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어제의 잔해가 스며든 회색빛이었다. 꿈을 담보로 낸 이들은....
새벽은 어제의 잔해가 스며든 회색빛이었다. 꿈을 담보로 낸 이들은, 잠들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던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눈을 뜨었다. 새벽은 늘 그랬다. 희미한 빛은 그들의 삶이 조금씩 희석되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밤의 온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꿈을 팔아 얻은 현금은 손 안에서 미지근하게 식어갔다. 디지털 액자 속 사진처럼, 선명했던 꿈의 색채는 서서히 탈색되어 희미한 풍경화가 되었다.
오늘 경매장 ‘몽환의 정원’은 유난히 황홀했다. 반짝이는 크리스탈 조형물 아래, 꿈들이 상품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천재 물리학도 이현우의 노벨상 수상 꿈’, ‘스타 배우 서지혜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꿈’, ‘벤처 CEO 박민준의 성공적인 IPO 꿈’. 사람들은 꿈을 만지작거리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꿈은 이제 단순한 잠의 경험이 아닌, 투자 대상이자 소비재였다. 그 안에는 희망과 욕망, 그리고 약간의 절망이 응축되어 있었다. 각 꿈 구슬 안에서는 빛나는 입자들이 끊임없이 회전하며 춤을 추었다. 이현우의 구슬에는 아름다운 공식들이 떠다니고, 서지혜의 구슬에는 작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경매사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다음은 이현우 씨의 노벨상 수상 꿈입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공식들이,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발견으로 이어지는 순간! 시작 가격은 500만 달러입니다!”
강태준, JK 그룹의 상속자이자 유명 플레이보이가 손을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지루함과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미래까지도. “700만 달러!” 그의 목소리는 경쾌했고, 다른 경쟁자들은 쉽게 물러섰다. 태준에게 꿈이란 새로운 사치품이자,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해줄 장식품에 불과했다. 그는 완벽하게 조각된 자신의 초상화에 또 다른 화려한 액세서리를 더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 깊숙한 곳에는 어딘가 모를 공허함이 숨어 있었다.
그때였다. 그림자처럼 조용히 나타난 남자가 태준에게 살짝 미소를 건넸다. 검은색 코트에 몸을 감춘 그는 마치 밤의 그림자 같았다. 그의 이름은 하도윤, ‘미스터 샌드맨’이라고 불리는 꿈 도둑이었다. 그는 재빠르게 경매장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고, 이현우의 꿈을 훔쳐 달아났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잘 짜여진 무용 같았다. 레이저 센서를 피하고 감시 카메라를 속이는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냉철함과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훔친 꿈은 작은 유리 구슬 안에 담겨 있었다. 구슬 안에서는 빛나는 입자들이 끊임없이 회전하며 춤을 추었다. 하도윤은 구슬을 이현우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표정에는 냉소와 연민이 공존했다. “잠깐만 빌려갔습니다.” 그는 마치 숙제를 하고 온 아이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 이현우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마운 듯 미소지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꿈을 되찾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하도윤은 이현우가 가진 잠재력을 믿었다. 그의 꿈은 단순히 노벨상을 넘어,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도윤은 경매장을 빠져나와 새벽 공기를 마셨다. 도시의 불빛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들린 유리 구슬을 바라보았다. 꿈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었다. 그는 꿈을 빼앗긴 사람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희망과 함께 약간의 허무감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꿈을 팔아야만 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닌, 나는 꿈꾼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증명해야만 했다..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꿈이란 결국… 존재를 지탱하는 섬세한 거미줄이지.” 거미줄은 쉽게 끊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강인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그 거미줄을 다시 연결하는 연금술사였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는 다시 밤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다음 밤에도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을 담보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새벽에 스며들어, 조금씩 희망을 되돌려 줄 것이다.. 새벽은 그에게 늘 새로운 시작이었고, 동시에 끊임없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꿈꾸는가? 그리고 그 꿈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디지털 시대의 새벽은 차갑고 쓸쓸했지만, 미스터 샌드맨 하도윤에게는 희망과 복수의 새벽이었다.. 그의 손 안에 작은 구슬 하나가 들려 있었다 –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꿈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작은 우주였다..
꿈을 담보로 낸 이들은, 잠들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던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새벽을 맞았다. 하도윤은 희미하게 빛나는 형광등 아래, 낡은 아파트 벽에 걸린 달력을 노려봤다. 20년 전,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거두던 날짜였다. 그날 밤, 그는 어머니의 손은 여름 햇살에 녹아든 복숭아처럼 따스했고, 서연과 함께 미래를 약속했었다. 꿈은 단순한 망상 이상의 것이었다. 삶의 나침반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었다. 이제는 가슴 깊이 새겨진 오래된 사진 속 풍경처럼 희미했지만.
그때의 기억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색이 바래 있었다. 젊은 하도윤과 서연은 대학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미래를 이야기했다. 서연의 웃음소리는 잔디밭에 핀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고 톡톡 터지는 웃음이었고, 그녀의 눈빛은 오래된 책갈피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그들은 함께 작은 서점을 열고, 매일 밤 책을 읽으며 행복한 삶을 살기로 약속했다. 어머니는 그들의 사랑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너희 둘이라면 뭐든지 잘 해낼 거야.”라고 격려했었다. 하지만 희귀병은 어머니를 빠르게 갉아먹었고, 그녀의 피부는 점점 얇아져 투명해졌고, 숨소리는 유리 조각처럼 날카로워졌다. 결국 그녀는 삶의 마지막 희망을 ‘드림 뱅크’에 걸어야 했다.
‘첫사랑 서연과 함께하는 미래’라는 꿈. 하도윤이 담보로 내놓은 꿈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청춘이자,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드림 뱅크의 알렉산더 은행장은 자비로운 얼굴로 위로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계산적인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하도윤의 꿈 에너지를 탐냈고, 마치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미식가처럼 그의 강렬한 감정을 음미했다. 알렉산더 은행장의 미소는 표면적인 친절함 뒤에 숨겨진 차가운 욕망을 감추려는 가면 같았다. 그는 과거 자신의 실패한 꿈을 되살리기 위해 드림 뱅크를 설립한 남자였다.
