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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님은 외계인이었다

지구를 정복하러 잠입한 스파이가 K-오피스 문화에 갈등을 하다

by SeaWolf

김 부장은 야근 중이었다.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급한 외계 스파이, 카이론. 캡사이신 향이 희미하게 감도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향 행성, 베텔게우스-7의 팀장에게 원격 갈굼을 받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팀장님의 목소리는 낡은 진동판처럼 웅웅거렸지만, 그 잔소리는 김 부장의 뇌 속 뉴런을 정확히 간지럽혔다. “카이론, 지구 침략은 뒷전이고 무슨 삼겹살이나 고민하고 있느냐! 자네의 에너지 효율은 점점 더 인간스러워지고 있어!” 인간스러움이라니. 마치 찬사처럼 느껴졌다.


사무실 형광등은 차가운 흰색 눈물처럼 끊임없이 떨어지는 빛이었다. 어깨 위로 쌓여드는 빛은 고향 행성의 푸른 하늘과는 다른 종류의 차가움이었다. 그는 멍하니 모니터 속 엑셀 시트를 바라봤다. 숫자들은 마치 냉정한 별들의 배열처럼 김 부장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마케팅 전략’, ‘시장 점유율’, ‘KPI 달성률’. 베텔게우스-7 행성에서는 우주의 질서를 재편할 만큼 거창한 임무를 맡았건만, 지금은 지구의 짜릿한 소비를 위한 미세한 전략을 짜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의 우주는 어느새 습관처럼 반복되는 커피 한 잔 크기의 사무실 책상 위로 축소되어 있었다.


퇴근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시계 초침은 느릿한 달팽이처럼 기어갔다. ‘퇴근’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시간적 종착점을 넘어선 의미였다. 그것은 잠시나마 외계 스파이 ‘카이론’의 가면을 벗고, 지구인 ‘김철수’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허락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들이 그를 맞이할 것이다. 그들의 인사는 때로는 반갑고 때로는 무심했지만, 그는 그 무심함 속에서도 따스함을 느꼈다. 퇴근은 그의 삶의 작은 해방구였다. 하지만 해방구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TV를 켜고 맥주 한 잔을 기울였다. 뉴스에서는 연일 경제 불황과 사회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지구인들은 참으로 복잡하고 다채로운 감정으로 살아갔다. 그는 종종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향 행성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했다: 승리와 패배, 사랑과 증오, 생존과 죽음. 하지만 지구인들은 그 중간 지대에 끊임없이 머물렀다. 그들은 슬픔 속에서도 웃었고, 행복 속에서도 불안해했다. 그는 마치 투명한 유리 벽 너머를 바라보는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감정의 스펙트럼은 넓었지만 깊이는 얕았다.


‘퇴근’ 후에도 그의 외로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공허함은 마치 깊은 우주처럼 끝없이 확장되어 갔다. 그는 점점 지구의 풍경과 문화에 익숙해져 고향 행성의 기억마저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베텔게우스-7 행성의 푸른 하늘, 톡 쏘는 향기의 크릴 꽃, 팀장님의 날카로운 목소리… 이제 그것들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흐릿해져 갔다. 사진 속의 자신은 젊고 활기찼지만 지금의 그는… 무엇이었을까?


사무실 형광등 아래 먼지 쌓인 책상, 습관처럼 반복되는 커피 한 잔, 그리고 소주 한 잔의 진실의 약초… 모든 것이 김 부장을 삼켜버릴 듯했다. 그는 자신이 지구에 완전히 동화되어버렸다는 것을 느꼈다기업의 핵심 가치보다 매콤한 캡사이신이 더 와닿는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는 은하계를 정복하기 위해 왔지만, 이제는 단순히 오늘 저녁 메뉴를 정하는 데 더 큰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다.. 퇴근 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동료 박 대리의 무심한 인사는 그의 외로움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내일도 야근이네요, 부장님." 박 대리의 말은 단순한 인사였지만, 김 부장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었다.. 그는 자신이 지구에 완전히 동화되어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이제 단순한 외계 스파이가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아저씨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라떼는 말이야, 사장은 회식 자리에서 늘 그랬다.“젊은 것들은 노력도 안 하고 맨날 투덜거리지.” 사장의 말은 김 부장에게도 적용되는 듯했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투덜거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투덜거리는 것조차 인간적인 노력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김 부장은 소주 한 잔을 더 기울였다..


그날 밤 꿈속에서 김 부장은 베텔게우스-7 행성의 전쟁 장면을 보았다.. 푸른 하늘 아래 크릴 꽃밭이 불타고 있었고 팀장님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카이론! 지구 침략을 게을리하면 크릴 꽃 정원에 벌충해야 할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김 부장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직 완전히 지구에 동화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안에는 아직 외계 스파이 카이론의 영혼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진실의 약초가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


김 부장은 야근 중,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절박한 외계 스파이로서, 혀끝이 마비될 듯한 캡사이신 향이 희미하게 감도는 진실의 약초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향 행성 크라켄의 팀장님에게 원격 갈굼을 받고 있었다. 팀장님의 목소리는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처럼 지직거렸지만, 그의 잔소리는 날카로운 레이저처럼 김 부장의 뇌를 관통했다. “카이론! 지구 침략은 뒷전이고, 소주나 퍼마시느냐!”


사무실 형광등은 쉴 새 없이 깜빡이며 마치 거대한 흰 눈덩이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 빛은 김 부장이 잊고 싶어 하는 고향 행성의 푸른 크릴 꽃밭을 더욱 희미하게 만들었다. 15년, 지구에 잠입한 지 벌써 15년이나 되었다. 처음에는 지구의 다채로운 풍경과 어설픈 문화가 신기했지만, 이제는 그저 반복되는 일상 속 풍경일 뿐이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는 무표정한 얼굴들, 습관처럼 마시는 맥주 한 잔, TV에서 흘러나오는 시시한 드라마… 그는 점점 지구의 풍경 속에 녹아들어, 고향 행성의 푸른 크릴 꽃밭조차 희미한 사진처럼 기억할 뿐이었다. 형광등 아래 그의 그림자는 점점 길어졌다.


