.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인 따스함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은 함께 탕비실 문을 나섰다.그들의 뒤로 낡은 복사기가 조용히 서 있었다.복사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그들의 사랑과 성공,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를 목격한 증인이었다.그들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했지만,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로 펼쳐질 것이다.


문턱을 넘어서며 민혁은 문득 복사기가 마지막으로 찍어낸 신문을 떠올렸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그 문장은 위로였지만 동시에 질문이었다: 내일은 어떨까? 완벽하게 만들어진 미래는 없었다。 끊임없는 '1%의 오류' 속에서 인간은 계속해서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사랑과 고독,희망과 절망이 뒤섞여 피어날 것이다。 마치 끝없이 펼쳐진 디지털 콜라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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