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는 35세, 중견기업의 영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그의 속마음은 돈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자랐던 그는 언제나 '돈'이 인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해 왔다.
성우는 매달 자신이 얼마를 벌고,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스마트폰 가계부 어플은 그의 매일을 기록하는 동반자다. 그는 하루가 끝나면 항상 오늘 쓴 돈을 정리하고, 이번 달 예상 저축 금액을 확인한다. "돈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성우의 신념은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소비를 과하게 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신용카드로는 절대 한도를 넘지 않으며, 무리한 대출을 절대 하지 않는다. 성우는 이런 생활 습관 덕분에 이미 몇 년째 신용등급이 최상위에 머물러 있다.
성우는 매달 월급의 일정 금액을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에 사용하며, 돈을 벌 때마다 항상 "이 돈은 나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성우를 "계획적이다"라며 칭찬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계산적이지 않냐"며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성우는 그것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에게 돈을 버는 일은 즐거움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성우의 하루는 늘 일정하다. 아침 6시 반에 눈을 뜨고, 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후, 7시 반에는 회사로 출근한다. 팀장으로서 그는 동료들 앞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언제나 정시에 도착해 가장 먼저 업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에게 지금의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중요한 요소다. 매달 성과를 내고, 그 성과로 인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자부심 있게 만든다.
성우의 삶은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성우도 가끔은 돈과 관계없는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다. 친구들이 즉흥적으로 여행을 가자고 할 때, 그는 늘 고민에 빠진다. '이 돈을 써도 될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지만, 결국은 장기적인 계획을 우선시하며 여행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는 늘 재정적인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일탈적인 소비나 충동적인 행동을 스스로 억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성우는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팀원들과 회식을 하게 되었다. 모두가 성우의 공로를 칭찬했고, 상사 또한 "이제 승진할 차례야"라며 그의 능력을 인정했다. 성우는 자신이 성공을 위해 달려온 시간들이 보람차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날 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문득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돈을 벌고, 저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매번 계획적으로 저축하고, 미래를 위한 돈을 모으며 살아왔지만 정작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인생의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 성우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그 질문을 던졌다. 돈을 벌고, 저축하는 것이 행복의 끝이라고 믿어왔지만,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었다.
성우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돈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철저한 경제적 계획과 그로 인해 겪는 심리적 갈등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이다. 이런 고민을 주로 하는 사람을 미래대비형이라고 한다.
미래대비형은 돈을 단순한 소비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정과 대비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돈을 축적하고 관리하는 데 주력하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에 대비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미래대비형은 예상치 못한 상황, 예를 들어 실직, 질병, 갑작스러운 지출 등을 염두에 두고 저축을 우선시한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돈이 자신의 통제 속에서 증가하고 안전하게 관리된다는 사실에서 안정감과 만족감을 얻는다. 그래서 저축 자체가 이들에게는 성취감을 주는 중요한 행위이다. 또한, 미래대비형은 투자나 재정적 관리에 있어서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미래대비형은 재정적인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축적하고, 관리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미래대비형은 미래를 열심히 대비하고 준비하는 데 집중하지만, 그 미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기 어려워한다. 이들은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확실성에 근거해 돈을 모으거나,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모호한 수준에서의 안정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돈이 많아야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다"거나 "더 큰 집에서 살면 내 미래가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의존한다. 이러한 생각은 돈을 벌고 모으기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하지만,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미래 계획이 없기 때문에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고 만다.
심리학적 근거: 심리학에서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 막연히 돈을 축적하거나 보호 장치를 마련하려는 경향을 설명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나 비전이 없을 때, 이러한 대비는 오히려 더 큰 불안을 느끼게 한다. 이는 미래대비형이 불안감에 기반한 저축을 지속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심리적 만족감을 충분히 얻지 못하게 한다.
데이터적 근거: 한 연구에 따르면, 구체적인 목표 없이 재정적인 안정만을 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남들보다 더 많은 불안을 경험했다. 이들은 저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며, 재정적인 만족도는 낮았다.
미래대비형이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 미래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왜 그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모으거나 재정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목표가 자신의 삶과 꿈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50살 전에 강남 아파트를 구매한다’는 목표는 그 자체로는 구체적일 수 있지만, 그 목표의 배경과 의미가 불분명하다면 의미가 없다. 왜 하필 50살로 기한을 잡았는지, 강남 아파트가 본인의 꿈꾸는 미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곳에서의 삶이 본인의 가치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그 목표는 공허한 심리를 더욱 부추길 뿐이다.
또한 누구나 원하는 통념적인 목표에만 몰두하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더 큰 목표로 자신을 몰아넣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물론 그 목표를 이룰 가능성도 없다. 정작 본인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도 자유를 잃고 불안감에 시달리는 삶을 살게 된다. 이는 종종 부자나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따라서 미래대비형이 진정한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적 목표에 그치지 않고, 그 목표의 배경과 의미를 깊이 탐구해야 한다. '왜'이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명확히 이해할 때, 비로소 목표는 실질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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