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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기사님은 순간이동을 한다

어쩌면 이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모난 돌멩이 투성이

by SeaWolf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모난 돌멩이투성이인지도 모른다고.

6,500원짜리 케밥에 2천 원 팁을 아끼려고 발악하는 인간들을 보며 그는 늘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들의 시간 절약이 그의 시간을 조금씩 잠식하고, 그들의 짜증은 마치 축축한 장마처럼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골목길은 유난히 붉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석양이 지는 건지, 아니면 도시의 피로가 응축된 건지, 혹은 오래된 꿈들이 부서져 만들어진 가루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먼지는 마치 어머니가 자주 입던 낡은 분홍 스카프에서 떨어져 나온 실처럼 섬세하고 미묘했다.


어머니는 늘 말했다. “철수야,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란다. 정성껏 고른 고기, 신선한 야채, 그리고 마법 같은 소스. 이게 다 들어가야 진정한 맛이 난다고.” 어머니의 ‘마법의 소스’는 단순한 마요네즈와 고추장의 조합이 아니었다. 그녀의 웃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삶, 그리고 시간이 응축된 향수까지 모두 녹아든 비밀스러운 레시피였다. 병든 어머니를 위해 매일 케밥을 만들던 철수는 이제 어머니의 빈자리를 케밥으로 채우려 했다. 배달 앱 별점은 그의 자존심이자, 어머니를 향한 애도의 표현이었다. 별점 하나라도 낮춰지면 마치 어머니에게 서운한 일을 한 것 같았다. 별점은 그의 노동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이자 동시에 디지털 감옥 속 그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숫자였다.


케밥 봉투에서 희미하게 김이 올라왔다. 식어가는 온기는 그의 불안감을 닮아 있었다. 그의 삶은 마치 잘 포장된 케밥 같았다. 겉으로는 풍성하고 맛있어 보이지만, 속에는 약간의 허전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디지털 화면 속 숫자에 따라 그의 하루가 좌우되는 세상. 그는 때때로 자신이 거대한 배달 앱 속 데이터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알고리즘에 의해 끊임없이 평가되고 소비되는 존재.


그때였다. 등 뒤에서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세 명의 괴한들이 검은색 가죽 점퍼를 입고, 얼굴에는 헝겊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복장은 어딘가 빛깔이 바랜 듯했고 그들의 손에 들린 칼날은 평범한 강철과는 달리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평범한 야간 습격 사건이었지만, 괴한들의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기계적이고 차가웠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더 찾고 있는 듯했다. 마치 오래된 동전을 찾는 듯 집요하게 주변을 살피는 시선이었다. 철수는 본능적으로 케밥 봉투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마치 생명줄을 잡듯이 말이다. 봉투 안에 스며든 어머니의 마법의 소스가 그를 지켜줄 것만 같았다.


괴한들은 거칠게 그를 밀쳐 넘어뜨리고 케밥 봉투를 빼앗으려 했다. 철수는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하얀 섬광이 번쩍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이 느려졌다. 괴한들이 케밥 봉투를 잡아당기는 순간, 봉투 안의 ‘마법의 소스’가 괴한들의 에너지와 반응하며 미묘한 진동을 일으켰다: 어머니가 케밥을 만들 때마다 시간은 그녀에게 유리하게 흘러갔고 그녀는 그 시간을 소스를 통해 보존하려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완전히 다른 곳에 서 있었다..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공기는 습하고 무거웠지만 골목길 특유의 매캐한 기름 냄새 대신 달콤하고 신비로운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바닥에는 촉촉한 이끼가 깔려 있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부드러운 탄력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순식간에 이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의 고통에서 도피하고 싶은 그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기적일까? 아니면 단순한 착각일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는 케밥 봉투를 놓치지 않았다.. 식어가는 온기가 그의 손 안에서 희망처럼 느껴졌다.. 봉투 안에는 아직 따뜻한 김이 피어올라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골목길의 핏빛 먼지는 사라지고, 그의 발밑에는 촉촉한 이끼가 깔려 있었다.. 그는 마치 오래된 그림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어쩌면 이 세상도, 배달 팁을 더 크게 부르는 괴한들만큼이나 황당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도 케밥은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마치 망연자실한 여행자가 마지막 남은 식량을 움켜쥔 것처럼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대한 나무들의 뿌리가 땅 위로 노출되어 기묘한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숨을 쉬고 있었고 나뭇잎에서는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딛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으며 생각했다. 이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짜증날지도 모른다고. 그 짜증은 곧 당혹감으로, 당혹감은 뼈 속까지 스며드는 공포로 변해갔다. 발밑의 핏빛 먼지가 촉촉한 이끼로 스며드는 순간, 그는 익숙하던 세상에서 조금씩 떨어져 나왔음을 느꼈다. 오래된 TV 채널을 돌리듯, 현실의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색이 번지고, 소리가 겹쳐졌다. 마치 낡은 사진처럼 경계가 흐릿해졌다.


처음의 순간이동은 부드러웠다. 낡은 아파트 단지 골목에서 거대한 나무뿌리가 꿈틀거리는 숲으로 옮겨진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격랑에 휩싸였다. 디지털 세상의 ‘평점’에 매달리던 그의 삶은 이제 뿌리내린 나무처럼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뿌리가 뽑혀 새로운 땅에 심어진 것이다. 버려진 케밥처럼 식어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봉투 안의 케밥은 아직 따뜻했다. 따뜻함이 손을 통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디지털 숫자에 매달려 자존감을 쌓아왔던 그는, 이제 뿌리 뽑힌 존재로서 허공에 매달린 듯했다.


