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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Aug 25. 2024

길을 찾은 심리학이란? 공감과 위로와 결별

길을 잃은 심리학에게 남은 무기는 바로 공감과 위로다. 이 말을 첫 번째로 꼽는 이유는 길을 잃은 심리학이 대중들에게 과학이라는 포장지에 쌓인 멋진 위로의 말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신과가 더 확실하고 믿을만하며, 내 마음의 문제는 뇌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 믿는 대중들이 심리상담에서 표면적으로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공감과 위로다. 


공감과 위로는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로서 매우 중요하다. 공감과 위로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한 사람의 마음과 믿음을 이해하고,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에서 공감과 위로는 내담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감정적 지원이며, 이를 통해 상담자는 내담자가 가진 고유한 기질, 성향, 가치관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잣대로 나누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는 심리학자나 상담자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태도이다. 공감과 위로가 없다면, 심리학은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비정상과 정상을 판별하는 심리 판사의 역할에 머물게 될 뿐이다.


그러나, 공감과 위로는 심리학적 개입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결코 전부가 아니다. 공감과 위로에만 의존하면,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1.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무시  

단기적인 해결에 그칠 위험: 공감과 위로는 당장의 감정적 고통을 덜어주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표면적인 위로에 그칠 위험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반복되는 패턴을 유발할 수 있다.

심리적 회피 촉진: 계속해서 공감과 위로만 받으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문제가 더 심각해지거나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질 위험이 있다.


2. 의존성 증가  

감정적 의존성 형성: 지속적으로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력이 저하되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한다.

지속적인 지지 요구: 공감과 위로가 반복되면서 그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지지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지지 제공자가 부담을 느끼거나 관계가 피로해질 가능성이 있다.


3. 상황의 심각성 과소평가  

문제의 축소: 공감과 위로는 때때로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심각한 문제가 감정적 위안으로 인해 가볍게 여겨지거나, 실제로 필요한 적극적인 개입이 지연될 수 있다.

방향성 상실: 지나친 공감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 공감하는 사람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거나, 감정적으로 휘말려 분석과 상담의 방향을 잃어버리게 한다.


4. 비생산적인 감정 고착  

부정적 감정의 지속: 공감과 위로가 지나치면, 상대방이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게 만들거나 부정적 감정에 고착되게 할 수 있다. 이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무력감을 강화시킬 수 있다.

책임 전가: 공감과 위로만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외부에 돌리고,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저해한다.


5. 상호 관계의 불균형  

지속적인 감정적 부담: 한쪽이 지속적으로 공감과 위로를 제공해야 한다면, 그 관계는 일방적으로 될 수 있다. 이는 관계의 건강성을 해치고, 지지 제공자가 감정적, 정신적으로 소진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상호작용의 어려움: 공감과 위로만 제공되면, 관계에서 상호작용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공감받는 쪽은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하게 되고, 이는 관계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공감과 위로는 쉽다. 오랜 수련을 거친 스님이나 목사님, 또는 자기개발서에서도 얻을 수 있다. 마치 나의 마음이 무척이나 힘들고, 왜 힘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맛있는 안주와 술 한잔을 마시고 알딸딸하게 잠드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결론적으로, 공감과 위로는 심리학의 중요한 무기이지만, 그것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공감과 위로를 넘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내담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심리적 개입의 목표이다. 심리학은 단순히 위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저마다 다른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전략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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