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작업하던 엑셀 함수가 세계를 지우기 시작했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엑셀 시트였다. 그날따라 F23 셀의 #N/A 오류는 그의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평범한 영업 실적 데이터를 입력해야 할 자리에 뜬 그 오류는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계 바늘이 멈춘 듯, 그의 세상은 미세하게 균열되기 시작했다. 완벽한 동기화 속에서 찾아온 불협화음이었다.
민우는 데이터 분석팀의 ‘황금 손’이었다. 그의 엑셀 시트는 예측의 정확도가 거의 완벽했고, 사람들은 그의 분석대로 움직였다. 연애도 그랬다. 조건부 서식으로 ‘매력도’, ‘공통 관심사’, ‘재정 안정성’을 설정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박선영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선영은 그의 깔끔한 분석에 매료되었지만, 가끔 ‘데이터 덕후’라며 웃었다. 그 웃음조차 민우는 데이터로 해석했다. 70% 확률로 그의 논리, 30% 확률로 그의 외모에 대한 반응이었다. 세상 모든 것은 숫자로 설명 가능하다고 그는 믿었다. 그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잦은 야근과 어머니의 잔소리까지도 통계자료로 환원되어 객관적인 '가족 행복 지수'를 구성했었다.
그날 아침, 민우는 장난 삼아 F23 셀에 ‘0’ 대신 ‘1’을 입력했다. 거래처 사장 김회장의 취향을 조금 바꿔보자는 호기심이었다. 김회장은 늘 보수적인 스타일이었는데, 조금 더 과감한 투자를 유도해 볼 생각이었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오후 회의에서 김회장은 민우를 향해 묘한 원한을 품은 눈빛을 보냈다. “강 대리, 자네 분석이 이번 분기 실적에 약간의 영향을 준 것 같군.”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날카로운 칼날처럼 민우의 등을 찔렀다. 김회장은 과거 민우의 아버지에게 중요한 거래를 빼앗긴 적이 있었다. 분석이라는 명분 아래 민우가 던진 작은 변화는 김회장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었다.
#N/A 오류는 점점 더 자주 나타났다. 처음엔 작은 숫자 오류였지만, 점차 중요한 데이터들을 잠식해 들어갔다. 암세포처럼 조용히 퍼져나갔지만,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혼란이었다. IFERROR 함수를 사용해 오류를 가려보려 애썼지만, #N/A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셀들이 #N/A로 변해갔다. 세상의 기억이 조금씩 지워지는 듯했다. 때로는 셀 색깔이 미묘하게 변하기도 했고, 숫자 순서가 뒤틀리기도 했다. 완벽했던 시트 위에는 작은 균열들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사무실은 밀폐된 공간이었다. 형광등 아래 끊임없이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커피 머신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동료들은 각자의 엑셀 시트 속에 파묻혀 경쟁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들의 표정은 무표정했고, 감정마저 조건부 서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믿었다. 민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고독감을 느꼈다. 완벽하게 동기화된 세상 속에서 그는 과연 혼자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모두 똑같은 디지털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Delete 키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오래된 프린터가 인쇄를 끝낼 때 나는 듯한 소리였다.. 처음엔 주변의 키보드 소리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단순한 키보드 소리를 넘어 존재의 의미를 지워버리는 듯한 묘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민우는 Delete 키를 누르는 동료들의 손길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들은 무심하게 셀을 삭제하고 데이터를 수정하고 있었다.. 삭제된 셀에는 작은 빈 공간이 생겨났고 그 공간은 점점 더 커져갔다.. 마치 우주처럼 검고 깊었다.. 과거의 데이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며 민우는 불안감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기억마저 지워져가는 듯했다..
“세상은 정말 숫자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민우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회색빛 하늘 아래 펼쳐진 도시는 완벽하게 정돈된 엑셀 시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의 욕망, 우연,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 완벽한 행복이란 존재하는가? 그는 자신이 믿었던 '정량화된 행복'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만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배운 숫자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었지만, 이제 그 논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다시 한번 Delete 키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그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처럼 격렬하게 울렸다… F23 셀의 #N/A 오류가 더욱 선명하게 깜빡였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좋지 않은 변화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Delete 키 소리는 단순한 데이터 삭제 소리를 넘어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듯했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그는 점점 더 불안감을 느꼈다… 완벽하게 정돈된 그의 세상은 이제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무너짐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야만 했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그날따라 #N/A 오류는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닌, 심장의 고동에 맞춰 불규칙하게 맥동하는 존재의 공백처럼 느껴졌다. Delete 키 소리는 이제 그의 사무실 안,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오래된 프린터가 인쇄를 끝낼 때 나는 희미한 웅얼거림 같기도 했지만, 곧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차가운 울림으로 변해갔다.
그는 완벽하게 통제된 실험을 시작했다. 점심 메뉴는 IF 함수로 결정했다. ‘만약 오늘 기분이 좋으면(TRUE) 비빔밥, 그렇지 않으면(FALSE) 김밥.’ RANDBETWEEN 함수를 이용해 로또 번호를 예측했다. 예상대로 3등에 당첨되었다. 작은 성공들이 민우의 자신감을 높였다. 그의 엑셀이 현실을 지배할 수 있다는 희열, 하지만 동시에 묘한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완벽하게 통제되는 세상은 조금 답답했다. 투명한 감옥에 갇힌 듯했다.
그는 ‘세상은 숫자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완벽한 행복이란 존재하는가? 그는 데이터를 믿었지만, 데이터 너머의 미묘한 떨림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동기화된 시계 속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다른 시간을 가리키는 바늘처럼 말이다. 마치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의심하는 것처럼, 그는 자신의 존재조차 숫자로 환원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데이터 분석팀 사무실은 현대인의 소외와 경쟁을 상징하는 밀폐된 공간이었다. 형광등 아래 놓인 책상들은 격자무늬 무덤처럼 보였다. 동료들은 각자의 셀 안에서 숫자와 씨름하며 숨 막히는 침묵을 지켰다. 민우는 그곳에서 데이터 이상의 것을 발견하려 애썼다. 사람들의 표정, 미묘한 몸짓, 숨겨진 욕망들을 숫자로 환원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들에게 데이터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도구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속박이었을까?