그의 작은 안식처였던 퇴근 시간마저 이제는 위협받고 있었다. 하버드 MBA 출신의 신입사원 크리스가 마케팅 2팀에 합류한 이후부터였다. 크리스는 완벽했다. 그는 완벽했고, 그 완벽함은 김 부장의 불안을 자극했다. 칼로 자른 듯 날렵한 슈트,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 누구보다 빠른 업무 처리 속도까지. 사장님은 연신 크리스를 칭찬했고, 김 부장은 그의 존재를 질투하면서도 어쩐지 미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괴물이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듯했다.


크리스의 웃음은 어딘가 과장되어 있었다. 마치 미리 짜놓은 대본대로 연기하는 배우처럼,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회식 자리에서 그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늘 완벽한 각도를 유지하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했지만 어딘가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는 인간적인 결함 하나 없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 같았다.


어느 날, 김 부장은 크리스가 탕비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고 몰래 그의 커피 잔을 핥아보았다. 어설픈 첩보 활동이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크리스에게서 희미한 '포자' 냄새가 풍겨온다고 확신했다. 크라켄 종족 특유의 은은하면서도 기묘한 향기였다. 포자는 단순한 종족의 향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완벽주의라는 갑옷이자, 불안감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었다. 김 부장은 포자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소외감을 더욱 크게 느꼈다.


“크리스 씨, 오늘 발표 자료 정말 좋았습니다.” 김 부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크리스는 김 부장을 잠시 쳐다보며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부장님 덕분입니다. 부장님의 노하우를 배우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기계적인 느낌이었다. 마치 프로그램된 응답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김 부장은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크리스는 단순한 신입사원이 아닐 것이다. 그는 지구 침략을 위한 크라켄 종족의 스파이다! 하지만 왜? 왜 지금 지구에 온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 그는 크리스가 단순히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온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크리스는 지구 사회의 효율성을 높여 더 쉽게 침략하기 위한 정교한 계획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사무실 형광등 아래, 그의 그림자는 점점 길어졌다. 그는 고향 행성의 팀장님에게 다시 한번 원격 갈굼을 받으며 소주잔을 기울였다.“카이온! 정신 차리고 지구를 정복해야지! 소주만 퍼마시지 말고!” 김 부장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그의 진짜 적은 은하계 정복 임무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자리에서 완벽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입사원 크리스였다. 그리고 그의 밥줄도 함께 위협받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크리스는 왜 그렇게 완벽하려고 하는 걸까? 그 완벽함 뒤에는 어떤 불안이 숨겨져 있을까?


김 부장은 마지막 소주 한 잔을 비우며 생각했다: 완벽함이란 결국 인간적인 나약함을 숨기기 위한 가장 정교한 가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야만 했다.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였고, 그의 그림자는 더욱 길어졌다 - 고독과 의심 속에서 밤은 깊어갔다.


김 부장은 야근 중이었다.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시급한 외계 스파이로서, 캡사이신 향이 도는 진실의 약초가 섞인 소주잔을 기울이며 희미하게 고향 행성의 팀장에게 원격 갈굼을 받고 있었다. 팀장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라디오처럼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지만, 핵심은 변함없었다. ‘카이론, 지구화 속도 너무 느리다. 벌써 15년이나 됐는데!’ 15년. 지구에 잠입한 지 어언 15년. 이제 그는 은하계 정복보다 ‘저녁 메뉴’가 더 시급한 평범한 아저씨였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위장이었음을 그는 종종 회고했다. 고향 행성의 푸른 하늘을 기억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대신 그의 머릿속에는 미세먼지 농도와 주말에 갈 만한 카페 리스트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밤, 사무실 형광등은 차가운 백색광이 먼지 입자를 조각내듯 빛나는 눈동자처럼 김 부장을 응시했다. 형광등 아래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책상 위에는 반쯤 먹힌 컵라면과 산더미 같은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그의 시선은 무심히 서류를 훑다가, 어느 순간 멈춰 섰다. 크리스의 보고서였다. 완벽에 가까운 데이터 분석,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약간은 과장된 자신감까지. 크리스는 마치 지구화된 인간처럼 완벽하게 적응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의심스러웠다. 그 완벽함 뒤에 숨겨진 것은 진심일까, 아니면 정교하게 짜여진 연기일까?


크리스의 웃음은 늘 어딘가 과장되어 있었다. 인간적인 감정 표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잘 짜여진 프로그램처럼, 상황에 맞춰 적절한 미소를 짓고 적절한 리액션을 취했다. 김 부장은 그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희미하게 ‘포자’ 냄새를 맡았다. 크라켄 종족 특유의 은은하면서도 기묘한 향기였다. 포자 냄새는 김 부장에게 고향 행성의 축축한 토양을 떠올리게 했다. 동시에 그는 이 냄새가 지구라는 새로운 토양에 뿌리내리고 번성하려는 크라켄 종족의 야망을 담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들은 단순한 침략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지구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투자자였고, 그들의 목표는 은하계 정복보다는 지구 경제의 주도권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젠장… 진짜 크라켄인가?”


김 부장은 몰래 주변을 둘러봤다. 야근 중인 동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무기력했고,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형광등 아래 말라 비틀어진 식물들 같았다. 그들은 이미 경쟁 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여 자신만의 작은 울타리 안에 갇혀 버린 존재들이었다. 김 부장은 그들의 무관심 속에서 크리스를 추적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직장인의 스킬과 외계 스파이로서의 감각을 총동원해야 했다.


회식 자리에서 몰래 술에 ‘진실의 약초’를 타거나, 탕비실에서 몰래 그의 커피 잔을 핥아 DNA 분석을 시도하는 등 그의 어설픈 첩보 활동은 계속되었다. 진실의 약초는 지구인들에게는 매콤한 정도였지만, 크라켄에게는 강력한 진실 흡입제였다. 커피 잔을 핥는 것은 조금 민망했지만,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었다. 외계 감각을 이용하여 크리스 주변의 에너지 흐름을 감지하고, 크라켄 종족 특유의 미세한 신호를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계산기로 돌아갔다 - 확률, 가능성, 그리고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며… 그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자문했다. 은하계 정복?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밥줄을 지키기 위해서?