맹수에게 쫓겨 절벽 끝에 몰렸을 때, 두 번째 순간이동이 찾아왔다. 괴물의 숨결은 뜨겁고 축축했으며, 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기름처럼 미끄러웠다. 눈을 질끈 감고 케밥 봉투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케밥만은 지켜야 해.’ 어머니가 늘 그의 가게를 찾아와 “우리 아들 덕분에 힘이 난다”라고 말해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그의 케밥에 담긴 정성을 알았다. 그 정성은 단순한 맛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고향의 향기였고, 삶의 활력이었다. 떨어지는 순간, 시간마저 늘어진 듯 했다. 그는 오래된 사진 속 인물처럼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가 떨어진 곳은 거대한 광장이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기묘한 조각상이 서 있었고, 주변에는 자홍색 비단 망토를 걸친 노인, 에메랄드 빛 치마를 입은 소녀, 사프란 색 터번을 쓴 상인 등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낯설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그들의 눈빛은 오래된 거울처럼 그의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있는 듯했다. 철수는 물속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새로운 세상에 녹아들었다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별에서 떨어진 조각'이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의 옷차림과 케밥 봉투를 번갈아 보며 수군거렸다.


손에 들린 케밥 봉투는 이질적인 풍경 속에서 더욱 빛났다. 케밥의 매콤한 향기는 고향의 냄새처럼 그의 코를 간지럽혔다. 봉투에서 케밥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맛은 이전과 같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더욱 깊고 풍부하게 느껴졌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맛이었다.. 불안했던 마음은 조금씩 진정되었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그리움에 가슴 한켠이 저려왔다.. 어머니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녀는 늘 그의 케밥 가게를 찾아와 “우리 아들 덕분에 힘이 난다”라고 말해주셨다.. 그녀는 그에게 삶의 의미이자 버팀목이었다..


새로운 세상에서도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삶이자, 어머니와의 추억이었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는 나침반을 가진 여행자처럼 케밥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갈 것이었다.. 이 세계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았다.. 그는 그 실타래를 풀어나가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했다..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그의 주변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아직 익지 않은 케밥처럼 어떤 맛을 낼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흥미로울 것이었다.. 불안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지만 그는 희망이라는 양념으로 그것을 버텨낼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평화롭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였지만 표정에는 생기가 없었다.. 마치 자동 인형처럼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듯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균등화’라는 이름 아래 개성을 조금씩 희생해야 했다.. 철수는 문득 자신이 고향에서 ‘평점’에 매달렸던 것처럼 이곳 사람들도 ‘균등화’라는 평점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케밥 봉투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케밥만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세계는 완벽하게 조각난 퍼즐 같았다… 그리고 그는 그 퍼즐의 한 조각이었지만…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았다.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짜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르카디아 대륙, 이름만 거창할 뿐 공기는 절망으로 물든 회색빛이었다. 건물들은 시간의 흔적이 희미해진 똑같은 얼굴을 한 군중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사람들은 ‘균등화’라는 이름 아래 표정을 지워버린 듯했다. 그들의 눈은 유리구슬처럼 반짝였지만, 그 안에는 깊고 차가운 정적이 흘렀다. 균등화는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삶의 의미를 조금씩 잠식했다.


리아는 처음 그를 발견했을 때, 시간의 먼지에 뒤덮인 고서 속 압화처럼 정지된 듯했다. 낯선 옷차림, 불안함이 스며든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들고 있던 케밥 봉투. 아르카디아 대륙에는 흔한 ‘균등화 식량’ 대신 매콤한 향기가 피어나는 이상한 음식이었다. 그녀는 고고학자이자 민속학자였다. 아르카디아 대륙의 과거를 연구하고, 잊혀진 문화를 발굴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다. 케밥에서 풍기는 향을 맡으며 고대 문헌 속 기록과 연결짓기 시작했다. 강철수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어디선가 떨어진 파편처럼 불안정해 보였다.


“낯선 이여.” 리아가 다가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수정처럼 또렷했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호기심이 숨겨져 있었다. “그대의 케밥은 독특한 향을 풍기는군. 마치 별의 눈물처럼.”


강철수는 움찔하며 봉투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별의 눈물… 어머니가 케밥 소스에 넣던 특별한 향신료였다. 이곳에서도 같은 이름을 쓰는구나. “그냥 케밥입니다.” 그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한국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죠.”


“한국? 흥미롭군.” 리아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녀의 시선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곳은 아르카디아 대륙입니다. 한국이라는 곳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죠.”


마을 사람들은 강철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따뜻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경계심이 숨겨져 있었다. 그의 옷차림과 말투는 이곳 사람들과 달랐고, 케밥은 그들의 입맛에 익숙한 맛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철수의 케밥은 곧 마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노인은 케밥을 먹고 젊었을 적 활력을 되찾았고,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 심지어 전사들도 전투 전에 케밥 한 입을 베어 물며 기운을 북돋았다.


케밥의 향기는 마치 오래 잊혀진 기억을 일깨우듯 섬세하게 사람들의 감각을 두드렸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삶의 희망이 담긴 작은 우주였다. 강철수의 손길이 닿은 케밥은 단순한 배고픔을 달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그는 마치 조각가처럼 케밥 하나하나에 영혼을 불어넣었다. 그의 손끝에서 피어난 매콤달콤한 향기는 아르카디아 대륙의 회색빛 공기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 마치 작은 불씨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개성을 깨우듯 말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 구석구석에는 침묵의 감시자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별의 눈물’을 세계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자원으로 여겼다. 감시자들은 과거 아르카디아 대륙을 지배했던 귀족 계층에서 유래되었으며, 균등화 시스템을 통해 권력을 유지해왔다.. ‘별의 눈물’은 단순히 맛있는 향신료가 아니라 아르카디아 대륙의 에너지원이었고, 기억 저장 장치 역할도 했다.. 함부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신성한 물질이었다.. 감시자들은 강철수가 가져온 케밥에 담긴 별의 눈물을 탐내며 그의 주변을 서서히 좁혀왔다.. 그들의 눈은 매의 눈처럼 날카로웠고,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마치 오래된 조각상처럼 움직이지 않고 침묵했지만, 그들의 존재감은 마을 전체를 압도했다..


