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가 만들어준 길을 걸으면 길 끝에 자신은 없다.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로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곤 합니다.
"요즘 회사 그만두고 싶어. 내가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어."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가 지겹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 그 말이 물꼬를 트자, 하나 둘씩 비슷한 고민들이 쏟아집니다.
"나도 그래. 일은 힘든데 회사에서 인정받는 건 어려운 것 같아. 매일 야근에 쉴 틈도 없고… 진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이 이어집니다. 남 얘기 같지 않다는 표정들이 눈에 띕니다.
"나도 요즘 그래.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인지 모르겠어. 그냥…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어느새 저도 자연스럽게 동조하며 한마디 던집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습니다.
"넌 늘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별로 불만 없어 보이던데. 너도 그런 고민해?"
그 질문에 순간 머뭇거립니다. 그래, 사실 나도 늘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나름 만족하며 잘 지내왔다고 믿어왔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갑자기 나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내가 불안한 걸까? 아니면 친구들의 고민이 나에게 옮아온 걸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이 막연한 답답함이 정말 내 고민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것처럼 느낀 걸까?"
며칠 후, 출근길에 같은 질문이 또 떠오릅니다.
"지금 느끼는 이 답답함이 정말 나만의 고민일까? 아니면 모두가 흔히 겪는 불안과 흔들림을 나도 잠시 느끼는 걸까?"
If you can see your path laid out in front of you step by step, you know it’s not your path. Your own path you make with every step you take. That’s why it’s your path.
다른 이가 만들어준 길을 걸으면 길 끝에 자신은 없다. 오직 너의 길에서만 너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분위기 보는 데 능숙한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 고민을 듣다 보면, 어느새 그게 내 고민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특히 공감 잘하고 얘기 들어주는 사람들은 더 그렇죠.
심리학에서 '사회적 동일시(Social Identity Theory)'라는 개념이 있어요. 헨리 타지펠과 존 터너라는 분들이 만든 이론인데,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집단의 분위기에 맞춰 행동한다는 거예요. 쉽게 말해, 내가 어디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생각이나 행동이 바뀐다는 거죠.
예를 들어, 축구 팬들이 경기장에 가면 유니폼 입고 다같이 응원하잖아요. 평소에는 얌전하던 사람도 막 소리 지르고 열정적으로 변하기도 하고요. 마치 평소에는 'I'였던 사람이, 그 순간만큼은 'E'가 되는 것처럼요.
이게 한국에서는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다 조용한데, 너만 왜 그래?"라는 말, 어릴 때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요? 우리 사회는 집단 분위기에 맞춰 행동하는 게 거의 본능처럼 자리 잡혀 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우리는 점점 '눈치 빠른 사람'으로 성장하죠. 하지만 가끔은 '그래서 난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렇다고 해서 '눈치 보는 게 나쁘다!'라고 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눈치 보는 건 어찌 보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거든요.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려면, 어느 정도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써야 하니까요. 만약 사회적 기대를 완전히 무시하고 살면 오히려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자기 개발서에서 "너만의 길을 가라!"라고 하는데, 무작정 그 말을 따르기보다는, 나한테 맞는 방식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얼마나 사회적 기대에 맞추고 싶은지,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죠.
결국 중요한 건 '나'를 이해하는 거예요.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요. 이 두 가지를 구분하고, 나답게 살기 위해 조금씩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눈치도 적당히 보고, 나만의 길도 갈 수 있어요.
눈치 빠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주변 분위기에 잘 맞춰가는 것도 괜찮고요. 반대로 자율성을 더 중시한다면, 남들 신경 덜 쓰고 나의 기준대로 살아가는 것도 좋아요. 중요한 건, 그 선택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