어느 날 밤, 야근 중인 사무실에서 김 부장은 결정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크리스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잠시 인간의 형태로 위장 해제를 한 것이다! 그의 피부는 미세하게 푸른 빛을 띠었고, 눈동자는 검은색 점처럼 작아졌다. 김 부장은 숨을 죽이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 크리스는 분명 크라켄 종족의 스파이다!


즉시 본성에 보고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사용하는 통신기는 먹통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크리스는 그의 팀 핵심 프로젝트를 가로채고 무능함을 지적하며 사내 입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김 부장님, 역시 젊은 피의 패기가 필요합니다.” 크리스의 웃음은 여전히 과장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약간의 조롱이 섞여 있는 듯했다.. 이 싸움은 지구의 운명뿐만 아니라 김 부장의 밥줄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는 단순히 고향 행성을 위한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는 지구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하나의 생명체였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팀장이었다.. "카이론! 지구화 진행 상황 보고해!" 팀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까칠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초조함이 느껴졌다.. 김 부장은 침통한 심정으로 대답했다.. "네 팀장님.. 현재 지구화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경쟁 종족인 크라켄 종족의 스파이가 회사에 침투했습니다.." 팀장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크라켄? 흥미롭군.. 그들에게도 지구에는 가치가 있는 모양이야.." 팀장의 말에는 은하계 전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담겨 있었다.. 김 부장은 혼란스러웠다.. 과연 그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은하계 정복? 아니면 평범한 직장인의 삶?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존재 의미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는 다시 소주잔을 기울였다.. 캡사이신 향이 코를 간질였다.. 소주잔 속에는 희미하게 그의 그림자가 비쳤다 - 고독하고 쓸쓸한 외계 스파이이자 평범한 K-직장인으로서…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전보다 더욱 강렬해져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는 지구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하나의 존재였고... 그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될 뿐이었다…


김 부장은 야근 중,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시급한 외계 스파이로서, 혀끝을 얼얼하게 만드는 고향별의 매운맛, 캡사이신 향이 도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희미하게 고향 행성 카이론의 팀장님에게 원격 갈굼을 받고 있었다. 팀장님의 목소리는 오래된 라디오처럼 끊기고 웅얼거렸지만, 핵심은 명확했다. ‘카이론, 지구화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 15년이나 됐으면 이제 침략 준비를 해야지!’ 침략. 김 부장은 소주 한 모금을 삼키며 코웃음을 쳤다. 지금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내일 아침 회의 때 사장에게 어떻게 ‘MZ세대’를 어필할 것인가였다. 그는 그들의 ‘힙’한 감성을 분석하고, 마치 새로운 종족의 번식 패턴을 연구하듯 파고들었다.


사무실 형광등은 마치 냉정한 심판대처럼 그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베텔게우스-7 행성의 밤하늘은 붉은색과 보라색의 오묘한 조화를 이루었는데, 이곳 지구의 형광등은 그저 흰색이었다. 흰색은 깔끔하고 효율적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가웠다. 그 차가움은 마치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독과 닮아 있었다. 그는 완벽하게 지구화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조적으로 웃었다. 카이론, 엘리트 스파이. 이제 그는 그저 마케팅 2팀의 김철수일 뿐이었다. 그의 정체성은 마치 형광등 아래 쌓여있는 서류처럼 무질서하게 겹쳐져 있었다.


크리스의 등장 이후, 그의 내면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갔다. 크리스는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완벽했고, 김 부장은 그 완벽함에 질투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렸다. 크리스의 미소는 인간적인 온기가 부족했지만, 그 뒤에는 숨겨진 야망이 느껴졌다. 그는 크리스를 관찰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포자’ 냄새를 맡았다 – 크라켄 종족 특유의 은은하면서도 기묘한 향기였다. 포자는 마치 미세한 먼지처럼 그의 감각을 자극했고, 그의 잠자던 외계 스파이 본능을 깨웠다. 그러나 동시에 크리스는 김 부장이 잊고 지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 같았다 - 완벽을 추구하는 욕망, 그리고 인간적인 온기를 갈망하는 마음.


외계 스파이로서 그는 뛰어난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직장인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그들의 욕망과 불안감을 파악하는 데 능숙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욕망과 불안감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침략 임무를 완수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칼퇴근해서 집에 가서 따뜻한 밥을 먹어야 할까? 김 부장은 소주잔을 한 번 더 채웠다. 소주는 그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위로였다. 소주잔 속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 외계 스파이 카이론과 K-직장인 김철수… 그 경계는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야근 중인 사무실은 마치 거대한 정글과 같았다. 경쟁과 암투가 끊이지 않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발버둥쳐야 했다. 그는 직장인의 스킬과 외계 스파이로서의 감각을 총동원하여 크리스를 추적하고 그의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했다. 회식 자리에서 몰래 술에 ‘진실의 약초(캡사이신)’를 타거나, 탕비실에서 몰래 그의 커피 잔을 핥아 DNA 분석을 시도하는 등 어설픈 첩보 활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노력 덕분에 크리스는 점점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예민해졌다.


그는 어느 날 밤, 사무실에서 크리스가 인간의 형태로 위장 해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크리스의 본래 모습은 거대한 문어 다리를 가진 기괴한 생명체였다! 김 부장은 즉시 본성에 보고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사용하는 통신기는 먹통이었다 - 지구 자기장의 간섭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크리스는 그의 팀 핵심 프로젝트를 가로채고 무능함을 지적하며 사내 입지를 위협했다.. 이제 이 싸움은 지구의 운명뿐만 아니라 김 부장의 밥줄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그는 다시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 소주잔 속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 외계 스파이 카이론과 K-직장인 김철수… 그리고 이제 세 번째 그림자, 크라켄 종족의 야망까지 더해졌다..


그는 야근 중에도 끊임없이 두 가지 자아 사이에서 갈등했다.. 외계 엘리트 스파이로서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밤샘 야근을 하고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PPT를 만들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PPT 각 슬라이드는 지구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적인 무기였다 – 데이터는 숫자를 넘어선 언어가 되었고, 디자인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닌 침략 의지를 담은 상징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동시에 K-직장인으로서 칼퇴근하고 주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밀려온다.. 그 눈빛은 마치 해일처럼 요동쳤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던 걸까? 침략 임무를 위해? 아니면 단순히 오늘 저녁 메뉴를 결정하기 위해? 그는 베텔게우스-7 행성의 팀장에게 보고할 내용을 곱씹었다 – '지구화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예상보다 지구인들의 '정'이라는 것이 강합니다.'


