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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Jul 21. 2024

강아지가 강아지의 심리를 연구한다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심리학이 가는 길을 비유하자면, 마치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의 심리를 연구하는 모습과도 같다. 심리학자 역할을 맡은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의 냄새를 맡고, 표정과 몸짓을 살피며, 무리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한다. 또한, 강아지들의 종마다 다른 특성을 구분해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리트리버는 순하고 말티즈는 예민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장면을 떠올리면 심리학자 강아지는 귀엽고 기특하지만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의 심리학이 바로 이렇다.


인간이 인간을 연구하는 아이러니

지구에서 가장 지능이 발달한 동물로서 인간은 다양한 실험, 이론, 증명, 관찰 등을 통해 심리학을 연구한다. 하지만 우리가 심리학자 강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외계인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 그들의 눈에 심리학자들은 아주 흥미롭지만 "쟤네가 지금 스스로가 뭘 하고 있는 건지나 알까?" 싶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학이 길을 잃은 상황이 어쩌면 매우 자연스럽기도 하다.


심리학이 길을 잃은 이유

심리학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살펴보자.  


우선, 인간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다. 비선형적이란 단어가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쉽게 말하면 예측이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24시간 잘 때나 깨어있을 때나 수많은 자극을 받는다. 그런 자극을 통해 얻은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큰 변화가 일상의 작은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그리고 수만 수억가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결과를 낳는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것이... 어떤 결과가 반드시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면서 수많은 것들이 '그냥'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선형성은 마음을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전 과제가 된다.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의 행동을 예측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인간 심리학자들도 예측 불가능한 인간 행동 앞에서 종종 혼란스러워한다.


둘째, 인간의 경험과 감정은 매우 주관적이다. 같은 사건도 사람마다 다르게 경험하고 반응한다. 이런 주관성은 마음이라는 것 그 자체지만, 눈에 보이고 만져지지도 않아서 인간이 다루기 힘들어한다. 나중에 추가로 설명하겠지만, 이런 주관성은 인간에겐 공포에 대상이기까지도 하다. 어쨌든,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인간이 아닌 것을 다루는 학문을 모방하려는 심리학 연구에 있어서 이 주관성은 일관된 결과를 얻기 어렵게 만든다. 강아지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강아지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셋째, 심리는 문화적, 환경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정 문화나 환경에서 얻은 결과가 다른 문화나 환경에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서양에서 탄생한 심리학은 서양에서조차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런 학문이 단순히 번역되어 한국에 들어왔으니 한국인이 인식하는 심리학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양과 동양은 문화와 환경에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이렇게 정보를 주욱 나열하다보면, 안 그래도 복잡한 이유가 더 복잡하게 들리게 된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심리학이 길을 잃은 이유는 인간에게 인간의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이 연재의 끝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니, 아직은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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