리아는 강철수의 불안감을 느꼈다.. 감시자들이 단순한 신성 모독으로 그를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별의 눈물’ 자체였고, 강철수는 그 별의 눈물을 손에 넣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조심하세요.” 그녀는 강철수에게 속삭였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예리하고 냉혹합니다.”


강철수는 리아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걱정과 함께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아직 명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케밥 봉투를 더욱 콩콩 움켜쥐었다…케밥만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세계는 완벽하게 조각난 퍼즐 같았다… 그리고 그는 그 퍼즐의 한 조각이었지만…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는 이제 단순한 배달원이 아니었다 – 이 낯선 세계에 뿌리내리기 시작하는 이방인이었다…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으며 생각했다. 이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짜증날지도 모른다고. 짜증이란 건, 익숙한 세계가 조금씩 틀어질 때, 텅 빈 위장에 느껴지는 허기처럼 찾아오는 감정이었다. 그는 왜 이 낯선 세계에 와있는지, 그 이유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그의 세계는 배달 앱의 별 다섯 개에 좌우되는 삶이었고, 어머니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매일 케밥을 만들었다. 그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사랑과 그의 땀방울, 그리고 삶의 작은 희망이 응축된 결과물이었다. 골목길의 핏빛 먼지는 오래된 고통의 흔적처럼, 이 세계의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기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마치 오래된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고, 그가 들고 있는 케밥은 그들의 코를 간지럽히는 알 수 없는 향기를 풍겼다. 리아는 그 향을 ‘별의 눈물’이라고 불렀다. 별의 눈물… 이름만 들어도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향기였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은 고독한 밤하늘 아래 홀로 빛나는 별처럼, 이질적이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철수는 그 향이 어머니가 즐겨 듣던 자장가의 선율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자장가의 애잔함과 별의 눈물의 신비로움이 뒤섞여 그의 가슴을 울렸다.


처음 케밥을 맛본 노인은 주름진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정감이야… 마치 잠들어 있던 기억이 깨어나는 듯 하군.” 아이는 눈물을 삼키며 케밥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전사는 전투의 피로를 잊고 다시 칼을 잡을 힘을 얻었다. 케밥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주는 음식을 넘어,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불안과 슬픔을 잠재우는 약이 되었다. 케밥 안에는 삶의 온기가, 희망의 씨앗이 담겨 있었다.


케밥의 효능은 곧 소문처럼 퍼져나갔다. 귀족들은 평민들이 즐겨 먹는 저렴한 음식을 경멸했지만, 별의 눈물이 가진 특별한 효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왕궁에서도 철수의 케밥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금으로 장식된 접시에 케밥을 담아 먹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평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케밥에서 풍기는 신비로운 향에 홀린 듯했다. 왕궁의 화려함 속에서도 별의 눈물은 그 빛깔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별의 눈물을 채취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별의 눈물’은 희귀한 꽃에서 얻어지는 향신료였는데, 꽃이 자라는 지역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었다. 과도한 채취는 토양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했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을 좀먹듯, 별의 눈물 역시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는 다른 것들이 있었다. 철수는 케밥을 만들 때마다 이 모순적인 현실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행복은, 동시에 다른 누군가의 슬픔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황폐해진 꽃밭에는 병들어가는 동물들이 쓰러져 있었고, 농부들은 슬픔에 잠겨 있었으며, 케밥 가격 상승으로 평민들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었다..


리아는 침묵의 감시자들에게서 별의 눈물의 비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감시자들은 별의 눈물을 세계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자원으로 여겼다 – 사실 그들은 그것이 세계들이 서로 무너져 들어가는 것을 막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거 차원의 균열로 인해 혼란을 겪었던 경험 덕분인지, 그들은 별의 눈물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감시자들의 시선은 냉철하면서도 광신적이었다.. 마치 완벽하게 조각된 조각상처럼, 감정 하나 스며들지 않은 듯했다.. 그들의 마법 기술은 정교했고 사회 시스템은 효율적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가운 느낌이었다.. 리아는 철수를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감시자들의 위협에 불안해졌다..


"저 괴짜 배달원은 단순히 운이 좋은 게 아니야." 감시자들의 지도자는 말했다.. "그는 예언서에 등장하는 '틈새를 지나는 자'일지도 몰라." 지도자의 말은 리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철수의 순간이동 능력은 단순한 도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는 이 세계에 던져진 퍼즐 조각이었지만, 어쩌면 이 세계를 완성하는 중요한 열쇠일지도 몰랐다..