사무실 형광등 아래 쌓여있는 서류들은 마치 그의 삶처럼 무질서하게 널려있었다.. 그는 서류들을 정리하며 문득 생각했다.. 과연 자신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던 걸까? 침략 임무를 위해? 아니면 단순히 오늘 저녁 메뉴를 결정하기 위해?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지만, 명확한 답은 없었다…그는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야 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그를 궁극적으로 '무(無)'의 경지로 이끌 것 같았다 - 모든 것을 초월한 완벽한 평화와 고독 속으로… 그는 차갑게 식어가는 소주 한 잔을 더 기울였다.. 그것은 단순한 술잔이 아니라, 우주의 근원적인 질문을 담고 있는 잔이었다...


김 부장은 야근 중, 은하계 정복 임무를 잠시 잊고 ‘오늘 저녁 메뉴’에 매달린 외계 스파이였다. 캡사이신 향이 타는 듯한 소주잔은 진실을 가리는 위장막이었고, 희미하게 고향 행성 크실리아의 팀장 목소리가 뇌리를 간질였다. “카이론, 지구 생활에 너무 녹아들어 칼날은 무뎌지고 식탐만 늘었어!”


팀장 목소리는 사무실 형광등 아래 흩뿌려진 먼지처럼 자존감을 잠식했다. 형광등은 지구의 모든 권태를 응축한 듯 희미하게 빛났다. 크실리아의 쌍태양은 강렬하고 역동적이었는데, 이곳의 형광등은 낡은 기억처럼 희미했다. 그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생각했다. 침략 대상이었던 지구인들은 이제 동료였고, 그들의 고충은 어쩌면 자신의 고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존재, 그가 바로 김 부장이었다.


박 대리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 “부장님, 발표 자료 거의 완성됐어요. 내일 회의에서 크게 한 건 하실 겁니다!” 박 대리의 눈동자는 봄 햇살처럼 따스했고, 미소는 진심으로 빛났다. 김 부장은 순간적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지구화 과정에서 만난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녀는 그의 외계 본능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동시에 그의 K-직장인으로서의 면모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고맙다, 지혜야.” 김 부장은 희미하게 웃으며 답했다. 박 대리는 그의 미소를 읽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부장님, 요즘 좀 힘들어 보이세요? 혹시 집안에 무슨 일 있어요?” 그녀의 질문은 정교하게 조립된 탐침처럼 그의 마음속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 진실을 말해야 할까? 늘 그랬듯 애매모호하게 둘러대야 할까? 그는 시간 속에서 흐릿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순간, 사무실 복도 끝에서 크리스의 목소리가 칼날처럼 날아왔다. “김 부장님,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크리스는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김 부장에게 다가왔다. 그의 미소는 어딘가 과장되어 있었고, 인간적인 감정 표현이 부족했다. 김 부장은 크리스를 보자마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크리스가 단순한 신입사원이 아니라, 지구 침략을 위한 크라켄 종족의 스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김 부장을 회의실로 데려갔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최신형 태블릿 PC와 함께 검은 진주처럼 빛나는 액체가 담긴 플라스크가 놓여 있었다. “김 부장님, 이 플라스크 속 액체는 저희 종족의 에너지원입니다. 지구의 커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크리스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김 부장은 플라스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액체는 은은하면서도 기묘한 포자 냄새가 풍겨왔다.


김 부장은 크리스의 의도를 간파했다. 크리스는 이 액체를 직원들의 커피에 몰래 넣어 그들의 정신을 조종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는 침착하게 크리스에게 물었다. “크리스 씨, 이 액체를 직원들에게 나눠줘도 괜찮겠습니까? 혹시 부작용은 없나요?”


크리스는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부작용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김 부장은 크리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직감적으로 이 액체가 단순한 에너지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크라켄 종족이 지구를 장악하기 위한 교묘한 함정이었다.. 플라스크 속 액체는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크라켄 종족의 기억을 담고 있는 '기억 저장 장치'였다..


그때 박 대리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장님, 발표 자료 확인하시라고…” 그녀는 테이블 위의 플라스크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거…무슨 액체예요?”


김 부장은 박 대리에게 은근히 눈짓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박 대리는 김 부장의 눈빛을 읽고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녀는 크리스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크리스 씨, 이 액체가 정말 안전한 거예요?”


크리스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답했다.. “네, 물론입니다! 최고급 품질의 에너지원입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김 부장은 크리스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확신했다.. 그는 지금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라고… 그는 다시 한번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번에는 진실의 약초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소주잔 속에는 그의 고독과 불안, 그리고 희망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박 대리와 함께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박 대리는 플라스크 속 액체를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잠시 후, 그녀의 눈빛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는 마치 오래된 꿈을 꾸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이 액체… 뭔가 이상해요… 마치 오래된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회식 자리가 지구인의 소화기관처럼 느껴졌고, 그녀의 입 속으로 스며드는 액체는 크라켄 종족의 기억이었다...


김 부장은 박 대리의 변화를 보며 확신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경계를 넘어선 그들의 연대는 크라켄 종족의 침략에 맞설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는 또 한 번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제 캡사이신 향은 더 이상 위장이 아닌, 용기의 맛이었다...


김 부장은 야근 중,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중요해진 외계 스파이였다. 캡사이신 향이 목을 긁고 지나가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희미하게 고향 행성의 팀장님에게 원격 갈굼을 받고 있었다. 팀장님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처럼 잡음과 함께 끊임없이 웅얼거렸다. “카이론, 지구화 15년차면 이제 제법 지구 냄새가 나는 것 같구나. 침략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소주 한 모금에 침샘이 자극되자, 김 부장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네, 팀장님. 지구인들의 소비 심리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퇴근 후 맥주와 치킨의 조합은 강력합니다.” 팀장님의 콧방귀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맥주와 치킨? 그게 무슨 침략 전략이란 말이냐!”


