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은 요즘 정말 뜨겁다.
테슬라는 "우리가 미래다!"라고 외치고,
현대차는 "우리 기술력 좀 보세요!"라고 어필한다.
그런데 폴스타(Polestar)라는 브랜드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우리 차 좀 멋있지 않나요?"라고 말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브랜드다.
볼보에서 나온 이 브랜드는 처음부터 남달랐다.
스웨덴 특유의 차분함과 볼보의 안전 DNA, 그러나 고성능 차량의 튜닝을 담당했던 '폴스타' 회사의 정체성.
거기에 '적당함'라는 스웨덴 디자인 철학이 합쳐져서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냈다.
스웨덴에는 '라곰(Lagom)'이라는 독특한 철학이 있다.
'딱 좋은 정도', '적당한 만큼'이라는 뜻인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을 추구한다.
폴스타의 디자인을 보면 이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세련됐고, 복잡하지 않지만 고급스럽다. "나 좀 봐달라"라고 소리치지 않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그런 느낌이다.
폴스타 매장에 가보면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다른 전기차 매장에서는
"배터리가 몇 km 가나요?",
"충전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라고 묻는데,
폴스타 매장에서는 좀 다르다.
고객도 직원도 각자가 '적당하게' 자기 할 일을 한다.
직원은 과묵하다는 선을 간신히 넘을 정도의 간략한 설명을 하고
고객도 관심 없다는 선을 간신히 넘을 정도의 호기심을 보인다.
테슬라 오너와 폴스타 오너를 비교해 보면 흥미롭다.
테슬라 오너: "야, 내 차 봐! 자율주행도 되고, 가속도 엄청 빨라!"
폴스타 오너: "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테슬라가 "Look at me!"라면, 폴스타는 "This is me"에 가깝다.
폴스타 차를 처음 보면 "아, 뭔가 다르네"라는 생각이 든다.
차체 라인은 간결하다.
불필요한 장식은 없다.
인테리어에 들어가면 더욱 놀란다.
좌석에 앉아 문을 닫으면,
일종의 맞춤 정장의 버튼을 채우는 느낌이다.
휘황찬란한 웰커밍 조명이나 장식은 없지만,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있는 완성도를 택했다.
그래서인지 여유롭고 큼지막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에게는
'딱 맞는' 느낌이 답답하게 느껴져 인기가 없는 차량들이기도 하다.
어쨌든 외관이나 내관이나
"10년 지나도 유행 안 타게 만들었으니 잘 다려만 입으세요"라는 인상을 준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이케아 가구, 단순하지만 실용적인 북유럽 인테리어,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 빼기".
폴스타에도 이런 DNA가 흐른다
예쁘게 보이려고 억지로 만든 디자인이 아니라, 꼭 필요한 기능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디자인.
그리고 북유럽은 춥다.
실내 공간이 크면 열 보존을 위한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러니 실내 공간은 딱 필요한 만큼만 만든다.
대신 그 안에서 내가 만지고 닿는 것들은, 고급 소재를 쓴다.
고급 소재를 쓴다기보다는, 주변에 널린 북유럽들의 목재가 훌륭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동차에서도 내가 앉을 시트의 품질과
거기서 듣는 오디오의 품질이 좋은 편이다.
(실제로 고급 오디오 회사들은 북유럽에서 탄생한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게 추운 날씨 속 실내 생활이 많기에 생긴 철학이자 생존 기술이다.
하지만, 북유럽의 현재 경제 상태를 대변하듯
폴스타 차량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복잡한 건 싫어요. 깔끔하고 단순한 게 좋아요. 폴스타는 딱 제 스타일이에요."
"비싸더라도 제 철학과 맞는 브랜드를 선택해요. 폴스타의 지속가능성 철학이 마음에 들어요."
"무작정 튀는 건 싫지만, 아는 사람은 알아봤으면 좋겠어요. 폴스타가 딱 그런 브랜드인 것 같아요."
같은 가격이면 더 크고 넓은 것,
같은 가격이면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폴스타가 선전하는 날이 오면
아무래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큰 것'에 대한 열망이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