당시 드림 뱅크는 최첨단 기술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꿈을 숫자로 환산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은 마치 인간의 마음까지 정복할 듯했다. 사람들은 꿈을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꿈을 빼앗긴 후 남겨진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하도윤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꿈을 담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좌절감이 쌓여갔다. 그는 꿈이 단순히 삶의 동력이 아니라 존재 자체임을 깨달았다. 꿈을 잃는다는 것은 기억의 일부를 잃는 것과 같았다.
그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서연에게 더욱 매달렸다. 하지만 서연 또한 꿈을 빼앗긴 후 조금씩 변해갔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점점 희미해졌고, 눈동자 속 색채가 조금씩 희미해져 마치 오래된 수채화처럼 번져나갔다. 마치 영혼의 일부를 잃어버린 듯했다. 하도윤은 서연의 손을 잡고 다시 꿈을 꾸자고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이제 꿈꿀 힘조차 없어.”라고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풀잎처럼 가늘었고, 그 안에 담긴 슬픔은 깊이를 알 수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드림 요정이라 불리는 도둑이 되었다. 남들이 버린 조각난 꿈들을 모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그의 작은 복수였다. 그는 드림 볼트를 자유자재로 누비며 꿈을 훔치고 또 되돌려주었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사람들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났지만, 그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슬픔이 남아 있었다. 마치 완벽하게 복원된 그림이라도 미세하게 다른 색깔을 지니듯, 되돌려준 꿈들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기억이란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기에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했다.
오늘 밤 그의 목표는 재벌 2세 강태준이었다. 강태준은 천재 물리학도 이현우의 ‘노벨상 수상 꿈’을 거액에 낙찰받았다. 강태준에게 이현우의 노벨상 수상은 단순한 트로피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아버지의 엄격한 기대와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었고, 불안감을 감추려는 가면이었다. 하도윤은 강태준이 즐기는 샴페인 잔에 은밀히 마취제를 풀었다. 그리고 그의 꿈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는 또 어떤 슬픔과 욕망을 발견하게 될까? 어둠이 드리운 도시에서 미스터 샌드맨의 새벽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강태준의 꿈속 풍경은 황금빛으로 찬란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건조했다… 마치 잘 포장된 선물 상자 속에 숨겨진 외로움 같았다 .
강태준의 꿈속은 거대한 유리 온실 같았다. 햇살은 과도하게 쏟아졌지만, 꽃들은 마치 오래된 초상화 속 정물처럼, 생기가 억지로 불어넣어진 듯했다. 황금빛 잎사귀는 완벽했지만, 만지면 바스락거리는 마른 종이 같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 연설을 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다려진 턱시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 그리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시선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고급 인형의 유리 구슬 눈동자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도윤은 그 텅 빈 눈동자 속에서 강태준의 불안을 읽었다.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 갇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고독. 성공은 만족이 아닌, 잠시 숨통을 트이는 순간이었다. 강태준은 아버지의 완벽한 복제품이 되고 싶어 했다. 아버지처럼 냉철하고, 권력적이며, 모든 것을 손에 넣는 남자.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부드러운 갈대처럼 흔들리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온실은 그의 완벽함을 위한 감옥이자, 아버지의 권력 아래 피어난 화려한 허상이었다.
하도윤은 꿈속에서 강태준의 불안을 조금씩 빨아들였다. 꿈을 훔치는 것은 단순한 에너지 흡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나마 위안을 얻는 의식과도 같았다. 강태준의 불안은 달콤쌉싸름한 포도주 같았다.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좋았지만, 삼키고 나면 목구멍이 살짝 아려왔다. 때로는 꿈의 주인이 느끼는 고통이 너무나 깊어 하도윤 자신까지 흔들리기도 했다.
꿈에서 깨어난 하도윤은 습관적으로 새벽 라디오를 켰다. 잔잔한 재즈 선율 위로 흘러나오는 DJ의 목소리는 새벽의 고요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오늘 밤 당신의 꿈은 안전할까요? 드림뱅크는 오늘도 당신의 소중한 꿈을 지켜드립니다.” 하도윤은 코웃음을 쳤다. 안전하다는 말은 환상일 뿐이었다. 드림뱅크는 꿈을 지키는 곳이 아니라, 꿈을 담보로 인간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괴물이었다. 어쩌면 그 괴물은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욕망과 불안의 형상일지도 몰랐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유나였다. “미스터 샌드맨,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새벽 이슬처럼 차가우면서도 햇살처럼 따스했다. “강태준의 꿈은 예상보다 순탄했어요? 오빠가 분석한 대로라면 그의 꿈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응축되어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하도윤은 짧게 대답했다. “텅 빈 황금빛 온실이었어요. 완벽하지만 어딘가 차갑고 건조했죠.”
“드림뱅크의 꿈들은 대부분 그런 식이에요.” 유나는 덧붙였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불안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죠.”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가 드림뱅크 보안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찾아냈어요. 드림 볼트 안에는 ‘기억 필터’라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꿈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람들의 기억을 미세하게 조작하는 역할을 한대요.”
“기억 조작?” 하도윤은 흥미롭게 물었다. “무슨 의미죠?”
“꿈을 빼앗긴 사람들은 꿈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점점 잊어버리게 돼요.” 유나는 설명했다. “처음에는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결국에는 꿈 자체를 완전히 망각하게 되는 거죠. 드림뱅크는 단순히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억까지 지배하려는 거예요.”
유나의 말에 하도윤은 섬뜩함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담보로 맡겼던 ‘첫사랑 서연과 함께하는 미래’라는 꿈을 떠올렸다. 서연과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이제는 사진 속 흑백 이미지처럼 느껴졌다. 서연의 미소는 점점 흐릿해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드림뱅크는 그의 기억까지 조금씩 빼앗아 간 것이었다.. 마치 오래된 영화 필름처럼, 서서히 색깔이 바래져 가는 듯했다..
