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은 아서 밀러(Arthur Miller)가 1949년에 발표한 희곡이에요. 퓰리처상도 받았죠. 이 희곡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꿈꾸지만 점점 소외되고 무너지는 세일즈맨 윌리 로먼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 작품은 미국의 경제대공황이 닥쳤을 때 겪은 많은 이들의 좌절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반짝이는 희망적인 겉모습 안에 담긴 사회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해요.
줄거리 요약: 윌리 로먼은 60대의 세일즈맨으로, 수십 년간 영업사원으로 일해왔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잘 보이면' 성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이러한 신념은 두 아들 비프와 해피에게도 깊이 새겨집니다. 윌리는 자신이 언젠가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아가며, 자주 과거의 좋은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는 젊은 시절 비프가 고등학교에서 유망한 운동선수였던 때를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비프는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명문 대학 진학을 기대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게 되죠. 해피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겉만 번지르르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는 아버지처럼 성공이라는 환상만 좇으며 현실을 외면합니다.
윌리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영업 능력을 잃고 회사에서도 입지가 약해집니다. 결국 회사에서 해고되며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윌리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정신적으로 무너져갑니다. 그는 자신이 예전에 존경받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아내 린다와 자주 충돌하고, 아들 비프와도 갈등을 겪습니다. 비프는 아버지가 자신을 향한 기대와 실제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극의 절정에서 비프는 윌리에게 자신은 더 이상 아버지의 꿈을 좇을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비프는 자신이 실패한 인물임을 받아들이며,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윌리는 아들이 경제적 기반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아들이라 굳게 믿으며, 자신의 생명을 보험금으로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결국 윌리는 자동차를 몰고 나가 사고로 위장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는 가족에게 보험금을 남겨 비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의 희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윌리 로먼은 사람들의 기대를 맞추려고 끊임없이 애쓰며 살아요.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늘 의식하고, 자신을 꾸며내죠. 윌리가 하는 말을 보면 그의 성향이 딱 드러납니다:
"성공은 인기가 전부야.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면 모든 게 잘 풀릴 거야."
이 한 마디에서 윌리가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얼마나 매달리는지 느껴지지 않나요? 그는 '잘 나가는 세일즈맨'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지만, 사실 현실은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태입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이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고 하죠.
윌리는 끊임없이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하다가 '진짜 나'를 잃어갑니다. 그는 자신을 '어느 회사의 세일즈맨', '비프와 해피의 아버지', '린다의 남편' 말고는 자신을 설명할 수 있었을까요? 직장에서의 위치나 가족에서의 역할이 곧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점점 희미해져요. 비프와의 대화에서 이런 모습이 특히 잘 드러납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왜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
이 장면은 윌리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깊은 상실감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요. 오랜 세월 매주, 매달 지불해야 하는 돈을 갚기 위해 근근이 살아갔지만, 정작 남은 것은 아직 더 갚아야 할 돈일 뿐이었죠. 주변 기대에만 맞춰 살다가 결국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극의 절정에서 비프는 자신의 생명을 보험금으로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결국 윌리는 자동차를 몰고 나가 사고로 위장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는 가족에게 보험금을 남겨 비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의 희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내 린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의 대사와 행동은 남편 윌리의 죽음에 대한 깊은 슬픔과 혼란을 표현합니다.
린다는 집을 모두 갚았음을 언급하며 얘기합니다:
"오늘 집 대출금을 다 갚았어요. 오늘이에요, 당신. 그런데 집에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우린 이제 자유에요. 우린 자유에요... 우린 자유에요..."
이 부분은 린다가 윌리의 죽음 후 그의 무덤 앞에서 하는 말로, 집 대출금을 다 갚았지만 정작 그 집에서 함께할 수 있는 남편이 없는 현실에 대한 슬픔과 허망함을 표현하죠.
<세일즈맨의 죽음>은 히어로가 등장하거나 누군가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는 성공 스토리도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극장' 같은 현실적이고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희곡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퓰리처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당시의 사람들과 환경을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장'의 쓸쓸함은 미국에서도 존재했습니다. 세계 대전 이후 경제 부흥기와 대공황을 겪었던 미국은, 마치 우리나라가 빠르게 산업화된 후 IMF를 맞닥뜨린 것과 비슷합니다. IMF를 떠올리면 힘들었던 시기를 연상하듯, 지금의 기성세대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세대입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성실하게 해내며 가정의 조화를 유지하고, 나아가 사회 속 조화를 위해 노력했어요. 본인이 힘들다고 일을 내려놓으면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것, 즉 가정의 붕괴를 의미했으니까요.
비록 <세일즈맨의 죽음>만큼의 비극적 결말은 아니지만, 우리의 중장년층의 모습은 이 문학의 결말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은퇴 후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세대는 자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거든요. 자녀가 대학에 가고, 결혼을 하며, 부모로서의 임무가 끝난 후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죠. 기대 수명이 20년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래서 손주를 돌보는 역할을 맡거나, 건강이 최고라며 매일 매주 병원을 다니며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평생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 왔는데, 그 기대가 사라지니 곧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헷갈리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죠.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눈치채고, 그 역할에 충실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한 덕목입니다. 평생 한 가지 역할에만 집중해온 사람에게 '이제는 너의 꿈을 찾아보라'는 말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상황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는 눈치가 필요해요.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눈치 보기 싫다며 포기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제 2의 인생을 잘 보내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나 살펴보는 것이죠. 그래서 좋아보이면 따라해 보는 겁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나는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하면 나의 노년기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지 찾아가는 겁니다.
이는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1-3년마다 직장을 바꾸는 현대 직장인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작정 '자존감', '나의 꿈'을 쫒으며 취직, 이직, 휴식을 반복할 것이 답이 아니란 거죠. 내가 상황을 빨리 바꾸는 만큼 그 안에서의 나의 역할을 빨리빨리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도와 경험을 겪은 후에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진정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인 MZ세대가 되는 것이죠. 이것이 우리가 눈치를 '잘' 보는 방법입니다.
글 내용에 삽입되어 있는 인용구의 영어 원문
"성공은 인기가 전부야.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면 모든 게 잘 풀릴 거야."
"The man who makes an appearance in the business world, the man who creates personal interest, is the man who gets ahead. Be liked and you will never want."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왜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
"What am I doing in an office, making a contemptuous, begging fool of myself, when all I want is out there, waiting for me the minute I say I know who I am!"
"오늘 집 대출금을 다 갚았어요. 오늘이에요, 당신. 그런데 집에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우린 이제 자유에요. 우린 자유에요... 우린 자유에요..."
"I made the last payment on the house today. Today, dear. And there'll be nobody home. We're free and clear. We're free. We're free... We're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