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동안 제대로 공부하고 있을까요?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제대로' 공부해본 시간이 한번도 없는 아이일 뿐입니다.
저희 교습소에는 이전에 다니던 너무나 빡센 학원에 지쳐서 온 아이들이 많습니다.
"전에 다니던 학원이 5시에 가면 밤 10시 넘어서 끝나는 곳이었는데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고 수학을 너무 싫어하게 되어서 옮기게 되었어요."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에 가면 하루종일 학원에 있는데 성적이 오르질 않아서요"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시키는데 틀리는거 또 틀리고 계산 실수를 너무 많이 하는게 고쳐지지가 않아요"
특히 요즘 아무나 못들어간다는 유명한 수학학원들은 학원에 가면 5-6시간 후에 귀가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초등학생들도 말이에요...
물론, 집에서 공부 안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학원에 남겨두고 공부를 시키면 학부모님들께선 좋아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시스템은 아이의 공부 자세를 많이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번에 1시간 이상 집중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리고 정말 제대로 집중해서 공부를 하면 3시간만 공부를 해도 머리가 더이상 안돌아가는 것이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런데 5-6시간동안 수학학원에 잡혀서 수학을 푼다니요? 과연 이 아이들이 그 시간동안 '제대로' 문제를 풀고 있을까요?
어른에게 5시간동안 수학 공부를 시켜도 처음 1-2시간은 집중해서 열심히 하겠지만 그 후로는 멍을 때리거나 푸는척만 하겠죠. 그리고 그렇게 억지로 앉아서 시간을 채우며 푸는척 하는 시간들이 계속되다보면 초반 1-2시간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을겁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오죽할까요.
막상 저랑 공부해보면 30분도 집중을 못하는 학생인데,
이전 학원에서는 5시간씩 공부했다고 하니 신기해서 물어봤습니다.
"5시간동안 공부를 했어???"
"안하면 집을 안보내주니까 할수밖에 없어요"
"5시간동안 집중이 돼?"
"하나도 안되죠. 근데 옆에 선생님이 앉아서 계속 시키니까 억지로 푸는거죠"
"근데 왜 배웠던거 하나도 기억이 안나?"
"몰라요 저도.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던데요"
학원에서 이미 두번이나 배웠다고 하는 중1 과정을 제대로 기억을 못하길래 자세히 물어봤더니
집에 안보내주니까, 선생님이 옆에 붙어있으니까, 억지로 푸는척하고 모르는 것도 아는척 넘어갔던 것입니다.
빡센 대형 학원을 다니다가 왔다는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공통점을 지닙니다.
엄격한 학원 규칙에 적응되어서 처음에는 군기가 바짝 들어서 열심히 푸는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나 문제를 많이 풀어왔으면 문제 푸는 속도도 엄청나게 빠릅니다.
그런데 막상 푼 문제를 채점해보거나 식을 검토해보면,
'집중해서 제대로 푼게 맞을까?' 싶을만큼 자잘한 실수가 정말 많습니다.
막상 물어보면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면 아는 것도 틀리게 됩니다.
하루에 5-6시간씩 일주일에 최소 3번 그렇게 수학을 공부했는데,
왜 그런걸까요? 왜 아는 것도 계속 틀리는 학생이 되었을까요?
단지 이 학생이 집중력이 부족하고, 꼼꼼하지 못해서일까요?
저는 아니라고봅니다.
집중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억지로 앉아서 양 채우기 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습관으로 배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5-6시간을 앉아있었지만 제대로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은 없었던 것입니다.
매일 1시간만 공부하더라도, 집중해서 1시간 공부하는 '연습'이 되어있는 학생이 시험에서도 집중할 수 있습니다.
'태도'는 습관과도 같아서,
집중하지 않고 대충 푸는 공부가 지속되다보면 그런 공부 자세가 습관으로 자리잡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집중모드'로 들어갈 수 있으려면 '몇시까지만 집중해서 열심히 하자'와 같은 목표가 있어야하는데, '언제 끝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장장 몇시간을 더 버텨야한다'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과연 집중을 할 수 있을까요? 저라면 학원 가기 전에 한숨부터 나올 것 같습니다.