“만나야겠어요.” 하도윤은 결심했다. “당신의 오빠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유나는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미스터 든든한 조력자가 나타났네요." 약속 장소는 오래된 재즈 카페 ‘블루 문’이었다.. 카페 안은 은은한 조명과 함께 재즈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유나는 이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 옆에는 이현우가 앉아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분석하고 있었다.. 이현우는 약간 숫기 없는 성격이었지만 , 천재적인 두뇌와 뛰어난 분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드림뱅크 보안 시스템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기억 필터’ 작동 원리에 대한 그의 설명은 마치 복잡한 수식을 풀어놓듯 ,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완벽주의자였기에 사소한 오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유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종종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함께 드림 볼트에 잠입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유나는 드림 볼트 내부 구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고 , 이현우는 '기억 필터'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했다.. 유나는 오빠가 실종된 후 혼자 힘으로 드림뱅크를 조사하며 쌓아온 정보들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그녀에게 드림뱅크는 단순한 에너지 흡수 괴물이 아니라, 오빠의 꿈과 기억을 빼앗아간 원수였다.. 이현우는 유나를 위해 더 완벽한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는 때로는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였지만 , 유나에게만큼은 부드러운 면모를 보였다…. 하도윤은 그들의 도움으로 한층 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함께 시스템에 도전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는 유나와 이현우의 눈빛에서 희망과 열정을 보았다… 그들의 존재는 그의 고독과 냉소를 조금씩 녹여주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그는 다시 한번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마치 겨울밤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그리고 그 꽃잎에는 서연과의 추억이 담겨 있었다….
유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드림뱅크는 단순히 에너지를 탐하는 괴물이 아니에요… 사람들의 꿈과 기억을 통해 현실을 통제하려는 존재죠… 그들은 우리의 희망과 불안을 먹고 살아요…” 이현우는 노트북 화면을 가리키며 덧붙였다.“‘기억 필터’는 단순히 과거를 지우는 게 아니라 ,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입니다… 드림뱅크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을 조종하려면 과거부터 바꿔야 하니까요…” 하도윤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서 단순한 복수를 넘어선 어떤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이제 자신의 꿈뿐만 아니라 , 많은 사람들의 꿈과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림 볼트는 인간 두뇌의 주름처럼 복잡하게 얽힌 통로였지만, 그보다 더 가깝게는 욕망의 혈관망에 가까웠다. 하도윤과 유나는 거대한 회색 질 안을 헤엄치는 듯했다. 각 통로의 벽은 꿈들의 희미한 색깔로 물들어 있었고, 그 끝에는 맥박치는 꿈들이 매달려 있었다. 옅은 푸른색은 평온의 숨결, 핏빛 붉은색은 격렬한 욕망의 외침, 탁한 회색은 희미해진 기억의 잔상이었다. 꿈들은 살아있는 세포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희미한 감정의 잔향이 코를 간질였다.
“여기, 감정 분류 구역이야.” 유나가 손전등을 비추며 설명했다. “기쁨, 슬픔, 분노… 기본적인 감정을 기준으로 꿈들을 분류해 놓았어. 더 깊숙이 들어가면 좀 더 복잡한 감정들이 섞인 꿈들을 볼 수 있을 거야. 이 구역은 드림뱅크가 가장 확실하게 통제하는 곳이지.”
하도윤은 한 줄기 희미한 황금빛 꿈 앞에 멈춰 섰다. 꿈 속에서는 어린 소녀의 웃음소리가 햇살처럼 따스하게 퍼져나왔다. “어떤 사람의 행복한 어린 시절이겠지.” 그는 손을 뻗어 꿈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따뜻함이 손끝에서 녹아들어 어린 시절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했다. 꿈을 되돌려주는 순간, 그 꿈의 주인은 잠에서 깨어나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마치 오래 잊고 지냈던 향수를 떠올린 듯했다. 잠시 후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며 작은 행복에 감사했다.
하지만 모든 꿈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하도윤은 곧 검붉은 색의 꿈 하나를 발견했다. 꿈 속에서는 젊은 여성이 끊임없이 서류에 둘러싸여 밤늦도록 일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와 불안이 가득했고, 가끔씩 절망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인의 초상화 같군.” 하도윤은 중얼거렸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그리고 그 희생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그는 꿈을 되돌려주었다. 다음 날 아침, 그 여성은 예상치 못한 승진 소식을 듣고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숨어 있었다. 완벽하게 행복해진 것은 아니라는 듯, 승진이라는 달콤한 사탕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경쟁을 예감하는 듯했다.
꿈을 하나씩 되돌려줄 때마다 하도윤은 희열과 함께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마치 신이 된 듯한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도둑질을 하는 듯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는 꿈의 주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가 될까, 아니면 시스템 전체에 대한 도전이 될까? 그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곱씹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가?'
“저기 봐요.” 유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구멍이 있었다. 구멍 안에서는 검푸른 빛깔의 꿈들이 끊임없이 빨려 들어갔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는 듯했다. “저곳은 ‘망각의 심연’이야. 드림뱅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꿈들을 버리는 곳이지.”
하도윤은 망각의 심연을 바라보며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br> "그것들은 결국 모두 사라지는 걸까?"<br> "아니,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야." 유나는 대답했다.<br> "그것들은 드림뱅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거나, 알렉산더 은행장의 영생을 위한 연료가 되지." 망각의 심연에는 버려진 꿈들 외에도 잊혀진 신화와 전설들이 떠다니며 드림뱅크 시스템에 대한 저항 의지를 상징하는 듯 했다..