철수는 다시 한번 케밥 봉투를 움켜쥐었다.. 그의 손 안에는 따뜻한 김이 피어올랐다.. 그는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뒤로하고, 다시 케밥 만들기에 집중했다.. 그의 손길은 능숙했고 칼질은 빠르고 정확했다.. 마치 오랜 연인과 대화하듯, 그는 케밥과의 교감을 즐겼다.. 그는 케밥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았다 - 어머니에 대한 사랑,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지였다… 그의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세계와 연결된 운명의 매듭이었다… 그는 별의 눈물이 가진 모순적인 아름다움을 이해했고 ,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행복 은 이제 다른 누군가의 슬픔 을 넘어 , 이 세계 전체 의 균형 을 잡아주는 약 이 되었다 .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석탄 가루처럼 흩날리는 잿빛 먼지를 밟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상도, 3천 원 할인 쿠폰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잔인할지도 모른다고. 적어도 할인 쿠폰은 케밥을 먹기 위해 돈을 내게 만드는 욕심이었지. 이 세계는, 그에게 뭘 요구하는 걸까? 그는 케밥을 만들고 배달하는 것 외에,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울의 야경은 더 이상 반짝이는 희망이 아니라, 그의 고독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었다.


리아는 조용히 그의 옆을 걸었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현미경처럼, 철수의 미세한 떨림까지 포착하는 듯했다. “그들의 눈은… 얼어붙은 달빛을 닮았어. 빛깔은 바랜 석류즙 같지만, 그 안에 담긴 냉기는 오래된 겨울처럼 매서워.” 철수가 내뱉은 말에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그렇게 이질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복장은 기묘하게도, 찬란한 비단과 닳아빠진 가죽이 뒤섞여 있었고, 무기는 정교한 마법 문양이 새겨진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마치 찬란했던 과거의 잔해를 간직한 유령 같았다. 그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위엄과 동시에, 오랜 권력 다툼 속에서 닳아버린 피로감을 동시에 풍겼다.


감시자들의 지도자, 아크투루스는 철수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케밥 봉투에 잠시 머물렀다. “흥미롭군. 이방인이 가져온 향신료는… 별의 눈물을 닮았군.” 아크투루스의 목소리는 낮고 울림이 깊었다. 마치 오래된 동굴 안에서 메아리치는 신음 소리 같았다. 별의 눈물은 아르카디아 대륙의 생명줄이자, 감시자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 자원이었다. 그들은 별의 눈물을 채취하고 관리하며, 차원의 균열을 막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별의 눈물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의 결정체였고, 시간의 응축이었으며, 아르카디아 대륙 역사의 모든 순간을 담고 있는 신성한 액체였다.


“우리는 이 땅의 균형을 지키는 자들이오.” 아크투루스는 담담하게 말했다. “차원의 균열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 점점 확장되고 있지. 그리고 당신의 순간이동 능력은… 그 균열을 더욱 크게 만들 가능성이 있소.” 철수는 순간 숨을 멈췄다. 그의 ‘순간이동’은 단순한 도피였던 걸까? 그는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인데, 이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존재였던 것일까? 그의 존재는 마치 잘 익은 과일 속 숨겨진 벌레 같았다. 그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거리던 평범한 배달부였는데, 이제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가 된 것이다.


리아는 철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크투루스 경은 좀 과장하는 경향이 있어요. 당신의 순간이동 능력은 아직 통제 불가능하지만, 나름대로 규칙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리아는 감시자들에게 철수의 ‘순간이동’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철수는 케밥 봉투를 단단히 움켜쥐고, 온 힘을 다해 집중했다. 그의 정신 속에서 이미지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 어머니가 웃으며 건네던 따뜻한 밥 한 끼, 서울의 야경 속 반짝이는 불빛들, 그리고 뜨겁게 김이 나는 케밥… 그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삶이었고, 그의 위로였으며, 그의 작은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의 ‘순간이동’은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갔다. 그는 잠시 동안 흐릿한 그림자처럼 공중에 떠 있다가, 갑자기 옆으로 몇 미터 이동했다. 그의 발 아래에는 작은 균열이 생겼고, 그 안에서 희미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균열 속에서는 오래된 노래 소리가 들려왔고, 낯선 꽃 향기가 풍겨 나왔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크투루스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언서에 기록된 대로… 그는 차원의 문을 열어주는 자…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 예언서는 별의 눈물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고대 기록이었다 . 아크투루스는 예언서를 통해 철수가 단순히 공간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 시간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


철수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단순한 케밥 배달부였는데, 왜 이렇게 복잡한 운명에 휘말리게 된 걸까? 그는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가는 작은 배 같았다.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은 이제 차원 간의 혼돈으로 확장된 것 같았다. 그의 삶은 마치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배달 앱 알림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피곤했다 . 그는 언제나 다음 주문을 기다리고 , 다음 손님의 평가에 울고 웃는 존재였다 .


그때 리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철수 씨, 당신의 케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에요. 별의 눈물이 가진 에너지를 담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죠.” 그녀는 철수의 케밥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기를 깊게 든숨 쉬었다.“그 향기는 마치 오래된 연인의 손길처럼 따뜻하고 위로가 돼요.” 그녀는 철수의 케밥 한 입을 베어 물고 눈을 감았다 . 그녀에게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 삶의 작은 기쁨이자 희망이었다 .


하지만 침묵의 감시자들은 여전히 냉정했다 . 그들은 별의 눈물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사용하려 했고 , 철수의 ‘순간이동’ 능력은 그들의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었다 . 아크투루스는 철수를 향해 명령했다.“당신의 순간이동 능력을 통제하고 , 별의 눈물의 진정한 힘을 증명해 보이시오.” 그의 말에는 은근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 . "당신의 능력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오 . 당신은 차원의 균열을 넓힐 수도 있고 , 혹은 닫을 수도 있는 자요 ." 철수는 다시 한번 케밥 봉투를 움켜쥐었다 . 그는 이제 단순한 배달부가 아니었다 . 그는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 , 별의 눈물을 담은 케밥 트래블러였다 . 그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해 , 그리고 어쩌면 세상을 구하기 위해 , 또 다시 '순간이동' 할 준비를 했다 . 그의 얼굴에는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았다. 그 먼지는 단순한 흙먼지가 아니었다. 별의 눈물이 스며든 흙이 부서져 만들어낸 미세한 가루였고, 그 가루는 그의 발 밑에서 시간의 잔상을 흩뿌렸다. 어쩌면 이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서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운함은,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의 근원적인 슬픔이었다. 아크투루스의 명령은 그의 낡은 스쿠터 엔진처럼, 둔탁하고 지긋지긋하게 울렸다. ‘당신의 능력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오.’ 도피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던져진 이 기묘한 세계에서 얼어붙은 케밥처럼 맥없이 떠돌고 있는 건 아닐까.


