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다는 건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
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고, 현재는 육군에서 군 복무 중입니다. 제 중학교 시절은 장난치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학생이었고요, 친구 따라 특성화고에 진학했어요.
고등학교에 가니 막상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분야가 어렵게 느껴졌고 그렇게 어영부영 1학년을 마쳤습니다. 2학년 땐 미래가 걱정이 되어서 수업도 열심히 듣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3학년이 됐을 땐 주변 친구들이 공기업이나 은행 등에 취업 준비를 하길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따라서 취업 준비를 했고, 대학을 지원하고 기다렸습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대학교만 합격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회사 취업 기회를 만들어줬고, 전 큰 회사라니까 믿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는데 합격했습니다.
당시에 학생이었던 저에겐 3000만 원이 훨씬 넘는 연봉이 크게 느껴졌고, 만족스럽게 다녔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처음 접해보는 용어들,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어딜 가든 아직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어린 사람처럼 대해져 소외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참고 2년 가까이 다니다가 군 입대를 결심했습니다.
제가 학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IQ가 높은 것도 아니고 집이 잘 살지도 않아요. 자격증 같은 것도 없고요. 다른 친구들은 멀쩡하게 일반고등학교 졸업해서 평범한 4년제 대학교 가서 공부도 하고 놀고 하는데, 저는 뭐 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도 많아요.
앞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서 내 집도 마련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관계도 맺고 싶은데, 제 삶이 보통과 다르게 느껴져서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크네요.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하소연하듯이 쓴 지도 모르겠고, 그냥 미래가 걱정됩니다.
앞으로 전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이시군요.
그때그때 주변 상황에 맞춰 판단하고, 대세에 편승하듯 선택하는 분들이 흔히 이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물론 그런 성향이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친구 따라 특성화고에 진학하셨고, 그곳에서 배움을 얻었고, 취업도 하셨고, 지금은 군 복무 중이시잖아요. 이런 선택들을 할 때, 주변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서 해보고,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 좋은 기회를 얻었고, 그러니 군대도 미루지 않고 제때 가신 거겠지요.
그런데 이런 선택의 과정에서 '내가 주체적으로 결단을 내린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한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막막한 심정이 드실 텐데요. 그 뜻은 이때까지 살면서의 과정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나에게 맞는 선택이었는지를 점검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주변을 따라가며 살다 보면, 선택의 순간마다 이 고민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성인이 되어 다양한 배경, 가치관, 환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어떤 선택을 따라가야 하지?'라는 혼란을 느끼게 되죠. 이제껏 내가 생각해 온 '평범함'이라는 기준이 들쑥날쑥해지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평범한 삶'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반고를 졸업하고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평범하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25년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는 약 130만 명입니다. 이 중 인문계 고등학교 출신은 약 83만 명이고, 그중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인원은 약 45만 명 정도입니다. 즉, 전체 졸업생 중에서 '인문계+4년제' 조합은 약 3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숫자를 통해 보듯, 흔히 '평범하다'라고 여기는 기준은 실제 통계에 기반한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편견인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일반적인 것', '평범한 것', '안정적인 것'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사회가 만들어 낸 허상이지,
실제 세상에는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작은 솔루션을 드릴게요.
작성자님의 성향을 부정적으로 보면 '눈치를 본다'는 것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분위기 파악을 잘한다'는 말이 됩니다.
이처럼 분위기 파악에 능한 분이라면 '롤모델'을 잘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시고,
'내가 얼마나 닮고 싶은지', '얼마나 존경할 만한 사람인지'를 기준으로 롤모델을 정해 보세요.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기준으로 하지 말란 뜻은,
작성자님 성격의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라고 하면,
현실적인 기준이라는 핑계를 내세워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목표 레벨을 낮춰버리거든요.
그러지 말란 뜻입니다.
롤모델을 설정하셨다면, 그 사람이 지금의 자리에서 두각을 드러내기까지,
그로부터 10년 전쯤엔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 사람의 10년 전을 따라가 보며, 그가 걸었던 길을 내 상황에 맞게 적용해 보세요.
작성자님처럼 분위기 파악에 능하고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좋은 롤모델만 잘 세워도 그 사람이 걸었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거예요.
남은 군 복무 하시면서 롤모델을 잘 세팅해 보시고,
전역하면 그 롤모델을 따라 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아보세요.
판단이 흔들릴 때마다 '평범한 것'이란 건 애초에 없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상담사는 먼저 사연자의 성향을 정확히 진단하고, 중립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주변에 맞춰 살아온 선택 패턴을 분명히 짚어주되,
이를 단순한 약점이 아니라 ‘상황 파악 능력’이라는 특성으로 재정의했죠.
동시에 사연자가 믿어온 ‘평범함’의 기준이 실제 통계와는 거리가 먼 사회적 허상임을 알려주었어요.
이를 통해 현재의 혼란이 어디서 출발한 건지를 명확히 인식하게 하는 거죠.
이렇듯 대세를 추종하는 선택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평범함'이라는 편견을 깨뜨려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요.
여기서 마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상담사는 사연자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으로 ‘롤모델 설정’을 제시했어요.
현실성이라는 핑계로 목표를 낮추지 말고,
존경할 만한 사람을 기준으로 삼아 그 사람이 10년 전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분석하라는 구체적 방향을 줬죠.
이런 분들은 심성이 착하기 때문에
솔루션이 마음에 든다면 착실하게 잘 따라 할 거예요.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배려하면서, 또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우리의 많은 '착한' 분들,
이 사연에 공감이 가시나요?
이러한 성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솔루션은
<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당신을 위한 문장들'> 책에서
'착하고'에 해당하는 챕터1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