그때 하도윤의 시선이 한 꿈에 멈췄다. 검푸른 색깔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꿈에 손을 대었다. 순간 머릿속에 강렬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서연과 함께 뛰놀던 해변, 석양 아래에서 나누던 속삭임… 그는 서연과의 '첫사랑과 함께하는 미래'라는 꿈이었다! 알렉산더는 단순히 에너지를 탐하는 것을 넘어, 그의 가장 소중한 기억까지 빼앗아간 것이었다.<br>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타올랐다.<br> "알렉산더!" 그는 낮게 포효했다.<br> "네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
그 순간 드림 볼트 전체가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작은 절도는 거대한 시스템에 작은 균열을 내었고 , 그 균열 은 점점 더 커져갈 것이다… JK는 드림뱅크 경비병대를 소환하며 그들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하도윤의 분노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었다.. CEO 알렉산더 은행장은 IPO를 앞두고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 그의 과거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DJ는 유나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했고 , 유나는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하도윤과 유나는 이제 단순한 복수를 넘어 드림뱅크 시스템 전체를 흔들어야만 했다.. 검푸른 빛깔의 꿈들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그들의 앞길을 막았지만 , 하도요은 서연과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발걸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꿈을 담보로 낸 이들은, 잠들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던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새벽을 맞았다. 드림 볼트 안은 거대한 심장의 박동처럼 맥동하며, 꿈들이 뿜어내는 빛깔은 뇌수처럼 탁하고 신비로운 액체 속에서 유영했다. 희미한 신음 소리는 꿈들의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 하도윤은 유나와 함께 드림 볼트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알렉산더 은행장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게 미치는 핵심 구역으로 향하는 길목은, 오래된 고래의 내장처럼 축축하고 어두웠지만, 그 어둠 속에는 꿈들이 녹아든 은하수의 잔상이 드리워져 있었다.
알렉산더의 영향력 아래 놓인 꿈들은 다른 꿈들보다 더 선명하고 강렬했다. 그 빛깔은 기름칠을 한 듯 번들거렸지만, 단순한 광택이 아닌 시간의 흐름을 담은 호박처럼 깊었다. 주변의 꿈들을 조금씩 흡수하며 자라난 그 꿈들은 마치 탐욕스러운 포식자처럼 주변의 빛을 삼켜버렸다. 유나는 손을 뻗어 한 개의 꿈을 건드렸다. 그것은 젊은 건축가의 ‘첨단 스마트 시티 건설’ 꿈이었다. 완벽하게 효율적인 도시였지만, 그 효율성 뒤에는 차갑고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도시의 빌딩들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지만, 웃음소리는 콘크리트 사이로 스며들지 못하는 듯했다. 유나는 “저 도시에는 웃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완벽함 속에 갇힌 슬픔이 느껴져.”라고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드림 볼트의 습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어, 마치 오래된 비밀처럼 울려 퍼졌다.
하도윤은 유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렉산더 은행장이 꿈을 선택하는 기준이 효율성과 욕망 충족에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인간의 본질적인 갈망보다는 자본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꿈들을 선호했다. 그는 정원사가 가장 탐스러운 꽃만 골라 심듯, 자신에게 가장 풍성한 에너지를 주는 꿈들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거대한 블랙홀처럼 주변의 꿈들을 빨아들이며 점점 더 강력해졌고, 그 힘은 단순한 에너지 흡수를 넘어 현실 자체를 재구성하는 능력으로 확장되었다.
그때, 하도윤은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다. 드림 볼트 전체를 감싸고 있던 옅은 빛깔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사진이 서서히 현상되는 것처럼, 주변의 꿈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변화는 알렉산더 은행장의 건강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는 거대한 나무처럼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뿌리가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달빛에 바래진 비단처럼 창백해졌고, 눈빛은 마치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희미하게 흔들렸다. 그의 생명 에너지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지만, 그 소진은 단순한 노화가 아닌, 꿈들의 저항에 의한 것이었다.
“은행장님께서는… 꿈을 먹고 사는 존재였던 걸까요?” 유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주변의 꿈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분석에 몰두했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 이상으로, 삶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존재였어요.” 하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산더 은행장은 단순한 금융가가 아니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인간들의 희망과 열정을 빨아먹으며 영생을 유지해온 불멸자였다。 그는 꿈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시간의 조각가였으며、 그의 존재는 그림자처럼 인간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의 존재는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인간들은 그 사실조차 모른 채 그의 손 안에서 움직였다。
하도윤은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어머니가 병상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던 날、 그는 서연과 함께 미래를 약속했던 꿈을 담보로 대출받았다。 그 꿈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희망이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었다。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그의 꿈은 알렉산더 은행장에 의해 빼앗겼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였다。 그는 벼락에 맞은 나무처럼 흔들렸지만、 동시에 서연과의 미래를 되찾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그때、 하도윤의 눈앞에 희미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서연과 똑같이 생긴 여인이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하도윤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도윤 씨。”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노래처럼 달콤하고 감미로웠다。 하도윤은 잠시 숨을 멈췄다。 그녀는 정말 서연일까? 아니면 알렉산더 은행장이 창조한 인공적인 존재일까? 그의 마음속에는 혼란과 의심이 뒤섞였다。 그녀의 눈빛에는 익숙한 따뜻함과 함께 미묘한 슬픔이 어려 있었다。
여인은 하도윤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추억들을 기억해요?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던 밤、 서로의 따뜻한 숨결을 느끼던 순간…”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하도윤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아픔을 건드렸다。 그는 서연과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가짜 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완벽하게 복제된 그림처럼、 조금씩 어색함이 느껴졌다。
그 순간、 하도윤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인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알렉산더 은행장이 창조한 인공적인 존재였고、 완벽하게 서연의 모습을 복제했다। 그녀는 하도윤에게 서연과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아픔을 건드렸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히 추억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하도윤에게 ‘완벽했던’ 서연과의 추억만을 강조하며、 엘레나가 진짜 서연이었는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 그는 엘레나가 진짜 서연인지 의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그의 결정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그림자처럼、 하도윤에게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도록 만들었다。 그녀가 바로 알렉산더 은행장이 심어놓은 마지막 함정이었다 。
엘레나는 손을 뻗어 하도윤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은 서연의 것보다 조금 더 차가웠지만, 그 촉감은 오래 잊고 지냈던 그리움의 심연을 건드렸다. 마치 얼음 조각 속에 갇힌 별처럼, 그녀의 눈빛은 서연의 눈빛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아니, 완벽함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서연의 눈빛은 햇살처럼 따스했지만, 엘레나의 눈빛은 달빛처럼 은은하고 신비로웠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희미하게 흔들리는 꿈들의 잔상을 발견했다.