순간이동은 이제 축복이 아닌 저주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고된 배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이었지만, 이제는 차원의 균열을 넓히는 촉매제가 된 듯했다. 그는 마치 디지털 쓰레기장 속에서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앱처럼, 예측 불가능한 장소에 툭툭 던져졌다. 몸은 시간의 조각들을 삼킨 괴물이 되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잔상을 희미하게 흘려냈다. 그의 피부 아래에는 미세한 균열들이 생겨나, 그 안에서 희미한 빛과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그의 통제력이 흔들릴 때마다 주변 풍경은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오래된 TV 브라운관처럼 현실의 색채가 번져나가 기묘한 형상들이 떠올랐다. 익숙했던 골목길의 벽돌들은 액체처럼 흘러내렸고, 사람들의 얼굴은 흐릿한 수채화처럼 번져갔다. 마침내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한 순간, 격렬한 진동과 함께 깊이를 알 수 없는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균열은 거대한 입처럼 온 세상을 삼킬 듯 벌어져 있었다. 입 안은 검붉은 정적과 시간의 잔해로 가득 차 있었고, 희미하게 별의 눈물이 녹아든 단맛이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눈빛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무표정하면서도 날카로운 잔상을 남겼다. 철수를 향한 원망은 마을 전체를 뒤덮는 석회 가루처럼 그의 심장에 얇게 침전되었다. ‘저 케밥 장사꾼 때문에 우리의 평화로운 삶이 망가졌다!’ ‘저 녀석이 없었다면 마물들이 나타나지 않았을 거야!’ 그들의 목소리는 송곳처럼 날카로웠지만, 그 안에 숨겨진 것은 변화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이었다. 특히 노인들은 더욱 거센 원망을 퍼부었다. 그들에게 변화는 상실이었고, 철수는 그 상실의 상징이었다. 세대 간의 간극은 케밥 소스처럼 끈적하게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케밥 소스를 바르고 절벽 끝으로 뛰어내렸다. 매콤달콤한 소스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었다; 고향의 맛이자, 삶의 위안이었으며, 어머니와의 추억이 응축된 액체였다. '케밥은 약이다.' 리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의 존재 자체가 이 세계에 필요한 약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그는 뛰어내렸다.


그가 뛰어내린 곳은 최초로 습격당했던 골목길이었다. 시간은 나선형으로 휘어져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 듯했다. 골목길에는 익숙한 핏자국과 부서진 간판들이 흩어져 있었고 괴한들은 여전히 검붉은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괴한들이 사용했던 칼날에는 미세하게 빛나는 결정체가 박혀 있었다. 별의 눈물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는 특별한 무기였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단순히 별의 눈물의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것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세계를 지배하려 했던 것이다. 별의 눈물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이 세계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였다..


철수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의 순간이동 능력은 우연이 아니었다; 별의 눈물이 가진 힘에 의해 선택된 운명이었다.. 그는 거대한 퍼즐 조각처럼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어 있었다.. 그의 순간이동은 마치 우주의 맥박처럼 , 끊임없이 세계를 연결하고 분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힘이었다..


죄책감이 그의 심장을 짓눌렀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 케밥을 만들었고, 그 케밥 덕분에 조금이나마 행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케밥 때문에 이 세계에 혼란이 찾아왔을까? 그는 결국 자신만의 작은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평화를 희생시킨 것일까? 자아는 복잡하게 얽힌 디지털 알고리즘처럼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알고리즘 속에서 그는 데이터 포인트였고 , 그의 존재는 예측 가능한 패턴 속에 녹아있었다 . 하지만 그의 순간 이동 능력은 그 패턴을 깨뜨리는 변수였고 , 예측 불가능성을 만들어냈다..


망설였다 잠시 후 철수는 케밥 봉투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손 안에서 식어가는 케밥 봉투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삶이었고 , 어머니와의 추억이었으며 ,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희망이었다.. 케밥 봉투에서 은근히 풍겨오는 매콤달콤한 향기는 고독과 불안을 잠시나마 달래주었다.. 철수는 다시 한번 '순간이동' 할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도피가 아닌 ,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영혼 속에서 빛과 어둠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케밥 봉투는 마치 나침반처럼 , 그의 운명을 가리키는 방향을 제시했다 . 그는 이제 단순히 케밥 장수가 아니었다 . 그는 차원을 넘나드는 방랑자이자 , 별의 눈물이 선택한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으며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배달 앱 평가가 그의 삶처럼 싱거울지도 모른다고. 짜증은 분노의 희석된 형태였고, 분노는 절망의 포장지였다. 지난 며칠간 그는 절망이라는 거대한 포장지를 쉴 새 없이 뜯어왔다. 그의 ‘마법의 소스’ 케밥은 이 기묘한 세계에서도 안정 효과를 가져다주었지만, 그 안정은 마치 유리 조각처럼 위태로웠다. 어머니가 별 다섯 개를 아낌없이 선사하던 그 따뜻한 손길이, 이제는 희미하게 느껴졌다.