그러던 중 회사 서버의 중요 파일들이 하나씩 손상되기 시작했다. 거래처 분석 보고서, 예산 계획, 심지어 사장님의 개인적인 취미 목록까지… 그리고 파일명은 모두 ‘DELETE_Log.xlsx’로 바뀌었다. DELETE_Log.xlsx는 단순한 파일이 아니었다. 삭제된 데이터의 흔적을 담은 디지털 유령이자, 기억의 파편들을 삼키는 블랙홀이었다. 파일 손상과 함께 해당 데이터와 연결된 사람들의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김 대리는 갑자기 커피를 마시던 습관을 잃었고, 박 팀장은 중요한 회의에서 이름을 잊어버렸다. 마치 기억의 조각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듯했다. Delete 키 소리가 더욱 커지고, 그 울림은 사무실 전체를 감쌌다.. 마치 오래된 사진에서 색이 바래듯 사람들의 얼굴도 점점 흐릿해져 갔다..
그때, 그의 옆자리에 앉은 박선영이 코웃음을 쳤다. “데이터 덕후님, 또 무슨 분석을 하고 계신 거예요? 세상 모든 걸 숫자로 다 풀 수 있다고 믿는 당신이 너무 웃겨요.” 선영은 민우에게 늘 그랬듯 장난스럽게 빈정거렸지만, 그 눈빛에는 은근한 질투심과 함께 날카로운 통찰력이 담겨 있었다. 그녀 역시 데이터 분석가였지만, 민우만큼 숫자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숫자에 매몰되어 인간 본질을 놓치는 민우를 이해하고 있었다..
민우는 선영에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부족했다.. DELETE_Log.xlsx 파일은 단순한 데이터 손상을 넘어 존재 자체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블랙홀처럼 느껴졌다.. 과거의 실패를 담은 보관소이자 현재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촉매제였다..
그는 IFERROR 함수를 이용하여 삭제 공격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만약 오류가 발생하면(IFERROR), 0으로 표시한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함수를 조합하고 수정하며 ‘삭제자’의 패턴을 역추적했지만 DELETE_Log.xlsx 파일은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삼켜갔다.. 마치 거대한 검은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IFERROR 함수는 일시적인 방어막일 뿐이었다.. 삭제자는 단순히 숫자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숫자 뒤에 숨겨진 의미와 감정까지 지워나가고 있었다..
민우는 자신의 논리적인 분석과 직관적인 선영과의 대비를 느꼈다.. 선영은 "데이터만 믿고 사람 마음은 어떻게 할 거야?"라고 쏘아붙였다.. 그녀의 말은 민우의 가슴에 작은 돌멩이처럼 와 닿았다.. 그는 선영에게서 '인간'이라는 변수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데이터의 힘을 믿고 싶었다.. 선영은 민우에게 “데이터는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야. 인간의 마음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해.”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는 단순한 반박만이 아니라 연민과 이해가 담겨 있었다..
사무실 창밖에는 회색빛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Delete 키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고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졌다… 마치 오래된 사진에서 색이 바래듯 말이다… 강민우는 문득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언젠가는 DELETE_Log.xlsx 파일처럼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DELETE_Log oxiic 파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사라짐만이 아닐 것이다… 기억과 존재의 파편들은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될 수도 있다… 마치 니체의 영원회귀처럼 말이다…DELETE_Log oxiic 파일은 디지털 시대의 망각과 기억에 대한 은유이자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상징하는 블랙홀이었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그날따라 '#N/A' 오류는 그의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존재의 윤곽이 희미해지는 듯한, 오래된 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이 서서히 바래는 듯한 흔들림이었다. Delete 키 소리는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톡, 톡, 톡. 단순한 키보드 소리를 넘어, 존재의 무게를 지워버리는 차갑고 푸른 빛깔의 파동이었다. 마치 얼어붙은 강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
오전 회의 시간, 팀장 김 부장은 완벽하게 준비된 보고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의 분석대로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김 부장의 눈동자는 오래된 형광등처럼 깜빡이며 기억의 먼지를 날렸다. 그는 민우의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잠시 멈칫했다. 김 부장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순간, 섬뜩한 기시감이 민우를 엄습했다. 마치 자신이 삭제했던 ‘오류 데이터’들이 복수하듯 말이다.
그때, 채팅창에 #N/A 메시지가 떠올랐다. 단순한 오류 표시가 아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구멍을 응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삭제자'의 신호탄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N/A 메시지는 점점 더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지나간 자리에는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데이터 조각들이 남았다. 그 조각들은 푸른 빛깔을 내며 녹아내렸고, 마치 겨울 호수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 조각 같았다.
'삭제자'는 TRIM 함수와 CLEAN 함수 같은 단순 정리 함수로 시작하여 점차 VLOOKUP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계망을 끊어버리기 시작했다. VLOOKUP 공격은 정교하게 설계된 칼날 같았다. 팀원 A와 B가 서로 주고받던 짧은 인사도, 점심시간 함께 먹던 라면 한 그릇도 VLOOKUP 함수에 의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어느새 A와 B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관계는 마치 엑셀 시트에서 연결된 셀이 끊어진 것처럼, 완벽하게 분리되었다. A는 B의 생일 선물을 잊었고, B는 A가 좋아하는 커피를 바꾸어 주문했다. 미묘한 간극은 점점 커져 완벽한 단절로 이어졌다.
