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추천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저)
제2부 - 07 아프니까 직장인
김세평: 진짜 미치겠네······.
백선배: 왜 그러는데?
김세평: 하······. 백선배, 본사란 곳이 원래 이렇게 힘든 곳이야? 너무 힘들어 미치겠어.
백선배: 세평아, 그냥 의연하게 받아들여.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지난 인사시즌에 회사는 나와 백선배를 동시에 본사로 발령을 냈다. 부서는 서로 달랐지만, 그래도 나는 백선배와 본사에서도 같이 일할 수 있다고 하니 마냥 좋아했다.
그런데 나와 달리 본에서 일 해본 경험이 있는 백선배는, 본사로 발령이 난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백선배는 내게 본사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니 그저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말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본사에서의 직장생활. 본사로 발령받은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나는 왜 백선배가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본사에서 맡은 업무 강도는 기존에 내가 본사 밖에서 해왔던 회사업무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매일 야근에 시달렸고, 심지어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을 했다.
어느덧 본사에서 일한지 3개월이 지났다. 3개월이 지나면 좀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회사일이 더 많아졌다. 사무실 시계는 어느새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밤 10시가 다되도록 퇴근도 못하고 일만해야할까?
그래. 여기까지가 내 한계임을 직감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펜과 노트를 꺼내 사직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퇴근하려던 백선배가 잠시 나를 보러 왔다가 내가 사직서를 쓰고 있는 걸 보고는,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조용히 한마디 했다.
백선배: 세평아, 조금만 더 의연하게······. 아직 사직서는 아니야.
김세평: 후······. 백선배, 나 지금 진짜 한계야.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근데 뭘 자꾸 의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거야?
백선배: 세평아, 본사는 우리 회사 사람들이라면 최소 한 번은 거쳐 가는 곳이야. 어차피 너도 언젠가는 한번 이곳을 거쳐 가야했어.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 이 상황이 우리 회사 모든 직원이 겪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저 의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거야.
김세평: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진짜 나는······.
백선배: 너 힘든 거 다 알아. 그런데 세평아. 좀만 더 힘내보자. 알았지? 그럼 나 먼저 퇴근한다. 너도 어서 퇴근해.
김세평: 으응······.
백선배와 대화 후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지금 상황이 내가 감당하기엔 분명 버거웠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는 작성하던 사직서를 마저 작성하고자 펜을 들었다.
낯선배: 뭐라고 쓴 거야? 응? 사직서?
김세평: 아이고, 깜짝이야!
낯선배: 후후. 오랜만에 보는 반응이군.
김세평: 낯··· 낯선배님?
낯선배: 잘 지냈어?
김세평: 낯, 낯선배님! 진짜 오랜만이에요. 그런데 이 시간까지 본사엔 무슨 일이세요?
낯선배: 어? 그, 그게······.
김세평: 아하! 낯선배님도 이번에 본사로 발령받으셨어요?
낯선배: 에? 뭐 그런 셈이지. 흠흠. 근데 지금 뭘 쓰고 있던 거야? 사직서라고 쓴 거 같은데?
김세평: 아, 아니에요.
낯선배: 음······. 그나저나 퇴근 안 해?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고.
김세평: 후··· 퇴근해야 하는데 일이 끝나질 않아요. 낯선배님은 왜 퇴근 안 하셨어요? 설마 낯선배님도 지금까지 야근하시는 거예요?
낯선배: 아아. 그게 타임머신을 아침 열시로 설정한다는 걸 실수로 밤 열시로 했지 뭐야! 하하!
김세평: 음···,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소리를 하시는 군요.
낯선배: 흠흠, 맞다. 오늘도 책 선물이 있어. 짠!
김세평: 오늘도 책을 주시는 군요. 헉? 이 책 되게 유명한 책 아니에요?
낯선배: 맞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주 유명한 책이지.
김세평: 한번은 읽어보려 했던 책이었는데 감사합니다. 에고···, 근데 제가 요즘 회사 일이 많아서 이 책을 읽어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낯선배: 아아. 그럼 내가 책에 나오는 몇 문장을 지금 이야기해 줄 테니, 책은 나중에 천천히 읽어봐.
김세평: 와우! 감사합니다!
낯선배: 어디 보자. 무슨 문장을 이야기해줄까······. 아! 일단 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책에서 이 문장이 되게 마음에 와 닿더라고. “중요한 것은 시련 자체의 냉혹함이 아니다. 그 시련을 대하는 나의 자세다.”
김세평: 중요한 건 시련을 대하는 나의 자세? 오······. 울림이 있는 문구네요.
낯선배: 맞아. 이 문장도 되게 좋아. “내가 힘들게 받아들이면 힘든 것이고, 내가 의연하게 받아들이면 별것 아닌 것이다.”