철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별의 눈물이 뿌려진 케밥 향기는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오래된 연인의 향수처럼, 달콤함 속에 미묘한 슬픔이 스며 있었다. 리아가 말한 ‘차원의 균열’에 대한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자신이 일으킨 균열은 단순히 공간적인 찢김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내면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때로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심장을 찔렀다. 그녀는 그의 케밥에 가장 아낌없는 별점을 주던 첫 번째 손님이었다. 그녀의 미소는, 이 기묘한 세계에서도 변치 않는 하나의 좌표였다.


습격당했던 골목으로 돌아왔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골목은 거대한 입을 벌린 괴물처럼 그를 삼킬 듯했다. 괴한들의 복장은 단순한 도적이라기보다는 기계적이고 이질적인 느낌을 풍겼다. 그들의 무기는 칼이었지만, 칼날에는 희미하게 푸른 빛이 감돌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들은 케밥 자체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케밥에 뿌려진 별의 눈물을 노렸던 것이다. 별의 눈물은 단순히 맛있는 향신료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원 간 에너지의 연결 고리였고, 괴한들은 그 연결 고리를 끊으려 했던 것이다.


철수는 주저 없이 케밥 소스를 온몸에 발랐다. 따끈하고 매콤달콤한 소스는 마치 두 번째 피부처럼 그의 몸을 감쌌다.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김치찌개의 얼큰함과, 리아와 함께 먹던 매운 떡볶이의 화끈함이 소스 속에서 꿈틀거렸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감각이 뒤섞이며 그는 깨달았다: 그는 단순히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 이 기묘한 세계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 뛰어내린 것이었다!


절벽 아래는 검푸른 심연이었다. 바람은 마지막 송가처럼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잠시 망설이다 몸을 던졌다. 중력에 이끌려 빠르게 추락하는 동안, 그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 배달 앱 평가에 매달리던 자신, 그리고 리아와 마을 사람들… 떨어지는 동안 철수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빛은 점점 강렬해져 주변의 어둠을 몰아냈다. 마침내 그는 바닥에 부딪히는 대신 부드러운 쿠션 위로 착지했다 – 습격당했던 골목이었다.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철수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진실을 발견했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별의 눈물을 독점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다!


그들은 차원 간 균형을 지키는 자들이었지만, 동시에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들이기도 했다. 괴한들은 감시자들이 보낸 자객이었고, 그들은 별의 눈물의 흡수 능력이 있는 특수한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괴한들이 칼로 케밥에 뿌려진 별의 눈물을 베었을 때, 푸른 빛이 칼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마치 생명력을 빨아들이듯. 철수의 몸에서는 은은한 빛이 점점 사라져갔고, 그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는 다시 케밥 트럭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식어가는 케밥 봉투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영혼 속에서 빛과 어둠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케밥 봉투는 마치 나침반처럼 , 그의 운명을 가리키는 방향을 제시했다 . 그는 이제 단순히 케밥 장수가 아니었다 . 그는 차원을 넘나드는 방랑자이자 , 별의 눈물이 선택한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


“케밥으로 승부해야겠군.”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골목길 전체에 울려 퍼졌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별의 눈물을 독점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들은 인간의 욕망과 닮아 있었다 –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 더 강력해지려는 욕심… 철수는 문득 깨달았다: 별의 눈물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인간과 차원을 연결하는 촉매였다.. 그리고 그는 그 촉매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이제 그의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 그것은 차원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무심할지도 모른다고. 짜증은 묘하게 희망의 씨앗처럼 느껴졌다. 절망은 무기력하게 짓누르는 무게가 아니라, 오히려 발버둥 치게 만드는 추진력이었다. 마지막 전투에서 침묵의 감시자들의 권력 다툼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나니,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케밥 배달부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맛있는 기름때와 향신료 냄새가 배어있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자아를 발견했다. 손끝에 묻어나는 양고기의 따뜻함은, 디지털 세상의 차가운 평가 점수보다 훨씬 더 확실한 증거였다.


그의 시선은 골목길 끝, 희미하게 빛나는 아르카디아 대륙의 저녁노을에 머물렀다. 노을은 오래된 사진 속 빛바랜 기억처럼, 어머니의 웃음소리를 불러일으켰다. 어머니는 늘 말했지. “철수야, 네 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란다. 정성이란 별의 눈물만큼이나 귀한 것이 들어있지.” 그때는 그저 투정만 부렸지만, 이제 그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그의 케밥은 어머니와의 추억이자,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하는 위로였고, 무엇보다 그의 삶 자체였다. 디지털 세상의 평가 점수에 매달리던 그는, 이제 자신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맛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았다. 그의 노동은 단순한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 그것은 세상을 연결하는 작은 마법이었다. 그것은 데이터화되지 않는 인간의 온기였다.


리아는 그의 옆에서 조용히 관찰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현미경으로 작은 생명체를 들여다보듯 날카롭고 호기심 가득했다. “흥미롭군요, 강철수씨. 당신은 마치 뿌리 뽑힌 나무처럼 불안정했지만, 이제는 다시 땅에 뿌리를 내린 듯 보입니다.” 그녀의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그러나 철수는 더 이상 그녀의 분석에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는 리아가 자신을 통해 아르카디아 대륙을 이해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 그의 케밥 속에 담긴 삶의 의미를, 그 안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케밥 트럭 앞으로 걸어가 솥뚜껑을 열었다. 뜨거운 김은 골목길을 섬처럼 휘감았다. 케밥 속 양고기는 시간의 흔적이 새겨진 조각들처럼 반짝였다. 별의 눈물 향신료는 특유의 은은한 향기를 발산하며 주변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그 향기는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부드럽고 포근했다. 철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양고기를 썰어 또띠아에 넣고, 매콤한 소스를 듬뿍 뿌렸다. 그의 손길 하나하나에는 어머니와의 추억과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은 여전했지만,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맛은 세상과의 연결고리였다..