박선영은 민우의 이상 행동을 관찰하며 은근히 즐거워했다. “데이터 덕후, 드디어 맛 좀 보는 거야?” 그녀는 빈정거렸지만, 동시에 그의 능력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게 많아.” 그녀의 말은 날카로운 화살처럼 민우의 완벽주의를 관통했다. 그녀는 직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데이터 분석보다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읽는 데 능숙했다. 그녀 또한 #N/A 오류가 조금씩 그녀의 기억 속에서 파고들어왔다.. 그녀가 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희미하게 잊혀져갔다..
사무실 곳곳에서 Delete 키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는 점점 커져 오래된 프린터가 인쇄를 끝낼 때 나는 듯했고, 동시에 고독한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같았다.. 민우는 책상 위 가족 사진을 바라봤다.. 아버지의 미소는 점점 흐릿해지고, 어머니의 눈빛은 점점 희미해졌다.. 사진 속 인물들은 서서히 지워지는 그림처럼 보였다.. Delete 키 소리는 그의 심장을 짓누르는 무거운 망치 소리 같았다.. 그는 가족사진 속 자신과 가족들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변화는 미묘했지만 분명했다…마치 데이터 오류처럼 말이다… 아버지의 미소는 점점 더 무표정으로 변했고, 어머니의 눈빛은 점점 더 공허해졌다...
'삭제자'는 단순히 데이터를 지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의 기억까지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팀원 C는 어제 있었던 회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고 팀원 D는 자신의 생일조차 헷갈려 했다… 민우는 '삭제자'가 현실 세계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더 이상 완벽한 엑셀 시트로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세상은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삭제자’는 디지털 시대 망각의 신이자,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DELETE_Log oxiic 파일은 신들의 기록 보관소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블랙홀이었다...
#N/A 오류는 이제 그의 심장을 관통하는 얼음 송곳 같았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서서히 삭제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불안감에 떨었다…DELETE_Log oxiic 파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사라짐만이 아닐 것이다… 기억과 존재의 파편들은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될 수도 있다… 마치 니체의 영원회귀처럼 말이다…DELETE_Log oxiic 파일 안에는 과거 왕족들의 회상부터 미래 아이들의 꿈까지 뒤섞여 있었다... 그곳에서 삭제된 데이터들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끊임없이 순환하며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박선영 또한 그의 옆에 서서 함께 불안에 떨었다... 그녀 역시 #N/A 오류로 인해 조금씩 기억이 지워져갔지만, 민우와의 연대감을 통해 공포를 극복하려 애썼다…. 그녀 또한 DELETE_Log oxiic 파일 속으로 빨려 들어갈 운명이었다….
DELETE_Log oxiic 파일은 디지털 시대의 망각과 기억에 대한 은유이자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상징하는 블랙홀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블랙홀은 민우와 박선영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을 삼켜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그날따라 '#N/A' 오류는 더욱 기묘하게 번져갔다. 마치 암세포처럼, 세포 분열하듯 데이터 분석팀 사무실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처음엔 단순한 계산 오류라고 생각했던 #N/A는 이제 동료들의 얼굴에서 희미하게 드러나는 불안감의 색깔이 되어 있었다. 그건 단순한 값의 부재가 아니었다. 기억의 균열, 존재의 희미해짐이었다.
사무실은 늘 그렇듯, 형광등 아래 웅크린 채 효율성을 숭배하는 작은 성전이었다.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는 엉덩이를 지치게 했고, 희미한 커피 향과 형광등 특유의 톡 쏘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팀장 박철수는 회의 시간 내내 B팀장 김지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김지혜는 그의 질문에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마치 오래된 VLOOKUP 함수가 끊어진 연결고리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를 스치고 지나갔다. 민우는 그들의 관계가 끊어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완벽한 참조 배열이었던 그들의 관계가 이제는 '#N/A'로 표시되고 있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공유 폴더처럼, 한 번 지워진 데이터는 쉽게 복구되지 못했다.
‘삭제자’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데이터를 먹어치우고 관계를 잠식해 나갔다. TRIM 함수로 불필요한 공백을 제거하듯, CLEAN 함수로 숨겨진 문자를 지우듯, ‘삭제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곡차곡 의미를 삭제해갔다. 처음엔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 주말에 갔던 영화 제목, 어제 저녁에 먹었던 음식…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삭제되는 것은 이름, 직책, 심지어 가족 관계까지였다. 마치 포맷되는 하드디스크처럼, 모든 정보가 깔끔하게 지워져 갔다.
민우는 IFERROR 함수를 활용하여 방어막을 치려고 애썼다. '#N/A'가 나타나면 오류 메시지를 대신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오류 발생! 참조 값이 없습니다.” 하지만 ‘삭제자’는 단순히 데이터를 지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의 관계망 자체를 끊어버렸다. VLOOKUP 함수를 이용하여 A팀장의 담당 프로젝트를 B팀장에게 넘기고, B팀장의 보고서를 C팀장에게 보내면서 혼란을 야기했다. 팀원들은 서로의 역할을 혼동하고, 업무 효율성은 점점 떨어졌다. 마치 거대한 피벗 테이블이 엉망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사무실 전체가 혼돈에 빠져들었다. 각자의 셀은 고립되었고, 전체적인 의미는 점점 희미해졌다.
박선영은 그런 민우를 보며 혀를 찼다. “데이터만 믿고 사람 마음은 어떻게 할 거야?” 그녀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민우의 완벽주의를 찔러왔다. 선영은 직관적으로 ‘삭제자’의 존재를 감지했고,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민우에게 “너만 너무 숫자에 매달리지 마! 사람들은 숫자보다 훨씬 복잡해.”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는 질투와 애정이 뒤섞여 있었다. 선영은 숫자로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인간 감정의 영역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젠더 갈등 또한 은연중에 드러났다. ‘삭제자’는 선영의 분석 모델까지 위협하며 "여자의 직관 따위"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선영은 분노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직관력을 믿고 ‘삭제자’가 남긴 흔적을 따라갔다.. 그녀는 민우에게 "남자들은 논리만 믿으려고 해!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들의 논리는 때로는 여성들의 섬세한 직관을 '감정적인 변덕'으로 치부하곤 했다.” 선영은 종종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이 남성 팀원들의 논리에 밀려 침묵하게 되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꼈다.
