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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Jul 28. 2024

심리학의 탄생과 뿌리

이번 화에서 포함된 인물들의 이름이나 용어들을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다. 머리 아픈 글처럼 보일까봐 친절히 한 줄 요약부터 남기기로 했다. 그러나, '심리' 관련한 그 어떤 책에서도 다루지 않는 내용이며 이 세상 어떤 대학교나 대학원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임은 분명하다.


한 줄 요약: 심리학은 의학적 관점에 영향을 받았고, 그 의학은 종교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즉, 심리학은 태생부터 의학과 종교에 영향을 받아 현재까지 심리학만의 독자적인 길을 찾는 것에 혼란을 겪고 있다.


분트와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탄생과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인물이 있다. 바로 빌헬름 분트(Wilhelm Maximilian Wundt)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다. 각각 독일과 미국에서 태어난 이 두 사람은 심리학을 독립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게 했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심리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두 사람 모두 의사였다는 점에서 그들의 심리학적 접근이 어떻게 의학과 종교적 원리의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심리학을 발전시켰는지를 살펴보자. 참고로 이들이 활동했던 시기(1860년대 쯤)에 한국은, 아니 조선은, 철종 시대가 끝나고 고종이 즉위하던 때였다. 우리 더 익숙하게 들어본 흥선대원군의 정치도 이때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따지면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학문의 탄생으로 치자면 짧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빌헬름 분트의 심리학적 관점

의학의 영향  

빌헬름 분트는 원래 의사였다. 그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며 과학적 방법론을 배웠다. 의학 교육을 통해 배운 실험적 접근법과 관찰 기술은 분트가 심리학 연구에 적용한 핵심 요소였다. 분트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실험실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심리학을 철학에서 분리된 독립된 과학적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간판을 다는 일은 참 중요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 같다!)


분트의 심리학 연구는 마음이 아닌 몸 연구에 필요한 생리학을 기반으로 두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정신 과정이 생리학적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가정 하에 감각과 지각의 과정을 연구했다. 이는 그가 의학에서 배운 생리학적 지식을 심리학에 접목시킨 결과다. 예를 들어, 신경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감각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분트가 활동하던 시기는 정신의학이 체계화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정신의학의 발전은 심리학이 인간의 정신 질환과 관련된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이는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면서 의학적 모델을 적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종교적 원리의 영향  

중세 유럽의 의학은 종교적 신앙과 결합되어 발전했다. 이는 도덕적, 윤리적 지침을 중시하는 전통을 형성했다. 의사 출신이었던 분트도 이러한 전통의 영향을 받았다. 분트의 심리학 연구는 인간의 도덕적, 윤리적 측면을 이해하고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기독교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분트의 심리학은 의식 경험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로, 이는 기독교의 내면적 성찰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기독교는 인간의 내면 세계와 영적 상태를 중시하며, 분트의 연구는 이러한 내면 세계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분트는 의식의 구조와 요소를 분석하여 인간의 정신적, 영적 상태를 이해하려 했다.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적 관점


철학적 영향  

윌리엄 제임스는 철학적 탐구를 통해 심리학을 발전시켰다. 그는 의학과 철학을 결합하여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했다. 제임스는 특히 *실용주의(pragmatism)와 **급진적 경험주의(radical empiricism)라는 철학적 입장으로 심리학적 연구에 적용했다.


*실용주의: 그래서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되냐? 라는 질문이 중요한 것.

**급진적 경험주의: 모든 지식과 앎은 경험에서 이루어지고, 그 경험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라는 질문이 중요한 것.


생리학과 신경과학  

제임스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1869년에 의학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의학을 공부하면서 생리학과 해부학에 배웠고, 이는 그의 심리학 연구에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그는 인간의 감각과 지각, 신경 시스템의 역할을 연구하면서 심리학을 과학적 학문으로 확립하려 했다.


종교와 영성  

제임스는 종교와 영적 경험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저서《종교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은 종교적 체험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작품이다. 제임스는 종교적 경험이 인간의 심리적 상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심리학과 종교의 교차점을 탐구했다.      


분트와 제임스의 공통점과 차이점


공통점  

과학적 접근: 분트와 제임스 모두 심리학을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하려 했다. 두 사람 모두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연구하고자 했다.      

의식 연구: 두 학자 모두 의식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분트는 의식의 구조를 연구하고자 했고, 제임스는 의식의 흐름을 이해하려 했다.      

심리학의 독립성: 분트와 제임스 모두 심리학을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시키려 했다. 분트는 심리학을 생리학과 연결하여 연구했고, 제임스는 철학적 기초를 바탕으로 심리학을 탐구했다.      


차이점  

연구 초점: 분트는 의식의 구조와 요소에 초점을 맞추었고, 제임스는 의식의 흐름과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다.      

방법론적 접근: 분트는 실험실에서의 실험과 관찰을 중시했으며, 제임스는 실험뿐만 아니라 철학적 성찰과 경험적 관찰을 중시했다.      

철학적 기초: 분트는 생리학적 기초 위에서 연구했으며, 제임스는 실용주의와 급진적 경험주의라는 철학적 입장을 발전시켜 심리학에 적용했다.      


그래서 심리학이 뭔데?

만약 이 글을 읽고, "그래서 심리학이 뭔데?"라는 질문이 여전히 맴돈다면, 글을 잘 읽은 것이다. 고작 우리나라 조선시대 고종 쯤에 과학으로 인정 받은 심리학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유를 공감한다는 뜻이다. 분명 빌헬름 분트와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의 탄생과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인물이다. 그들의 연구와 접근법은 다르지만, 모두 심리학을 과학적 학문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의대 출신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 연재의 2화에서 언급했듯, 종교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을 연구해야 하는 심리학이 출발부터 신체 연구과 종교적 관점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이 글의 키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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