골목길을 지나가던 아이가 케밥 냄새를 맡고 달려왔다. “케밥! 케밥!” 아이는 철수의 다리에 매달려 울먹였다. 철수는 웃으며 아이에게 케밥 하나를 건넸다. 아이는 한 입 베어 물자 환하게 웃으며 뛰어갔다 마치 세상을 정복한 영웅처럼 . 그 모습을 보며 철수는 깨달았다: 그의 케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피워내는 행복이었다.. 그것은 아르카디아 대륙의 분쟁과 갈등 속에서도 희망을 불어넣는 작은 등불이었다..


리아가 말을 건넸다.“당신의 케밥에는 특별한 힘이 있군요.” 그녀는 철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 힘은 단순히 별의 눈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 당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요.” 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순간이동’ 능력이나 ‘케밥 장인’이라는 타이틀만이 아니었다 – 그것은 바로 그의 마음속에 있는 따뜻함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의지였다..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과 자본주의적 삶의 부조리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다..


그때, 골목길 멀리서 침묵의 감시자들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었지만, 이전보다 조금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철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완전히 납득하지 못했지만, 철수의 케밥이 가진 힘에 대해 인정하기 시작했다.. 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도 케밥 하나씩 건넸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케밥을 받아 한 입 베어 물었다.. 처음에는 의아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곧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별의 눈물이 가진 진정한 힘은 바로 이 순간 드러났다 – 그것은 차원의 균열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그리고 강철수는 그 다리를 건설하는 연금술사였다.. 침묵의 감시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군.” 다른 감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우리 사회 시스템 안에 숨겨진 욕망과 갈증을 해소해주는 맛이야.”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케밥은 권력과 효율성으로만 움직이는 아르카디아 대륙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 촉매제였다..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무심할지도 모른다고. 그 짜증은 단순한 배고픔을 넘어, 디지털 액자 속 어머니의 미소처럼 희미해져 가는 삶의 온기,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 때문이었다. 손끝에 묻은 매콤한 양념은, 잊혀진 약속처럼 입술을 간지럽혔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 시간의 먼지 속에 잠긴 기억들을 깨우는 듯했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케밥을 받아 들고, 마치 오래된 책장을 넘기듯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들의 얼굴은 돌처럼 딱딱했지만, 케밥의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는 순간 미묘하게 흔들렸다. 향기는 마치 기억 속 깊이 잠들어 있던 고향의 냄새처럼, 혹은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지의 숨결처럼 다가왔다. 감시자 A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소박한 죽 냄새를 떠올렸고, 감시자 B는 첫사랑의 설렘과 함께 먹었던 매실 장아찌 맛을 기억했다. 그 향은 아르카디아 대륙의 황폐해진 토양에서 피어난 마지막 꽃잎처럼 섬세하고 강렬했다. 감시자들의 눈동자는 별빛을 머금은 듯 반짝였다. 냉랭한 시선은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군.” 가장 나이가 많은 감시자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오래된 동굴 속 울림처럼 깊고 웅장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떨리는 듯했다. “우리 사회 시스템 안에 숨겨진 욕망과 갈증을 해소해주는 맛이야. 더 나아가… 잊혀진 우리의 본성을 일깨우는 힘이지.” 그는 수십 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를 마침내 발견한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감시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권력과 효율성으로만 움직이는 아르카디아 대륙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 촉매제가 바로 이 케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강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솥뚜껑을 열었다. 거대한 솥 안에는 뜨겁게 달궈진 기름 위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케밥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매콤한 양념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퍼져나갔고, 그 향기는 골목길을 넘어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를 휘감는 듯 했다. 마치 별의 눈물이 녹아든 듯 신비로운 향기는 괴수마저 잠재울 만큼 강력했지만, 동시에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에 드리워진 불안과 절망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그의 손놀림은 숙련된 장인의 그것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는 단순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던지고 있었다. 그는 케밥 하나하나에 어머니에게 배운 사랑과 정성을 담아 만들었다. 어머니는 항상 말했었다: “케밥에는 네 마음과 영혼이 담겨야 한다.”


그때,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침묵의 감시자들이 경계하며 무기를 뽑아들었지만, 철수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케밥을 만들었다. 거대한 괴수가 골목길 입구에 나타났다. 괴수의 눈은 핏빛으로 빛났고, 입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괴수는 아르카디아 대륙을 위협하는 마물 중 하나였으며, 그 힘은 막강했다. 그러나 괴수의 몸에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생긴 검은 상처들이 가득했고, 눈빛에는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처럼 깊은 절망감이 서려 있었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괴수를 공격하기 위해 마법을 준비했지만, 괴수는 케밥 향기를 맡는 순간 잠시 멈춰섰다. 마치 어린 아이가 좋아하는 사탕을 발견한 것처럼 괴수의 눈빛이 순해졌다..


철수는 완성된 케밥을 괴수에게 건넸다. 괴수는 망설임 없이 케밥을 받아 한 입 베어 물었다.. 괴수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별의 눈물이 가진 진정한 힘은 바로 이 순간 드러났다 – 그것은 차원의 균열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그리고 강철수는 그 다리를 건설하는 연금술사였다.. 침묵의 감시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케밥은 권력과 효율성으로만 움직이는 아르카디아 대륙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 촉매제였다..