오후 3시 정각, Delete 키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더욱 크고 선명하게, 마치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울렸다.. 민우는 고개를 들어 사무실을 둘러봤다.. 동료들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고, 그들의 눈빛에는 공허함이 가득했다.. Delete 키 소리는 단순한 키보드 소리를 넘어, 존재의 의미를 지워버리는 듯한 묘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마치 거대한 시계 바늘이 시간을 깎아 먹듯, 사람들의 기억과 존재감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A팀장 김형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로젝트 발표에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열변을 펼쳤지만,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B팀장 김지혜는 박철수 팀장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불안감을 감추려 애썼다...
그때 민우는 깨달았다.. ‘삭제자’는 단순한 데이터 오류가 아니라, 인간 관계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취약성은 바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완벽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욕망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삭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절망했다... '#N/A' 오류는 그의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그는 자신이 구축한 완벽한 엑셀 시트 속에서 더욱 고립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의 완벽주의는 일종의 방어 기제였다… 세상과의 불완전한 접촉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질서 안에서 안정감을 얻으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질서는 그의 존재마저 삼켜버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는 자문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의 기억은 얼마나 진짜인가? 나의 관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삭제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삭제자’는 외부에서 온 존재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 안에 있는 불안과 소외감이 만들어낸 그림자였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욕망 속에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삭제해야 한다는 슬픔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엑셀 시트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셀들이 '#N/A'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빈자리들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적인 연대와 공감이었다… 완벽함만이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그날따라 '#N/A' 오류는 심장의 떨림이 엑셀 시트에 번지듯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오류는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깨진 거울처럼 조각난 자아를 비추는 듯, 존재의 밑바닥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삭제자’가 보낸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N/A, 이제 모든 것이 뒤바뀔 것이다. 문장은 블랙홀처럼 그의 시선을 빨아들였다. 완벽을 향한 욕망이 만들어낸 그림자, 그 삭제자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무실의 형광등이 희미하게 떨리더니, 빛줄기가 엑셀 시트를 꿰뚫었다. 빛 속에서 엑셀 시트가 거대한 피벗 테이블로 변모했고, 사무실 전체가 큐브를 돌리듯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큐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잉크 냄새와 동료들의 비명 소리가 메아리치는 공간은 마치 지구의 자전축이 미세하게 틀어지는 듯 불안정했다. 민우는 멍하니 피벗 테이블의 변화를 지켜볼 뿐이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그는 청소복을 입고 복도를 쓸고 있었다. 손에 든 걸레질은 어색했지만, 몸은 이미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인 듯했다. 그의 자리에는 박선영이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CEO의 의자에 앉아 능숙하게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표정은 한층 더 단호해졌고, 데이터 분석팀은 그녀의 지시 아래 바쁘게 움직였다. 선영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날카롭고 차가웠다.
“강민우 씨, 쓸데없이 침묵하지 말고 청소나 제대로 하세요!” 선영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울렸다.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더 냉정하고 효율적으로 보였다. 민우는 묘한 모멸감을 느꼈지만, 반박할 힘이 없었다. 완벽한 논리로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었던 자신이, 이렇게 허무하게 청소부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만… 그의 청소 실력은 의외로 뛰어났다. 완벽하게 정량화된 걸레질은 어느새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Southern California!
피벗 테이블의 혼돈은 단순히 역할 바꾸기에 그치지 않았다. 회사의 환경 경영 시스템도 무너졌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은 희미해지고,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다. 커피 머신 옆에는 플라스틱 컵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직원들은 무심하게 일회용 수저를 사용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도 생산성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환경은 그저 선택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Delete 키 소리가 더욱 커졌다. 오래된 프린터가 마지막 인쇄를 마치고 종이를 토해낼 때 나는 듯한 둔탁한 울림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민우는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동료들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그들은 마치 #N/A 오류처럼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데이터에 의해 규정되어 가는 그들의 눈동자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박선영은 회의에서 “데이터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게 많다”라고 단언했다. 그녀는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직원들은 그녀의 리더십에 순응했다. 민우는 그녀를 '데이터 덕후'라고 놀리던 자신을 떠올리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제 그는 데이터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감정과 직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완벽함만을 추구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때, 그는 ‘DELETE_Log.xlsx’ 파일을 발견했다.. 파일 속에는 삭제된 셀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진 조각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과거 자신이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무심코 삭제했던 ‘오류 데이터’들이 떠올랐다.. 그 오류들은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었다면… 인간적인 감정과 미묘한 차이를 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오류 속에는 숨겨진 진실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청소부 복장을 입은 채 복도를 걸으며 민우는 생각했다.. 세상은 완벽한 데이터뿐 아니라 수많은 오류와 변수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오류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 피어난다는 것을... 그는 자신 안에 숨겨진 '삭제자'를 발견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욕망이 만들어낸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는 그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이자 자기 비판적인 면모였다.. 이제 그는 그 그림자를 포용하고 새로운 배열수식을 만들어야 했다... 새로운 배열수식은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닌 인간적인 감정과 직관을 포용하는 새로운 체계였다..