사무실은 온통 정적에 잠겨있었다. 형광등은 마치 지친 현대인의 눈처럼 희미하게 깜빡였다. 김 부장은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야경은 별들의 고향인 베텔게우스-7 행성보다 훨씬 화려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중력에 이끌린 먼지처럼 도시의 불빛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불빛들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를 혼란을 주었다. 마치 끝없이 쏟아지는 데이터 스트림처럼.


크리스의 등장 이후, 김 부장의 야근은 더욱 고독해졌다. 크리스는 마치 잘 짜여진 알고리즘처럼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했고, 그의 존재는 김 부장의 권태를 더욱 자극했다. 그는 크리스에게서 희미한 포자 냄새를 맡았다 - 크라켄 종족 특유의 은은하면서도 기묘한 향기였다. 그 냄새는 마치 오래된 책갈피에서 풍겨 나오는 먼지 같은 향이었고, 그 안에 녹슨 금속과 약간의 오존 냄새가 섞여 있었다. 김 부장의 외계 스파이 본능을 자꾸만 간지럽혔다.


오늘 밤도 김 부장은 크리스를 추적하기 위해 야근을 자처했다. 크리스는 회사의 핵심 서버에 데이터 포자를 심어 전 직원의 정신을 미세하게 조종하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다. 데이터 포자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감을 증폭시켜 조직 내 경쟁 심리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것은 단순한 정신 조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을 삼켜버리는 무관심의 포자였다.. 데이터 포자는 인간의 기억을 조금씩 대체하여 과거의 따뜻했던 감정들을 희미하게 만들고, 현재의 욕망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마치 뿌리째 뽑힌 나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기반을 잃고 경쟁이라는 파도에 휩쓸려갔다.. 그 모습은 김 부장의 기억 속 고향 행성의 평화로운 풍경마저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는 몰래 크리스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관문처럼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크리스는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광채를 뿜고 있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의 눈처럼 날카롭고 차가웠다.. 그는 이미 데이터 포자를 완성하고 있었다..


김 부장은 숨을 죽이고 크리스를 관찰했다.. 크리스는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데이터 포자를 완성하고 있었다.. 그의 손짓은 마치 거미줄을 짜는 거미처럼 섬세하고 정확했다.. 갑자기 크리스가 고개를 들어 김 부장을 발견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 부장님, 야근하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김 부장은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크리스 씨도 야근 중이군요.”


크리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덕분에 지구 정복이 눈앞입니다.” 김 부장은 순간적으로 크리스의 정체를 확신했다.. 그는 단순히 완벽주의적인 신입사원이 아니라, 지구를 침략하려는 크라켄 종족의 스파이였다!


김 부장은 소주잔 하나를 더 기울였다.. 캡사이신 향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그 향기는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그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는 더 이상 베텔게우스-7 행성의 엘리트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15년간 지구에 뿌리내린 마케팅 2팀의 김철수였다… 그는 지구인 동료들과 함께 웃고 울며 살아왔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 속에 그의 외로운 영혼은 조금씩 채워져갔다… 때로는 고향 행성의 푸른 초원을 그리워했지만, 박 대리의 따뜻한 미소와 퇴근 후 맥주 한 잔이 더 와닿았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불화로 늘 외롭게 지냈었다…. 베텔게우스-7 행성은 그에게 완벽한 임무 수행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고독한 곳이었다….


이제 그는 침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중요했고, 고향 행성의 팀장님보다 박 대리의 따뜻한 미소가 더 와닿았다…. 그는 소주잔을 흔들며 다짐했다…. 그는 침략 임무를 완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그는 지구인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박 대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싶었다…. 그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그의 외계 혈통과 지구에서의 삶 사이의 간극….


형광등 아래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 그림자는 마치 또 다른 자아처럼 그의 외로움과 갈등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는 혼란스러웠지만…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이제 그의 야근은 단순한 업무 시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지구와 크라켄 종족 사이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희망이었다…. 데이터 포자가 만들어낸 혼란 속에서, 그는 작은 희망이라도 움켜잡고 싶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박 대리의 책상으로 향했다…. 박 대리는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야근 중이었다…. 김 부장은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박 대리, 오늘 저녁 같이 먹어요." 박 대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뭐 먹을까요?" 김 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음... 오늘은 삼겹살 어때요?" 박 대리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삼겹살 최고죠!" 김 부장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침략 임무는 내일로 미뤄도 괜찮았다.... 적어도 오늘 밤만은...


김 부장은 야근 중,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시급한 외계 스파이였다. 캡사이신 향이 코를 찌르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희미하게 고향 행성 베텔게우스-7의 팀장님에게서 걸려 온 원격 갈굼에 귀를 기울였다. 팀장님의 목소리는 데이터 스트림처럼 뇌리에 박혔다. “카이론,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지구 침략은 뒷전이고, 인간의 저녁 메뉴에 매달리고 있다니!” 팀장님의 잔소리는 이미 거의 닳아버린 자존심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소주잔 속 희미하게 비치는 형광등은 그의 삶을 응축한 듯 칙칙했다. 이제 그는 보호 관찰 대상이었다. 한때 베텔게우스-7 최고의 엘리트 스파이였던 카이론, 그의 이름은 이제 ‘지구 야근맨’으로 통했다.