“이제 알겠다.” 감시자들의 지도자가 말했다.“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세계를 연결하는 마법이다.” 그는 철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당신의 케밥으로 이 대륙에 평화를 가져다주십시오.” 강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의 옆에는 언제나 맛있는 케밥이 함께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어머니에게 배웠던 사랑과 정성을 담아 다시 한번 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디지털 액자 속 어머니의 미소는 더욱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완벽한 평화는 아니었다.. 괴수가 케밥을 먹고 잠잠해졌지만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슬픔이 남아 있었다..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는 환희에 들끓었지만, 인공식량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권력자들은 여전히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철수는 다음 케밥에 더 많은 정성과 사랑을 담기로 다짐했다… 그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언제나 맛있는 케밥이 함께할 것이다….


식어가는 케밥 봉투를 꽉 움켜쥔 채, 강철수는 골목길의 핏빛 먼지를 밟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상도, 배달 팁을 잊어버린 손님들만큼이나 무심할지도 모른다고. 괴수의 눈빛에 남아있던 슬픔은, 인공식량 공장 연기처럼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를 뿌옇게 감쌌다. 환희는 잠시, 효율성을 추구하는 권력자들은 이미 새로운 식량 배급 계획을 짜고 있었고, 케밥은 또다시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 될 운명이었다. 철수는 다음 케밥에 더 많은 정성과 사랑을 담기로 다짐했다. 그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 – 희미하게 빛나는 별 조각 하나에도 슬픔이 녹아든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 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언제나 맛있는 케밥이 함께할 것이다.


리아는 철수의 다짐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녀의 눈은 마치 밤하늘을 담은 호수처럼 깊고 신비로웠다. “흥미롭군요, 강철수. 당신의 케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일종의 연금술 같아요.” 리아의 말에 철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연금술이라… 어머니가 늘 말씀하셨지. 좋은 재료에 정성을 담으면 황금도, 혹은 잊혀진 기억도 나올 수 있다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자, 철수는 다시 한번 케밥 소스를 듬뿍 찍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은 달콤하면서도 쌉쌀했고,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했다. 마치 오래된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별 조각을 입 안에 넣은 듯했다.


그때, 저 멀리서 금빛 장식이 화려한 마차가 달려왔다. 마차 앞에는 금색 문장이 새겨진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별무리 왕국’의 국기였다. 왕국의 대표단이 케밥을 맛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들은 인공식량에 질려, 입소문으로 자자한 케밥을 찾아 온 것이었다. 왕국의 대표단은 처음에는 냉소적이었다. 귀족들은 평민들의 음식 따위는 깔보았지만, 케밥을 한 입 먹는 순간 그들의 표정은 일변했다. 마치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심장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 듯했다.


“이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야! 마치 별의 눈물이 입 안에서 터지는 것 같군!” 대표단의 우두머리는 감탄하며 외쳤다. 그들의 감탄은 곧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로 퍼져나갔고, 케밥은 순식간에 최고의 인기 음식이 되었다. 인공식량 공장은 조금씩 가동률을 낮추었고, 농부들은 다시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철수의 케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행복은 아니었다. 새로운 문제는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별의 눈물 향신료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주변 숲이 점점 황폐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별의 눈물은 아르카디아 대륙 고유의 꽃에서 채취되는 귀한 향신료였는데, 그 향기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고향의 맛을 되살려주었다. 하지만 그 향기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꽃을 채취하자 숲은 점점 메말라갔다.. 철수는 고민에 빠졌다. 그의 케밥이 환경 파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대한민국 최고 기술력으로 만든 화려한 요리도 결국 자연의 품 안에서 탄생하는 별의 눈물 없이 완벽하지 못했다.. 그는 리아와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별의 눈물을 조금씩 아껴 쓰고, 새로운 향신료를 개발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 해풍에 절여진 바다 소금과 오래된 화산재로 만든 검은 고추를 혼합하여 별의 눈물과 비슷한 풍미를 내는 데 성공했다..


시간이 흘러 철수는 리아와 함께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를 여행하며 ‘케밥 트럭’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들은 전쟁으로 분쟁 지역에 도착해 사람들에게 따뜻한 케밥을 나누어 주었고, 케밥 향기는 슬픔과 절망에 잠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그의 케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희망의 상징이었고, 새로운 세계를 위한 작은 씨앗이었다..


어느 날 밤, 철수는 케밥 트럭에서 어머니의 사진을 꺼내 바라봤다. 사진 속 어머니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리아가 옆에서 속삭였다..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이 이만큼 성장할 줄 알고 있었겠죠.” 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어요…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그는 사진 속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니, 제가 해냈어요! 제 케밥이 이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는 케밥 봉투를 꼭 움켜쥐었다.. 봉투 안에는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의 사랑처럼 말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다짐만이 가득했다.. 다음 주문은 특별하다는 예감이 들었다.. 누군가 그의 '마법의 소스'가 담긴 케밥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향하게 될지도 몰랐다….


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다음 손님을 기다렸다.. 그의 손끝에서는 이미 새로운 케밥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마치 새벽 하늘에 떠오르는 별처럼 반짝이며… 그때, 한 노인이 천천히 트럭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아르카디아 대륙 최북단의 작은 마을에서 왔다고 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젊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노인은 철수에게 말했다… “젊은 친구… 당신의 케밥에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 같군요…” 그는 케밥 봉투를 받아들며 속삭였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맛이야…”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철수는 노인의 미소를 보며 깨달았다… 그의 케밥은 단순히 행복을 전하는 음식만이 아니라… 잊혀진 기억들을 되살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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