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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Jul 14. 2024

신화로 살펴보는 마음 이야기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신화를 살펴보는 것이다. 신화 속 이야기가 신이 실제로 행한 일이든 아니든, 종교적인 신념을 떠나서, 신화 자체는 인간이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화 속 이야기에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지혜나 교훈, 또는 그 시대가 추구해야 하는 덕목(또는 신의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다. 그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에 인간의 역사에 오래 남아 전달된다. 신화는 인간 문화의 핵심을 이루며, 도덕적 가치와 삶의 태도를 반영하며 세계, 자연, 사회, 사람들을 이해하는 가장 오래된 형태이다.


프롤로그에 소개되었던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를 외쳤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모태신앙이나 독실한 종교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린 나이에 가장 일찍 접하는 신화는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보듯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기독교에서 말하는 유일신과 다르게,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은 여러 명이다. 그리고 완전무결,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시기, 질투 등의 다양한 마음을 가진 신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은 인간과 매우 유사한 감정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제우스는 수많은 관계를 통해 사랑과 정욕을 표현하며, 그의 아내 헤라는 질투와 시기를, 아프로디테는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상징하고, 전쟁의 신 아레스는 분노와 투쟁의 감정을 대변한다. 디오니소스는 와인과 축제의 신으로 지금의 풀파티처럼 광란의 축제를 통해 그를 숭배하곤 했다.


이러한 신들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대리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반면에, 기독교의 유일신은 초월적 존재이며 인간의 욕망을 통제한다. 전지전능한 신은 인간에게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고, 경건하고 절제된 삶을 살 것을 요구한다. 십계명을 떠올리면 쉽다.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든지, 이웃을 사랑하라든지 하는 규범과 교리를 제공하며 그것에 따르지 않을 시에는 큰 벌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교리적 접근은 인간의 욕망을 부정하거나 억누르는 방향으로 작용해서 사람들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제약을 가한다.


물론 종교나 신화를 한 편의 블로그 글로 담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누군가 언뜻보면 기독교는 나쁘고, 그리스 로마 신화 신이 좋다는 식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심리학 채널에서 종교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는 서양에서 탄생한 심리학이 기독교의 유일신을 찾는 마음과 유사하게 인간을 대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어떻게, 왜 탐구해야 하는지 그 본질적인 이유를 잃어버린 심리학은 현재 가장 잘 나가고 또 모두에게 공감을 받는 기독교적 마인드를 갖게 된다. 그래서 유일신을 찬양하듯 '좋은 인간 심리', '좋은 사람이 되는 법' 등과 같이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규정하고,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마치 유일신이 십계명을 제시하듯, '인간 관계를 잘하는 법', '안정된 심리 상태를 갖는 법' 같은 것을 통계나 실험과 같은 과학의 틀을 활용해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심리학은 좋은 말을 해주는 학문 또는 위로하는 학문 등으로 자기개발서와 과학의 은근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학문으로 비춰져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심리학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길은 제각기 다른 기질, 성격, 믿음, 사고방식 등이 어떠한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자신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어떤 인물에 가까운지, 그런 사람이 어떤 마음 상태를 가졌을 때 가장 그답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과 같다. 심리학은 이렇게 다양한 제각기 다른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




참고 문헌

Larionova, V. (2019). The Ethical and Mythological Core of Culture.

Miller, R., & Greenberg, R. (1981). Poetry, Mythology, and Myth.

Roma, A. (2021). Mythological Components in Roman Paganism Tradition.

Kluckhohn, C. (1942). Myths and Rituals: A General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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