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가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 <소년이 온다>

by 평온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있습니다.
- 한 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중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 마음이 술렁였다. 왜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지, 좋은 문학 작품이란 어떤 것인지의 기준을 나에게 작가가 조곤조곤 말해 주는 듯했다. 매일 쏟아지는 글과 책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기준은 인간과 생명을 연결해 주는 글, 사람과 사회를 살피는 글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것을 선명히 드러내 주는 소감문이라 들썽거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소중히 노트에 적어 두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가만 들여다보면, 작가는 문학의 소명만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지구 생태계 속 인간으로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태도, 사회 구성요소로서 개인이 견지해야 할 올바른 관점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문학의 소명인 동시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사명임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 나에게 왜 태어났는지 묻는다면 나도 그게 억울하다고, 인간 세상에, 넓디넓은 대륙도 아니고 지도에서 찾기도 힘든 제주 섬에, 심지어 가난한 집에 '살림 밑천'이라는 쓸모로만 불리던 맏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다고 소리 지르고 싶다.


하지만 어떤 존재로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답하는 자세부터 달라질 일이다. 진지하게 내 존재를 담아 대답해야겠다. '어떻게', 적어도 나와 함께하는 생명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내가 살아가는 지구와 자연에 무해한 존재이기를 바란다는 가장 소극적인, 최저의 한계선은 지키며 살고자 한다.


또한 사회의 모든 현상을 바라볼 때도, 그것이 분명하게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의 반대편에 있는가,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가 서로 연결하고 상호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따져보고 판단하는 식견을 가져야 하겠다. 지금의 기후 위기부터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국민을 위협했던 계엄 선포까지 모두 그런 맥락에서 비판할 수 있으리라.


인생에 대한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문학 작품 읽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책을 많이 읽는다 자부하지만 나에게 책이란 지식을 얻기 위한, 호기심의 굴 파기인 경우가 많았다. 사회과학이나 인문교양 서적이 주는 지적 충만함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 삶의 조건, 인생의 의미, '이 지구와 다른 생명체와의 연결을 상상하는 언어'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문학작품을 의도적으로 가까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소년이 온다>를 펼쳤다.

나의 필사노트 - <소년이 온다> 중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 한 강 <소년이 온다> 중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햇빛에 반짝이는 물방울마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 그 시대를 거쳐 살아남은 부끄러움.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애도를 못해 그대로 삶 전체가 남은 생애가 장례식이 되어 버리고, 세상 전체가 사원이 되어 버렸다는 글에 한참을 머물며 울었다.


부끄러웠다. 제주 4.3으로, 광주 항쟁으로, 세월호로, 이태원 참사로 세상은 아직도 장례식이 끝나지 않았는데, 계엄 선포 후 1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명명백백하게 그들의 죄를 묻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 아이처럼 혼자 희희낙락하고 있었구나.


무엇이 부끄러운가, 추한 몸과 가난한 삶? 정말 부끄러운 건 이 땅 죽어간 영혼들을 잊고 사는 것이며, 아직도 부조리하고 부정의한 세상에서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보려 아등바등 대는 나의 싸구려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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