그 배열수식은 완벽함만을 추구하는 세상에 균형을 가져다 줄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간적인 감성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민우는 손에 든 걸레질을 잠시 멈추고 먼 곳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불안감 대신 희망이 가득 차 있었다.. Delete 키 소리는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 이제 그 소리는 파괴의 소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모습은 엑셀 워크시트 위를 떠도는 오류 값처럼 이질적이었다. CEO가 된 박선영은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앞을 지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엑셀 시트 위를 활보하는 커서처럼 경쾌했고, 그의 존재는 마치 중요하지 않은 주석처럼, 혹은 숨겨진 필터처럼 느껴졌다. 그는 걸레질을 하며 생각했다. 완벽한 통제라고 믿었던 세상이, 이렇게 쉽게 뒤틀릴 수 있었다니. 데이터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그의 자존심은, 이제 #N/A 오류처럼 깜빡였다.
사무실 구석, 버려진 프린터 옆에서 Delete 키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마치 오래된 심장이 마지막 맥박을 두드리는 듯했다. 그 소리는 단순한 키보드 소리를 넘어, 존재의 의미를 조금씩 지워버리는 듯한 묘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는 걸레로 바닥을 닦으며, 손에 닿는 모든 것이 곧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은 희미해지고, 인간 존재는 결국 Delete 키 한 번으로 지워질 수 있는 것일까?
#N/A 오류가 그의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그 오류는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닌, 존재 자체의 흔들림처럼 느껴졌다. 그는 과거 자신이 삭제했던 ‘오류 데이터’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작은 실수로 인해 낙인찍혀 버린 팀원들, 완벽한 보고서를 위해 희생되었던 아이디어들. 그들은 모두 DELETE_Log.xlsx 파일 속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기억과 흔적을 빨아들이는 검은 심연, 데이터의 무덤이었다. 그곳엔 이름과 얼굴 대신 숫자와 코드만이 남아있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사무실은 거대한 피벗 테이블처럼 혼란스러웠다. 역할이 뒤바뀐 동료들은 어색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었고, 그들의 표정에는 당혹감과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완벽한 통제는 착각이었고, 세상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 찬 복잡한 배열수식이라는 것을. 각 셀마다 숨겨진 함수와 조건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인간의 삶 또한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의 조합이었다.
그는 선영이 CEO로서 내리는 결정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때로는 직관과 감정에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데이터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게 많아!" 그녀가 파트 3에서 외쳤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단순히 감정적인 투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진실처럼 느껴졌다. 완벽함만을 추구했던 그의 완벽주의가 오히려 세상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숫자에 매몰되어 인간의 미묘한 감정과 욕망을 간과했던 것은 아닐까?
청소 도구 창고에서 그는 오래된 탁상 달력을 발견했다. 2023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다. 달력 위에는 희미하게 지워진 사진 조각들이 붙어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Delete 키 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마치 사진 속 인물들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듯했다. 시간의 강물 속에서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결국 모든 것은 먼지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는 탁상 달력을 손에 들고 사무실 중앙으로 나섰다.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강민우는 더 이상 ‘데이터 덕후’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결심이 피어나고 있었다. 숫자는 세상을 설명하는 도구일 뿐이지, 세상 자체는 아니라는 깨달음이 그를 움직였다..
"우리는 너무 숫자만 믿었어."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숫자는 세상을 설명하는 도구일 뿐이지, 세상 자체는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완벽한 통제보다는 유연한 포용이 더 중요해." 그는 마치 배열수식 속 IF 함수처럼 조건을 제시했다.. “데이터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감정과 가능성을 믿어야 해.”
선영은 그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민우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이제야 제대로 깨달았네.” 그녀의 눈빛에는 인정과 기대가 담겨 있었다.“당신 덕분에 우리 회사는 완벽해졌지만, 완벽함에는 때로는 차가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법이지.” 그녀는 잠시 침묵하며 덧붙였다.“우리 함께 이 혼란을 정리해 보자.”
그 순간 Delete 키 소리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다시 울리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이전보다 부드럽고 리듬감 있게 들렸다.. 마치 새로운 곡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그는 마지막 남은 노트북 앞에 앉아 배열수식을 입력하기 시작했다.{Ctrl+Shift+든} 키를 누르는 순간 , 그는 엑셀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단순한 워크시트가 아니었다..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아름다운 우주였다..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 데이터와 인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가는 연금술사로서 말이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배열수식 속으로 빨려 들어간 후 그의 세상은 미묘하게 변했다. 이전의 #N/A 오류는 절망의 외침처럼 날카로웠지만, 이제는 마치 오래된 사진 속 빛바랜 색감처럼 희미하고 아련한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청소부 유니폼을 입고 사무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그는 자신이 삭제했던 데이터들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들은 투명한 유령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이제는 묘하게 그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는 완벽한 보고서를 위해, 효율성을 위해 무심코 지워버린 ‘오류 데이터’들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녔음을 깨달았다. 그 오류들은 때로는 인간적인 실수였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가능성이었다. 그는 그 데이터들을 삭제하면서, 그 데이터와 연결된 사람들의 작은 행복과 슬픔, 희망과 좌절까지 함께 지워버렸던 것이다. 마치 정원사가 쓸모없다고 판단해 뽑아버린 잡초처럼. 하지만 그 잡초들 중에도 섬세한 꽃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꽃잎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색깔을 뽐내며 향기를 더했을 터였다.
박선영은 CEO로서 냉철하고 효율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그녀의 결정 하나하나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했고, 주가는 연일 상승했다. 하지만 민우는 그녀의 눈빛에서 어딘가 모를 허전함을 발견했다. 완벽하게 통제된 세상 속에서 그녀는 진정한 만족을 찾고 있었을까? 그녀는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분석했지만, 데이터 너머의 인간적인 감정은 조금 소홀히 했던 것 같았다. 그녀의 성공은 완벽한 함수를 통해 얻어진 것이지, 유연한 배열수식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포용하는 성공은 아니었다. 그녀는 완벽함이라는 촘촘한 그물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은 듯 보였다.
