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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Aug 05. 2024

심리학, 과학적으로 함정에 빠지다

심리학이 탄생했지만, 인간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것은 여전히 난감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도, 냄새가 나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다. 인간의 영혼이나 종교적 관점이 아닌 과학으로 이 마음을 연구하는 건 참 어려웠을 것이다. 기껏해야 200년도 안 된 이 학문의 발전을 살펴보며 심리학이 어쩌다 길을 잃게 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심리학: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한 고군분투의 역사

심리학이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해 걸어온 길에는 많은 고군분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이를 측정하고 계량하여 숫자로 다룰 수 있어야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물이 어는 시점을 0도, 끓는 시점을 100도라고 정하여, 100도씨에 도달했을 때 끓는다는 보편적인 법칙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하다. 심리학도 이렇게 접근해야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행동주의의 등장: 마음을 배제한 행동 연구

20세기 초, 심리학자들은 마음을 연구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존 B. 왓슨(John B. Watson)은 마음을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고, 관찰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행동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자는 '행동주의'를 가져왔다. 이는 심리학을 기존의 과학같은 과학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도 이때 등장했다. 그는 개에게 종소리와 함께 음식을 주어, 나중에는 종소리만으로도 침을 흘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실험은 자극에 대한 조건 반응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학습 과정을 설명했다.


인지 심리학의 부상: 마음과 뇌의 연구

행동주의 이후, 심리학자들은 다시 인간의 마음과 정신 과정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인지 심리학의 등장이다. 인지 심리학자들은 정보 처리 모델을 사용하여 인지 과정(기억, 주의, 문제 해결 등)을 연구했다. 이로 인해 인간의 마음은 뇌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뇌가 어디에 위치해있고 어느 장기가 관리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 이후의 과정은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뇌는 마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의 호르몬에 의해 우리의 심리가 결정된다는 공식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가장 편리한 방법이 되었다.

예를 들어, 사랑은 옥시토신에 의해 촉진되고, 우울증은 세로토닌 부족으로 설명되는 방식이다. 우리가 요새 자주 외치는 "도파민 중독!" 같은 말도 역시 이러한 트렌드의 결과이다. 


심리학의 과학적 함정: 평균화의 위험

행동주의나 인지 심리학은 인간 행동의 보편적인 법칙을 발견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심리학이 과학적으로 함정에 빠지게 만들었다.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 외치지만, 실제로는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심리적 법칙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즉, 사람마다 모두 다 다른 마음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 그러다보니 어떤 이슈이든지 간에 평균에 맞추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통해 혈당 수치를 측정하면, 의학은 정해진 평균치 범위 내에 있으면 정상이고 벗어나면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길을 잃은 심리학도 마찬가지로, 너무 외향적인 사람이나 너무 소심한 사람을 비정상으로 분류하고, 적절한 중간 지점을 정상으로 규정한다. 지나치게 계획적이거나 지나치게 즉흥적인 사람도 마찬가지로 비정상으로 간주된다. 누가 어떤 이유로 소심한지 외향적인지 계획적인지 즉흥적인지는 알아낼 수 없었고, 그저 그 중간 어딘가 적절한 곳에 위치시키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이 세상의 인간은 문제 투성이가 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듯이 무엇이든지 문제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말이 평균보다 늦으면 언어장애, 아이가 평균보다 주의력이 모자르면 ADHD, 평균보다 사회성이 낮으면 자폐증, 평균보다 우울하면 우울증, 평균보다 텐션이 높으면 조증 등... 심리학은 길을 잃고 심리학을 빙자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만 행복한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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