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주는 성취감을 아는 아이들
공부 잘하는 아이들도 공부가 재미있진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아이들도 공부 ‘자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
틀렸던 문제를 스스로 다시 풀어냈을 때의 짜릿함,
어제보다 오늘 내가 조금 더 나아졌다는 감각.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것.
그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입니다.
반대로,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은 이런 성취의 감각에 익숙하지 않더라구요.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걸 해서 뭐해요?”
"이거 열심히 한다고 달라질까요?"
“제가 다음엔 더 열심히 찍어볼게요”
이런 말들로 자신의 가능성보다 무력함을 먼저 꺼냅니다.
지금 모른다는 이유로,
지금 틀렸다는 이유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일수록 ‘배움의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 않으면, 흥미를 잃는겁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아이들은 '과정'을 즐기지 못하게 된걸까요?
요즘 아이들이 ‘과정’을 즐기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합니다.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자극을 얻는 것이 익숙해져있기 때문이죠.
영상은 10초 안에 자극을 주고, 게임은 1분 안에 성취를 줍니다.
즉각적인 자극을 얻는 환경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이 문제를 왜 틀렸는지 생각해봐”
“조금씩 나아지고 있잖아, 그게 중요한거야”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어, 차근차근 해보자"
이런 말은 너무 느리고 답답하게 들리게 됩니다.
그러니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자꾸 바로 답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틀리는 게 싫어서'
'지금 당장 정답을 얻고 싶어서'
하지만 공부는, 특히 성장은,
이 느리고 답답한 순간을 잘 견뎌낸 아이에게 언젠가 크게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걸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됩니다.
문제를 틀렸을 때, 그 상황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틀린 문제를 그냥 넘어가는 아이.
선생님이 알려주기를 바라고 바로 질문하는 아이.
다시 풀어보겠다고 달려드는 아이.
이 셋의 태도는 당장은 큰 차이가 없어보여도 결과적으로 엄청난 격차를 만듭니다.
당장의 좋은 결과만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의미있게 여기는 태도.
공부는 노력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태도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태도는 아주 어릴 때부터 천천히 길러져야 합니다.
놀랍게도 이 태도는 부모님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더라구요.
과정을 즐기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이런 말을 많이합니다.
"이거 틀려서 엄청 혼났어요."
"지금 저 너무 못하는거래요."
"틀려도 괜찮아, 모르는 것을 아는게 중요한거야" 라고 말해주어도 쉽사리 믿지 못합니다.
"아니에요, 저 이번 시험 80점보다 안나오면 엄마한테 죽어요."
"정말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수학이라는게 원래 바로 점수로 반영되진 않아서 이번 시험 점수가 크게 오를거라고 장담은 못하겠어. 심지어 이번 시험은 더 어렵게 나올거니까. 그러니까 점수가 혹시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도 실망하지마. 진짜 많이 발전했으니까. 그게 중요한거야."
이렇게 말했더니 학생이 이러더라구요.
"쌤 제발 그 말을 저희 엄마한테 해주세요. 저희 엄마는 점수만 보신단말이에요."
마치 대학입시가 끝나면 평생 다시 공부를 안할 것처럼 아이들이 고통스럽게 공부를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는 평생해야하잖아요. 인생의 모든 과정이 공부라면 멀리가는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배움의 과정을 사랑하는 아이가 가장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혹시 지금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결과보다 ‘과정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게 먼저입니다.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지난 시험에 비해서 발전한 부분이 있니?"
"스스로 생각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어?"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둔 대화를 나눠보세요.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을 찾아서 칭찬해주세요.
이걸 반복하다 보면 “공부가 좋다”가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해낸 내가 좋다”는 감정을 아이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