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혜성을 원칙으로 하는 관계
회사 다니는 중인데 매일 같이 다니는 동료가 말이 너무 많아서 괴롭습니다.
점심때 혼자 있고 싶다거나, 점심때 조용히 밥 먹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힘드네요. 진짜 어쩔 때는 밥 먹을 때도 떠드는 걸 받아주느라 체할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밥은 또 어찌나 빨리 먹는지 혼자 다 먹고 옆에서 입 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진짜 밥 먹는 거 10분 늦게 갈까 생각 드는데, 10분 뒤에 간다 하면 자기도 그런다 할까 봐 겁나요.
집 가도 음성이 자꾸 떠오를 정도예요. 주말이 끝날 때쯤 내일 출근해서 또 들어줄 거 생각하면 짜증 나고요.
쉬는 시간에도 와서 조잘조잘 말이 끊이질 않습니다. 뭔가를 하고 있어도 눈치 없이 말 걸고요. 처음에는 제 조용한 성격에 말없는 친구들보단 낫다 생각했는데, 이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진짜 힘드네요.
같이 술 마신 적도 있는데 세 명에서 술 마시면 그 친구만 계속 조잘조잘하고, 그 친구랑 술 마신 제 동료도 그날 집 가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거의 제가 1마디 하면 20마디가 돌아옴. 진짜 어떻게 해야 하죠? 살다 보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서요.
처음엔 좋은 사람 같았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너무 말이 많아서 싫기는 처음이에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티엠아이라 거의 뭔 이야길 하려고 해도 결국 본인 이야기로 돌아가고요.
돈이 급하다고 돈 좀 빌려달라고 해보세요. 그 동료가 먼저 자리를 피할걸요?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인 게,
그 동료와 관계를 유지해서 본인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나 살펴보시란 뜻입니다.
동료는 자기 이야기를 쏟아냄으로써,
작성자님에게 어떤 이득을 얻고 있는 중이거든요(감정적 해소 등).
반대로 해석하면,
작성자님께서도 의식하지 못하게 그 동료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본인도 그 동료에게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심해 보세요.
그걸 찾았다면,
동료의 투머치토크를 감내할 만큼의 보상인지 아닌지도 고민해 보시고요.
만약 얻을 게 없다?
그냥 적당히 예의만 차리고 금방 자리를 일어서거나
잠깐 이야기하자고 부를 때 바쁜 일이 있다며 응해주지 않으면 됩니다.
혹시 얻을 게 있으면 이야기 들어주는 고생은 감내해야죠.
생각해 보세요,
그 동료가 술 마시면서 혼자 떠들고(감정적 해소를 얻어내는 중),
그 대신 그 자리 계산을 다 하고 택시비까지 주면(감정적 해소에 대한 보상)
그 이야기 들어줄 만할 것 같지 않나요?
주고받는 관계가 잘 성립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고만 있는 관계라 피로한 건지 확인하시면 금방 답이 나올 겁니다.
Reciprocity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데요, '호혜성'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뜻이죠. 트럼프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주기만 하고 얻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다른 나라에게 'reciprocal 한 관계', 즉 주고받는 원칙을 바탕으로 관계를 다시 정리하자고 주장하죠.
상담사가 선택한 접근도 감정적 공감보다 '관계의 교환 구조'를 분석하는 방식이었어요. 인간관계를 거래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거죠.
관계의 교환 구조 분석
상담사는 "그 동료와 관계를 유지해서 본인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나 살펴보시란 뜻"이라고 명확히 했어요. 굳이 어려운 용어를 빌려오자면 '사회적 교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이라고 해요. 이 이론은 사람들은 관계에서 이득과 비용을 계산하고 그 균형에 따라 관계를 유지하거나 끊는다고 설명해요. 사회에서 만난 동료라면 이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료가 얻는 것과 주는 것
동료는 분명히 사연자로부터 '경청'이라는 이득을 얻고 있어요. 떠드는 사람이 떠드는 이유는, 듣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사연자는 그 '듣는 사람'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사연자도 동료로부터 어떤 걸 얻고 있는지 살펴보면 해결책이 쉽게 보여요. 직장 내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때 감정적으로 상황을 해석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꼬여버리기도 하거든요. 반면에 관계를 비용과 편익이라는 시선으로 접근하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한답니다.
핵심 질문: 주고받는가, 주기만 하는가
"주고받는 관계가 잘 성립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고만 있는 관계라 피로한 건지 확인하시면 금방 답이 나올 겁니다"라는 마지막 말이 상담의 핵심이에요. 상담자는 사연자의 피로가 '주고만 있는 관계'에서 온다고 본 거죠.
'감정적 불편함'을 '교환의 불균형'으로 재정의한 거예요.
사연자는 동료가 말이 많아서 괴롭다고 했지만, 상담자는 그게 진짜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서 얻는 게 없이 주기만 해서 피로한 거라고 본 거죠. 이렇게 재정의하면 해결책이 명확해져요. 얻을 게 있으면 계속 들어주되 그 대가를 받고, 얻을 게 없으면 거리를 두면 되는 거죠. 감정적으로 "싫다, 힘들다"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이득이 있나, 없나"로 판단하게 만든 거예요.
제가 출연한 유튜브에 더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