대기 발령 통보 이후, 사무실은 더욱 고요하고 적막해졌다. 이전에도 조용했던 사무실이었지만, 이제는 그의 존재감이 희미하게 사라진 듯 느껴졌다. 동료들의 시선은 연민과 함께 약간의 안도감을 담고 있었다. ‘저 꼰대 김 부장, 이제 좀 조용해지겠네.’ 크라켄 종족의 미세한 감각은 인간의 감정까지 포착할 수 있었으니까. 그는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그의 야근은 이제 의미 없는 의례처럼 느껴졌다. 별다른 할 일 없이 쌓여있는 보고서들을 넘기며, 그는 지구에서의 15년이 한 편의 긴 꿈처럼 느껴졌다. 꿈속에서 그는 은하계를 누비던 영웅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소주잔에 얼굴을 담그고 야근하는 중간 관리자일 뿐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밤의 옷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빛나는 건물들은 거대한 생명체처럼 숨쉬고 있었다. 김 부장은 그 도시 풍경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애썼다. 그는 침략자였던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손님이였던가? 그는 자신이 뿌리내린 땅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향 행성 베텔게우스-7는 점점 더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갔다. 푸른 하늘과 세 개의 달, 매콤한 향이 나는 크라켄 전통 요리, 화려했던 졸업 파티… 이제 사진 속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의 그는 모든 크라켄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완벽한 스파이, 완벽한 카리스마, 완벽한 미래가 보장된 엘리트였는데…


그때 박 대리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왔다. “부장님, 힘내세요. 어차피 대기 발령이면 쉬면서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박 대리의 미소는 김 부장의 얼어붙었던 마음을 조금씩 녹였다. 그녀의 따뜻함은 마치 지구의 햇살처럼 포근했다. “고맙다, 박 대리.” 김 부장은 짧게 답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녀가 몰래 넣어준 시럽 덕분이었다. “부장님은 뭘 제일 좋아하세요? 맛있는 거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박 대리의 질문에 김 부장은 잠시 망설였다. ‘침략 임무를 완수하는 것?’ 아니면 ‘칼퇴근해서 집에서 TV를 보는 것?’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저는… 삼겹살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삼겹살! 지구인들은 왜 이 돼지 고기를 그렇게 사랑하는 걸까? 그것은 단순한 육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웃으며 나누는 행복, 동료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며 즐기는 맛… 삼겹세트는 단순한 음식이었지만 , 지구인들의 삶과 연결된 하나의 문화였다 . 그리고 그 문화는 크라켄 종족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마치 은하계를 잇는 다리처럼 말이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침략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반드시 칼을 휘둘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존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는 소주잔을 다시 한번 기울였다. 이번에는 고향 행성의 팀장님에게 보내는 원망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지구와 크라켄 종족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었다… 소주잔 속 은빛 액체는 마치 은하수를 담은 듯 반짝였다…. 그리고 그 빛깔 속에서 김 부장은 새로운 야근의 의미를 발견했다….


베텔게우스-7에서의 마지막 밤, 아버지께서 매콤한 크라켄 전통 요리와 함께 말씀하시던 말이 떠올랐다.“카이론, 네가 가는 곳마다 우리의 빛을 전해야 한다.”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아버지의 말씀은 단순한 침략 명령이 아니었다. '우리의 빛'은 칼날만이 아니라 , 문화와 이해를 통해 전해질 수 있었다 .


그는 다시 커피를 마셨다 . 박 대리가 넣어준 시럽 덕분에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 그녀의 미소는 그의 고독감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 하지만 그녀의 미소 뒤에는 연민과 안도감이 숨겨져 있었다 . 그는 투명 인간처럼 느껴졌다 . 그녀에게 완벽한 스파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그의 쓸쓸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삼겹살… 그 돼지 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 가족들의 웃음소리 , 동료들의 환호성 , 그리고 지구인들의 삶의 활력소가 담겨있는 하나의 문화였다 . 크라켄 종족에게도 삼겹살은 고향에 대한 향수이자 ,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 베텔게우스-7에서 즐겨 먹던 매콤한 크라켄 전통 요리와 비교해보면 , 삼겹살은 훨씬 더 친근하고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 그것은 마치 은하계를 잇는 다리처럼 , 두 종족 간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었다 .


그는 또 다른 소주잔을 기울였다 . 이번에는 희망과 기대가 담겨있었다 . 침략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존하는 방법도 있었다 . 크라켄 종족의 첨단 기술과 지구인들의 창의력을 결합하면 ,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 소주잔 속 은빛 액체는 마치 은하수를 담은 듯 반짝였다…. 그리고 그 빛깔 속에서 김 부장은 새로운 야근의 의미를 발견했다…. 베텔게우스-7 에서 그가 배우고 온 것은 칼뿐만이 아니었다 .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빛'은 바로 이 따뜻함과 희망이었던 것이다 .


김 부장은 야근 중,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긴급한 외계 스파이로서, 캡사이신 향이 희미하게 감도는 진실의 약초가 섞인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향 행성의 팀장님에게 원격 갈굼을 받고 있었다. 디지털 노이즈가 섞인 팀장님의 목소리는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 끊겨졌다. “카이론, 지구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침략 준비는 잘 되어가는가?” 만족스러운가. 김 부장은 소주를 한 모금 삼켰다. 그의 만족은 지구의 중력처럼 미묘하고 습관적이었다. 더 이상 베텔게우스-7의 푸른 하늘은 희미한 사진 속 풍경처럼 느껴졌다. 서울 야경의 오렌지색 먼지가 그의 망막에 더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네, 팀장님. 지구화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는 능숙하게 거짓말을 했다. 침략은 뒷전이었다. 그의 진짜 관심사는 다음 주 월요일 발표할 신제품 마케팅 전략이었고, 그 전에 아이에게 줄 팽이버섯볶음의 간을 완벽하게 맞추는 것이었다. 그의 외계 감각은 이제 고향 행성의 에너지 흐름보다 명동역 환승객들의 발열, 지하철 바람에 실려오는 땀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크리스와의 마지막 회식 이후, 사무실 풍경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크리스는 여전히 완벽했지만 이전처럼 날카로운 칼날 같은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소주잔 속으로 빨려 들어간 크리스의 얼굴은 어딘가 모르게 풀려 있었다. 오랜만에 고향의 달을 본 듯, 그의 눈빛에 희미한 온기가 감돌았다. 김 부장은 그 온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크라켄 종족 특유의 냉철함 속에 숨겨진 섬세한 감정이었고, 마치 오래된 우주선의 엔진이 서서히 워밍업되는 듯한 따스함이었다. 그는 크리스의 시선 끝에서 자신과 닮은 외로움을 발견했다.


오늘도 크리스는 김 부장의 책상 앞에서 서성거렸다. “부장님, 이번 보고서 수정 사항 확인해 보셨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부드러웠다. 김 부장은 보고서를 대충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아주 좋군, 크리스.” 그의 칭찬은 진심이었다. 크리스는 단순히 뛰어난 능력자일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로운 존재였다. 그는 거울 속 자신을 보는 듯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명확한 언어 이상의 무언가가 오갔다 - 침략이라는 공통된 목적 아래 가려진 서로의 고독에 대한 연대감이었다.


