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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록달록 Jan 31. 2024

멸치의 저주

20240131



엄마가 해 온 반찬 중에  콩자반에 멸치를 넣은 게 있다. 검은콩의 검은색 때문에 온통 검은 물이 들어버린 멸치들.

지옥에서  멸치 같다.

베놈의 심비오트가 멸치를 숙주로 잠식하면 딱 이런 모습이겠지.


바다를 헤엄치던  멸치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그물에 잡혀 햇볕에 바싹 말려지기까지 했는데

아무 관련도 없는 육지 식물의 열매와 함께 한공간에서 졸여져 이토록 까만 옷을 입고 최후를 맞이할 거란 .

먹는 거야 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먹기까지의 과정이 참 기괴하고도 잔인하다.

어느 번역 작가의 유튜브에서 봤는데 그로테스크를 얘기할때,

'기이하다'는 없어야  것이 있을 때 쓰는 말이고

'오싹하다'는 어야  이 없을  쓰는 말이다.

그러니 우린 기이하고도 오싹한 것을 반찬 따위 삼는

빌런 중의 빌런이다.


   먹으면서도 이런 생각들을 하니까 삶이 피곤한 거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은 당신도 이제 멸치 콩자반을 먹을 때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이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나는 그로테스크 엔초비의 저주에 걸려버다.


 먹다 흘린 멸치 하나는 초롬이가 줏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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