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고민의 핵심은 그게 아닙니다
저는 여태껏 결혼은 돈이 준비가 되어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5년 전에도 제가 아닌 여자 쪽에서 먼저 결혼 준비하자고 말을 했지만, 그 당시 저는 27살에 전세 빌라에 살고 있었던 때라 뭐 둘이 잠깐 사는 데는 지장이 없긴 했지만, 제 욕심이었죠. 적어도 3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당시 여자 부모님께서도 좋게 봐주셨어서 그랬지만 암튼 헤어지게 되었고, 지금 나이 먹고 보니까 끝이 없더라고요.
지금도 돈을 어느 정도 모아야 할까도 생각하지만, 돈을 떠나서 이 사람과는 헤어지고 싶지 않고 같이 생활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결혼을 결심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 모았다고 하지만 기준치는 계속 올라가서, 지금껏 연애하면서 저 여자 말고는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없어서 문제지만...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린 이유는 갑자기 마이너스 생활을 하는 분들도 둘째를 낳으려고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30대 초중반 미혼 남성들이 흔히 맞닥뜨리는 고민 같아 보이나, 사실 고민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군요.
글 제목에 이미 답이 나와있어요. "돈이 조금 부족해도 결혼할 사람은 다 하나요?" 이 문장에서 세 가지 키워드 [돈], [조금], [결혼] 이것들만 살펴보면 작성자님의 혼란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선명해집니다.
첫 번째, 작성자님에게 '돈'은 무엇인가요?
글을 보면 작성자님은 돈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가치로만 바라보고 있어요. 생활비나 기본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 이상의 의미가 없는 거죠.
우리는 일을 하고, 벌고, 저축하고, 소비하며 돈을 끊임없이 다른 가치와 교환합니다. 그런 행위들이 작성자님 인생에서는 어떤 과정이었나요? 20대에 돈을 벌며 느낀 감정, 앞으로 30대에 벌 돈에 기대하는 의미…
이것들이 '나 자신만의 답'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사실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 됩니다. 한심한 어른들 중에 "죽지 못해 산다"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사람들 있죠? 지금대로라면 작성자님도 곧 그렇게 되실 거예요.
두 번째, '조금 부족하다'는 기준은 정확히 얼마인가요?
세상의 모든 가치는 상대적입니다. 벤츠 E클래스는 소나타 옆에서는 멋진 외제차지만, 포르셰 옆에서는 별 거 아니죠. 키 173cm도 한국에서는 평균이지만, 일본에선 큰 키이고 반대로 북유럽에서는 작은 키가 되고요.
조금 부족하다는 것도 결국 상대적 개념입니다. 작성자님 스스로 조금은 얼마인지, 많다는 얼마인지 모르니, 얼마를 벌어도 "아직은 부족하지 않나?"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어요.
세 번째, 결혼은 언제 하느냐?
여기에서 작성자님은 이미 정답을 알고 계십니다. 결혼은 "이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을 때" 하는 겁니다.
빚과 결혼 생활을 혼동하지 마세요. 지금 마이너스인 사람도 둘째, 셋째 잘 낳고 살고, 빚이 없는 사람도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빚 있는 미혼과 빚 없는 미혼의 삶도, 결국 각자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을 뿐이에요.
자, 여기까지가 표면적인 이야기지만, 핵심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작성자님은 결혼이 아니라, '앞으로의 30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삶을 꾸릴 것인지요.
이 질문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젠 결혼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섞여서 혼동이 생기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결혼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그냥 하시면 됩니다.
단순한 문제죠.
그런데 그 이후에는요? 복잡한 건 작성자님의 삶의 방향성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 치열하게 부딪히며 고민해 보세요.
그 고민에 답을 찾아가다 보면, 결혼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이 상담에서 상담자가 선택한 접근은 표면적 질문 뒤에 숨은 본질적 고민을 드러내는 방식이었어요.
결혼 결정의 문제를 삶의 방향성 문제로 재정의한 거죠.
상담자는 "글 제목에 이미 답이 나와있다"며 [돈], [조금], [결혼]이라는 세 키워드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어요. 어떤 내용으로 상담을 신청하는지 살펴보면, 대부분 그 속에서 고민이 본질이 드러나 있어요. 그리고 그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면 문제 해결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랍니다.
"작성자님에게 '돈'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20대에 돈을 벌며 느낀 감정, 앞으로 30대에 벌 돈에 기대하는 의미"를 물어본 건. 돈 자체가 아니라 돈과 자신의 관계를 들여다보라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이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없다면, 사실 자기의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뜻과 동일해져요. 이 질문을 통해 고민의 본질을 돈이 아닌 '나'로 당겨올 수 있게 됩니다.
"조금 부족하다는 기준은 정확히 얼마인가요?"라는 질문도 중요해요. 상담자는 벤츠와 키의 예시로 모든 가치가 상대적이라는 걸 보여줬어요. 30대 남성이라면 확! 와닿는 비유거든요. 이런 공감 가는 비유를 통해 사연자가 "조금"이라는 애매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영원히 만족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결혼은 이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을 때 하는 겁니다"라는 답. 단순하지만 명확해요. 사연자도 어렴풋이 결혼을 위한 마음가짐을 알고 있는 듯해요. 그래서 사연자가 이미 알고 있는 답을 확인해 준 거죠. 그리고 "빚과 결혼 생활을 혼동하지 마세요"라며, 경제적 상황과 결혼의 질은 별개라는 걸 짚어줬어요. 마이너스인 사람도 잘 살고, 빚 없는 사람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예시는 단순히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여기까지가 표면적인 이야기지만, 핵심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라고 문제의 본질을 전환시켜요.
상담자는 사연자가 결혼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으로의 30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재정의했어요.
표면적인 고민은 결혼이지만, 본질적인 고민은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었던 거죠.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 치열하게 부딪히며 고민해 보세요"라는 조언이 이 상담의 핵심이에요. 그리고 "그 고민에 답을 찾아가다 보면, 결혼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라고 하죠. 삶의 주체성을 회복한 사람에게 결혼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결혼은 삶의 방향성이 정해지면 따라오는 결과임을 말해줬어요.
결국 이 상담의 핵심은 '결혼'이라는 표면적 고민을 '삶의 방향성'이라는 본질적 고민으로 재정의한 거예요. 사연자는 "돈이 충분해야 결혼할 수 있다"는 믿음에 갇혀 있었는데, 상담자는 그게 진짜 문제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정리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봤어요. 돈의 의미, 기준의 상대성, 결혼의 타이밍을 차례로 다루면서, 결국 삶의 주체성과 방향성의 문제로 귀결시킨 거죠. 단순히 결혼 여부를 조언하는 게 아니라, 사연자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운 상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