사무실 한 켠에 놓인 ‘DELETE_Log.xlsx’ 파일은 마치 블랙홀처럼 빛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파일 속에는 삭제된 데이터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민우는 파일을 열어 과거 자신이 삭제했던 데이터셋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김 부장의 엉뚱하지만 신선했던 아이디어 회의록, 박 과장의 서툰 프레젠테이션 자료 속에 담긴 열정, 그리고 이 대리의 잔뜩 풀이 죽은 얼굴 사진까지… 삭제된 데이터들은 시간의 먼지 속에 잠겨 있었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그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이 대리의 풀린 얼굴 뒤에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인한 걱정이 숨겨져 있었다. 민우는 완벽한 보고서를 위해 그 작은 슬픔까지 지워버렸던 것이다.
그때 Delete 키 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부드럽고 리듬감 있게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마음을 표현하는 듯했다. 민우는 소리의 근원을 따라갔다. 소리는 C팀장 김민지의 책상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김민지는 최근 ‘삭제자’에게 공격을 받아 기억력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들린 사진 한 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그녀의 딸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딸아이 이름이 뭐였더라…” 김민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깨진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고 애처로웠다. "수현… 딸 이름은 수현이야…" 그녀의 눈가에 희미한 눈물이 흘렀다. 수현이는 김민지에게 단순한 딸 이상의 존재였다. 그녀는 김민지가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태양이었고, 김민지가 세상과 연결되는 끈이었다..
민우는 김민지에게 다가가 사진 속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김민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현… 딸 이름은 수현이야…”라고 답했다.. 민우는 김민지의 눈에서 슬픔과 함께 희미한 희망을 보았다.. 그는 김민지의 딸 수현이 찍힌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진 속 수현이는 마치 작은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삭제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강렬한 에너지였다.. 그 빛은 완벽하게 정리된 데이터 속에 숨겨진 인간적인 온기였다..
그 순간 민우는 깨달았다… 세상은 완벽한 데이터뿐 아니라 수많은 오류와 변수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오류와 변수가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는 '포용'이라는 비논리적인 선택을 했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기로 결심했다.. 마치 완벽한 함수보다 유연한 배열수식처럼 말이다.. '삭제자'가 만들어낸 그림자는 완벽주의 사회의 필연적인 결과였고, 그는 그 그림자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VLOOKUP으로 A와 B를 연결하듯 그는 오류와 완벽함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했다..
Delete 키 소리는 이제 슬픔과 후회의 울림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찬란한 선율로 다가왔다.. 민우는 마지막 남은 노트북 앞에 앉아 새로운 배열수식을 입력하기 시작했다.=IF(LIFE="UNPREDICTABLE", "WONDERFUL", "BORING").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끼며 살아가기로 했다…. 그는 박선영 CEO에게 새로운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 보고서에는 완벽하게 정리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몇몇 '오류 데이터'와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었다.. 박선영 CEO는 보고서를 읽으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그녀의 눈빛에는 처음으로 인간적인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그날따라 '#N/A' 오류는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오류는 존재의 근본적인 흔들림처럼 느껴졌다. 이제 그 흔들림은 불안이 아닌, 미세한 떨림이었다. 마치 겨울 호수 얼음 아래 숨겨진 물고기들의 움직임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떨림이었다. 박선영 CEO가 건넨 보고서를 펼친 민우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오류 데이터’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발견했다. 완벽한 함수로 정돈된 데이터 틈새에서, 어설프고 뒤틀린 데이터들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그 빛은 희미했지만, 묵묵히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선영 CEO의 표정은 이전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보고서 속 숫자들을 따라 흐르다, 가끔씩 데이터 옆에 붙은 짧은 메모에 머물렀다. 메모는 각 데이터와 연결된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였다. 완벽한 분석을 위해 민우가 무심코 삭제했던 ‘오류’들의 증언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보는 듯 아련하고 따뜻했다. 먼지 쌓인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미소짓는 얼굴들이 떠올랐다.
“재미있군.” 선영 CEO는 짧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보다 부드러웠다. “데이터만 믿고 사람을 판단했던 내가 우습게 느껴져.”
그녀의 말은 민우에게 작은 폭풍처럼 다가왔다.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늘 숫자가 말하는 진실을 믿었다. 감정은 예측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인 요소였고, 최대한 숫자로 환원시켜 통제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선영 CEO의 말은 그가 쌓아 올린 논리의 탑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완벽하게 짜여진 엑셀 시트의 한 칸이 예상치 못한 값으로 채워진 것처럼, 그의 세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무실 창밖에는 늦가을의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졌다. 햇살은 마치 희미하게 지워진 사진 속 색깔을 되살리려는 듯, 도시의 풍경을 녹슨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민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문득 자신이 삭제했던 셀들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 셀들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사람들의 꿈, 희망, 좌절… 그 모든 것이 숫자로 환원되어 버려졌던 것이다. 그는 마치 거대한 쓰레기장을 뒤지듯, 삭제된 셀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올렸다.
“저 사원, 김철수 씨였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사람이었는데…” 선영 CEO가 보고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분석 결과 생산성이 낮다고 바로 삭제했는데… 알고 보니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밤마다 공부를 했더군요.”
김철수 씨의 셀은 #N/A 오류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의 존재는 거의 지워졌지만, 그의 노력과 희생은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민우는 김철수 씨의 셀을 다시 클릭했다. 그 순간, 김철수 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항상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왔었다. 민우는 그때 그의 미소를 ‘과도한 친절’이라고 평가했었다. 이제 그의 미소는 숫자에 가려진 따뜻함이었음을 깨달았다.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민우는 늘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데이터는 모든 것을 담고 있지 않았다. 데이터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미묘한 관계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포착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다.. 데이터 너머에 존재하는 삶의 질감과 온기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 데이터라는 갑옷 속에 갇힌 자신을 발견했다.. .