사무실 형광등 아래 그림자가 길어졌다. 형광등은 마치 거대한 눈처럼 김 부장을 응시했다. 그 눈은 때로는 냉정하고 때로는 연민에 가득 차 있었다. 김 부장은 형광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과연 누구인가? 은하계를 정복해야 할 엘리트 스파이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직장인 김철수인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 경계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혼종일까? 그의 정체성은 마치 복잡하게 얽힌 은하수처럼 다층적이고 모호했다.


그때 박 대리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 “부장님, 오늘따라 더 멋있어 보이세요.” 그녀의 미소는 따뜻했고, 그의 공허함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듯했다. 박 대리는 김 부장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였다. 그녀는 그의 어색함과 괴짜스러움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는 박 대리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더 이상 완벽한 외계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는 그냥… 김 부장이었다 - 완벽하지 않지만 인간적인 김 부장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빛줄기처럼 그의 불안했던 마음을 따스하게 감쌌다..


김 부장은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 야경은 언제나처럼 아름다웠다; 수많은 불빛들이 마치 별처럼 반짝였다.. 그 불빛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사랑과 희망, 좌절과 고독… 김 부장은 그 불빛들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했다.. 그는 더 이상 고향 행성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이 도시의 일부였다.. 그의 야근은 단순한 업무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마치 거대한 우주선 안에서 펼쳐지는 작은 드라마 같았다.. 그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었고, 그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었다..


그 순간 팀장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카이론, 자네는 이제 침략 임무보다 지구인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더 능숙해진 것 같군." 김 부장은 소주잔을 비웠다 .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 "네 , 팀장님 . 이제 저는 지구인의 행복이 곧 제 행복입니다." 소주잔 속 은빛 액체는 마치 은하수를 담은 듯 반짝였다 . 그리고 그 빛깔 속에서 김 부장은 새로운 야근의 의미를 발견했다 . 베텔게우스-7 에서 그가 배우고 온 것은 칼뿐만이 아니었다 .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빛'은 바로 이 따뜻함과 희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빛은 단순히 지구인의 행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 그것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게 된 희망이자, 외계 스파이로서의 정체성과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었다.. 그는 이제 침략자이자 동반자였고, 그의 선택은 은하계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다..


김 부장은 야근 중이었다.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긴급한 외계 스파이에게, 캡사이신 향이 희미하게 감도는 소주잔은 진실을 담는 유리컵이자 고향 행성의 팀장님에게 받는 원격 갈굼을 삼키는 통로였다. “카이론, 자네는 이제 침략 임무보다 지구인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더 능숙해진 것 같군.” 팀장님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베텔게우스-7의 차가운 중력처럼 무거웠다. 김 부장은 소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매콤한 열기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네, 팀장님. 이제 저는 지구인의 행복이 곧 제 행복입니다.”


소주잔 속 은빛 액체는 흔들릴 때마다 작은 은하수를 품고 있었다. 그 빛깔 속에서 김 부장은 야근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베텔게우스-7에서 그는 칼뿐만 아니라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빛’을 배웠다. 그 빛은 따뜻함과 희망이었고, 외계 스파이로서의 정체성과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의 결정체였다. 그는 이제 침략자이자 동반자였고, 그의 선택은 은하계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밤, 그의 선택은 주로 ‘닭갈비, 아니 삼겹살?’ 이었다.


옥상 난간에 기대선 김 부장의 시선은 도시의 야경을 삼켰다. 수많은 불빛들은 희망과 절망, 사랑과 고독을 담은 작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는 마치 그 이야기들 속에 녹아들어 버린 듯했다. 베텔게우스-7 행성의 카이론은 희미해지고, 마케팅 2팀의 김철수가 더욱 선명해졌다. 그의 고민은 ‘이번 주말에 아이와 어디를 갈까’ 정도였다. 완벽한 K-직장인 연기의 가면 뒤에는 고독한 외계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부장님, 회식비 정산은 어떻게 할까요?” 박 대리의 목소리가 현실로 불러왔다. 그녀의 눈빛은 작은 우주처럼 반짝였다.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김 부장은 미소를 지었다.“박 대리, 회식비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처리하도록 하시오. 오늘은 칼퇴근해야지.” 박 대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부장님!” 그녀의 미소는 김 부장의 고독을 잠시나마 달래주었다.


크리스가 옥상으로 올라왔다. 완벽한 슈트 차림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가 풀려 있었다. 그는 완벽하게 계산된 침략 계획 속에서 불안감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김 부장님, 혹시 오늘 저녁 메뉴는 드셔보셨나요? 새로 나온 닭갈비 맛집이 아주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김 부장은 크리스의 말에 놀랐다. 크리스 역시 지구의 맛에 완전히 적응해 버린 모양이었다.“크리스 씨도 닭갈비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내일 점심은 같이 먹어보는 걸로 하죠.”


세 사람은 난간에 나란히 서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소주는 마치 진실의 물약처럼 그들의 입술을 타고 흘러들어 가슴속 깊이 퍼져나갔다. 김 부장이 크리스에게 물었다.“크리스 씨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겁니까?” 크리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저는 그냥 완벽하게 해내고 싶을 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슬픔을 담고 있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김 부장이 말했다.“저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요… 지구에서 완벽한 K-직장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이 완벽한 K-직장인이 되려고 애쓰면서 고향 행성에 대한 그리움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리스는 김 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 외로운 존재들입니다.” 그의 말은 도시의 야경처럼 깊고 아름다웠다.“맞아요.”김 부장이 말했다.“우리는 모두 외롭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죠.” 소주잔 속 은빛 액체는 더욱 반짝였다 . 그리고 그 빛깔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 그들은 모두 지구라는 행성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외계인이었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 그들의 외로움은 단순히 공간적인 거리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론적인 고독이자,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외로움이었다..