“오랜만이에요, 도윤 씨.”
그녀의 목소리는 벨벳처럼 부드러웠다. 서연의 목소리보다 조금 더 낮고 매혹적이었다. 오래된 와인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풍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짱을 살짝 끼며 속삭였다. “꿈속에서 많이 기다렸어요.”
그 말에 하도윤의 심장이 요동쳤다. 꿈속? 그는 엘레나가 어떤 의미로 말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의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그녀는 그의 기억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여주었다. 첫 데이트, 여름밤 해변에서의 키스, 함께 바라보았던 별똥별… 모든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달랐다. 서연과의 추억은 조금 더 투박하고 생생했지만, 엘레나와의 추억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조각상 같았다. 서연과의 추억은 흙냄새가 나는 생명의 숨결이었지만, 엘레나와의 추억은 은은한 향수를 풍기는 정원의 꽃과 같았다.
그는 엘레나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체온은 서연보다 약간 더 높았지만, 그의 몸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기대었다. 그는 마치 오랜 시간 헤매던 길을 찾은 여행자처럼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이게 바로 행복이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엘레나의 눈빛 속에서 미묘한 계산적인 빛을 발견한 것이다. 마치 완벽하게 조립된 인형처럼, 그녀는 감정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그 안에는 희미한 슬픔이 숨겨져 있었다。 마치 고독한 여왕이 가면을 쓰고 있는 듯했다..
알렉산더 은행장의 함정이었다.
하도윤은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에는 혼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물었다. “진짜 서연은 어디에 있죠?”
엘레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슬프게 느껴졌다. “저는 당신이 꿈꿔왔던 서연이에요.” 그녀는 대답했다. “은행장님이 당신을 위해 특별히 창조해주셨죠.”
그녀의 말에 하도요느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에게 꿈이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기억의 조각이었을까? 아니면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에너지였을치만, 이제 그는 꿈이 가진 힘과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다。 꿈이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일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 또한 담고 있었다。 꿈은 영혼의 흔적이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었다..
드림 볼트 내부 공간은 마치 거대한 심장 박동처럼 끊임없이 맥동하고 있었다。 각 구역마다 다른 빛깔과 형태를 가진 꿈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떤 꿈들은 화려하게 빛났고、 어떤 꿈들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슬픔、 분노、 희망、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이 응축된 꿈들도 있었다。 하도윤은 그 꿈들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느꼈다。 드림 볼트는 현대인의 욕망과 불안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그 안에는 소비와 경쟁, 성공 등 다양한 가치들이 뒤섞여 있었고、 인간들은 끊임없이 꿈을 소비하며 살아갔다..
알렉산더 은행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인간들의 꿈 에너지를 흡수하며 영생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인간들의 고통과 절망 또한 즐기고 있었다。 그는 인간들을 단순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취급했고、 그들의 꿈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했다。 알렉산더 은행장은 시간 속에서 쌓여온 고독과 권태에 지쳐있었다.. 그의 영생은 축복이자 저주였으며、 인간들의 꿈은 그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마약과 같았다.. 그의 피부는 마치 오래된 도자기처럼 금이 가 있었고、 그것은 시간의 흔적이자 영생의 무게를 상징했다.. 하도윤은 알렉산더 은행장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그의 분노는 마치 고래의 포효처럼 드림 볼트를 뒤흔드는 울림이었다..
그때、 엘레나가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이제 선택할 때예요 , 도윤 씨。” 그녀는 속삭였다。“은행장님께 복수하시겠어요? 아니면 저와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시겠어요?”
그녀의 질문에 하도윤은 잠시 망설였다。 복수는 달콤했지만、 동시에 쓰라린 아픔을 남길 수 있었다。 행복은 좋았지만、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진정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복수를 선택했다! 그 순간, 드림 볼트는 더 이상 꿈을 담보로 하는 은행이 아닌 거대한 감옥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 감옥 안에 갇힌 것은 바로 알렉산더 은행장이었다..
하도윤에게 쏟아지는 드림 에너지 역류는 폭포수 같았다.. 그러나 알렉산더 은행장은 마지막 힘을 짜내 역류를 막으려 애썼다.. 드림 볼트 내부 구조는 복잡했고 에너지는 원활하게 흘러가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모든 에너지는 알렉산더 은행장을 향해 쏟아졌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무릎 꿇었다.. "꿈이란 결국 …변화하는 기억 의 조각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드림 볼트 내부 공간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고, 곧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찬 빛이 쏟아져 나왔다.. 하도윤이 느낀 자유는 지금까지와 달랐다.. 이제 그는 시스템에 종속된 도둑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꿈을 담보로 낸 이들은, 잠들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던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새벽을 맞았다. 알렉산더 은행장의 몰락과 함께 쏟아져 나온 꿈의 파편들은 도시를 감싼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져나갔다. 그 안개는 습한 쇠 냄새를 풍겼고, 오래된 사진첩 속 빛바랜 색깔처럼 희미한 희망과 날카로운 절망의 조각들을 흩뿌렸다. 사람들은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보듯, 잊고 지냈던 사랑과 증오의 잔상을 다시 마주했다. 꿈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시간의 침전물 속에 응축된 불안과 욕망의 액체였다.
하도윤은 드림 볼트에서 나와 새벽 공기를 마셨다. 차가운 공기는 녹슨 철 조각처럼 폐 속을 갈랐다. 그는 거대한 바닷속에서 헤엄쳐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알렉산더의 꿈 에너지가 폭발하며 만들어낸 잔류물은 도시 전체를 감쌌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드림뱅크 앞에는 환호하는 이들과 망연자실한 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꿈을 되찾은 이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꿈에 의존하며 살아왔던 이들은 불안함에 떨었다. 그들의 삶은 이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꿈이란 단순히 삶을 채우는 색깔이었던가, 아니면 삶 자체를 규정하는 틀이었던가?