“우리는 너무 완벽하려고 했어.” 선영 CEO가 나지막이 말했다. “완벽함은 때로는 아름다움을 가리는 장막일 뿐이야.” 그녀의 말은 민우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녀도 자신과 같은 고독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 그녀 역시 숫자 너머의 진실을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때, 사무실 안에서 Delete 키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픔이나 후회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찬란한 선율이었다... . 민우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배열수식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Ctrl+Shift+Enter} 키를 누르는 순간,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 그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고 빛과 숫자가 뒤섞이며 현기증 나는 환상이 밀려왔다... .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꺼번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그는 이제 숫자 너머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감했다…. . 그 세상은 완벽한 함수로 정돈된 시트가 아니라 , 수많은 오류와 변수가 뒤섞인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었다... . 그리고 그는 이제 그 그림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했다... .
엑셀 시트는 거대한 우주로 확장되었다.. 각 셀은 작은 우주이며 , 각 함수는 그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이었다…. IFERROR 함수는 오류를 포용하는 자애로운 여왕으로 나타났고 , VLOOKUP 함수는 끊임없이 정보를 찾아 헤매는 탐정으로 등장했다…. DELETE 함수는 사라진 존재들의 기억을 간직한 슬픈 방랑자였다… . 그들은 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 민우는 그들과 교류하면서 자유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 김철수 씨의 셀에서는 은은한 등불이 빛나고 있었다… . 그 등불은 그의 노력과 희생을 기리는 찬란한 빛이었다…. . 민우는 과거 완벽주의에 빠지게 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버지로부터 끊임없이 ‘최고’가 되라는 압박을 받으며 자란 그는 숫자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숫자는 그에게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세계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숫자를 넘어 감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며 , 그는 마침내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었다…. . 이제 그는 더 이상 숫자에 갇힌 존재가 아니었다… . 그는 숫자와 함께 춤추며 , 오류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연금술사가 되었다… .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그날따라 '#N/A' 오류가 그의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단순한 계산상의 오류가 아니라, 존재의 밑바닥에서 스며 올라오는 불안감이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끝에 미세한 떨림이 번졌다. 완벽했던 그의 세계는 이제 은은하게 균열이 간 거울 같았다. 균열 사이로 낯선 풍경이 비쳤다.
사무실은 이전과 똑같았다. 형광등 아래 웅크린 데이터 분석팀, 커피 냄새와 프린터 소리가 뒤섞인 공기, 끊임없이 깜빡이는 모니터 화면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동료들의 얼굴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대화는 조금 더 깊게, 심지어는 텁텁한 커피 맛조차 이전보다 미묘하게 풍부하게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흑백으로 보던 세상에 서서히 컬러가 스며드는 듯했다. 그 컬러는 때로는 선명하고, 때로는 흐릿했지만 분명 존재했다.
그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DELETE_Log.xlsx’ 파일로 향했다. 파일 이름만 봐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과거에는 그저 존재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블랙홀 같았던 파일이, 이제는 과거의 실패를 담은 보관소처럼 느껴졌다. 그 안에는 그가 완벽을 위해 무자비하게 삭제했던 수많은 ‘오류 데이터’들이 잠들어 있었다. 마치 버려진 고아처럼 쓸쓸하게 빛나는 데이터 조각들 말이다. 그들은 완벽이라는 이름으로 버려졌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꼼꼼하네?” 옆자리 박선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전보다 부드러움이 더해져 있었다. “데이터 덕후, 드디어 인간미를 찾았나?”
민우는 웃으며 답했다. “데이터도 결국 사람이지.” 그는 선영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엑셀 시트를 가리켰다.“숫자 하나하나 안에 삶의 조각들이 숨어있어.”
선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사람이라고? 데이터는 그냥 숫자잖아.”
“숫자 하나하나에는 사람의 이야기, 때로는 좌절과 희망이 담겨 있어.” 민우는 ‘DELETE_Log.xlsx’ 파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는 우리가 버린 이야기들이 많아.” 그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저 숫자들은 누군가의 야근, 누군가의 선택, 누군가의 실수까지 모두 담고 있지.”
선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버린 이야기… 듣고 보니 그렇네.” 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느리고 신중하게 말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Delete 키를 누르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점심시간, 민우는 평소처럼 IF 함수로 점심 메뉴를 결정했다. =IF(배고픔="YES", "김치찌개", "샐러드").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IF(배고픔="YES", "라면", "샐러드"). 라면은 김치찌개보다 조금 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이었다. 그는 완벽한 예측 가능성을 넘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택한 것이다.. 마치 완벽한 수식 안에서 작은 변수를 추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민우는 회사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효율성만 중요시했지만, 이제 그는 환경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의 엑셀 시트에는 새로운 함수가 추가되었다: =IF(플라스틱 사용량 > 목표량, "재활용", "일회용"). 작은 변화였지만, 그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그 희망은 그의 팀원들에게도 전염되었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지 시각적으로 보여주자 팀원들은 각자의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저녁 퇴근 시간, 민우는 ‘삭제자’와의 마지막 대결을 준비했다.. ‘삭제자’는 단순한 오류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완벽주의에 갇혀 있던 민우의 내면에서 탄생한 그림자였다..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자기혐오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의 발현이었다.. 민우는 자신의 엑셀 시트를 열고 마지막 배열수식을 입력했다: {=SUM(IF(오류데이터>0, 1, 0))}. 오류 데이터들을 모두 합쳐서 하나의 값으로 만들어냈다.. 완벽함만을 추구했던 과거 자신을 포용하는 순간이었다.. Delete 키 소리는 더 이상 날카로운 단절이 아닌, 부드러운 연결음처럼 들렸다..