팀장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카이론, 자네는 이제 침략 임무보다 지구인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더 능숙해진 것 같군." 김 부장은 소주잔을 비웠다 .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 "네 , 팀장님 . 이제 저는 지구인의 행복이 곧 제 행복입니다." 소주잔 속 은빛 액체는 마치 은하수를 담은 듯 반짝였다 . 그리고 그 빛깔 속에서 김 부장은 새로운 야근의 의미를 발견했다 . 베텔게우스-7 에서 그가 배우고 온 것은 칼뿐만이 아니었다 .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빛'은 바로 이 따뜻함과 희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빛은 단순히 지구인의 행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 그것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게 된 희망이자, 외계 스파이로서의 정체성과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었다.. 그는 이제 침략자이자 동반자였고, 그의 선택은 은하계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다..


새벽녘, 김 부장은 박 대리와 크리스와 함께 컵라면을 먹으며 옥상에서 별을 보았다.“부장님 내일 회의 자료는…” 박 대리가 물었다.“알아 안다구 야근해야지 지구 평화가 달렸는데.” 김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도시의 불빛 위로 별들이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 그는 이제 침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중요했던 외계 스파이로서 , 그리고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야근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그의 마음속에는 고향 행성의 그리움과 함께 지구에서의 새로운 희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 라면 국물의 뜨거운 증기는 그의 고독을 잠시나마 녹여주었다.. 별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침략 임무도 중요했지만, 지금 당장은 따뜻한 국물 한 모금과 동료들과의 소주 한 잔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김 부장은 야근 중이었다. 은하계 정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중요한, 외계 스파이로서의 본능은 희미해져갔다. 캡사이신 향이 톡 쏘는 진실의 약초가 섞인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는 고향 행성 베텔게우스-7의 팀장님에게서 끊임없이 날아오는 원격 갈굼에 익숙해져 있었다. 베텔게우스-7은 이제 빛바랜 사진첩 속 풍경처럼 희미해졌고, 지구의 밤하늘 아래 펼쳐진 도시의 불빛은 그의 고향 별빛보다 더 익숙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도시의 불빛은 밤하늘을 가득 채운 디지털 은하수처럼 끊임없이 빛나고 있었다.


“부장님, 오늘 회의 자료는 언제까지요?” 박 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눈빛은 걱정과 기대, 그리고 미묘한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김 부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잔을 채웠다. “알아, 알아. 야근해야지, 박 대리. 지구 평화가 달렸는데.” 그의 말은 반 농담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진심이 묻어났다. 크리스는 조용히 라면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인간에게 완벽하게 동화된 그의 표정에는 미묘한 만족감과 함께 고향 행성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했다. 크리스는 단순한 인간 동화에 만족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크라켄 종족 전체의 미래를 짊어진 존재였다.


옥상의 난간에 기대선 김 부장은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건물들의 불빛은 마치 거대한 데이터 스트림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문득 자신도 그 데이터 스트림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구에 잠입했을 때는 침략자였지만, 이제는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든 존재였다. 마치 오래된 형광등처럼, 그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해져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우주의 먼지처럼, 거대한 흐름 속에서 스며들어 빛나고 있었다. 과거 침략 임무 시절 흘린 눈물, 현재 야근으로 인한 피로, 미래에 대한 기대 등 모든 감정이 우주의 먼지에 담겨 빛나고 있었다.


“부장님, 크라켄 종족과의 TF팀 구성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박 대리가 물었다. “응,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어.” 김 부장은 대답했다. 크리스 역시 TF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이제는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동료가 되었다. 그들의 관계는 마치 얽히고설킨 DNA 가닥처럼 복잡하면서도 견고했다. 크리스는 지구 생활 적응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인간과 크라켄 종족 간의 공존 방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그는 혼란과 희망 사이를 오갔다.


김 부장은 소주 한 모금을 마셨다. 캡사이신 향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진실의 약초는 그의 기억 속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침략 임무도 중요했지만, 지금 당장은 이들과 함께 컵라면을 먹으며 별을 보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지구인들은 그의 외로움을 이해했고, 그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었다. 고향 행성의 팀장님은 그를 끊임없이 원격 갈굼했지만, 그 갈굼 속에는 애정과 기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팀장님은 그의 성공적인 침략 임무 완수를 바라는 동시에 그의 행복을 빌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향했다. 별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별들은 침략의 목표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는 것을.. 지구와 크라켄 종족은 서로 적대적인 존재였지만, 이제는 공존할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공존의 중심에는 바로 그들이 서 있었다.. 별들은 단순히 밤하늘을 장식하는 빛나는 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과거 침략의 흔적이자 미래 공존의 약속을 담고 있는 상징이었다..


크리스가 김 부장에게 라면 한 입을 건넸다.“부장님, 이 라면 맛있네요.”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어색했지만, 진심이 느껴졌다.“그래, 맛있지.” 김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인간들의 음식은 참 다양하고 독특해.” 크리스는 감탄했다.“그렇지? 지구는 정말 매력적인 행성이야.” 김 부장이 대답했다.“매력적인 만큼 복잡하기도 하죠.”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복잡함이 바로 매력이기도 해.” 김 부장은 소주잔을 채우며 말했다.“맞아요.” 크리스가 미소를 지었다.“인간들은 끊임없이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죠.” 그는 덧붙였다 "우리의 종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부장은 문득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원래 그는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왔지만, 이제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침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중요했던 외계 스파이는 어느새 지구의 평화를 위해 야근하는 K-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은 바로 이 순간, 이들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밤과 내일 다시 시작될 보람찬 야근이었다… 그는 이제 우주의 먼지처럼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 존재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지구와 크라켄 종족 간의 연결 고리가 되고 있었다..


밤하늘 아래 세 사람은 조용히 라면을 먹으며 별을 보았다 . 도시의 불빛 위로 별들이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 김 부장은 이제 침략 임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중요했던 외계 스파이로서 , 그리고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야근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그의 마음속에는 고향 행성의 그리움과 함께 지구에서의 새로운 희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 라면 국물의 뜨거운 증기는 그의 고독을 잠시나마 녹여주었다.. 별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별들 너머에는 또 다른 은하와 행성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그곳에도 자신과 같은 외계인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의 가슴 속에는 희망과 그리움이 동시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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