그는 유나를 찾았다. 그녀는 오빠 현우와 함께 드림뱅크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데이터 차트를 분석하고 있었고, 유나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깊고 강렬해 보였다. 마치 오랜 방관 끝에 마침내 진실을 마주한 사람처럼 말이다.
“잘 끝났어요?” 유나가 물었다.
하도 coffers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산더는… 기억의 조각으로 사라졌어.”
“그럼 이제 모든 게 괜찮아지는 걸까요?” 유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희망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새벽 종소리가 희망과 슬픔을 동시에 울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도윤은 잠시 침묵했다. “괜찮아진다는 건 뭘까? 시스템은 무너졌지만, 사람들의 욕망은 여전할 거야. 새로운 형태의 꿈 거래가 시작될지도 몰라.” 그는 마치 검은 유리 조각을 만지듯,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단지, 이제 사람들은 꿈을 좀 더 의식적으로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는 손등에 스며든 차가운 기감을 느꼈다. 알렉산더 은행장의 몰락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심연을 드러내는 거울이었다.
새벽은 디지털 스크린처럼 번쩍이는 광고판들로 가득했다. ‘새로운 당신을 위한 꿈!’, ‘성공을 담보하는 최고의 투자!’ 광고판 속 인물들은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꿈을 판매했다. 완벽한 미소 뒤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숨어 있었다. 하도윤은 문득, 드림뱅크가 사라진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꿈을 갈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은 단순히 삶의 에너지원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욕구였으니까. 마치 중력처럼,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었다. 그 힘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족쇄가 되었다.
유나는 현우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오빠, 알렉산더 은행장이 흡수한 꿈 에너지는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쌓인 게 아니었어. 그는 가장 강렬한 감정을 가진 꿈들을 선택적으로 흡수했지.”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데이터 차트를 가리켰다.“특히 슬픔과 절망… 그는 행복한 꿈보다 슬픈 꿈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어.” 슬픔과 절망은 단순한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알렉산더는 그것을 간파하고 이용했던 것이다.
하도윤은 그 말을 듣고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알렉산더는 인간들의 희망뿐만 아니라 고통까지도 이용했던 것이다. 그의 불멸은 단순한 축복이 아니라, 끊임없는 착취의 결과였다. 마치 심해어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존재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떠올리게 했다—끊임없이 반복되는 고통과 희열의 순환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때, 한 노인이 드림뱅크 앞에서 흐느끼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평생토록 ‘아내와의 행복한 노년’이라는 꿈을 담보로 대출받았지만, 아내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는 빈껍데기만 남은 꿈과 함께 살아가야 했다。 그의 눈물은 단지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한 체념과 무력감의 표현이었다。 하도윤은 노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어깨를 두드렸다。 노인은 고개를 들어 하도윤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슬픔과 체념이 가득했다。
“젊은이… 이제 나는 뭘 믿고 살아야 할까?” 노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도윤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완벽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글쎄요… 어쩌면 새로운 꿈을 꾸면 될지도 모르죠.” 그는 노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꿈은 변하는 거니까요.” 마치 모래성처럼, 파도에 휩쓸리기도 하지만, 다시 쌓아 올릴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모래성은 결국 다시 파도에 쓸려갈 운명이다—인간의 꿈 또한 그러할 것이다。 그 점이 바로 삶의 아이러니이자 아름다움이다。
새벽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드림뱅크 앞에는 떨어진 꿈 조각들이 반짝였다,마치 별처럼。 하도윤은 유나와 현우와 함께 드림뱅크를 뒤로하고 걸어갔다。 그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활기찼다。 새로운 세상에서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희망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꿈이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영원한 에너지원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불안이 존재했다. 완벽히 사라지지 않는 불안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꿈을 담보로 낸 이들은, 잠들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던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새벽을 맞았다. 도시의 새벽은, 눅눅하게 식어버린 빵 조각처럼 무미건조했다. 하도윤은 유나와 현우와 함께 드림뱅크를 벗어나, 콘크리트 정글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새벽 공기는 희미하게 디지털 신호 잡음처럼 톡 쏘았고, 그의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꿈을 되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딘가 공허해 보였다. 고화질 스크린에 투영된 그림자처럼, 완벽하지만 생기가 부족했다.
유나는 현우의 팔에 기대어 하품을 했다. 밤샘 연구의 피로로 충혈된 그녀의 눈동자에 섬광처럼 희망이 박혔다. “오빠, 이제 뭘 해야 할까?” 그녀의 목소리는 새벽 안개처럼 부드러웠다. 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꿈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 완전히 자유로워진 건 아니야.” 그의 말은 드림뱅크가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 깊숙이 뿌리내린 소비 습관과 불안감을 드러냈다.
하도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잡음 속에서 익숙한 멜로디를 찾는 것처럼, 그들의 말 속에서 희미한 진실을 발견했다. 꿈은 단순히 에너지의 원천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의 총체였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잊고 지냈던 어머니와의 마지막 꿈 조각을 떠올렸다. 어머니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미소 속에 담긴 슬픔과 애정은 지금껏 그를 괴롭히던 불안의 근원이었음을 그는 깨달았다.
거리 곳곳에는 디지털 광고판들이 빛나고 있었다. 완벽한 미소를 짓는 모델들은 소비를 부추겼다. 그들의 눈빛은 꿈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눈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도윤은 문득, 현대 사회 전체가 거대한 ‘드림 볼트’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욕망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꿈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조금씩 번데기처럼 잃어버린다.
그때, 한 노인이 쓰레기 더미 앞에서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깊게 패인 주름과 희미하게 빛나는 눈빛은 버려진 꿈 조각처럼 쓸쓸해 보였다. 하도윤은 노인에게 다가가 지폐 한 장을 건넸다. 노인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신문을 접어 넣었다. 그의 손은 거칠고 따뜻했다.
