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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가 취미인 학생의 사연

보고, 듣고, 맛보는 관찰과 질문의 힘!

by 황준선

취미가 글쓰기인 학생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 쓰기가 취미인 학생입니다. 최근에 운이 좋아서 상을 받았는데요, 그 이후로 부담감이 점점 커지는 느낌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 동인 모임에서 피드백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전에 쓴 작품보다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듭니다. 그냥 저 스스로 그렇게 느껴요.


우선 피드백 내용은 모든 소설의 화자와 이미지에서 제 자신만 드러난다고 합니다. 인물을 구체화시켜 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이었습니다. 저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런 감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지만, 이때까지 늘 그렇게 써오던 터라 갈피를 못 잡겠어서 글을 올립니다.


또, 저 스스로 느끼기에도 전작과 비교해 이번에 쓴 소설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너무 막막해요. 도와주세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인물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지, 혹시 자신만의 팁이 있으신지 공유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심리학자의 답변

운이 좋아서 상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실력이 있기에 상을 받으신 겁니다.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세요!


인물을 구체화한다는 것은 외형이나 말투를 다르게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 인물이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는지를 상상하고 파악해야 합니다.

각각의 인물이 가진 관점이라고 할 수 있죠.


그 관점은 가정환경, 지인 관계, 성별, 나이, 직업 등이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인물이 가진 '마음'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볼 때 객관식 문제가 있잖아요.

모두가 똑같은 글과 보기로 시험을 보지만,

그 시험에 대한 난이도, 느낌, 긴장하는 정도, 성취도는 모두에게 다르게 다가오죠?


인물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 속 인물은 동일한 세상에 살지만, 각각의 인물이 그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은 모두 주관적입니다.

그 인물이 어떻게 주관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행동하면서 살고 있는지 표현하면

그것이 바로 인물의 구체화입니다.

출처: unsplash

이런 구체화를 잘하려면 작성자님도 세상과 세상 속 사람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나가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저 사람은 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을까?

배달하는 사람은 왜 배달 일을 시작했을까?

지하철에 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는 사람은 왜 앉지 않을까?

관찰하고, 듣고, 묻고, 답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나는 이 소설을 왜 쓰지?"라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조금 아리송하고 모호한 답변처럼 들리고,

소설 쓰는 실력에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과 나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를 잃지 않으면

반드시 대한민국 최고의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왜 이런 상담을 했을까?

이 상담에서 상담자가 선택한 접근은 기술적 조언보다 '관점의 전환'과 '근본적 태도'를 강조하는 방식이었어요. 창작의 본질을 다루려 한 거죠. 첫 줄만 봐도 조심성 많고 감수성 풍부한 작성자라는 느낌이 바로 들죠? 그래서 상을 받은 것에 칭찬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조금 더 폭풍칭찬을 해줄걸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구체화의 본질 정의

"인물을 구체화한다는 것은 외형이나 말투를 다르게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시작했어요. 많은 초보 작가들이 인물 구체화를 표면적 특징의 차별화로 오해하거든요. 노란 머리를 한다든지, 가죽 재킷을 좋아한다든지 등등... 그러나 "그 인물이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는지"가 핵심이라고 했어요. 이건 외형이 아니라 내면, 특징이 아니라 관점의 문제라는 거죠. 물론 그 내면의 특징이 외면으로 드러나고, 소설가는 그 장치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지만, 어쨌든 순서를 바로 잡아준 것이죠.


관찰과 열린 마음

"작성자님도 세상과 세상 속 사람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라는 조언도 중요했어요. 상담자는 인물 구체화의 문제를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본 거죠. 그리고 구체적인 질문들을 제시했어요. "저 사람은 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을까?", "배달하는 사람은 왜 배달 일을 시작했을까?", "지하철에 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는 사람은 왜 앉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은 일상의 평범한 장면에서도 사람들의 서사를 발견하라는 거예요. 소설을 잘 몰라서 더 구체적으로 팁을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뻔했어요.

출처: unsplash

궁극적 질문으로의 귀결

"그 끝에는 '나는 이 소설을 왜 쓰지?'라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이 핵심이었거든요. 상담사는 인물 구체화를 고민하는 것이 결국 작가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본 거죠. 타인을 깊이 이해하려는 과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왜 쓰는가"라는 질문은 모든 창작자가 마주해야 할 근본적 물음이에요. 그런데 학생이라고 하다 보니, 이런 개념이 어렵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이 상담의 핵심은 '즉각적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 태도'를 다룬 거예요. 사연자는 구체적인 팁을 원했지만, 심리학자는 소설가의 테크닉보다 소설 속 심리학에 대해서 접근했던 거죠. 인물 구체화는 기법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방식이고, 그건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꾸준한 관찰과 질문을 통해 길러지는 능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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