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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디스트 Aug 09. 2023

연봉 9000만 원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호치민라이프 10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들 물었다. 이제 원하는 자리를 얻었는데 왜 그만두냐고 말이다

다들 말했다.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이 너무 아깝지 않냐고


둘 다 '세이노 Say no'라고 하기에는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은 것 같다


베트남 5년차살이를 하고 있는 나는 브런치 북 I권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기 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campinglier


13년 경력의 전직 호텔리어


졸업과 동시에 전공과는 무관한 호텔일을 첫 직장으로 시작했고

한국-두바이-베트남을 걸쳐 세일즈 마케팅 디렉터 (Director of Sales & Marketing)가 되기까지

꼬박 12년이 걸렸다


지난 13년 내 삶에는 호텔이라는 직업 안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밖에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남들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고 빠르게 승진하는 목표가 다였다


그렇게 되고 싶어 하던 자리에 오르고 나에게 주어진 대가는

연봉 9000만 원 + 알파*

*알파는 하우징 (집세)과 식비 등등



코로나가 찾아왔다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베트남 도시 봉쇄가 이어졌다


갑자기 부족하다 느꼈던 시간이 나에게 너무 많이 생겨났고

초조하기보다는 마음의 부자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관심 있었던 것들을 해보기 시작했다

디자인도 공부해 보고 SNS도 적극적으로 해보고 글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월급쟁이 일 때는 주말만 바라보며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느꼈는데

이제는 내가 시간을 내 손안에 넣고 컨트롤할 수 있구나

이러다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을 도전하고 해 볼 수 있겠구나


그렇게 13년 차 호텔리어의 막을 내린 건 2년 전



브런치 작가 신청 후 이틀 만에 작가 선정 축하 이메일을 받고

에디터픽 최신글과,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 구독자 급등 작가로까지.

인스타그램 구독자를 이제야 1000명 넘으며 협찬과 광고 문의를 조금씩 받기 시작하며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길이겠지라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하지만 물론 현타가 올 때가 아주 자주 있다. 바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


그래서 사실 현타가 올 때마다 멘탈을 잡는 일은 아주 아주 쉽지 않다

하지만 호텔리어 13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건

무엇이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10년 이상 꾸준히 하면 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인생 제2막의 새로운 10년, 아니 그보다 더 길 수도 있는 시간을 앞으로 헤쳐나가야 하지만

내가 며칠 전 올린 유튜브 쇼츠에서 김승호 회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https://youtube.com/shorts/_fdNpMpAows?feature=share


살면서 딱 두 사람 눈치만 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바로 15살 때의 나와 65살 때의 나.

'내가 젊었을 때 꿈꾸던 사람'
'늙어보니 후회가 없구나'
'지금 보니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남들 눈치 말고 내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고


브런치스토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응원하기' 소식을 듣고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배지가 내 프로필에도 있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하며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베트남 더위를 견디듯, 여전히 현타의 기운을 꽉 붙들어 메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을 쓰는데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욕심이 있다면 따뜻한 눈길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To be continued

호찌민 일상 ��(@me_in_saigon)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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