공부는 많이 하는데 성적이 안오른다고 저희 교습소를 찾아오는 학생을 만나면 저는 딱 한가지를 봅니다.
앉아있는 시간 말고, 앉아있는 자세를 봅니다.
이 아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하는지가 아니라, 짧게라도 집중모드로 들어갈 수 있는 아이인지를 봅니다.
'공부하는 자세'라는 것은 책상에 앉아있을 때 얼마나 바른 자세로 척추를 곧게 펴고 앉아있는 지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학생이 지금 진짜로 이 문제를 풀고 있는지 아니면 쳐다만 보고 있는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공부하는 자세'입니다.
'제대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자세'는 학원에 오래있는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시험이 닥쳤다고 절대 생기지 않습니다.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시험 전날에도 똑같이 집중하지 못합니다.
비록 오래 앉아있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풀고 싶은 마음'이 있는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자세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풀고 싶은 마음'은 스스로 선택해서 공부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억지로 학원에 붙잡혀서 앉아있을 때에는 제대로 풀고 싶은 마음이 절대 생길 수가 없습니다.
30분만 공부해도 그 30분 공부한 모든 것을 흡수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3시간을 앉아있어도 하나도 남지 않는 아이가 있습니다.
30분을 집중할 수 있는 아이는 그 30분이라는 시간이 쌓이면 결국 성적이 오릅니다.
그리고 성적이 오르면 공부가 더 재밌어져서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지겠죠.
하지만 3시간을 앉아있어도 남는 것이 하나도 없는 아이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쌓이는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확한 목표'가 정해져있을 때 집중을 할 마음이 생깁니다.
저희 교습소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느낍니다.
"이거만 딱 집중해서 제대로 풀어. 3개이하로 틀리면 오늘은 공부 끝"
이렇게 말하면 눈빛이 달라져서 집중을 합니다.
"너 이렇게 잘할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안했던거야?" 배신감이 느껴질만큼 잘풀더라구요.
3개이하로 틀렸으면 정말 약속대로 쉬게 해줘야합니다.
목표가 '공부 시간'이 되는 순간 아이들은 집중할 마음이 사라집니다.
그리고는 수업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립니다. 몇 안되는 푸는 문제들마저 죄다 틀립니다.
실제로 저희 교습소 아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입니다.
"쌤 이것만 제대로 풀면 오늘 끝 해주실거예요?"
"아니 그건 안되지" 라고 하는 순간 "아.. 풀기 싫어요... 천천히 풀래요.." 라고 말하면서 흥미를 잃습니다.
"오늘 너 이거 기출문제 8개 풀고, 그 중에서 15개 이하로 틀리면 오늘 공부 끝"
도전 정신이 생기는 목표 앞에서는, 눈에 불을켜고 공부 하는게 아이들입니다.
그동안 못보던 놀라운 집중력과 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평소에 아무리 검토하라고 해도 귀찮다고 안하면서 실수를 남발하던 아이가 정확한 목표를 주니까
자발적으로 검토를 2번, 3번 하더라구요. 평소에는 절반 이상을 틀려도 "괜찮아요~"라며 신경도 안쓰던 아이가 "제발, 틀리지 마라. 진짜 열심히 풀었는데"라며 태도가 바뀌더라구요.
제가 공부를 좀 잘했었다고 말씀드렸죠. 하하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 "쟤는 맨날 우리랑 같이 노는데 대체 언제 공부하는거야?"라며 원성을 듣곤 했습니다.
저는 공부 양보다 공부 질로 승부를 본 사람입니다. 저는 순간 집중력이 엄청나지만 2시간만 공부해도 에너지가 소진됩니다. 대신 저는 2시간동안 공부하는 모든 내용을 다 흡수했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면서 다시 에너지를 회복했습니다. 저는 단 한번도 잠을 포기하고 공부를 해본적이 없습니다. 잠을 줄이면 공부가 하나도 안되던걸요.. 차라리 잠을 자고 1시간을 제대로 공부해야 그거라도 머리에 남았습니다.
"우리애는 어차피 2시간도 집중을 못해요. 그러니까 오래 앉아있기라도 해야하지 않을까요?"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집중을 하는 시간이 설령 30분이더라도, 억지로 오래 앉혀두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집중 시간을 늘려가는 방향이 훨씬 낫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