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과 달리기의 공통점
한동안 등산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약 삼 년간 주말마다 산을 올랐다. 평소 완전 저질 체력이었던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다리 근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고 산책하기를 좋아하니 다리 힘은 필수였다. 그런 생각으로 집 근처 산책로를 걷다가 어느 날은 가까운 동네 뒷산을 오르기로 했다. 1시간이면 족해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얕은 산을 몇 번 오르다가 유난히 햇볕이 좋은 어느 주말 이번에는 좀 더 멀리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산이었는데, 예전에 야유회 때 동료들과 산행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는 산이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울창한 숲이 너무나 좋았다. 한편 오늘 드디어 도전하는구나 비장한 마음도 들었다. 산길 입구를 찾아 조금씩 오르니 역시나 금세 숨이 가빠졌고, 가파른 비탈로 유명한 산은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았다. 처음엔 과연 정상까지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체력이 닿는 대로 조금씩 느릿느릿 올랐다. 그렇게 걸음을 떼다 보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고, 저 멀리 펼쳐지는 푸른 능선과 아득히 보이는 마을들이 눈에 들어왔다.
산은 오를수록 재미있었고 하산할 때쯤에는 몸과 마음이 홀가분했다. 출발할 때 무겁던 마음도 복잡하던 머릿속도 올라가면서 차츰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나는 그저 내 발 앞에 놓인 길을 한 걸음씩 걸을 뿐이었다. 그러노라면 바람은 산들산들 땀을 식혀줬고 고개를 들면 순간순간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그렇게 시작된 산행은 지리산 천왕봉과 한라산 백록담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헬스장 운동으로 바꾼 후 러닝머신 달리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꾸준히 오래 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조금씩 거리를 늘려보기로 했다. 달리기는 초반이 힘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힘이 덜 들었다. 나는 산행에서 경험한 걸 러닝머신 위에서 다시 떠올렸다. 계기판을 보고 100미터에 몇 걸음인지 세며 호흡을 골랐다. 하나, 두 울, 세 엣, 네 엣 ……. 그렇게 호흡에 맞춰 한 걸음씩 딛다 보니 어느새 목표 거리에 다다랐다. ‘한 걸음씩 꾸준히’는 산행에서도 달리기에서도 똑같이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