노인의 손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젊은 시절의 노인과 아름다운 여인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노인의 눈빛에는 희망보다는 체념이 가득했다。 시간이라는 강물은 모든 것을 씻어내고, 결국 남겨지는 것은 기억의 잔해뿐일까? 하도윤은 노인의 사진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와 닮은 여인을 발견했다.그것은 마치 오래된 꿈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순간이었다.
“저기 봐요! 드림뱅크 건물 꼭대기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요!” 유나의 외침에 하도윤과 현우는 유나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드림뱅크 건물 꼭대기에는 희미한 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다。 마지막 숨결처럼, 꺼져가는 알렉산더 은행장의 영혼이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는 듯했다。 그의 영혼은 인간의 꿈 에너지를 흡수하며 영생을 유지했지만, 결국 그의 존재는 기억이라는 모래 위에 세워진 성과 같았다。 완벽해 보이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였다。 드림뱅크는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욕망을 상징하는 거대한 거울이었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알렉산더 은행장의 영혼이 점점 더 푸르게 빛났다. 마치 마지막 꿈 조각들이 폭발하는 것처럼, 드림뱅크 건물 주변에는 희미한 에너지 파동이 일었다. 유나는 현우의 팔을 잡고 떨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새벽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깨어나기 시작했지만, 그 깨어남은 이전과는 달랐다。 좀 더 불안하고, 좀 더 갈망하며, 좀 더 솔직했다。 하도윤은 유나와 현우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활기찼다。 새로운 세상에서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희망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꿈이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영원한 에너지원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불안이 존재했다. 완벽히 사라지지 않는 불안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그 불안이야말로 새로운 새벽을 맞이하는 우리의 진정한 동반자였다. 유나는 현우와 함께 드림 연구소를 설립하여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꿈을 디자인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하도윤 또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그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슬픔보다는 평온함이 그녀의 눈빛에 가득했다. 유나는 새로운 꿈 속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했다. 정원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녀만의 개성과 취향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정원 한켠에는 알렉산더 은행장의 영혼이 푸른 꽃으로 피어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욕망에 사로잡힌 탐욕스러운 은행장이 아니었다. 그는 모든 꿈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꿈을 담보로 낸 이들은, 잠들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던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새벽을 맞았다. 이제 그 무게는 희미한 잔상처럼 남았을 뿐이었다. 드림 볼트가 무너진 자리에 흩뿌려진 콘크리트 잔해는 새벽 이슬을 머금고 회색빛 눈물을 흘렸다. 하도윤은 익숙한 듯 무심하게 먼지를 털었다. 그의 코트 안쪽에는 아직 희미하게 서연의 향기가 배어 있었다. 혹은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꿈은 원래 그렇게 변덕스러운 법이다. 기억의 채무자들은, 빚진 시간만큼이나 공허한 아침을 맞이했다.
거리에는 디지털 간판들이 기계적인 눈꺼풀을 깜빡이며 새로운 하루를 알렸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이전보다 더 복잡해 보였다. 꿈을 되찾은 이들은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불안감에 휩싸였다. 꿈이라는 안전망이 사라진 현실은 더 날카롭고 냉혹했다.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속 풍경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공허했다. 그는 마치 투명한 막으로 둘러싸인 듯, 세상과 조금씩 분리되어 가는 자신을 느꼈다. 마치 거대한 디지털 거미줄에 갇힌 것처럼, 사람들은 서로에게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유나는 드림 연구소 창밖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빠 현우는 옆에서 새로운 꿈 설계 프로그램을 만지작거렸다.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는 마치 살아있는 신경망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만의 꿈을 직접 조각할 수 있게 될 거야.” 현우의 목소리는 설렘과 야망으로 가득했다. 그는 완벽한 꿈을 설계하여 명예와 부를 얻고자 했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꿈도 상품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일까? 그리고 그 상품은 누가 소비하고, 누가 만들어낼까?
하도윤은 발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자의 스마트폰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그들의 얼굴은 마치 가면을 쓴 듯 무표정했다. 그는 문득 그들을 ‘디지털 유목민’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갈구하는 존재들. 그들의 꿈은 어디에 있을까? 스크롤되는 피드 속 짧은 영상들 속에 묻혀버린 것일까? 그는 문득 JK를 떠올렸다 - 드림 볼트 덕분에 부를 축적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풍요 속의 빈곤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는 우연히 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손에 낡은 사진첩을 들고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의 부부와 어린 아이들이 담겨 있었다. 단순하고 소박했지만, 그 사진 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주름진 얼굴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하도윤은 노인의 미소에서 위안을 얻었다.. 꿈이란 화려한 궁궐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작은 오두막에서도 피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과 같았다 – 시대와 상관없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힘이 있었다..
유나는 연구소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꿈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간의 집단 무의식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녀는 데이터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흥미로운 패턴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적인 욕망과 불안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공동체의식은 희미해지고, 관계는 표면화되고 있었다.. 그녀는 종종 ‘기억의 파편’이라고 불리는 작은 이미지들을 발견했는데, 그것들은 대부분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지만, 트라우마와 슬픔까지 뒤섞여 있었다.. 대부분의 파편들은 사회 전체의 집단 트라우마와 연결되어 있었고 색깔을 잃어갔다.. 마치 거대한 디지털 거미줄에 걸려 허우적대는 나비처럼…
하도윤은 밤늦도록 거리를 걸었다.. 네온사인 아래 펼쳐진 도시는 마치 거대한 미로처럼 복잡했다.. 그는 문득 알렉산더 은행장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 “꿈이란 결국…변화하는 기억의 조각이다.” 그의 말은 단순한 진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었다.. 기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된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는 생각했다… 지금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서연의 미소일까? 아니면 어머니의 따뜻한 품일까? 혹은 드림 볼트에서 빼앗긴 수많은 꿈들의 잔상일까?