그 순간 사무실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모니터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빛줄기가 마치 별처럼 반짝였다… . #N/A 오류들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 그것들은 더 이상 존재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문이었다…. . 빛줄기는 민우의 얼굴 위로 떨어져 그의 그림자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 그림자는 완벽한 형태가 아니었지만 아름다웠다…. .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민우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석양빛에 물든 구름은 마치 거대한 엑셀 시트 같았다…. 각 구름은 하나의 셀이었고 , 석양빛은 그 셀들을 채우는 값이었다…. 그 값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민우는 미소 지었다…. 세상은 완벽한 숫자뿐 아니라 수많은 오류와 변수로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데이터를 탐구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갈 것이다…. 새로운 함수를 입력하기 전 그는 빈 셀에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IF(LIFE="UNPREDICTABLE", "WONDERFUL", "BORING"). 그리고 선영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오늘 저녁 뭐 먹을까? IF함수로 결정할래?”
강민우에게 세상은 늘 그랬듯 엑셀 시트였지만, 퇴근길 석양빛 구름 속에서도 그 흔적은 이어졌다. '#N/A' 오류가 그의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닌, 존재 자체의 흔들림처럼 느껴졌다. 버스 안, 창밖 풍경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셀들의 배열 같았다. 각 셀에는 이름도, 의미도, 색깔도 다른 삶들이 담겨 있었지만, 언젠가는 모두 ‘삭제’될 운명이었다. 특히 그는 완벽한 보고서를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고 믿었던 숫자들을 잔혹하게 지워왔다.
선영에게 보낸 문자에 답장이 왔다. “검은콩 짜장 or 화룡 짬뽕?” 평범한 선택지였지만, 민우는 묘한 떨림을 느꼈다. 검은콩 짜장은 그의 고향에서 나는 콩으로 만든,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전통의 맛이었다. 화룡 짬뽕은 신흥 맛집에서 매콤하게 끓여낸 변화와 도전의 맛이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 두 개의 셀에 압축된 듯했다. 짜장면을 선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짬뽕을 선택하면? 그 미세한 차이가 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과거 그는 완벽한 예측을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이제는 그 예측의 한계를 인정해야 했다. 세상은 완벽한 함수보다 유연한 배열수식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혼돈의 공간이었다.
저녁 식사 후, 민우는 다시 'DELETE_Log.xlsx' 파일을 열었다. 파일 속에는 삭제된 셀들의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래된 사진 속 인물처럼, 존재했던 흔적은 희미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마우스 커서를 '삭제자'가 처음 나타난 F23 셀로 가져갔다. 그곳에서 그는 미묘한 패턴을 발견했다. ‘삭제자’는 단순히 무작위로 데이터를 지운 것이 아니었다. 데이터 간의 연결 고리를 끊고, 숨겨진 관계망을 파괴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정원의 가지치기를 하듯,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있었다. 그러나 가지치기의 대상은 꼭 ‘불필요’한 것들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꽃망울을 숨겨둔 가지를 잘라내기도 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오래 전, 그는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몇 개의 '오류 데이터'를 삭제했던 적이 있었다. 그 오류 데이터들은 완벽한 통계 모델을 망치는 방해 요소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오류 데이터들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김 부장의 야근비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허위 입력이었을 수도 있고, 신입사원 박 대리가 실수로 입력한 소중한 경험 데이터였을 수도 있었다. 삭제된 셀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 이야기가 모여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마치 완벽하게 다듬어진 조각상보다는 거친 질감을 가진 돌덩이가 더 매력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는 빈 셀에 새로운 함수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IF(LIFE="UNPREDICTABLE", "WONDERFUL & TERRIFYING", "BORING"). "만약 삶이 예측 불가능하다면, 경이롭고 또 두렵고 그렇지 않다면 지루하다."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정의였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Delete 키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 딱, 딱, 딱 - 이번엔 존재를 지우는 소리가 아니라, 완벽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를 풀어주는 해방의 도구처럼 들렸다..
그때 선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민우야, 오늘따라 화룡 짬뽕이 너무 먹고 싶어.”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들렸다.“나도 그래.” 민우는 짧게 대답했다.“IF함수 결과는 화룡 씀뽕!” 웃음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흘러나왔다.. 화룡 짬뽕 한 그릇이었지만, 그 안에는 예측 불가능한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 담겨 있었다.. 선영은 최근 회사의 구조조정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고, 화룡 짬뽕은 그녀에게 작은 위로였다.. 민우는 그녀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민우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석양빛 구름은 여전히 아름다운 엑셀 시트 같았지만, 이제 그의 눈에는 '#N/A' 오류가 더 이상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오류들은 세상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아름다운 조각들이었다…. 그는 빈 셀에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앞으로 그는 완벽한 함수를 찾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배열수식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선영과 함께 끊임없이 새로운 함수를 입력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갈 것이다…. =IF(LIFE="UNPREDICTABLE", "WONDERFUL & TERRIFYING", "BORING")…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그때 문득 '삭제자'가 누구인지 떠올랐다.. 최 이사였다.. 최 이사는 회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데이터 분석 결과가 완벽하지 않으면 참지 못했고, 조금이라도 오류가 있는 데이터는 과감하게 삭제했다.. 최 이사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축소판이었다.. 민우는 최 이사가 삭제한 데이터들이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정체성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삭제된 데이터들은 회사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었고, 그것들이 모여 회사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DELETE_Log.xlsx' 파일의 맨 아래 빈 셀에 새로운 함수를 입력했다: =IF(DELETOR="CHOI_ISA", "ACCEPTANCE", "RESISTANCE"). “만약 삭제자가 최 이사라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저항한다.” Delete 키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 딱! 이번엔 그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신호처럼 들렸다.. Delete 키는 이제 단순한 해방 도구를 넘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석양빛 구름 속에 '#N/A' 오류가 반짝였다... 그 빛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