김세평: 어라? 방금 읽어주신 문장은 백선배가 제게 자주 해주던 말이랑 비슷한데요.
낯선배: 후후. 맞아. 백선배가 회사에서 만나는 시련은 늘 의연하게 받아들이라고 자주 말했었지.
김세평: 맞아요. 그러고 보니 백선배도 본사에서 지금 저와 같은 시련을 함께 겪고 있거든요. 그런데 백선배는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을 정말 의연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낯선배: 그런 백선배를 보면 뭐 느끼는 거 없어?
김세평: 느끼는 게 많죠. 같은 시련 앞에서도 누구는 다른 자세로 임할 수도 있다는 거라는 거요. 저랑 비교가 돼요. 그리고 음······. 사실 아까 백선배가 방금 퇴근하기 전에 제게 이야기해주고 간 말이 있거든요.
낯선배: 응? 그게 뭔데?
김세평: 지금 제가 본사에서 겪고 있는 시련이 우리 회사 직원들 모두가 한 번씩은 겪은 시련이라 하더군요. 저는 그동안 저만 억울하게 겪는 시련과 고난이라고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저와 같이 힘들어하고 있을 다른 직원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낯선배: 하하. 그게 바로 동병상련이라는 거지. 네 말이 맞아. 주어진 시련 앞에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만 할 뿐이지만, 모두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는커녕 그냥 그 시련 앞에 의연해질 뿐이지.
김세평: 그러니까요. 아무튼 이제 본사에서 어떤 시련을 만나도 저는 '이 시련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겪는 시련'이라고 의연하게 생각하려고요.
낯선배: 좋은 답이네. 그래 이제는 어떤 시련을 마주하더라도 불평하기 보다는 의연한 자세를 취하도록 해보자고.
김세평: 감사합니다, 낯선배님. 와우, 본사에서까지 이렇게 뵙게 되니 너무 반갑네요. 앞으로는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낯선배: 음... 그러네? 자주 보면 좋겠는데······. 근데 앞으로는 좀 힘들 거 같아.
김세평: 에? 왜요? 다른 곳으로 발령 예정이세요? 이제 본사로 발령 나신 거 아니세요?
낯선배: 그런 건 아닌데... 저기 나 할 말이 있는데 말이야.
김세평: 넵? 무슨 말씀이시죠?
낯선배: 내년 정도에 새 부장님이 오실 텐데, 아마 네게 무리한 요구를 하실 거야.
김세평: 새 부장님이요?
낯선배: 그때 꽤 힘든 상황이 주어질 거야. 그렇지만 오늘 이야기한 것처럼 의연하게만 대처하면 괜찮을 거야. 알았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김세평: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죠? 힘든 상황이라니요? 갑자기 너무 무서워지는데요...
낯선배: 하하. 내가 너무 겁을 준 건가?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그리고 그 시련을 겪어야만 네가 앞으로 직장생활을 함에 있어 너만의 소중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게 될 테니까!
김세평: 헉! 낯선배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어, 어라?!
헉! 이번에도 그냥 사라지셨네.
그나저나 도대체 뭐지? 내년에 내가 시련을 겪는다고?
낯선배님과 만난 그날 이후, 나는 본사 생활에 점차 적응해 갔다. 그렇게 힘들기만 했던 회사 업무들도 나름 익숙해지기 시작하니, 잦았던 야근도 줄어들고 주말도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푹 쉬게 되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어느 날, 인사 부서에서 부장급 인사에 대한 명단이 내려왔다.
김세평: (음? 장부장님? 우리 부서에 부장님이 새로 오시네?)
백선배: 여~ 세평아. 뭐하고 있냐?
김세평: 어라? 백선배? 우리 부서는 무슨 일이야?
백선배: 무슨 일이긴. 인사 부서에서 내려온 명단 봤지?
김세평: 방금 봤어. 장부장님? 우리 부서로 새로 오신다는데?
백선배: 그러니까. 아이고. 김세평 어떡하냐. 이제 좀 본사에 적응하나 했는데 말이야.
김세평: 엥? 그게 무슨 소리인데? 장부장님이 도대체 어떤 분인데 그래?
백선배: 그분 승진 욕심에 실적이 목이 말라있는 분이야. 실적을 내기 위해 직원들을 집에 보내지 않는 분으로 유명하지 아주! 특히 너 같이 일 잘하는 직원이 있으면 진짜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김세평: 헐? 집에 보내질 않는다니? 진짜 그 정도야??
백선배: 에고. 일단 마음의 준비는 해 놓고 있어. 아무튼 난 간다!
김세평: 어어. 수고해 백선배...
이제야 본사에 적응하나 했는데 이게 또 무슨 일인가... 또 하나의 고비가 찾아오는 느낌이다.
어? 잠깐만! 작년에 낯선배님이 말씀하셨던 그 내가 겪을 거란 힘든 상황이란 게 혹시 장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