그는 한적한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카페 창밖으로는 새벽의 빛이 부드럽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시 가꾸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정원에는 서연과 어머니가 함께 웃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알렉산더 은행장의 영혼이 푸른 꽃으로 피어나 그의 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의 정원에는 드림 볼트에서 빼앗긴 다른 사람들의 꿈들도 심어져 있을 것이다 - 그 꿈들은 이제 공동묘지가 아닌 새로운 희망을 피워낼 공간이 될 것이다…
알렉산더 은행장의 영혼은 푸른 꽃잎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했다 - "기억이란 무엇인가? 너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도윤은 답하기 어려웠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서연의 미소와 어머니의 따뜻함이 따스하게 퍼져나갔다... 그의 정원은 단순한 안식처를 넘어선 '잃어버린 꿈들의 공동묘지'이자 새로운 희망을 피워낼 공간이었다… IPO가 JK를 통해 더욱 큰 성공을 이루려 하는 모습처럼, 이 도시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꿈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DJ는 변화된 시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꿈을 재정립하고 있었다... 하도윤은 커피 한 모금을 더 마시며 다짐했다... 그는 이제 기억이라는 조각들을 모아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정원은 계속해서 성장하며 다른 사람들의 꿈들을 포용할 것이다….
꿈을 담보로 낸 이들은, 잠들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던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새벽을 맞았다. 이제 그 새벽은 이전과는 달랐다. 알렉산더 은행장의 몰락과 함께, 꿈의 담보대출 시스템은 거대한 거품처럼 붕괴했고, 도시 전체는 녹아내린 캔버스처럼, 꿈의 색채들이 번져나가 형체를 잃었다. 하도윤은 드림 볼트에서 흘러나온 꿈의 잔재들이 밤새도록 도시를 뒤덮는 것을 지켜봤다. 꿈들은 마치 형광등 아래 흩뿌려진 꽃가루처럼,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바람에 날려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어떤 꿈은 희미한 탄식처럼 사라지고, 어떤 꿈은 격렬한 몸부림으로 변질되었다.
그는 무너진 드림뱅크 앞, 습관처럼 커피 한 잔을 손에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향은 타버린 설탕의 달콤함과 오래된 책의 먼지 같은 향이 뒤섞여 씁쓸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희망적이었다. 그의 정원은 이제 단순한 안식처를 넘어, 잃어버린 꿈들의 공동묘지이자 새로운 희망을 피워낼 공간으로 확장되어 있었다. 정원의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 햇살은 마치 부서진 거울 조각처럼 반짝였다. 그 빛은 과거의 꿈들을 회상하게 만들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예감케 했다. 그는 생각했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는 액체와 같은 것일까? 아니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처럼 아물지 않는 흔적일까? 어쩌면 기억은 살아있는 세포처럼 끊임없이 분열하고 재구성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새벽의 공기는 디지털 시대의 고독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 속 작은 세계에 갇혀 자신만의 꿈을 꾸고 있었지만, 그 꿈들은 점점 더 표면화되고 있었다. 진정한 연결은 줄어들고, 관계는 마치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완벽하게 포장된 이미지들의 나열로 변질되었다. SNS 속 자아는 현실 속 자아와 괴리되어 가면을 쓰고 떠돌았다. 하도윤은 문득 유나를 떠올렸다. 그녀는 오빠 현우의 꿈을 되찾기 위해 용감하게 나섰지만, 그녀 역시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녀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유나는 현우의 꿈을 되찾았지만, 자신의 꿈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맞은편 카페에서는 DJ가 익숙한 듯 새로운 음악을 틀고 있었다. 전보다 더 자유로워진 리듬은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DJ는 변화된 시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꿈을 재정립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운드를 탐구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의 음악은 마치 새벽 안개처럼 도시 전체를 감싸 안았다. 음악 속에는 희망과 절망,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었다.
하도윤은 커피 한 모금을 더 마시며 다짐했다. 그는 이제 기억이라는 조각들을 모아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정원은 계속해서 성장하며 다른 사람들의 꿈들을 포용할 것이다. 하지만 서연의 미소는 어딘가 희미해져 갔다. 그녀와 함께했던 미래는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 점점 더 기억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서연이 가장 좋아했던 라벤더 향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오래된 사진 속 인물처럼, 그녀는 점점 더 추상적인 존재로 변모해갔다. 서연과의 데이트, 함께 나누었던 웃음소리, 그녀가 사랑했던 보라색 스카프… 모든 것이 점점 더 흐릿해져 갔다.
그때, IPO가 JK를 통해 더욱 큰 성공을 이루려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JK는 드림뱅크 붕괴 후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욕망과 야망이 가득했다. 그는 마치 새로운 시대의 알렉산더 은행장처럼, 사람들의 꿈을 이용하여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려 하고 있었다. 그는 꿈을 담보로 빌린 자들에게 다시 꿈을 팔아넘겼다… 또 다른 형태의 담보대출이었다…. JK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했다. 그의 과거에는 가난과 무시 속에서 자라온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도윤은 문득 깨달았다. 꿈이란 결국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억의 조각이다. 그것은 완벽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그리고 그 재구성은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잔혹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미스터 샌드맨'이 아니다… 평범한 인간, 하도윤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눈빛에는 강렬한 의지가 빛났다… 그는 드림뱅크 시스템이 만들어낸 환상을 깨고 진정한 자유를 찾으려 했다..
그는 무너지는 드림뱅크 뒤로 새벽 거리를 걸어 나왔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그의 얼굴을 스친다… 그의 발걸음은 느릿했지만, 확연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까? 또 어떤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될까? 그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그는 또 다른 질문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꿈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리고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그의 정원은 밤새도록 꿈들의 잔재를 흡수하며 조금씩 확장되어 갔다… 마치 우주의 심연처럼 깊고 넓게…. 정원 한켠에는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모래시계가 놓여 있었고, 또 다른 한켠에는 변화를 상징하는 푸른 나비가 날아다녔다.. 하도윤은 그 나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꿈은 현실과의 경계를 허무는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