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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직장 동료가 부담스럽다는 사연

호혜성을 원칙으로 하는 관계

by 황준선

수다왕 동료를 둔 사람의 사연

회사 다니는 중인데 매일 같이 다니는 동료가 말이 너무 많아서 괴롭습니다.

점심때 혼자 있고 싶다거나, 점심때 조용히 밥 먹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힘드네요. 진짜 어쩔 때는 밥 먹을 때도 떠드는 걸 받아주느라 체할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밥은 또 어찌나 빨리 먹는지 혼자 다 먹고 옆에서 입 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진짜 밥 먹는 거 10분 늦게 갈까 생각 드는데, 10분 뒤에 간다 하면 자기도 그런다 할까 봐 겁나요.


집 가도 음성이 자꾸 떠오를 정도예요. 주말이 끝날 때쯤 내일 출근해서 또 들어줄 거 생각하면 짜증 나고요.


쉬는 시간에도 와서 조잘조잘 말이 끊이질 않습니다. 뭔가를 하고 있어도 눈치 없이 말 걸고요. 처음에는 제 조용한 성격에 말없는 친구들보단 낫다 생각했는데, 이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진짜 힘드네요.


같이 술 마신 적도 있는데 세 명에서 술 마시면 그 친구만 계속 조잘조잘하고, 그 친구랑 술 마신 제 동료도 그날 집 가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거의 제가 1마디 하면 20마디가 돌아옴. 진짜 어떻게 해야 하죠? 살다 보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서요.


처음엔 좋은 사람 같았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너무 말이 많아서 싫기는 처음이에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티엠아이라 거의 뭔 이야길 하려고 해도 결국 본인 이야기로 돌아가고요.


tempImagelZLAAS.heic 출처: unsplash

심리학자의 답변

돈이 급하다고 돈 좀 빌려달라고 해보세요. 그 동료가 먼저 자리를 피할걸요?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인 게,

그 동료와 관계를 유지해서 본인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나 살펴보시란 뜻입니다.


동료는 자기 이야기를 쏟아냄으로써,

작성자님에게 어떤 이득을 얻고 있는 중이거든요(감정적 해소 등).


반대로 해석하면,

작성자님께서도 의식하지 못하게 그 동료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본인도 그 동료에게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심해 보세요.

그걸 찾았다면,

동료의 투머치토크를 감내할 만큼의 보상인지 아닌지도 고민해 보시고요.


만약 얻을 게 없다?

그냥 적당히 예의만 차리고 금방 자리를 일어서거나

잠깐 이야기하자고 부를 때 바쁜 일이 있다며 응해주지 않으면 됩니다.


혹시 얻을 게 있으면 이야기 들어주는 고생은 감내해야죠.


생각해 보세요,

그 동료가 술 마시면서 혼자 떠들고(감정적 해소를 얻어내는 중),

그 대신 그 자리 계산을 다 하고 택시비까지 주면(감정적 해소에 대한 보상)

그 이야기 들어줄 만할 것 같지 않나요?


주고받는 관계가 잘 성립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고만 있는 관계라 피로한 건지 확인하시면 금방 답이 나올 겁니다.


왜 이런 상담을 했을까

Reciprocity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데요, '호혜성'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뜻이죠. 트럼프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주기만 하고 얻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다른 나라에게 'reciprocal 한 관계', 즉 주고받는 원칙을 바탕으로 관계를 다시 정리하자고 주장하죠.

trump-reciprocal-tariffs-FT-image-scaled.jpg 출처: Atlantic Council

상담사가 선택한 접근도 감정적 공감보다 '관계의 교환 구조'를 분석하는 방식이었어요. 인간관계를 거래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거죠.


관계의 교환 구조 분석

상담사는 "그 동료와 관계를 유지해서 본인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나 살펴보시란 뜻"이라고 명확히 했어요. 굳이 어려운 용어를 빌려오자면 '사회적 교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이라고 해요. 이 이론은 사람들은 관계에서 이득과 비용을 계산하고 그 균형에 따라 관계를 유지하거나 끊는다고 설명해요. 사회에서 만난 동료라면 이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료가 얻는 것과 주는 것

동료는 분명히 사연자로부터 '경청'이라는 이득을 얻고 있어요. 떠드는 사람이 떠드는 이유는, 듣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사연자는 그 '듣는 사람'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사연자도 동료로부터 어떤 걸 얻고 있는지 살펴보면 해결책이 쉽게 보여요. 직장 내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때 감정적으로 상황을 해석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꼬여버리기도 하거든요. 반면에 관계를 비용과 편익이라는 시선으로 접근하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한답니다.


핵심 질문: 주고받는가, 주기만 하는가

"주고받는 관계가 잘 성립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고만 있는 관계라 피로한 건지 확인하시면 금방 답이 나올 겁니다"라는 마지막 말이 상담의 핵심이에요. 상담자는 사연자의 피로가 '주고만 있는 관계'에서 온다고 본 거죠.

'감정적 불편함'을 '교환의 불균형'으로 재정의한 거예요.


사연자는 동료가 말이 많아서 괴롭다고 했지만, 상담자는 그게 진짜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서 얻는 게 없이 주기만 해서 피로한 거라고 본 거죠. 이렇게 재정의하면 해결책이 명확해져요. 얻을 게 있으면 계속 들어주되 그 대가를 받고, 얻을 게 없으면 거리를 두면 되는 거죠. 감정적으로 "싫다, 힘들다"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이득이 있나, 없나"로 판단하게 만든 거예요.


제가 출연한 유튜브에 더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3bprQXGHFcE?si=J8zuV2uhksiIxd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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